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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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단편소설] 캐치볼
[단편소설] 캐치볼 김남숙 나는 공원에 앉아 있었다. 그것은 내 오랜 습관이었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눈꺼풀 사이로 그리고 눈꺼풀 자체가 마치 얇은 복숭아 껍질이라도 된 것인 양 햇살을 완전히 빨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햇살이 어느 때보다 좋았다. 비가 온다고 했는데 여간해서 비 소식이라곤 보이지 않는 날의 연속이었다. 나는 실눈을 뜨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강렬한 햇빛에 시야가 흔들렸다. 여름 햇빛은 자주 죽어 있는 사물들을 성큼성큼 다가오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곤 했다. 누군가 멀리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나에게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어차피 누군가 나타나 어깨를 툭 치며, 오래 기다렸냐는 말 같은 걸 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나는 이제 그런 걸 기다리지는 않았다. 나는 딱 한 번 누군가를 좋아했다. 그는 지금쯤 일흔은 족히 먹었을 것이었다. 그는 피부에 불이 붙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보다 뜨거운 체온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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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감귤모텔 부흥회
캐치볼 멤버는 다섯 명으로 늘어났다. 나와 흥식을 빼고는 모두 직장이 있어서 주말에만 야구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수소문해서 사회인 야구팀을 만들었고, 팀원을 소개받고, 소문을 듣고 지인의 지인 몇 사람이 더 들어왔다. 솔직히 어떻게 야구팀이 만들어졌는지 나는 잘 모른다. 사회인 야구 초급 리그에 가입하고 막상 야구 게임을 시작하자, 나는 두려워졌다. 타자가 친 공이 내게 오지 않기를 바랐다. 투수가 던지는 공이 꼭 내게로 달려드는 것만 같았다. 나는 캐치볼도 야구에도 흥미를 잃었다. 팀원 대부분은 삼십대 중후반의 나이였다. 그때, 우리는 그래도 젊었다. 하지만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이십대의 어린 후배들을 영입했다. 우리는 게임에서 점점 멀어졌다. 이기기 위해 들어온 나이 어린 친구들은 팀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럭저럭 10년을 모두가 버텼다. 그 무렵 기도회가 결성됐다. 서로가 원하는 것이 달랐으니 팀이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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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부유」 외 6편
창문 밖엔 빛들끼리 자기 몸을 캐치볼 삼아 던져지고 있다. 미연, 너는 무료로 일하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의 싸움이 법적 문제까지 갔으면 좋겠어. 미희는 울며 말했다. 그림자들은 여전히 행패를 미연은 무심히 기계적 생체에 대해 생각했다. 어쨌든, 미희 너는 외국에서 생일을 맞이하는 이야기는 있지만, 저 그림자는 없어. 미연. 우리 친구잖아. 미희, 그게 언제부터인지 서류 떼올 수 있어? 화분은 깨질 예정이다. 소장이 결정했고 소장이 직접 깨트리면 되는 일이다. 미연은 그것을 이해했다. 소소한 예지력으로 이 상황 예측했을 거 아냐? 내일 태어날 사람들의 이름 정도 예측해서 미리 국가적 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야. 서류는 귀찮은 거니까. 그 외에는 나도 몰라. 예언에 미희의 이름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 옆에 앉은 미연의 선배가 “미희의 그림자들은 사람들에게 전체관람가가 아님으로 외국으로 출국이 불가하다.”라는 서류를 건네주었다. 봐 봐. 그렇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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