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39)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제4회] 커피
그럴 때 우리는 짙은 커피 향을 떠올리게 됩니다. 역으로 커피 향을 들이키는 순간이나 커피 잔에 입을 대는 순간, 우리는 자신에게로 돌아갑니다. 앞에 누가 있어도, 이 순간 우리는 온전하게 홀로 있게 됩니다. 그래서 커피나 차는 우리에게 술과는 다른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다정한 사람들과 술을 마신다는 것은 ‘나’로 있겠다기보다는 ‘우리’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커피를 함께 마신 친구와는 달리 술을 함께 마신 친구와는 어깨동무를 하고 왁자지껄 카페를 떠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많은 갓난아이를 돌보는 집단 보육시설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한 아이가 울면 모든 아이들은 동시에 울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이런 흥미로운 사건은 무엇 때문에 가능한 것일까요? 아직 이 아이들에게는 자기의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의식은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다”라고 의식하는 것을 말합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커피 한 잔
거친 결정의 커피 가루와 분유 향의 분말 크림, 그리고 설탕을 섞어 뜨거운 물을 부으면 완성되는 음료가 바로 커피였다. 커피를 좋아하는 엄마 덕에 여러 번 곁눈질로 커피 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아끼는 찻잔 세트를 꺼내 커피를 담아 소파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던 엄마의 모습은 정말이지 그림 같았다. 커피 셋, 분말 크림 셋, 설탕 셋. 그것이 엄마의 비결이었다. 한 입 맛봐도 내겐 참기 어려운 쓴맛만 느껴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황금비율을 정해 자신이 타는 커피가 가장 맛있다며 자랑했다. 커피믹스에 제대로 입문한 건 대학에 입학한 후였다. 강의동 1층에 있는 커피 자판기 때문이었다. 당시 밀크커피는 백 원을 넣으면 마실 수 있는 음료였다. 백 원은 부담 없는 가격이라 손쉽게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맛은 투박했다. 어떤 날은 물이 좀 덜 나오기도 했고, 심지어 빈 컵만 툭 떨어지는 날도 있었다. ‘대충대충’이라는 단어를 음료로 구현한다면 그런 맛이 되진 않을까.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먼지의 화학식
실험 중이오니 절대 따라하지 말 것 새로 개업한 동네 커피 집에 선물해야지. 커피 찌꺼기로 만든 블록이에요. 오늘은 의자를 만들어 봤죠. 화장실 변기도 만들 수 있어요. 커피 찌꺼기는 수지와 안 섞인다. 실험 중이오니, 해보시길. 함박눈이 내리던 밤이었다 함박눈은 눈의 알갱이가 녹았다 서로 뭉쳐진 것 그래서 함박눈은 따뜻하단다. 얘야. 사람도 그렇지. 한 번 녹았던 사람. 무서운 건 우리가 낱낱의 알갱이로 떨어져 서로의 입자들을 다 잃고 난 뒤겠지. 그리고 추운 세상이 올 거야. 넌 혼자가 될 거야. 네가 아닌 사물들이 널 들여다보겠지. 사물들의 뒤편엔 이웃들의 사유들이 먼지처럼 쌓일 거야. 먼지가 가장 중요한 세상이지. 커피 찌꺼기를 다시 얻으러 간다. 커피 가루는 순하다. 부드럽다. 혼자 있으려는 이 성질. 나도 벌써부터 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