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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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겨울 편지
겨울 편지 이원석 날이 매우 추워 독감이 유행이래 한번 걸리면 일주일을 아프다고 했어 로이는 전자식 자연관찰소에 박제되어 있으니 가끔 만나 보러 가도 좋을 거야 다행이다 그치 고통도 수치도 망각하고 일그러진 표정 그대로 멈춰 있을 테니 시간을 탈각시킨 고통은 중심을 잘라 얇게 저며 낸 뇌의 단면처럼 아주 잠깐이자 영원일 테니까 플래시처럼 터지는 한순간의 고통이 영원의 기억 속에 끼얹어져 그걸 불러일으킨 존재를 쉼 없이 재생시키고 있을 거야 행복하게 그가 떠나기 전에 내게 메시지를 남겼는데 읽어 보지 않았어 타이레놀과 알코올은 함께 먹으면 안 된대 〈Duo showdown〉은 잘 읽었어 둘의 이야기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아주 세세한 것까지 그들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무슨 일로 돈을 벌고 어디에 집을 얻었는지 사는 곳 근처에 차이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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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편지 - 비문증
편지 - 비문증 신혜정 눈, 코, 입을 지우고 얼굴을 떠올립니다 막대기를 넘어뜨리지 않기 위해 주변을 없애는 모래놀이 바다를 하얗게 떠 놓은 달 국자 한가운데가 텅 비었습니다 빈 곳을 그리기 위해 가장자리를 떠올립니다 그것은 일테면 사건의 지평선 배경을 그리면 부재가 완성되는 복숭아가 있던 정물 달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일 시간을 하얗게 떠올려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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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편지 - 에필로그
편지 - 에필로그 신혜정 서쪽으로만 뜨는 해가 있습니다 서쪽으로 져서 서쪽으로만 뜨는 당신의 반대 방향으로만 눕고 반대 방향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곳에서 당신이 지고 뜬눈으로 당신이 떠오르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였습니다 사이드미러의 붉은 신호등처럼 지나치는 의미 없는 시그널들을 놓지 못하였습니다 그림자가 해 쪽으로 조금 기울었고 나는 눈이 조금 멀었습니다 경계가 사라진 곳에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 꼬리를 물고 뱅글뱅글 도는 개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