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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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한강
한강 이소연 거기선 아무도 새들의 안부를 묻지 않았다 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몰려다니며 바지에 흙을 묻혔다 스무 살의 한강에선 좀 더러운 일이 많았지 따귀를 처음 맞았고 목을 졸렸다 고환을 걷어차고 얼굴에 침을 뱉었다 콩콩콩 뛰는 걸 보면 작고 푸른 곤충 같아 나를 죽이려던 사람이 맞을까? 되로 받고 말로 주는 일은 더러운 일이어서 나는 자주 손을 씻었다 신호등은 나만 보면 빨간 불 사람들은 나만 보면 화를 내 나는 왜 때리는 놈만 만날까? 새의 안부가 궁금하다 삶이 잠깐 멈춘다 사과 썩는 냄새가 났다 바다에 살던 고기가 강에 와서 죽어 있다 언젠가 내가 버린 것들이 생각나서 그게 깜박하고 다시 내게로 돌아올까 봐 애인의 낡은 벨트가 물뱀처럼 돌아오거나 커다란 손바닥이 강가를 치며 돌아올까 봐 바다를 미리 보고 슬퍼하는 나는 조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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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행복한 문학여행을 떠나요 - 노벨문학상과 한강 그리고 ‘문장의소리’
행복한 문학여행을 떠나요 - 노벨문학상과 한강 그리고 ‘문장의소리’ 최창근 지난해 12월 10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렸던 ‘2024 광주에서 온 편지’ 행사에 다녀왔다. 한국 시간으로 그날 자정 스웨덴에서 시작되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을 생중계로 보면서 광주시민들이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 자리였다. 작가가 부른 노래도 흘러나왔고 작가의 작품으로 만든 시극도 공연되었다. 작품과 연계된 문학 강연도 풍성하게 열려서 시국은 비록 어수선했지만 그 와중에도 국민들에게 유일하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축제였다. 운명의 날이었던 10월 10일 작가의 수상 소식을 처음 접한 건 평소에 친분이 있었던 안무가가 연출한 춤 공연을 보러 청주에 내려가 있을 때였다. 작가의 여고 동창이기도 한 극작가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한강 노벨상!!” 처음엔 어안이 벙벙하고 정말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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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진실은 어떻게 드러나는가-한강 장편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문학과지성사, 2010)
[기획/특집] 시와 소설로 보는 2010년 명장면들 진실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한강 장편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문학과지성사, 2010) 이선우 한강의 자리는 독특한 데가 있다. 등단 17년, 어느덧 중견작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시간이 흘렀고 작품이 쌓였다. 문학을 한다는 사람은 누구나 알 만한 이름이 되었고, 굵직한 문학상도 몇 차례 거머쥐었다. 최근에는 동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녀는 한 번도 문단의 중심이었던 적이 없다. 그렇다고 주변부였다고 말하기도 곤란하다. 중심이 되기에는 시류를 너무 타지 않았고 주변부가 되기에는 소설을 너무 잘 썼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단순한가? 이 세계의 폭력을 온통 자신의 것으로 앓고 있는 한강의 저 진지하고 예민한 주인공들은 그럭저럭 한 세상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들에게는 확실히 불편하고 비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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