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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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제2회] 핸드폰
핸드폰을 통해 들여오는 애인의 목소리만으로, 핸드폰 화면에 뜨는 애인의 문자나 사진, 혹은 애인이 핸드폰으로 보내온 동영상만으로 우리는 자신의 사랑이 충만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런 것들은 사랑의 정찬을 먹지 못하는 연인들에게 있어 애피타이저나 패스트푸드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요. 구석본 시인의 「핸드폰」이란 시는 바로 이런 문맥에서 읽혀야만 합니다. 아마 시인은 실연했나 봅니다. 실연의 본질은 사랑하는 애인을 직접 대면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냄새를 맡을 수도, 키스를 나눌 수도, 손을 쓰다듬을 수 있는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지요. 그렇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애인의 목소리는 아직도 시인의 핸드폰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그리운 애인의 목소리, “사랑한다”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시인의 행복할 겁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녹음된 목소리만을 들을 수밖에 없기에 시인은 불행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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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세상엔 몹쓸 구신도 많아
새벽부텀 요시랄방정 돌방정 떤다꼬 벌써로 나가고 없다 니 말들어봐라 요즘 김내규씨 사업한다꼬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전철 광고판에 명함 꽂는다 명함을 한 달에 삼천 장씩 꽂아 그것도 자기 돈으로 찍고 택배 값도 다 지 모가치라 그거를 니꾸사꾸에다 넣고 전철 직원들한테 걸리모 벌금 내야 된다꼬 새벽부터 불알에 요령소리 나게 뛰댕긴다 한 달에 한 명 올똥말똥이라 우짜다가 등신 칭다리 그튼기 걸리들어서 겨우하고 포도시해서 계약했다꼬 오 만원 수당 생긴담서 하 좋다 카다가 며칠 지나면 고갤 쩔래쩔래 흔들고 가뿐다케 말짱 도루묵이라 한 달 핸드폰 값이 십 만원이 넘게 나온다 내는 핸드폰 끼고 살아도 사 만원이 안 넘어 이기 말이 되나? 앙! 쇠씹꼽 떼 처묵다 배애지가 터질 문디 새끼덜이 늙은이 똥개 훈련시키고 핸드폰 값 달달이 띠묵고 내 속도 다 디집는다 사업? 쇠 디비시 날아가는 게 백배는 수월타케도 웃기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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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지구인 정복일지
“내 핸드폰 어디 갔어! 내 핸드폰!” 가긴 어딜 가겠어. 잠깐 쉬고 싶어서, 숨은 건데. 하지만 지구인은 학교에 가는 것도 잊어버리고, 나를 사방팔방으로 찾으러 다녀. 그 모습이 얼마나 애처로운지.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아기야. 그럼 나는 아까부터 옷 밑에 깔려 있었다는 듯, 누워 있어. 슬그머니 엉덩이가 보이도록 삐죽 내미는 것도 잊으면 안 돼. “찾았다! 내 핸드폰!” 지구인은 나를 들어 올리며 엄청 기뻐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방긋 웃는 미소. 귀여워. 정말 귀여워. 참 지구인 키울 맛이 난다니까. 다른 외계인들이 왜 지구인, 지구인 하는지 알겠더라고. 아무튼 지구인과 놀 때 숨바꼭질은 최대한 자제해. 숨바꼭질 두 번 했다가는 지구인 숨넘어갈 것 같거든. 불쌍하니까, 다들 적당히 해. 밖에 나와서도 나를 향한 지구인의 사랑은 끝나지 않아. 나는 대충 의미 없는 글자, 사진, 동영상을 보여 주며 지구인과 놀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