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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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고백
고백 강이현 내 안의 창문은 전부 닫혀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이라는 옷을 입고 다녔다. 옷은 무거웠다. 괜찮고 괜찮지 않은 날에. 미안하고 미안하지 않은 날에. 너는 자주 물었다. 내가 한 질문을 나에게 돌려주었다. 물음 하나쯤은 지울 수 있다고 믿었지만 어떤 말은 하지 않은 말보다 오래 남는다. 방 안 어딘가에 눌어붙어 있음을 나중에 깨닫는다. 누군가를 떠올리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다. 내일도 그와 함께 밤을 견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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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윤지양 좋아하는 시에 대해 흥분하며 말하고 싶다 탁자를 치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러나 가까이에 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서 혼자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다 컴퓨터를 두드리고 눈이 뻑뻑할 땐 인공눈물을 넣었다 그런데 정말 좋은데요 좋은 걸 어떡해요 방금 넣은 눈물이 흐른다 왜 좋으냐고 물으면 모든 말을 잊을 것 같아서 탁자는 견고해진다 날이 기울면 크고 흰 새가 왔다 가곤 했다 이해하는 사람은 입을 다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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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진은영 내 죄를 대신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해 내 병을 대신 앓고 있는 병자들에 대해 한없이 맑은 날 나 대신 창문에서 뛰어내리거나 알약 한 통을 모두 삼켜 버린 사람들에 대해 나의 가득한 입맞춤을 대신하는 가을 벤치의 연인들 나 대신 식물원 화단의 빨간 석류를 따고 있는 아이의 불안한 기쁨과, 나 대신 구불구불한 동물내장을 가르는 칼처럼 강, 거리, 언덕을 불어 가는 핏빛 바람에 대해 할 말이 있다 달콤한 술 향기의 전언을 빈틈없이 틀어막는 코르크 마개의 단호함과 확신에 대해 수음처럼 또다시 은밀해지려는 나의 슬픔에 대해 할 말이…… 나 대신 이 세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희망하는 이들과 나 대신 어두워지려는 저녁 하늘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검은 묘비들 나 대신 울고 있는 어머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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