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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월장원
이제 며칠 후면 글틴캠프에서 보고 되겠군용혹시 글틴캠프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거나 이번에 저와 어떤것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으면 메일로 알려주세용^^ 적극적으로 반영할게용 12월 월장원 후보작입니다 <12월 1주 장원>역사 -바슬바슬 뾰족한 빌딩과 은하수 없애는 전조등 시위자의 구호와 기계소리에 해는 끝내 쓰러지며 피를 쏟았고 세상은 뜨거운 김을 뿜는 맑은 선지에 뒤덮이며 사람들은 울적해졌고 한강은 핏물로 뒤덮였다 플라타너스 잎사귀 끝엔 핏물이 뚝 뚝 떨어지고 구름은 피 먹은 솜뭉치가 되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밤이 되자 달이 찾아와 은빛 소낙비를 쏟아주어 하수구로 땅으로 나무 껍질로 호수는 가시지 않은 붉은 빛과 노란 물결 산들바람은 잎사귀에 부딪혔다 핏물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공사는 재개되었고 도시의 빛은 하늘을 뚫었으며 고함과 소 울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또 오늘이었습니다 -신애 오늘도 하늘의 무게를 느끼면서 집을 나섭니다 십분을 기다려 만원 버스를 타고 하염없이 달립니다 빗방울 부딪히는 창은 오늘도 보이지 않습니다 기나긴 하루는 비에 축 젖어 저만치 엎드려서는 움직이질 않습니다 수많은 말들이 머리를 스쳐갑니다 몇몇은 뇌리에 남지만 몇몇은 땅으로 스며듭니다 몇몇은 웃으며 증발하지만 몇몇은 가슴에 새겨집니다 자조로 날아간줄만 알았던 말들이 남긴 앙금에 어제의 상처가 쓰립니다 눈물은 말라 비틀어진 핏방울 지워지지 않는 자국이 됩니다 그러나 나는 의자와 하나가 되어 모든 것을 잊습니다 그러나 나는 의자와 하나가 되기 위해 잊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저만치서 울고 있던 오늘 하루 조차도 의자에 앉은 채 무너져내린 조각조각을 겨우 주워 넣고 다시 십오분의 기다림과 보이지 않는 창을 흘러갑니다 눈앞을 가리는 조각난 몸뚱이들 손잡이를 움켜잡은 조각 잃은 손 모두가 죽어버린 고요의 집을 향해오랜만에 밤입니다 지쳐버린 나는 하루의 기억을 종이 접듯이 접어 비행기로 날려 보냅니다 슬픈 나도 화난 나도 우울한 나도 내일이면 또 다시 들어찰 내 가슴의 페이지들을 그렇게 그리고 나는 잠자리에 눕습니다 오늘이 가는가 싶게 또 내일이 오는 것을 봅니다 우울한 나도 화난 나도 슬픈 나도 오늘의 눈물 잃어버린 조각들 가슴의 상처와 보이지 않는 빗방울과 어깨의 무게도 그러나 오랜만에 찾아온 밤은 쉽게 다시 오지 않습니다 내일은 밤을 쫓아내자 마자 저기 보이지 않는 곳까지 느린 달림을 시작합니다 나는 그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걸음들 속에 있습니다 경기는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수많은 어제와 오늘가 내일들 밤의 찾아옴과 그 덧없는 이별 그리고 밤마다 날리는 비행기들도 장날 -사그랑이 장날이다 장이 섰다종일 서 있다 무릎 반쯤 접으면되려 장사꾼 무릎 반쯤 펴진다눈알 요리조리 굴리고일단 목청껏 외치는데파르르 떨리는 양 발,호주머니 툭 하니 삐져나와이쪽은 생선들이 대롱대롱저쪽은 과일들이 주렁주렁집에 어찌 갈지, 한 발짝 떼려면손뼉치며 연방 떨이를 부른다시장통 황구가 짖는다완전히 일어나 무거운 호주머니를 느끼고무릎을 접는다, 주저앉는다 강 -로자르아힘 깊이를 쫓아 불빛이강물 위로 뛰어든다바람이 저 손짓을 몰고강물의 이마를 짚고주름진 것들 흘러흘러물살의 깊이를 만든다그늘지면 불빛이 물가를 찾듯사람들 마음 속 그림자강물에서 잃었던 몸을 본다저 어두운 깊이의 아득한 목청흐르는 것들의 이름이 울음이라면강은 빈속을 울음으로 채워물에게 집을 주었다모든 것이 멈춰서는 물 앞에서끝없는 손길 떠밀어해가 져서 고개를 떨군 풀잎 쓰다듬는다집 잃은 사람들 다시어머니 뱃속으로 돌아와이루지 못한 꿈마저 꾸고강물은 제 몸에 뜬 별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12월 2주 장원>왕버드나무-와에 그 나무는 그림자가 깊었다오랜 세월 동안 양분을 끌어올리다하늘이 만져지도록 우듬지가 깊어졌다쨍쨍 내리쬐는 날도 이젠 팔 쭉쭉 뻗어가며지팡이 짚은 노인들 그 품 안으로 끌어들였다시온이네 할매도, 정안이네 할배도언제나 그 그늘 아래 평상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나무의 부피가 점점 늘어나는 것만큼그늘이 깊어지고 아랫도리가 썩어가는 나무그러다가 재개발에 밀려 마을 사람들하나 둘 떠나버리자이젠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나무한 쪽 가지는 말라 죽고 그 깊은 그늘 속으로무당거미만 찾아와 팽팽한 그물을 친다밤이면 별들만 나뭇가지에 걸려그 시절을 아파할 뿐충남 서천시 한산면 논두렁마을제 풀에 지친 왕 버드나무 밤이 되자달빛에 비친 제 그림자에 화들짝 놀라고 있다 <12월 3주 장원>새하얀 한없이 하얀-사그랑이 알 밴 장딴지 같은 무를 가져오시더니 깍두기 담그신단다부엌 한켠에 쪼그려 앉아주름 주욱주욱 간 도마 꺼내어 놓고 뭉툭한 손날을 움직이신다두어 조각 네댓 조각도마와 칼이 새의 부리모양으로삼키지 않고 연신 뱉어낸다목구멍을 지나 발끝부터 쌓여가며땅속 서늘한 곳에 있던 무내 속을 얼얼하게 헝클어 놓는다대야 속 허공이 조각무 끝에 깎이고 있다그래도 틈새는 있기 마련이라고 속을 헤집다가무 한 조각 조각마다 흘러나오는허공의 결정結晶을한없이 바라본다머릿속이 얼얼한 게 눈가에 침이 고이는 것이새하얀한없이 하얀 무맛인가 보다 유리 속 세상 -레이피어 유리로 본다. 한 마리 어항속 금붕어가 되어 뒤죽박죽한 세상 구경한다. 가까이 보듯, 멀리 보듯 거침없이 변형되는 물질의 세계. 눈망울이 각지고 입술이 비스듬하지. 혹시 내 눈에 유리가 씌워졌을까. 비비고 또 비벼도 떨어지는 건 서러운 눈썹뿐. 머리가 길어지고 작아지는 신비함은 어느 누군가의 중상모략일지. 투명하다고 다 똑같은가. 유리 속 너와 내가 똑같은가. 눈동자로 비치는 수많은 너와 나. 어느 것이 진짜 나일까. 하늘 처마 끝 고드름이 눈물로 보이는 우리가 갖힌 유리의 세상. 확대되어 나타나는 이미지들. 다가갈 수 없어 만져도 얼음처럼 차가움으로 손이 얼 뿐. 아직 보이지 않아. 흐르지 못한 눈의 가루가. 심장 속에서 타고 남은 촛농이. 붉게 피어오른 적혈구의 향연이. 유리 안은 달콤한 환상의 세계. 누군가 유리를 가열해줘. 뜨거워진 우리의 심장이 둘러싼 유리를 깨트릴 수 있게. 아직 유리 안에는 얼어붙은 장미들이 숨쉰다. 유리로 만든 가시덩쿨에 둘러싸여 장미인지도 모른 채. <12월 4주 장원>두부 -상상필 십오년 입니다 이열종대 검은 양복들의 인사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두부 모두 한입씩 베어 뭅니다 직육면체 두부의 모난 귀퉁이가 눈 녹듯이 사그라듭니다 순백의 입자가 오물오물 주름을 만들어 웃음이 됩니다 어쩌면 말이죠 저는 십오년이란 시간동안 저 두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완고한 두부가 되었습니다 귀퉁이가 도렷해 직육면체로 낙인찍힌 두부 다른 이는 알까요 나도 저 두부처럼 한입 베어 물면 제 한 귀퉁이 내어드릴수 있다는 걸 말입니다 겨울입니다 저는 십오년을 무르익은 두부입니다 오늘은 추운겨울 찬 두부의희망에 찬 출소일입니다 거울 -복톡스 언니가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한다 진한 파우더에 가려지는 언니의 그늘 거울에 비춰지는 양 볼에 발갛게 물든 햇살 작게 난 창으로 보이는 노을 그 끝에 걸쳐진 언니의 아슬아슬한 노래 언니는 붉은 웃음을 몇 번이나 덧바르고 바닥에 뒹구는 짧은 치마를 입는다 바다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그물 같은 망사스타킹 속으로 언니의 다리가 잡혀 들어가고 언니는 자꾸만 거울 속의 여자를 확인한다 구겨진 채 버려진 휴지마냥 언니의 등이 잔뜩 구겨져 있다 설거지통에 먹다 남긴 불은 라면처럼 언니의 노란색 파마머리가 곱슬거린다 세 평 남짓한 작은 방이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침묵 거울 속의 여자는 말이 없고 언니가 신고 나가는 빨간 하이힐의 위태로운 발소리 뿐 언니는 그렇게 매일 웃음을 덧칠한다 인형 같은 언니의 아름다움을 비추는 거울은 뒷모습을 비출 수 없다 공룡알-블랙홀 어둠 속 싸하게 입김을 몰아쉬며 뼈대를 세우는 공룡들 두 다리와 팔이 세계를 어루만지며 검은 어둠을 둥글게 끌어안는다 잔뜩 움츠린 허공의 살들이 종일 꿈속을 헤매는 고성공룡박물관 중앙에 서 있는 마이아사우르스 썩은 공기를 들이쉬고 내뱉으며 어룽거리는 폐를 부풀린다 사라진 갈비뼈 하나 바다 끝에서 잃어버린 몸을 찾는다 뼈만 앙상한 허기진 배 아래로 살며시 들어가 상처를 감추고 너덜너덜해진 몸을 태아처럼 웅크린다 바다에 속을 게워낸 푸른 알 물고기들이 드나들던 빙하기의 눈동자 점점 바다로 돌아간다 비릿한 몸이 아파오고 잔소금이 따갑게 살갗을 파고든다 내 몸은 단단한 알껍질에 싸이고 눈과 심장과 뼈들이 하나로 섞인다 꼬리뼈가 삐걱삐걱 어둠을 가르며 심해로 돌아간다 푸른 반점의 눈동자를 굴리는 알 하나 비릿한 순산의 시간이 다가온다 <12월 5주 장원>일요일 -얼룩말 새색시처럼 곱게 바른 화장 오래전 큰아들이 사준 맨드리 고운 한복도 차려 입는다 부엌이 소란스러운 일요일 한낮. 잔멸치를 달달 볶는 동안 큰 솥에서는 올차게 여문 옥수수가 달지근한 김을 낸다 상에 올린, 아껴둔 은수저 식혜 사발에 띄워놓은 꽃잎 한 장 서울에서 큰 삼촌이 오는 일요일. 문 여는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할머니는 굽은 등허리를 숙여 무드럭지게 차린 밥상을 내온다 활짝 열린 대문 사이로 손님 발자국 소리같은 낙엽 한 장, 남실바람에 등줄기를 펼친다. 구름의 오늘 -레옹 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끼이지 않았다.거대한 고래와 아름다운 말갈기를 가진 말,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노파와 주인없는 활,빛 여린 꽃 밭을 집 삼은 나비들이,오늘은 구름이다.나빗빛 그림자로 세상을 가득 메울 듯 하더니어느덧 나비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고래가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고래는 게걸스러운 이빨로 말을 포용하고노파의 뼈와 주인없는 활로 이빨을 쑤신다.포만감의 기쁨은 꼬리로, 허공으로,꽃밭으로 전해진다.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끼이지 않았다.배부른 고래와 주인을 잃은 말갈기,가죽 밖에 남지 않은 노파와 주인을 찾은 활,어둠 서린 꽃 더미를 배회하는 나비들이오늘은, 구름이다. 자 그럼 12월 월장원 결과를 볼까요^^ 도약 기술 착지 <역사> 7점 8점 9점<일요일> 8점 7점 10점<또 오늘이었습니다> 9점 9점 9점<장날> 8점 9점 8점<강> 10점 7점 8점 <공룡알> 9점 7점 7점<거울> 7점 7점 9점<새하얀 한없이 하얀> 8점 8점 8점<유리속 세상> 9점 7점 9점<왕버드나무> 10점 10점 9점<구름의 오늘> 10점 10점 10점 체조는 시 쓰기와 아주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시상을 처음, 어떻게 굴러서 도약할 것인지어떤 묘사와 진술을 사용해서 매력을 끌고 포인트를 올릴 것인지그리고 마지막에 얼마나 완성도 있는 착지를 할 것인지를 모두 고민해야 하니까요하지만 시와 체조의 차이가 있다면 체조는 상대평가를 할 수 는 있지만 시는 절대평가도 존재한다는 거 이번 월장원은 다양한 후보작들의 베틀이었기에 이렇게 유머스럽게 배팅을 해보았어요^^ 점수는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다들 너무 좋은 작품이고 앞으로의 과정에 모두 시의 금메달을 기대할게요^^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시에는 승리보다는 극복이 더 먼저랍니다^^ 12월 월장원은 <레옹>의 <구름의 오늘>로 결정했어요.아마 제가 올해 본 글틴 작품 중에 이 작품이 가장 수일한 이미지를 자랑하는 것 같아요좋은 시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시를 쓰는 사람들에겐 이처럼 큰 축복이죠^^하지만 레옹의 시는 레옹만의 것으로 그쳐야 합니다. 레옹이 다른 시작법에 기댈 때 자신의스타일을 잃게 되고 다른 친구들이 레옹의 시를 닮는 것도 우습겠지요^^ <구름의 오늘>은 초현실주의적인 시상전개가 매력적인 작품이면서 전체적으로 안정된 행간의 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월장원으로 선택했어요. 우리나라 시의 풍토에서는 보기 드문 시작법이기도 하지만 드물고 귀한 시적태도라고 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