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깃털
2011년 《문장웹진》이 주목한 젊은작가 6인 깃털 이유 한 번은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은 안 된다. 지금껏 고지연의 결혼생활을 유지시켜준 주문(呪文)이었다. 전남편과는 일 년도 못 가 헤어졌다. 그녀와 같은 구청에 근무하는 직원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녀처럼 한 번의 실패 경험이 있고 무뚝뚝하지만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처음 손을 잡았을 때 다시 손을 놓을 수 없겠다 싶었다. 이 사람이었구나, 그랬다. 그러나 결혼하자마자 온갖 복잡한 문제들이 곳곳에서 지뢰처럼 터졌다. 그녀에게 우호적이기만 하던 시댁과도 갈등이 생겼고 무엇보다 경제적 곤란이 그들을 압박했다. 남편이 다니던 건설 회사를 그만두고 덜컥 학원온라인사업에 뛰어들면서부터였다. 초반부터 삐걱삐걱 잡음이 나더니 그녀의 월급까지 차압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누구신지……
2011년 《문장웹진》이 주목한 젊은작가 6인 누구신지…… 최민석 1. 설렘은 익숙한 것도 낯설게 한다.(2011년) 남자는 눈을 뜨자마자, 깜짝 놀랐다. 반라의 여성이 옆에서 곤히 자고 있기 때문이다. 간밤의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내가 지금 여기 왜 있는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깨질 듯이 무거운 걸 보니, 어제 필시 기억이 절단될 만큼 술독에 빠진 것 같다. 이때, 여자가 눈을 뜬다. 드러난 자신의 가슴과 그런 자신을 보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깜짝 놀라 말을 한다. “어머. 누구세요?” 남자가 대답한다. “네. 저. 그게…… 실은 저도 제가 누구인지…….” 이번에는 남자가 묻는다. “……그런데 그……그쪽은 누구신지?” 이번에는 여자가 대답한다. “그러고 보니, 저도 제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어요.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대통령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남자는 아연한다. 분명 이상한 여자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육인용 식탁
201 2011년 《문장웹진》이 주목한 젊은작가 6인 육인용 식탁 손보미 먼저 도착한 사람은 윤과 그의 아내다. 내 아내는 그들을 거실로 안내한다. 그들이 도착하기 바로 전까지, 나는 베란다 창문 너머로 검은 하늘이 끊임없이 뿌리고 있는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굉장한 눈이다. 저 멀리서 두 사람이 눈을 푹푹 밟으며 아파트 광장 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인다. 나는 그들을 더 자세히 보고 싶어서 실눈을 떠보지만, 결국 그들은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아무도 없다. 텅 비었다. 윤 부부는 신발을 벗기 전에 현관에 서서 외투를 벗고 탁탁 소리 나게 눈을 턴다. 아내는 외투를 받아서 현관 옆에 있는 옷걸이에 걸어 둔다. 윤의 아내는 눈이 엄청나게 내리고 있다며 호들갑을 떤다. 차가 막히지 않았냐는 나의 질문에 윤의 아내가 웃으며 대답한다. “우린 지하철을 타고 왔어요. 차를 몰고 나왔다면 큰일날 뻔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