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토마토 축제
2012년 《문장웹진》이 주목한 젊은 소설가들 토마토 축제 이종산 숲으로 가자. 잉어가 말했다. 숲에는 빨갛고 둥근 토마토가 있어. 빨갛고 둥근 엉덩이가 아니라? 빨갛고 둥근 토마토 한 바구니. 잉어가 수프를 끓이던 중이었다. 잉어는 요리사다. 잉어는 붕어와 함께 살았다. 붕어는 숲에 가기가 귀찮았지만 토마토는 좋아했다. 잉어가 해주는 토마토 수프는 붕어를 따뜻하게 해줬다. 그래서 잉어와 붕어는 숲에 갔다. 그리고 숲에서 두 사람은 헤어졌다. 잉어는 잉어를 닮은 요리사고 붕어는 자주 깜빡 잊는 여자다. 이것은 잉어와 붕어가 숲에서 헤어진 지 일 년 만에 다시 만나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다. * 여름에, 잉어에게 전화가 왔다. 나야. 누구? 잉어. 깜빡 잊었어. 다행이다. 뭐가? 너무 많이 변했을까 봐 걱정했어.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두기
2012년 《문장웹진》이 주목한 젊은 소설가들 두기 김엄지 두기는 누구도 닮지 않았어요. 나는 두기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를 조기에게서 들었다. 두기의 이름이 두기라는 것도, 두기가 자기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초등학교 때부터 자퇴와 복학을 반복했다는 것도, 아주 어릴 때부터 휘파람을 불었고, 시도 때도 없이 휘파람을 불었기 때문에 주의력결핍을 의심받았지만, 아무런 정신과적 소견은 듣지 못했다는 것과 그래서 가족들은 약간 실망했다는 것도. 차라리 두기에게 장애가 있었더라면 가족들은 두기를 이해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 지금 두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뭐니? 조기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꼴통이잖아요, 대답했다. 두기는 지금 사춘기니? 나는 조기에게 물었고, 조기가 대답하길, 만약 지금 두기의 상태를 사춘기라 한다면, 두기는 이미 여섯 살부터 사춘기였을 것이라고 했다. 원래 이상한 아이라는 것이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객잔
2012년 《문장웹진》이 주목한 젊은 소설가들 객잔 이상우 객잔은 흑백이었다. 호롱의 불이 꺼지면 대나무 숲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침상에 누워 눈을 감아도 잠에 들 수 없었고, 자연히 꿈도 꾸지 못했다. 아주 멀다가도, 너무 가깝게도 휘파람은 내 근처에 머물렀다. 근처. 보이지 않으니 가끔 울었다. 울다가도 이해할 수 없으니 결국 웃었다. 그러다 보면 아침이 밝아 왔다. 마당을 쓸었다. 바람이 불자 꽃잎이 축축한 소리를 냈다. 첫날에 본 시인도 이처럼 비질을 하고 있었다. 안개를 지나 객잔에 도착하니, 옆구리에 호리병을 낀 사내가 말했다. 선택을 해야 할 거요. 고려 억양의 말투로, 남자는 자신을 규보라 소개했다. 안개에서 벗어나자 풍경이 색을 잃었다. 온통 흑백이었다. 나는 마당 구석에 꽃잎을 모아 두고, 천을 냇가에 담가 적셨다. 규보가 떠난 뒤,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