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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큐레이션

한국 문학 자료를 담은 문학DB에서 문예지, 근대문학총서의 작품들을,
현대적인 문장웹진 등에서 매주 추천하여 보여드립니다.
1970년대의 감성부터 현대까지, 지금 봐도 세련된 문장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나 보세요!

munjang

글틴

상자

안녕, 보고 싶었어. 너는 누구야?널 정말 모르겠어. 상자를 열면사람들은 언제나 분주하고오갈 데 없어보이지만 모두 모였다가 흩어지길 반복하고.너는 한 사람도 빠트리지 않고 보고 있어. 그렇지? 그 속을 들여다보면서. 시인의 사랑에 대해 오래 생각하는 너가 보여. 곤히 잠들 수만 있다면 그들의 꿈 속에 깊은 기도를 새겨주고 싶어하는 마음.나는 이 상자를 뒤흔들고 싶어.그러나 몇 개의 결핍과 몇 개의 목마름을그리고 몇 번의 서러움을 발견했을 뿐. 여전히 모르겠어.상자를 열고 손을 집어 넣어보아도.몇 움쿰의 이야기가 속절없이 손가락을 타고올라온다 해도전혀 배고프질 않아.도저히 목마르지가 않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어.내 어깨를 스쳐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행인들,얼굴 없이 저마다 어디론가 떠나고 있어. 나는 상자를 버렸어. 어딘가 잃어버린 것 같았지만오래된 잠에서 깬 기분이 들었어. 너가 누구인지는 다음에라도 알려줘. (추신. 그 꿈에서 깨지 마. 너는 여전히 상자를 갖고 있잖아.)

2024.05.05 옥상정원
거울 속 붕어빵 낚시

거울이 흐르는 물결에 손을 걸어봐요날 닮아 속이 밍밍하고 겉이 차가운 그런 물의 흐름겨울의 길이었다거울 속 겨울의 길에 흐름의 대표는눅눅하고 속이 다 밖으로 등장한 붕어빵잡고 싶지 않고 보기도 싫어나는 거울을 밖에다 버리려고요집 밖에는 비가 오고 있어요주르륵주르륵 주르륵주르륵빗 속을 확대하니나무가 노란 마스크를 쓰고건물들이 죽이 되어 썪여지고아이 한 명이 울고 있네요비는 모두의 심장이 담긴 그릇이다이 그릇이 땅과 얼굴을 비비면결국 깨지고 파편이 흘러 다니겠지붕어빵도 모두 파편에 맞아더 물의 길이 진해지고더 많은 팥을 물에 흘리겠지검은 팥으로 물들 거울을 생각하면내 심장이 시끄러워지지만또 한 명의 내가모두의 심장의 눈물이 담긴 그릇에 살게 두고 싶지 않아거울의 흐름을 다시 집으로 데리고 와요다시 보는 붕어의 얼굴과물의 깊이깊게 파편이 자리 잡고 있지만내가 그 파편을 위해낚싯대로 붕어를 잡으려고요끌어 올려요하나, 둘 영차눈물을 흘린 왕의 모습을 처음 본나의 모습자세히 본나의 겨울 길

2024.05.05 송희찬
비쩍마른 새

오래 전에귀히 여겨서 묶어두었던 꾸러미.그 언제였던지, 이제는 귀함 모르고 그 뜻도 잊혔다 벽 속에 갇힌 새들은그 얼마나 날갯짓 하던가. 내 가슴에 묻었던사랑이란 그립구나.당신 누군가는 무릇 그러한 간절함이라면시퍼런 밤에 떠오르기 마련이라 했지만오후 네 시, 누우런 그 세상을 보고 있자면가슴에 묻힌이름이란 슬프다.그것이 과연 내 이름일진대,그 이름과 나는 다른 사람.그가 알던 기쁨을 나에게도 가르쳐준다면좋으련만, 그리움 없으련만.

2024.05.05 백주원
첫사랑

나의 하늘이연이 기억으로 쌓인 무수한 유성우의 편린들 사이 고요한 달빛이 내리는 해안의 포말 속에서그렇게 반짝일 수 있었던가 네가 건넨 하얀 조개 껍질에 비치는 그곳에서는 분명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늙어 바스러진 파도의 선명한 고동 속에서는 분명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눈동자를 스치고 날아간 하늘을 가득히 끌어안으며 생각하였다 투명히 깨어진 달의 조각이 잠자는 해안을 넘어시간의 끝 먼 바람의 자리까지 날아가 버린 하늘을

2024.05.04 체르카소프
여름이 불어

너에게 여름이 불었다.피곤한 얼굴에 습기가 어렸다.새벽이슬은 숨을 몰아쉬었다.여름의 향기를 그러쥐었다.거친 하늘에 희미한 어스름이,습기에 번진 캔버스는 꽃을 피웠다.향기가 파랑이 되어 철썩였다.별빛은 사그라들었고, 눈은 먼 곳을 향해 까마득했지만,지평선에 가라앉은 태양은 까만 새벽을 노려보았지만,아직 꿈의 품에 가라앉은 나는, 옅은 어스름에 물들어,거리의 고즈넉한 그림자에게는 빛을,길목마다 화읍스름한 꽃들에게는 비를,벽돌과 벽돌 사이의 틈새에는 시름을,빗물이 고여 웅덩이진 도로 위에는 잎새를,우산을 타고 부유하는 빗방울들은 부디 원해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를,또 젖어 들어가는 여름의 활기와 다투는 나의 소란스러운 글씨는,향기를 몇 자 써내려,저 동틀 녘은 해변이요, 어슬 녘은 굽이치고 너울지니,파도에 휘저어, 또 기어코 녹아들어 온 하늘에 퍼졌다.하늘에 여름이 불었다.무기력한 오늘은 더욱이 눅눅해지고,피곤한 이슬은 새벽을 몰아쉬며,너에게 어린 습기를 그러쥐고,희미한 어스름이 향기를 피웠으며,캔버스에 번진 꽃은 여름이 되었다.

2024.05.04 별무리
봉우리의 시선

구르고 굴러 도착한 봉에 텅 빈 눈들이 돌과 나무 사이 빼곡히 자랐다 구름 위로 솟은 봉의 빛이 들지 않는 험지에서도 눈들은 잘도 자라난다 여기저기 흘깃대는 눈 탓에 일찍이 등반을 포기한 바람이 끌려왔다 시선에 얼어붙은 바람이 엉금엉금 소나무 위로 도망가니 친구를 잃어버린 자갈이 강판에 갈려 뾰족한 얼굴을 쳐들고 엉엉 우는구나 얼굴을 갈아버린 친구가 끌려가는 줄도 모르고 친구에게 버려져 우는 꼴을 보고 오랜만에 피가 도는 눈들은 누구의 몸에서 떨어졌기에 이러는 것인지 덜덜 떠는 눈들은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휙 돌아본 구멍들에 시선을 뺏기고 덜덜 떠는 것은 우는 것에 가까운 것이겠지 피가 발바닥에 모여 아우성치는 심정을 느끼지 못하는 눈들은 시선을 돌리지 않는데, 비쩍 마른 심장의 근섬유들이 비명을 지르며 수축한다 알았다, 저 눈들도 여기에 굴러 도착한 몸에서 떨어졌을 것이다 쓰러진 몸, 관성으로 굴러나온 눈들이 태양을 피해 그늘까지 질척댄다 부끄러운 심정이 마를까 두려워 서둘러 도망가지만 이미 빛에 닿았다 후회가 하늘로 솟아 해를 가리고, 텅 비어버린 눈에 빛이 담길 일은 없겠지 아, 아직 후회로 가득 찬 몸이 보인다, 출렁거리는 후회로 피부호흡하는 몸이 어느 한 구석이라도 후회가 꽉 막고 있는데 눈이 있을 부분에 돌이 박혀 있다 빛을 쬐니 돌에서는 연기가 나고, 아까까지 잠들었던 혈관이 헐떡인다 도저히 해내지 못한 일을 하는 돌을 보니 떨어지길 잘 했다고 자축하고 기우는 해를 따라 자리를 옮기려고 하다 꿈틀거리는 눈들의 행군에 휘말렸다 이미 말라버렸는데 무엇을 두려워 하길래 빛을 피하는 것인가 너희들의 후회가 이미 햇빛을 납치했다는 것도 모르고, 저 빛은 누군가 던진 발열전구에서 나온 줄도 모르고 겁에 질려 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너희들의 시선은 고삐를 벗겨 날뛰게 두고 조금의 시선도 받지 않으려는지 일정하게 꿈틀대는 행군에 계속해서 휘말리니 바보라도 된 기분이다 돌고, 밀쳐지고, 돌고, 도망가고, 어째서인지 그림자에서 맴돈다 ㆍ돌아라, 돌아라! 버러지들, 도망친 버러지들! 나를 버렸겠다, 나만 여기에? 용서하지 않아, 버러지들, 현명하게도 도망쳤겠다! 나는 때를 놓쳤는데!

2024.05.04 데카당
백일몽 그 이후에

시인이 사랑하지 않으면 쓰겠냐고 했던 나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이상을 꿈꾸는 걸 만끽했던 나는 이를 망상이라 칭하게 됐고 너 덕분에 밥 먹는다고 했던 나는 입에 물만 축이고 살고 맛있는 건 나중에 먹는다고 했던 나는 고기만 건져 먹고 버렸고 잠은 많이 잤지만 얕고도 쪼개진 후에는 꿈을 더 이상 꾸지 못했다 펜은 더 이상 문장을 이루지 않고 문자와 숫자의 배열 만이 나란히 했다 필명을 지우고 이름 칸에는 다시 내 이름 석 자를 썼다

2024.05.04 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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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jang
공지사항 2024년 문장웹진 문장서포터즈 모집

2005년부터 운영된 국내 최고(最古) 온라인 문예지 문장웹진에서 문학 콘텐츠 발굴 및 문학애호가·예비 작가 지원을 위한 서포터즈를 아래와 같이 모집하오니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모집 일정 ㅇ 공고 및 지원 : 2024. 4. 29(월) ~ 5. 3(금) 23:59 ㅇ 발표 : 5. 17.(금) ㅇ O.T : 5. 28.(화) 14:00 / 서울 혜화역 인근 (*일정에 따라 변동 가능) □ 모집 대상 ㅇ 선발인원 : 6명 ㅇ 자격 :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 ※ 우대사항(별도 증빙 필요) - 글틴 월 장원 선정자 -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자 - 문학 전공 대학(원)생으로 교수의 추천을 받은 자 □ 활동 기간 ㅇ 임명일로부터 12월까지 □ 활동 내용 ㅇ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수도권 및 지역별 문학 행사, 문학기반시설(작은 서점·문학관 등)을 체험하거나 문예지, 문학 작품을 읽고 콘텐츠화하여 문장웹진(https://munjang.or.kr/webzine)에 소개한다. (총 3회) □ 활동 혜택 ㅇ 문장서포터즈 임명장 수여 ㅇ 서포터즈 활동에 필요한 교통비 및 도서구입비 지급 ㅇ 3건의 활동 완료 시 총 60만원의 활동비 지급 □ 지원 방법 ㅇ 문학광장>참여광장>공모전 ▶바로가기 : 목록 | 공모전 | 참여광장 : 문학광장 (munjang.or.kr) ※ 문학광장 회원가입 후, 지원신청서 양식 다운로드 받아 작성하여 제출 ※ 글틴 월 장원 선정자 : 월 장원 선정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월 장원 선정 공지, 명예의 전당 캡처 등) 첨부 ※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자 : 수상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상장, 상패 사진, 기타 자료 등) 첨부 ※ 문학 전공 대학(원)생으로 교수의 추천을 받은 자 : 교수추천서(이름, 생년월일, 추천이유, 교수 서명 필수 포함) 첨부 □ 접수 및 문의 ㅇ 담당자 연락처 : 061-900-2337

2024.04.26
공지사항 [이벤트] 2024 문장웹진 보물찾기

2024 문장웹진 보물찾기 이벤트 나만 알고 싶은, 다시 보고 싶은 문장웹진의 작품을 모두에게 소개해주세요! ㅇ이벤트기간 : 2024. 1. 2 ~ 1. 31. ㅇ당첨자발표 : 2월 중순경(당첨자 개별연락) ㅇ이벤트경품 :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9명) ㅇ참여방법 1) 설문조사 링크 접속(▶https://naver.me/5XTVOjIu) 2) 최근 5개년 문장웹진의 작품 중 2024년에 다시 소개하고 싶은 작품과 그 이유 입력 3) 나머지 항목 입력 후 설문 폼 제출 ㅇ문의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부 문학광장 담당자 061-900-2337, 2323 ※ 당첨자가 고른 작품과 그 이유는 추후 문장웹진 커버스토리에 소개될 수 있습니다. ※ 문장웹진 과월호 보는 방법 : 문학광장>문장웹진>이전호보러가기(첨부 이미지 참고)

2024.01.02
공지사항 제41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글제 이벤트 선정자 안내

2023.10.16
공지사항 제41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수상자 발표

2023.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