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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큐레이션

한국 문학 자료를 담은 문학DB에서 문예지, 근대문학총서의 작품들을,
현대적인 문장웹진 등에서 매주 추천하여 보여드립니다.
1970년대의 감성부터 현대까지, 지금 봐도 세련된 문장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나 보세요!

munjang

글틴

일식

매일 그랬듯이오늘도 너의 자리를 매꾸려아주 천천히 내 자리를 옮겨가면너가 남겨둔 작은 온기들이세상을 맴돌고 있어그 작은 것들로 이 곳을 비추는 것이너를 위한 내 유일의 몸부림아주 가끔은 너의 밝음을 가두는저 아래의 세상을 시기해너가 두고간 노을의 끝자락에 뻗은 손은 무심코 너를 밀어내영영 닿지 않을 우리 사이 거리는겨우 지구 반바퀴하루만큼은 내 손을 잡아 나를 당겨주면 지구인들은 외치네 세상이 어둡다고내게는 너라는 사랑이 가장 빛나는그런 하루일텐데

2024.05.11 무지
소설 노옹

언제적에 한 백만장자 노옹이 살았다.그가 죽을 날이 가까워지자 하늘에서는 그리스도께서 내려와 그에게 이르니"내가 다시 너를 찾아오기 전까지 너의 그 금화 일만개를 영혼에서 놓아라."그 말을 들은 노옹은 혹여나 이 금화들을 전부 쓰지 않고 다시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면 명을 어긴 죄악으로 지옥에 떨어질까 두려워 그는 죽기 직전까지 돈을 펑펑 쓰기 시작했다.이미 몇 대나 갖고있는 값비싼 마차, 차고 넘치는 젊은 집사들, 온갖 귀금속과 금품, 더는 먹지도 못하는 귀한 음식들...여차저차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금화를 다 쓴 노옹은 그날 밤 세상을 떠났으니아바리 에 프로디기, 그는 지옥으로 떠났다.도착한 지옥에서 그는 악마를 만나 불만에 찬 목소리로 따졌다. 악마는 이에 대답하기를"너는 그리스도의 천명을 어겼도다. 갖고싶은 것을 전부 쥐고 손에서 놓지 않았으니, 이젠 너의 명마저 쥐고서 나에게 따지는구나. 그것이 그리스도께서 오판을 하시지 않으셨음을 증명하지 않겠느냐?"마차가 필요했다면 마차를 갖지 않았을 것이고, 귀금속이 필요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노옹은 마차를 갖고 집안을 꽉 채우는 음식과 집사들과 함께 저승으로 이르렀다.눈부신 보석이 박힌 찬란한 반지와 목걸이들은 이미 노옹과 함께 차가운 관 속에 묻혔으니 그들이 발자취이자 욕의 과실이다.그제서야 노옹은 무릎 꿇으며 악마에게 구걸하였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더라.■甲辰五月十日

2024.05.10 월묘
소설 새장

그날은 비가 거세게 내렸다. 강풍이 부는 탓에 매대에 진열해 놓은 화분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꽃을 가게 안으로 들이고 셔터를 내리자 추적추적 빗소리가 울렸다. 금속 셔터를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혹시나 싶어 가방을 열어 봤지만 우산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비가 그칠 때까지 가게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소나기라면 금방 지나가겠거니 싶었지만 한 시간쯤 지나도 비는 잦아들지 않았다. ‘누이’에게 데리러 와 달라고 전화하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았다. 셔터를 내리고 나면 가게 안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진열대나 천장 무늬는 물론 자신의 손발조차 보이지 않는다. ‘올케’는 어둠을 좋아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공간 속, 빗소리만이 끊임없이 울린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이대로 영원히 혼자 남겨졌으면, 그런 생각을 했다. 두 시간쯤 지나자 ‘누이’가 마중을 나왔다. 누군가 셔터를 두드리길래 창문을 들여다봤더니 ‘누이’가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우산이 없으면 전화라도 해 주시지.” “미안, 깜빡했어.” ‘누이’는 우산을 하나만 가져왔다. 둘은 한 우산 아래에서 함께 길가를 걸었다. 좁은 우산 밑에서 어깨를 부대끼고 있었더니 반대쪽 어깨가 비에 젖어 갔다. 지하철을 타고 네 정거장을 지나 다시 길가를 걸었다. ‘올케’가 왼쪽, ‘누이’가 오른쪽이었다. 빗물을 머금은 셔츠 소매가 축축한 감촉을 남겼다. 집에 돌아온 후 ‘누이’가 욕실에 들어갔다. 식욕은 일지 않았다. 옷을 벗고 샤워를 하는 동안 문득 가방을 가게에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딱히 상관없어, 하고 샴푸를 짜 머리에 문댄다. 넘쳐나는 거품을 물로 헹구고 트리트먼트를 발랐다. 평소보다 꼼꼼하게 몸을 닦았다. 오늘은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다시 머리를 헹구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다음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욕실을 나오자 집안 불이 꺼져 있었다. 유일하게 그이의 방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조용히 문을 열자 ‘누이’가 그이의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이의 방은 무엇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이가 살았던 흔적이 그대로 그곳에 남아 있었다. ‘올케’는 문을 닫고 ‘누이’에게 다가가 침대 옆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입술을 겹쳤다. 처음에는 살포시 포개듯이, 이내 혀를 섞어가며 키스를 했다. 말은 하지 않았다. 목소리는 방해됐다. 코로 호흡하면서 실눈을 뜨자 ‘누이’의 얼굴이 보였다. ‘올케’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입술의 감촉에 의식을 집중했다. 그이와의 키스를 떠올렸다. 그이의 혀의 맛을 떠올렸다. 그이의 숨결의 따뜻함을 떠올렸다. ‘누이’의 브래지어를 벗기고 가슴을 애무했다. ‘누이’는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작게 신음했다. 되도록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처음에는 유두를 핥다가 점점 밑으로 내려가 속옷을 벗겼다. 봉긋 솟아오른 음핵을 핥자 익숙한 맛이 혀에 닿았다. 그이를 애무할 때의 맛과는 다르다. 조심스럽게 질에 손가락을 집어넣자 축축하고 따뜻한

2024.05.10 배찬빈
감상&비평 [감상&비평] 2024년 4월 월 장원 발표

글틴 친구 여러분 안녕하세요. 감상&비평 게시판 멘토인 문학평론을 쓰는 김태선입니다. 요즈음 산책을 하다보면 봄에 피었던 꽃들 지고 그 자리에 작게 열매가 자라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한낮에는 반팔만 입고 다녀도 될 정도로 따뜻한 날씨가 되었습니다.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나요. 4월에 감상&비평 게시판에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지는 않았어요. 4월에는 늘 열심히 쓰는 송희찬님과 화자님,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Alicja님 세 분의 글을 만날 수 있었어요. 송희찬님은 예전보다 글의 짜임새가 좋아졌고, 화자님은 늘 나름의 관심 분야에서 치열하게 생각하는 글을 써주었어요. Alicja님도 자신의 경험 평소의 생각해온 것들에 빗대어 작품을 읽고자 한 모습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모두 글쓰기의 목소리가 독자보다는 글을 쓰는 자신으로만 향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금은 아쉬웠던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월장원을 선정하지 못했습니다. 비평&감상 게시판에 많은 글들이 올라와서 다음 달에는 여러 작품을 장원으로 선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달에는 조금은 독특한 책 두 권을 추천 도서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하나는 동물과 세계가 서로 능동적으로 관계맺는 방식을 살피는 생물학 책으로, 인간 중심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세계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다른 하나는 다른 예술 장르와는 다르게 감상자가 행위자로 참여하는 장르이자 매체인 ‘게임’을 탐구하는 책으로, 기존의 예술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미학적 운동에 관해 생각하게 합니다. 야콥 폰 윅스퀼, 『동물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정지은 옮김, 도서출판b, 2012 C. 티 응우옌, 『게임: 행위성의 예술』, 이동휘 옮김, 워크룸프레스, 2022 그럼 항상 안전하고 건강한 나날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글을 쓰다가 궁금한 점이 있다면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함께 남겨주세요. 답을해드릴 수 있는 것이면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024.05.09 관리자
동네

*동네 오래된 아파트는 다소 멋있어요 방금 전까지 너가 여깄었고 그게 어쩐지 무서웠다 후미진 놀이터에 검은 길고양이 유기견 밥 주는 사람 변성기를 맞은 웃는 소리 이따금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곤 하지 그게 무서웠다 6월에는 개구리 소리를 들어야 했는데 다 썩은 연못에서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신기했다 구멍가게서 나오는데 지갑을 잊었고 다음에 오면 갚으라 하셔서 다음은 없었다 누군가의 사랑을 저버린다는 게 견딜 수 없이 버겁습니다 그래, 너가 멋있다고 한 아파트는 칭찬을 듣기까지 30년이 걸렸단다 닭장의 어디가 좋냐고 물으면 제가 할 말이 없어요 그저 그게 예뻐 보이는 걸 너무 많은 걸 등졌고 어쩐지 동네로 가고 싶어진다 그곳은 소년이 있던 곳*

2024.05.09 사인

여기 변기 있어요 샘흰 색 소변기에서 냄새가 흐르는 것을 친구가 목격했네샘 오늘의 주제는 무엇인가요?주제로 이끌어가는 키워드는 샘에 빠졌고너도 이제 저 웅덩이로 들어가게 될거야샘은 아무 말 없이 우리를 응시하고 있었다저 들어가기 싫어요샘교육자인 내가 친구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너의 이름이 빠진 저 웅덩이에 샘을 넣어라소변기도 샘이 된 것처럼너도 현대 미술이 될 것이다누구의 시선이 널고흐와 다빈치와 루벤스의 작품으로 보면예술일거야샘 우린 그럼 작품인가요?친구의 말은 루벤스와 다빈치와 고흐의 그림을 찢었다샘의 소변기 향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그저 향기로만 존재하고너의 이름도 그저 그림으로서 존재할거야샘 어디가요?나는 그런 친구에게 인사를 구하고샘을 들고그림이 된 현실에 웅덩이로 들어가게 되었네

2024.05.09 송희찬
여름여름여름

너랑 헤어지고 얼른 여름이 오길 빌었다가벼운 바람이 불면 무거웠던 내 마음도 가볍게 날아가버릴 것만 같아서시원한 바람이 불면 내가 가진 무게들이 별 것도 아닌게 될 것 같아서그래서 그랬다그래서 상처가 난 마음엔 항상 밴드를 붙이고 다녔고그 끝엔 오해와 의심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여름은 치유의 계절이다겨울에 받았던 상처들을 여름이 몽땅 가져가버린다그래서 여름은 미화되기 쉬운가 보다여름은 익사하는 계절이다그리움에 구멍 난 마음에는 빗물이 고여있고빗물에는 내 상처가 비추어지고 있다어쩌면 비가 아니고 눈물일지도그래도 괜찮다상처가 난 곳에는 아가미가 생겼으니 난 물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

2024.05.09 차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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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jang
공지사항 2024년 문장웹진 문장서포터즈 모집

2005년부터 운영된 국내 최고(最古) 온라인 문예지 문장웹진에서 문학 콘텐츠 발굴 및 문학애호가·예비 작가 지원을 위한 서포터즈를 아래와 같이 모집하오니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모집 일정 ㅇ 공고 및 지원 : 2024. 4. 29(월) ~ 5. 3(금) 23:59 ㅇ 발표 : 5. 17.(금) ㅇ O.T : 5. 28.(화) 14:00 / 서울 혜화역 인근 (*일정에 따라 변동 가능) □ 모집 대상 ㅇ 선발인원 : 6명 ㅇ 자격 :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 ※ 우대사항(별도 증빙 필요) - 글틴 월 장원 선정자 -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자 - 문학 전공 대학(원)생으로 교수의 추천을 받은 자 □ 활동 기간 ㅇ 임명일로부터 12월까지 □ 활동 내용 ㅇ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수도권 및 지역별 문학 행사, 문학기반시설(작은 서점·문학관 등)을 체험하거나 문예지, 문학 작품을 읽고 콘텐츠화하여 문장웹진(https://munjang.or.kr/webzine)에 소개한다. (총 3회) □ 활동 혜택 ㅇ 문장서포터즈 임명장 수여 ㅇ 서포터즈 활동에 필요한 교통비 및 도서구입비 지급 ㅇ 3건의 활동 완료 시 총 60만원의 활동비 지급 □ 지원 방법 ㅇ 문학광장>참여광장>공모전 ▶바로가기 : 목록 | 공모전 | 참여광장 : 문학광장 (munjang.or.kr) ※ 문학광장 회원가입 후, 지원신청서 양식 다운로드 받아 작성하여 제출 ※ 글틴 월 장원 선정자 : 월 장원 선정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월 장원 선정 공지, 명예의 전당 캡처 등) 첨부 ※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자 : 수상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상장, 상패 사진, 기타 자료 등) 첨부 ※ 문학 전공 대학(원)생으로 교수의 추천을 받은 자 : 교수추천서(이름, 생년월일, 추천이유, 교수 서명 필수 포함) 첨부 □ 접수 및 문의 ㅇ 담당자 연락처 : 061-900-2337

2024.04.26
공지사항 [이벤트] 2024 문장웹진 보물찾기

2024 문장웹진 보물찾기 이벤트 나만 알고 싶은, 다시 보고 싶은 문장웹진의 작품을 모두에게 소개해주세요! ㅇ이벤트기간 : 2024. 1. 2 ~ 1. 31. ㅇ당첨자발표 : 2월 중순경(당첨자 개별연락) ㅇ이벤트경품 :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9명) ㅇ참여방법 1) 설문조사 링크 접속(▶https://naver.me/5XTVOjIu) 2) 최근 5개년 문장웹진의 작품 중 2024년에 다시 소개하고 싶은 작품과 그 이유 입력 3) 나머지 항목 입력 후 설문 폼 제출 ㅇ문의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부 문학광장 담당자 061-900-2337, 2323 ※ 당첨자가 고른 작품과 그 이유는 추후 문장웹진 커버스토리에 소개될 수 있습니다. ※ 문장웹진 과월호 보는 방법 : 문학광장>문장웹진>이전호보러가기(첨부 이미지 참고)

2024.01.02
공지사항 제41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글제 이벤트 선정자 안내

2023.10.16
공지사항 제41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수상자 발표

2023.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