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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집배원

문진영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햇빛 마중』 중 「북극의 여인들」

나는 여느 때처럼 카페 바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내가 아는 얼굴 하나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누구였더라, 기억을 더듬는 사이 그 사람은 내가 있는 바로 그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딸랑, 문에 달린 종이 울리는 순간, 기억났다. 그녀는 나의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시를 썼다. 문구점에서 스프링이 달린 천원짜리 연습장을 사서, 거기에 생각나는 것들을 아무렇게나 적었다. 낙서 같기도, 시 같기도 한 문장들을 가지고 노는 것이 재미있었다. 수학 시간마다 숨기지도 않고 시집을 읽다가 선생님에게 등짝을 맞기도 했다. 수학 선생님은 한번도 누구를 때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는, 아이들이 우습게 볼 정도로 순한 분이었다. 그런 선생님을 그렇게까지 화나게 했다니. 하지만 수업 시간에까지 시집을 읽었던 건 시를 향한 나의 열정 때문이라기보다는, 당시 내게 그것 외에는 흥미로운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국어 과목 숙제로 시를 써 가야 했다. 1학년 7반 담임이자 국어를 가르치던, 바짝 마른 몸에 단 한 번도 치마란 것을 입지 않았던 서른일곱 살 고영숙 선생님은 그날 내가 숙제로 제출한 시를 나도 모르게 도 대회에 출품했다. 그 시는 최우수상을 받았고, 나는 상금으로 MP3 플레이어를 샀다. 그리고 선생님께 드릴 선물로는 동네 빵집에서 파는 7천 원짜리 롤케이크를 샀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대체 어떤 인간인 걸까? 아무튼 그때 내가 쓴 시는 새벽 4시의 밤거리에 관한 시였다. 아무도 없는, 모든 게 정지된 듯한 밤거리에 관한 시였다. 아무도 없는, 모든 게 정지된 듯한 밤거리에서 분명히 존재하고 흔들리고 있는 것들에 관해 적었다. 그녀는 그때 나를 교무실로 불러 ‘너는 앞으로도 계속 시를 쓰는 게 어떠니?’하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저는 그럴 생각이 없는데요, 그냥 심심해서 써본 건데요’하고 대답했다. 순간 그녀의 얼굴에 회한의 기미가 스쳤다. 나도 한때는 시인이 되고 싶었지. 그런 식의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후로 백일장에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시인 같은 것은 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연습장에 낙서를 하고 있다. 마흔일곱 살 고영숙 선생님은 쟁반을 들고 잠시 카페 안을 둘러보더니, 내가 한쪽 끝에 앉아 았는 바 자리의 다른 한쪽으로 갔다. 자리에 앉아 머그 컵에 담긴 음료를 한 모금 마신 그녀가 문득 내 쪽을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러고는 환하게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녀가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찻잔을 들고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어떻게 이렇게. 이렇게 정말 오랜만에.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말했다. 가끔 내 생각을 했다고. 가끔 내 이름을 검색해보고, 신간이 나오면 사서 읽었다고. 나는 두 달째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선생님은요? 그녀는

2025.02.20 천운영
나는 단골이고 싶지 않아서 | 조해주 「단골」

단골 조해주 내가 다니는 회사는 종로에 있고 근처에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나는 단골이 되고 싶지 않아서 어떤 날은 안경을 쓰고 어떤 날은 이마를 훤히 드러내고 어떤 날은 혼자 어떤 날은 둘이 어떤 날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다가 나오는데 어떻게 차갑게, 맞지요? 주인은 어느 날 내게 말을 건다 커피를 받아들고 나는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나 저어서 드세요, 빨대의 끝이 좌우로 움직이고 덜컥 문이 잠기듯 컵 안에 든 얼음의 위치가 조금 어긋난다 주인은 내가 다니는 회사 맨 꼭대기 층에 지인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 김지현이라고 아나요? 나는 그런 이름이 너무 많다고 대답한다 그렇구나, 주인은 얼음을 깨물어 먹고 설탕처럼 쏟아지는 창밖의 불빛들 참, 내일은 어떻게 하면 처음 온 사람처럼 보일까 생각하면서 -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아침달, 2019)

2025.02.06 김언
전성태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여기는 괜찮아요』 중 「숲으로」

수아는 그 나무를 알아보았다. 마을에서 보자면 대숲 가운데에 꺼멓게 머리를 내놓은 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수아는 그들이 대숲 어디쯤에 와 있는지 가늠이 되었다. 바람 많이 타던 오른편 능선 중턱이었다. 할머니가 손전등을 왼편으로 돌렸을 때 재우리만한 빈터가 나타났다. 수아는 봉긋한 흙더미를 보았고 이내 그것이 묘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 않아도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잔뜩 긴장해 있던 수아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풀 한오라기 없는 묘지는 무덤이라기보다 정말 흙무더기 같았다. 할머니는 묘지 앞에다가 짚을 깔고 음식을 차렸다. 숙모에게 종지를 건네 술을 따르게 해서는 무덤 이쪽저쪽에 나누어 뿌렸다. 절도 없는 성묘는 금세 끝나고 이내 셋은 돌아섰다. 수아는 숙모에게 누구 무덤이냐고 숨죽여 물었다. 숙모는 강씨 할아버지 묘라고 말해주었는데 수아는 그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기억에 없었다. 수아는 그 무덤의 내력을 집안 여자 어른들에게서 들었다. 여러 밤 제삿날의 부엌 담화를, 조각난 파편들을 꿰어 짐작하게 된 사연이었다. 증조할머니가 과부로 살다가 떠돌이 계절노동자를 만나 새살림을 차렸는데 그 할아버지는 성실하고 의붓자식들도 잘 돌보았다. 그가 혈육도 남기지 않고 늙어 죽자 의붓자식들이 장례를 치러줬다. 선산에는 못 가고 앞산에다가 묻었다. 세월이 흐르며 그 묘지는 남부끄러운 묘지가 되었다. 그래서 문중에서 묘지 주변에 대나무를 심었다. 온 산이 대숲이 되는 데는 십년도 걸리지 않았다. 수아는 그 이야기가 기묘하고 아름다웠다. 대숲이 조성된 사연이 기묘하고, 할머니들의 야행은 아름다웠다. 묘지 가에 대나무를 심은 집안 남자들의 용렬한 행태보다도 여자들이 밤길로 다닌 성묘가 인간적으로 보였고, 성인이 되어서는 관습에 대한 저항으로도 여겨져 마음으로 아끼게 되었다. 그 성묘가 얼마나 더 지속되었는지는 모른다. 수아는 어른들이 음식을 해서 대숲에 드는 걸 그 뒤로 목격하지 못했다. 금이가 재혼하고 몇 해 있다가 큰집 부엌에 발을 들이게 되고, 수아는 마치 교대하듯이 부엌에서 물러났다. 어린 딸들까지 부엌에 넣는다고 금이가 싫어했다. 아마 성묘는 집안 할머니들이 살아 있을 때까지 지속되지 않았을까? 큰어머니나 숙모들도 얼마간 성묘를 다녔을지 모른다. 이제 부엌의 여자 어른들이 대부분 세상을 등졌고 도회지로 나간 어른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일전에 대밭 매매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강씨 할아버지의 묘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궁금해서 금이에게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처음 듣는 소리처럼 반응했다. 그러면서 금이는 도둑 제사가 동티를 피하려는 이 집 여자들의 욕심이 한 짓거리라고 혀를 찼다. 남자들보다 더 악랄하다고, 금이는 차갑게 말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수아는 놀랐다. 모든 제사라는 게 산 자들의 발원에서 비롯한 행위이기도 하므로 그 일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금이가 보인 적의가 전에 없던 거라 당혹스러웠다. 뒤미처 수아는 재취로 들어온 금이의 피해의식이라든가 섭섭한 마음 같은 걸 새삼 헤아려보게 되었다. 수아로서는

2025.01.23 천운영
이자켓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복어 가요」

복어 가요 이자켓 합정까지 걸을까? 추운데 목도리 빌려줄게 너는? 난 추위 잘 안 타 추워서 머리가 멈췄나 봐 겨울이라 그런가 차디찬 골짜기인 거야 그곳에 도달한 생각들은 모두 얼어붙는 거지 그 골짜기 다 녹여주고 싶다 그럼 범람할 거야 아무 말이나 쏟아져 나올 거야 그건 안 돼 왜? 저거 들려? 뭐? 구세군 종소리 연말이긴 하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뭐 해? 요즘 살쪘나 봐 패딩 탓인가 나 부해 보여? 조금 떨어진 채 빗물 언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한적한 합정에는 이 거리 끝에도 저 거리 끝에도 담배 태울 곳이 없어서 ‘그런지’라는 카페를 지나고 솔방울식당 지나고 푸르게 칠한 건물과 목련이 자라는 주택 지나 어둑한 골목에 들어섰다 불을 붙이고, 신발 뒤축으로 얼어버린 물웅덩이를 부수었다 얼음 조각이 이리저리 튀었다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다 맥없이 나뒹굴었다 종소리가 한 번, 두 번 이편저편 맴돌았다 10번 출구가 보였다 목도리를 돌려받았다 조심히 가 너도······ 넌 뒤돌아보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매끄럽게 사라졌다 점점 작아지는 뒤통수를 보다 돌아섰다 코트 주머니에는 킹 크룰의 앨범이 들어 있었고 움켜쥔 목도리는 방어 태세의 복어만큼 부풀어 올랐다 - 시집 『거침없이 내성적인』(문학과지성사, 2023)

2025.01.09 김언
안보윤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알마의 숲』

올빼미가 말하길. - 정어리를 먹어. 올빼미가 말했다. - 난 정어리에 대한 글을 쓸 작정이었다. 한 달 내내 정어리만 생각했지. 정어리, 정어리, 정어리, 매일 백 번씩 말했다. 아니, 이백 번은 말했겠군. 정어리통조림이나 정어리를 넣은 샌드위치를 생각하고, 정어리를 가공하는 공장과 정어리를 잡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정어리처럼 생긴 비쩍 마른 남자아이에 대해서도 생각했지. - 정어리를요. - 그래, 정어리다. 오로지 정어리였지. - 그래서 그건 어떤 이야기가 되었나요? 유쾌하고 흥이진진한 이야기? 건조하고 냉정한 이야기? - 못 썼다. - 왜요? - 난 정어리를 본 적이 없거든. 먹어본 적도 없다.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정어리, 라는 단어에 빠져 있었던 거겠지. 아이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공주나 왕자에 빠져드는 것처럼, 한 번도 보지 못한 마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나는 하필 정어리에 빠졌던 거다. 정어리에 대해 매일 생각했지만 그건 진짜 정어리가 아니었지. 내가 상상해낸, 정어리와는 전혀 다른 무엇이다. 그러니 내가 뭘 쓰더라도 그건 정어리에 대한 글이 아니게 되는 거다. -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알마가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건 아저씨 때문인가요? - 남 탓을 하다니, 정말이지 촌스럽기 짝이 없군. - 역시 아저씨 때문이었군요. - 됐다. 다시 정어리얘기로 돌아가자. 아니 더럽게 재미없고 지루한 네 얘기로 돌아가지. 너는, 그런 거다. 넌 네가 죽어야 할 만큼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말하지만 정작 네가 경험한 건 아주 짧은 단어 한 개, 순식간에 스쳐지나간 장면 하나에 불과한 거다. 내가 정어리, 라는 단어를 읽고 그것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처럼 너도 어디선가 고통이나 죽음 같은 단어를 보고 거기 동화되기 시작했겠지. 나는 정어리라는 단어밖에 모른다. 정어리에 대한 책을 백 권쯤 쓴다 해도 거기 진짜 정어리는 없지. 너도 마찬가지다. 넌 아직 삶도 죽음도 논할 자격이 없지. 어떤 것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정어리를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내가 정어리가 비리다거나 기름지다거나 담백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너도 네 삶에 대해 한마디도 할 수 없을 거다. 넌 유 서를 쓰지 않은 이유가 네 엄마가 이유를 알지 못해 고통스럽길 바라서였다고 했지? 그건 거짓말이다. 너는 한 줄도 쓸 수 없었을 거다. 네가 왜 죽으려고 하는지, 뭐가 널 그리 힘들에 만드는지 너도 몰랐을 테니까. 그냥 죽어버릴까, 하고 쉽게 결심한 거지. 어린애답게 말이다. - 아저씨도 내가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 너는 그냥, 서툰 거겠지. 어린애들의 특권이다. 멍청하고 성급한 건. 어린애니까 가끔은 그런 식의 엉뚱하고 어리석은 결론을 내기도 하는 거다. 괜찮겠지, 그 정도는. 난 어설프고 서툰 것들이 싫지 않다. 그런 건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채워지거든. - 숲에 떨어지는 동물들처럼요? - 그래, 멍청한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처럼. - 난 멍청하지 않아요.

2024.12.27 천운영
마윤지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동지」

동지(冬至) 마윤지 12월에는 흐린 날이 하루도 없으면 좋겠다 그런 약속이 있으면 좋겠다 놀이터엔 애들도 많고 개들도 많으면 좋겠다 살도 안 찌고 잠도 일찍 들면 좋겠다 조금 헷갈려도 책은 읽고 싶으면 좋겠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차표를 잔뜩 사고 안 아프면 좋겠다 30만 년 전부터 내린 눈이 쌓이고 눈의 타임캡슐 매일의 타임캡슐 다 흘러가고 그게 우리인가 보다 짐작하는 날들이 슬프지 않으면 좋겠다 묻어 놓는 건 숨기는 게 아니라 늘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지 그 무엇보다 많이 만져 보는 거지 나중엔 번쩍 번개가 되는 거지 오렌지색 같은 하늘이 된다 맛도 향기도 손가락이 열 개인 털장갑 이를테면 깍지 햇빛의 다른 말이다 - 시집 『개구리극장』(민음사, 2024)

2024.12.12 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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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제자리걸음2

나는 죽어요 어머니 눈꺼풀을 찡그려 무시할 수도 없는 저 다섯 시 삼십 분의 청쾌한 아침공기에 휩싸여 죽어요다만 까만 밤이 훨씬 좋았어요 나의 어깨를 옥죄이는 죄책감에 죽어요 다만 사람에 의해 우러나오는 그 눈물 인간성의 증거가 좋았어요 목 안에서부터 차츰차츰 조여 오는 알 수 없는 압박에 죽어요 다만 다가올락 말락 하는 반 친구의 말꼬리가 좋았어요 또 죽어요 나는 죽어요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징검다리 위에서 떨어요 나를 사랑해 주는 분들을 실망시킬 대로 실망시켜 드렸습니다 내 모든 고통은 내 모든 흉터는 다름 아닌 내 발바닥으로 찍어내는 거예요 이 모든 게 다 바보 같아 괴로워요 내 목구멍에서 태어난 모국어로 된 독백마저 스스로 읽어낼 수 없는 점 실행하지 못할 계획을 바라보며 내일이면 나조차 비웃을 흐느낌을 정기적으로 반복해요 그저 지난날의 가위로 싹둑싹둑 자른 편지지의 왠지 모를 격정이 역겨웠어요 또 아쉬웠어요 아직 살아있어요 어머니 저는요

2025.03.13 키릴
아침해가 떴 습 니 다

빈 강의실에서 키보드로 불규칙적인 소음을 만들어냅니다 나는 통념을 옮기는 데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어제 보았던 사람은 타자기 두드리는 소리를 냈었더랍니다 두런두런 에취!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말할 것이라면 들리지 않게 떠들면 좋겠다는 생각과 뜬금없이 말을 거는 모든 행위들이 뽁, 턱 관절 사이 공기 빠지는 소리 연골이 닳아버릴 텐데 어쩌냐는 누구씨의 말 글쎄요 어째야 하나 재생되길 바라보며 바래는 책을 감싸쥐기 두드리는 키보드에서 대나무숲의 소리를 듣기 청력 검사 받을 나이가 되었는지 물어보기 내일 해야 할 일 내 일은 아닌 것 너의 일도 아닌 내일의 일인 것 오타는 늘어만 가네요 키보드로 작성 중이기 때문이다 너는 천지인 지판으로만 써왔었다 진술한다 콤마 안쪽에 ,.; 쓰기;"당신은 한평생 잘못 써왔음을 깨닫는다," 대와 데의 문제같이 수업은 졸음을 수반한다 수반은 물을 뿜지 않는다 호리병에서 녹아 흘러나온 노아의 뇌수를 가나안은 거나하게 마신다 졸음은 밀려오는 것이 아닌 내려오는 것 오늘은 남의 방에 가지 않는다 갈 지도 모른다 확실하게 갈 것이다 좋은 아침이다 졸리게 보냈다 책을 빌리는데 소요된 시간 1분 책을 찾는 동안 발생한 전산처리장치 오류로 내려간 시간 7여분 졸음은 눌러온다 육박해오는 전차를 느껴보세요 아니 그런 것은 취급하지 않아 콧바람 새는 소리와 헛기침 소리 미세먼지 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상과 상 이차원의 무언가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부동의 장에서 코는 훌쩍인다 감기와 미세먼지의 절묘한 교차점 인과는 증명되었나 알지 못한다 상상의 날개는 흰 종이 위에서 먼지를 뒤집어쓰지 누군가는 나래라고 발음한다 당신은 술을 마시지 않았고 나는 콜라와 요구르트를 섞었다 옆자리의 당신은 유별나게 두들긴다 배려를 알지 못하는 나로서도 스페이스 바를 두들겨댄다 누구를 부르는 말을 하는거다 내 이름은 또다시 잘못 불려졌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요? 시간을 이런 말이 나와요 손이 꼬인다 막 나오고 그래 구체적인 말을 판타지아 모호함 나타나야할 선을 목에 감고 떠오르지 눈치보지 마세요 유명하다고 말해요 당신은 인기있어요 나는 조이스를 더 좋아한다고 말해요 여기서 낙지를 볶아요 마주침을 버려두는 우연함 세상에는 쓰레기통이라는 것이 계기성 흘러가는 흘러가지 않는 다시마 묶여있는 생성형 챗봇으로 과제를 떼우려는 사람들이 맞아 그거 만나는 순간 깨진다니까 그 하나 깨는 부분이 키와 목소리와 너보다 작지만 않으면 게임 광고에서 따간 일화에서는 진짜를 가려낸다 그것은 아카데미즘 너는 어디까지 가봤느냐? 딜레탕티슴은 환영받지 못하지 감이 오는 구간에서 시나위는 누군가의 목소리 쓸 시간이 없다고 남겨둔다 발음은 알아듣기 오 잠깐만 지금 여기 오지 말아야 할 모르는 사이

2025.03.13 데카당
부재중 전화 1통

따뜻하다 몸 위로 차곡차곡 덮이는 눈이, 나를 포근히 감싼다 이런 기분을 마지막으로 느껴본 게 언제였던가 옆에 떨어진 휴대폰에서 익숙한 노래가 새어 나온다 눈에 덮여서 그런지 조금 먹먹하게 들려온다 그래서인가, 나 또한 같은 처지 소리는 공명하여 심장을 울린다 … 있기 위해 다시 잠드는 모습을 바라볼 때 … 있기 위해 다시 잠드는 모습, 마치 눈처럼 … 그럼에도 살아내는 모습을 바라볼 때 … 그럼에도 살아내는 모습, 태양이 비춤에도? … 한 번만 더, 햇빛을 따라 오르는 모습에게 … 그리곤 달빛을 따라 투신하지 … 고맙다고 … 언제까지 … 고맙다고 한 번만 더 고맙다고 … 춥다 몸 위로 차곡차곡 쌓이는 눈이, 나를 무겁게 짓누른다 이런 기분을 마지막으로.

2025.03.13 2me am
그림판

어쩌면 인간에게종이는 감옥이 아닐까요. 우리의 선조들은밤하늘을 그림판으로 삼았더랬죠.황도 12궁, 프톨레마이오스의 48개 별자리,봄의 대곡선, 여름의 대삼각형, 가을의 대사각형, 겨울의 대육각형. 광활한 밤하늘을 바라봅니다,선조의 그림판이 되어준 그 밤하늘을, 우리의 그림판이 되어줄 그 밤하늘을. 끝내 그 그림판은 수백억의 흔적을 담고 영원의 세월을 전해주겠죠. 어쩌면 인간에게종이는 감옥이 아닐까요.

2025.03.13 이해
봄을 기다리며

달빛 한줄기도 비치지 않는 밤고목만이 외로히 숲을 지키는 그런 밤별빛마저 날 피해 꺼져버린 그런 밤하늘을 보며떠오르는 한마디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외로운 오솔길그 끝엔 오직 어둠만이 헤메이는 그런 길이미 잃어버린 별빛과 함께 길을 걸으면서조용히 들려오는 한마디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뜬 눈도 감아버린 채함께도 외로워진 채홀로 어둠의 미로를 서성이는 나미로의 구석, 잎사귀 하나 없는 고목이내게 건네는 한마디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끝없을 것 같았던 어느 겨울 밤어둠이 스며간 그루터기 위호조금씩 돋아나는 새싹자라나는 푸르름멀리 비춰오는 한줄기 빛아직 눈앞엔 어둠만이 흐리지만언젠가 터올 봄날의 태양을 꿈꾸며나 속삭일 한마디다시 사랑할 수 있겠지

2025.03.13 준상
짧은 고백

파도가 칩니다-... 그대, 바쁜 와중에 이리 또 잡아두어 미안합니다. 여전히 그대에게나 나에게나 해저면은 발에 잡히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좋습니다, 나도 파도도 바다도 어디 가지 않을 테니까요. 숨을 조금만 더 고릅시다, 그대나 나나 바닷물을 너무 많이 마신 듯합니다. 그대-... 나는 기쁘게 그대의 손을 구하겠습니다. 그대가 파도에 밀려 사라질까 하며 조여 오는 마음을 겨우 억누르며, 나는 연신 튀어나오는 기침을 조금 미루며, 그대에게 웃어지어 보이겠습니다. 그대, 같이 잠수합시다-... 파도 아래로. 어차피 다시 올라오긴 해야겠지만,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바닷속에서 그대가 힘겨이 실눈을 뜬다면 나는 활짝 웃어 보이며 부드러이 잡은 손등에 키스하고 조금 더 가라앉아 보렵니다. 매일같이 필사적으로 헤엄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끔은 강렬하게 어딘가로 헤엄쳐 가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들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이 아름다워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들이 파도 사이에서 무언갈 보았을 수도 있을 겁니다. 육지일 수도 있고, 어쩌면 더 잔잔한 파도가 있는 곳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아, 선뜻 힘을 내어 나아가기는 너무나 힘듭니다. 우리는 동시에 우리가 마주치는 파도보다 훨씬 더 큰 파도를 마주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런 파도 속에서도 똑같이 강렬하게 어딘가로 헤엄쳐 가는 사람들과, 그저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급급한 사람들을 봅니다. 또다시 우리는 우리가 마주치는 파도보다 약하고 잔잔한 파도를 마주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런 파도 속에서도 똑같이 강렬하게 어딘가로 헤엄쳐 가는 사람들과, 그저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급급한 사람들을 봅니다. 그러나 파도 아래는 언제나 평온합니다. 파도를 폭력이라 불러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름 때문에 바뀌는 것은 없을 겁니다. 파도는 우리를 띄우고 내리며 어딘가로 몰아갈 뿐입니다. 우리는 가까스로 맞잡은 손에 키스하고, 어쩌다 마주친 얼굴에 웃어줍시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오직 그것뿐이고, 심지어 그것뿐입니다.

2025.03.12 기능사
배양액이 증발했다 말하지

텀벙텀벙 찍히는 발소리는 척추 건강을 첨벙대는 빗소리 상상하지 않았고 갈건지 말건지 꺼지는 물웅덩이 잠시 멈춤 발목으로의 여로 고단하신지 오지 마세요 매 주 다가오는 다른 사람의 방에는 푸른 그림이 있다 반으로 나뉜 규격 거리미화 실시합니다 싹 밀어버리고 새 건물 올리면 되는거지 않겠어요 당신은 집을 잃고 집을 얻는다 당신은 집을 물에 잠기게 하여 집을 얻는다 지붕에서 슬레이트로의 슬라이딩 비 오지도 않는데 무슨 상관이겠어요 당신의 집은 분지에 있다 방에는 푸르고 푸르고 파랗고 파랗고 창문 밖에는 술병 나뒹굴어도 필터 태운 꽁초 날아와도 불 붙는것도 아니잖아요 너는 검은 바탕에 시를 쓴다 푸른 바탕에 쓰는 사람을 소개시켜줘 표백된 시를 보여줘 두 배양지 군락은 활자로 찍었지 누구는 당신을 장승같다고 너는 당신을 되묻는다 종이에 찍힌 것 당신이 찢어놓은 그 활자들 증식했었다 증발하고 콘센트 꼽은 젓가락은 손으로 전도하지 않아서 전도사는 집 앞을 서성이다 불 붙은 집 신고하지 않았대요 뽑아내는 손바닥 그러쥐는 손가락 뽑아오는 가락국수 먹어보지 않았어도 튄 국물처럼 싱크대의 숟가락 집어든 장면처럼 솟아오른 벽에 붙었고 떼어졌고 벽에서 우연히 마주친 멸치를 반갑다고 지나치지 나무를 쓸어보세요 손가락 잠복성 환부를 긁어보세요 바른 자세로 섬유질 끊어내지 않죠 손이 곱았다고 말하지 굽은 곡에서 밟아 계단 계단 도로 포장 도로 도로 가는 더럽게 못 부는 대금 주자가 있어 옆방에 도로에 굴러다니는 뿌려지는 소금이 있어 부러진 대나무 꺾어 들어서 파냈어 쏟아지는 피 밢아 계단 계단 올라가지 입술에는 빨간 취구가 남아있어 허리를 가끔씩 펴 줘야 해 이걸 쓰는 중에도 몇 번은 폈어 목은 그대로 둔 채 거북이가 된다 싶어서 목도 펴고 있지 펴고 난 후다 펼 때는 지판에서 손을 떼기 잘 보이지도 않고 오타만 나온다 지우기 귀찮은 오타는 가만 내버려두기 수업 속기는 그대로 버려두기 휴지통에 넣지는 말기 대금 연습하는 사람은 말이야 고음을 못 내고 있다 역취를 내는데 너무 힘을 쓴달까요, 어찌되었든 못 분다는 말이야 이것은 당신의 이야기 누구의 입에서 나오는 그런 밟아버릴 이야기 삐 삐비, 삐 삐비빅, 당신은 실수를 했던 것도 모른다 고 말한다 삐, 이,이이, 이이이 박폐 시든 풍류 배양지 군락 시들지 않았지 점 찍는 배양지 선 긋는 면봉 대가리 더럽게 못 부는 대금주자 목 관절 조심해 고개를 숙이며 돌리면 꺾일 일 없는 목 관절에 대하여 밟아 계단 계단 내려가지

2025.03.12 데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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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협성마리나G7) 공고문

2025.03.12
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호텔프린스) 공고문

2025.03.12
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남이섬) 공고문

2025.03.12
공지사항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2025년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 참가지원

※ 2025년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추가공모 사업에 대한 공통 안내문입니다. 사전에 확인 후 세부 공고문 확인바랍니다.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문학)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 참가지원 1. 사업개요 ○ 사업명 :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Kyoto Writers Residency) ○ 사업기간 : 2025. 10월 중순 ~ 11월 중순 (1개월) ○ 사업장소 : 일본(Japan) - 교토(Kyoto) ○ 주요내용 : 오프닝 포럼, 클로징 이벤트 등 교토작가레지던시 개최 프로그램 참여 및 작가 개인 창작활동 수행 ※ 사업 세부소개 • 해외협력기관 :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Kyoto Writers Residency) • 홈페이지 : https://kyotowriters.org/ • 기관/사업소개 - 교토에 있는 대학의 문학 학자들과의 연계를 통해 2022년에 설립된 국제 문학 레지던시 - 전 세계의 작가 및 번역가들이 교토에 머물며 창작활동과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 • 세부 프로그램 - 레지던시 공식행사인 오프닝 포럼 및 클로징 이벤트 2회 ※ 모든 프로그램은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되며, 공개 행사에 한하여 영어-일본어 통역 진행 예정 2. 지원신청자격 ○ 문인(시, 소설, 아동·청소년 문학) - 시, 소설, 아동·청소년 문학 : 최소 1권 이상의 발간 실적이 있는 문인 ※ 그림책, 희곡, 비문학(에세이 등) 제외 - 영어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자 ○ 선정자는 레지던시 공식 행사 필석 3. 지원규모 및 항목 ○ 참가 예술가 직접 지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선정자 보조금 지급/지원신청서 내 예산 편성) 구분 선정 인원 지원규모 자부담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 1인 (후보군 3~5인 내외) 100만원 내외 총 사업비(보조금+자부담)의 10% 이상 - 프로그램 참가를 위한 왕복 항공료(이코노미석 기준 실비 지원) ※ 비자 발급비, 현지 체재비 등은 참가자 개인 부담 - 회계법인 회계검증수수료 ※ 회계검증수수료는 문예진흥기금 지원신청 공통안내사항 내 가이드라인 참조 ○ 기타 지원항목(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번역가/제작업체 지급) - 문학 분야 작가키트 제작비 및 작품 번역비(시 15편, 소설 30페이지 내외) : 400만 원 ※ 작가키트 제작비 및 작품 번역비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해당업체, 번역가에게 직접 지급 ○ 프로그램 참가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해외협력기관 지급) - 프로그램 참가비 : ¥430,000 ※ 숙박비, 일부 식사, 공식 행사 관련 통역료(영어-일본어), 프로그램 운영 등 각종 비용 포함 ※ 현지 체류 중 지급되는 현지 체재비 외 추가분은 참가자 개인 부담 ※ 해당 지원 내역은 해외협력기관과의 협의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 4. 제출서류 및 자료 (필수자료 총 3개) ※ 우편 및 방문 접수 불가 제

2025.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