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패다
- 작성일 200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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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패다
도끼 든다
창으로 삐져 들어오는 가지를 위해,
나무를 찍는다 쿵 쿵
2월에 남은 나뭇잎 어깨 위로 진다
쓰러져라 가라 가라
오십년 넘은 전류가 손목에 다가온다
팔목으로 어깨로 급기야 심장으로,
제발 좀 쓰러져라 가라고
땀이 나면 숨이 차면
모든 빛은 화살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돌맹이도 어린아이도 바나나장사도 풍선도
유리창을 하나씩 들고 손톱으로 긁는다
한 그루의 나무를 쓰러트리기 위해
내 뜻데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위해
도끼자루를 더욱 움켜쥔다
가지에 긁혀 빨갛게 달아오르는 피부
사랑하되, 아프지 말아라 뚝뚝
나무는 일어서려나 자기도 모르게 담장을 부셨다
뿌리는 어쩌면,
내 발바닥을 뚫고 척추로 자라난다
쿵, 쿵, 일년 이년 삼년이 나타나고
아직 몇년이 남았는지 뱃속은 보이지 않고
나이테는 작게 부서져 얼굴에 와 붙는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까마귀떼 지붕 위로 난다
풀썩 주저 앉는다
그 중 딱 한녀석과 눈이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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