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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패다

  • 작성일 2005-10-14
  • 조회수 952

 

나무를 패다





도끼 든다

창으로 삐져 들어오는 가지를 위해,

나무를 찍는다 쿵 쿵

2월에 남은 나뭇잎 어깨 위로 진다

쓰러져라 가라 가라

오십년 넘은 전류가 손목에 다가온다

팔목으로 어깨로 급기야 심장으로,

제발 좀 쓰러져라 가라고

땀이 나면 숨이 차면

모든 빛은 화살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돌맹이도 어린아이도 바나나장사도 풍선도

유리창을 하나씩 들고 손톱으로 긁는다

한 그루의 나무를 쓰러트리기 위해

내 뜻데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위해

도끼자루를 더욱 움켜쥔다

가지에 긁혀 빨갛게 달아오르는 피부

사랑하되, 아프지 말아라 뚝뚝

나무는 일어서려나 자기도 모르게 담장을 부셨다

뿌리는 어쩌면,

내 발바닥을 뚫고 척추로 자라난다

쿵, 쿵, 일년 이년 삼년이 나타나고

아직 몇년이 남았는지 뱃속은 보이지 않고

나이테는 작게 부서져 얼굴에 와 붙는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까마귀떼 지붕 위로 난다

풀썩 주저 앉는다

그 중 딱 한녀석과 눈이 마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