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저녁에 오래된 사진을 보네
- 작성일 200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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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저녁에 오래된 사진을 보네
빛바랜 오래된 사진 속에
송아지 고삐를 쥐고
햇볕에 눈을 찡그리고선 저 아이는
많이 울던 아이인데
메주 뜨는 냄새 가득한 방
너울대는 석유 등잔 불빛 옆에서
처음에는 소리 내어 울다가
달래던 할매가 잠들면 입만 벌리고 울던 아이
어느 스산한 가을 밤에는 밖으로 돌다가
찾아 나선 식구들 몰래 돌아와 온기 남은 아궁이에
발 묻고 잠들어 있던 그 아이
지나치게 식탐하여 눈치 보던 그 눈 눈썹을
마디 굵어 험한 내 검지로 살포시 건드려보네
그리고 몸을 웅크려 아이 속으로 들어가
많이 울던 아이의 가슴 냄새를 맡아보는 지금
이 저녁은 참 고요하다
풀 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네
그래, 허전함은 적막이 깨우는 거지
슬픔의 철이 당도하기도 전에
어두운 고요가 아이를 우선 울리고
다 커버린 나에게 내내 우울한 시간의 방으로 있었는데
살면서 슬픔도 생의 한 자락인것을 알게되었지
이제는 사진 속의 오동통한 저 아이는 울지 않네
깊은 밤 나는 미소 지으며
오랜 기억의 사진 한 장 가슴에 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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