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 먹은 호박
- 작성일 200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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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사등이 휘어버린 할멈이
날이 밝아오기까지 몇 번이나 잠에서 깼을까
슬레이트 가마 안, 잘 모셔둔 요강단지에 지렸을까나
몇 번이나 누런 오줌을
밤새 얼추 발효 됐을라나, 고약한 지린내는
요강단지를 들고 낑낑 걸음을 옮겨 옮겨 옮기어
허구헌 희로애락의 세월로 삭힌 할멈거름을
호박밭에 애지중지 붓사옵는다
천연요소비료다
칠십년 묵은 진짜배기 진국이다
“은혜가 사무쳐 사무쳐 죽어서도 잊지 않겠나이다”
조만간 호박이 넝클채 굴러서
저 옛적 흥부 박 만은 못해도
더 옛쩍 벼랑 끝 한 송이 꽃만은 못해도
양손 가득 호박 꾸러미를 안고 찾아뵈리라
명절날 홀로 찬밥 한 술 뜬 할멈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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