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 작성일 200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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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우리는 정오의 거리를 몽롱하게 걷다가
저녁이 되면 안전하게 귀가했고
능숙한 자세로 모여 앉아 TV를 봤다
뉴스가 NEWS가 아닌 것은 이미 상식이어서
TV속 앵커의 모노톤의 목소리에
우리는 오십분동안 안도했고
내일의 날씨 코너에 이르러서야 엄숙해졌다
내일의 날씨는 기상청이 정하는 것이어서
비가 내린다면 우산이 좀 필요하다는 뜻이고
햇볕이 내리쬔다면 옷을 좀 덜 입으라는 뜻이다
탱탱한 우산 한 손에 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내리쬐는 해 쯤이야 공중에 경례 한 번 하면 족했다
오늘은 아홉시 뉴스 시작도 전에
저녁 입가심 거리로 사라진 지 오래
예정된 것에는 불평하지 않는 법이므로
황혼 역시 아무래도 좋았다
내일의 날씨 코너가 끝나면
오늘은 모두 즐거운 표정을 하고 침대로 향한다
절대 없을 내일의 영하의 기온이나
모레의 세찬 눈보라같은 것을 떠올려본다
눈을 뜨면 내일의 날씨일 아침을 상상하며
부드러운 이불 속에서는 달콤한 꿈만 꾸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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