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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그녀의 파란만장 인생사 - 첫번째 이야기 : 만남

  • 작성일 2005-06-29
  • 조회수 328

쇼핑을 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꼭 쥐고있던 손에 땀이 베어 그냥 그것을 씻어내고 싶었을 뿐이다.

마침 지나는 길에 대형할인마트가 있어, 아무 꺼리낌없이 그곳으로 들어가 화장실을 찾았다.

일반 공중화장실보단 훨씬 깔끔한 그곳 화장실이 마음에 들어, 손을 씻은 후 머리도 매만지고

옷 매무새도 가다듬고 했다.  마지막으로 립그로즈를 꺼내어 입술에 바르고 있는데

 

『 저기요.』

 

옆에 있던 여자가 날 부른다.  무슨일인가 싶어 시선을 들어 거울속의 그녀를 바라보니

 

『 저기요~ 립그로즈 좀 빌려주세요.』

 

나보다 서너살은 어려보이는 그녀가 부탁한다.

나는 아무 대답없이 그녀 코 앞에 립그로즈를 내밀었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립그로즈를 받아들어 제 입술에 바르기 시작했다.

 

『 아유~ 집에서 나오면서 립그로즈 챙기는걸 깜빡했지 뭐예요~ 제가 입술이 좀 많이 건조해서

   오늘처럼 추운날엔 립그로즈 없이 어디 안나가는데....... 하여튼, 임신하고 나서부턴 자주

   기억력이 깜빡깜빡 한다니깐~』

 

임신"이라는 말에 깜짝 놀란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의 배 언저리를 뚫어지게 바라보자,

 

『 잘 모르겠죠? 벌써 8개월인데........두꺼운 옷으로 가렸어요.』

 

8개월 씩이나?  그러고보니, 배가 좀 나온것도 같고......

말대로 두꺼운 옷을 입어 그런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임신했는지 알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그녀의 얼굴은 이제 겨우 23살이나 되었을까 싶을정도로 동안이 아니냐 말이다.

 

『 결혼을 상당히 빨리 하셨나봐요.....』

 

상대의 입장은 고려해보지도 않고, 너무 놀란티를 낸 것이 멋쩍어 얼버무렸다.

그러나 웬걸 ─ 그녀는 너무나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꾸하는것이 아닌가.

 

『 아뇨. 결혼은 안했구요. 동거중이예요~』

『 아아......네에.......』

 

기절초풍이다.  처음만난 사람에게 ( 그것도 앞으로는 만날일도 없는 사람에게 )

동거하다가 임신해서 8개월이나 된것이 뭔 자랑이라구..... 요즘 젊은사람들은 다 저런가?

요즘 젊은사람들은 다 저런데, 나만 아직도 조선시대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것인가?

난 허둥지둥 립그로즈를 받아챙겨 화장실을 빠져 나온다.

 

《 문수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