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기(19금)
- 작성일 2007-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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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9세 이하 분들이 보시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게시물을 열게 되신 19세 미만 분들은 성과 가족, 종교, 사회에 대해 왜곡된 사고를 유발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닫아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숲보다 나무에 집중하시는 시야가 좁은분들도 게시물을 닫아주시기 바랍니다. 호기심으로 보시기에는 절대 재미없는 내용임을 미리 밝힙니다. 훔쳐보기 약속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내가 내게 검정색 수면용 안대를 내밀었다.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올라타 수면용 안대로 눈을 가리자 그제서야 차가 출발했다. 30분 가량 시간이 지났을까 어디선가 멈춰선 승용차의 느낌에 안대를 벗어내려 하자 사내가 내 팔을 잡았다. “아직은 안대를 푸시면 안됩니다. 언제 안대를 푸셔야 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차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가 다시 문이 닫혔다. 아마도 차를 몰던 기사가 내린 모양이다. 차에서 내리기 직전 사내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했다. “지금 저와 들어가시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시게 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게 되면 작은 방으로 안내되실 겁니다. 그곳에서 철제 캐비닛 안에 숨으시게 됩니다. 캐비닛 안에는 의자도 준비되어 있으니 그다지 불편은 없으실 겁니다. 안내인이 캐비닛의 문을 잠그고 가면 그때 안대를 벗으시면 됩니다. 캐비닛에서 나오시고 싶으시면 문에 달려있는 버튼을 누르시고 안대를 쓰고 계시면 5분 안에 그곳에서 나오실 수 있습니다. 절대로 안내인의 얼굴을 보시면 안되고, 소리를 내서도 안됩니다. 그리고 캐비닛에서 빠져 나오시기 위한 어떠한 개인적인 행동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주의사항을 어기실 시에는 그 즉시 회원자격이 박탈됨과 동시에 회원님의 안전도 보장해드릴 수 없습니다.” 말을 마친 사내는 차문을 열고 내 팔을 잡아 끌었다. 나는 사내를 따라 어떤 건물로 추정되는 장소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마음속으로 숫자를 셌다. 여덟쯤 셌을 때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시내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들의 평균 속도가 초당 6.6m 정도임을 감안했을 때 12층에서 13층 사이일 것이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사내에게서 다른 누군가에게 인계된 나는 복도를 걸어 보이지 않는 어떤 장소로 들어섰다. 아마도 사내가 말했던 작은 방이리라. 캐비닛 문이 열리는 소리가 얄팍하게 들려왔다. 잠시 내 팔을 놓았던 안내인이 다시 내 팔을 끌고 방의 어딘가에 내 몸을 돌려 세웠다. “앉으세요. 제가 문을 닫고 나가면 그때 안대를 푸시면 됩니다.” 여자의 목소리. 안내인이 여자라는 사실에 조금 당황하고 있으려니 -철컹철컹- 닫힌 캐비닛 문을 잠그고 그녀가 떠나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제서야 안대를 끌러낸 내 눈에 캐비닛의 작은 구멍들을 통해 흘러 들어온 미량의 빛으로 주변의 모습이 어둑하니 드러나 보였다. 내가 그 메일을 받은 것은 지난 수요일이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이웃들에 안부인사와 댓 글을 달기 위해 홈페이지를 띄워놓고 메일박스를 열었다. -새로 온 메일 3통이 있습니다.- 보험회사와 인터넷 홈쇼핑 광고 메일을 삭제하고 남은 한 개의 메일을 열었다. 글씨 한 글자 없이 점 하나만 달랑 찍혀서 수신된 제목이 왠지 스팸메일 냄새를 풀풀 피워댔지만 급할 것도 달리할 것도 없는 나였기에 아무 생각 없이 메일을 클릭했다. 내심 벌거벗은 치부를 드러낸 채 풍만한 나체를 자랑하고 있을 여인들의 사진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광고문구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정작 열린 메일은 딱딱한 사무적인 말투의 글 몇 줄이 전부였다. 「지금 받으신 메일은 본 회의 회원으로 계시는 분께서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계신 분들을 추천함으로써 받아 보시게 됩니다. 추천인은 본 회의 회규에 따라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을 누르시면 홈페이지로 이동하게 됩니다.」 -클릭- 마우스의 버튼을 누르자 메일과 마찬가지로 흰 바탕 위에 또박또박 검정색의 굴림체로 쓰여진 글 몇 줄이 둥둥 떠있는 썰렁한 홈페이지가 열렸다. 「본 회의 홈페이지는 회원 분들께 보내드린 메일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오니 주의를 부탁 드립니다. 부주의로 인하여 메일이 삭제되었을 시는 관리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다시 메일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을 누르시면 다음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클릭- 「본 회는 관음증을 사회적 통념인 변태적 성향이 아닌 인간 본래의 자연스러운 욕구로써 이해하고 제공하여 회원 여러분들의 상실된 권리를 찾아드림과 동시에 욕구의 충족을 통한 인간다운 만족감을 채워드림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회원 가입을 동의하시는 분들에 한하여 다음을 누르시면 다음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관음증? 어머니께서는 하숙집을 운영하고 계셨었다.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2남 2녀의 조롱조롱 달린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당신께서 대학가 근처에 운영하셨던 그곳은 멀리 떠나간 내 새끼들 돌보는 마음으로 따뜻한 하숙집을 원하셨던 어머니의 뜻과는 달리 흡사 폼페이 말기의 환락도시에서 뜨겁게 뿜어져 나오던 육욕적인 향연이 벌여지고는 하던 장소였다. 시험공부를 핑계로 내 방으로 숨어든 친구들과 함께 몰래 뚫어 놓은 구멍을 통해 숨죽여가며 지켜보던 통정(通情)의 광경은 벌거벗은 여인의 육체 위에서 반복적으로 흔들어 대던 사내들의 엉덩이에 몰래 숨어들어 오로지 성기로써만 존재하는, 상하운동의 쾌락에 우주를 채우던 사춘기 소년의 도그마(dogma)였다. 잊고 살았던 주홍 색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클릭- 「이 화면은 회원 가입을 동의하신 분들에 한하여 보여지는 화면입니다. 별도의 가입비는 없으며 전화번호와 성명을 기재하신 후 다음 버튼을 누르시면 다음 단계로 진행합니다. 다음 단계로 진행된 후 본 회에 대한 어떠한 사항도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되며 지켜지지 않을 시에는 회원님의 안전 또한 지켜지지 않을 것임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클릭- 전화번호와 성명을 기재한 후 다음 버튼을 클릭하자 화면이 꺼져버렸고, 다음 단계로의 진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거 순 사기 아냐?’ 왠지 허탈한 마음에 블로그를 열어 전날 써 놓았던 글을 올리고 이웃들의 게시물에 댓 글을 달고 있을 때였다. 진동으로 부르르 떨리던 휴대폰이 책상 밑으로 굴러 떨어졌고, 발신자 표시 금지의 화면으로 떨어대고 있는 휴대폰의 통화버튼을 허겁지겁 눌렀다. “실례하지만 “네. 그런데요? 어디시죠?” “우선 저희 회에 회원으로 가입되셨음을 알려드리고, 회원이 되심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그럼 다음 단계로 진행하겠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자신을 관리자라고 밝힌 사내는 주소, 주민번호, 직장 등의 나에 대한 개인정보를 모두 알고 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회에 속한 모든 회원들은 점 조직으로 존재하는 관리자들에 의하여 개별적으로 관리되고, 회의 운영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자금으로 유지된다고 하였다. “일단 회원님께서는 실버 회원 자격을 갖추셨습니다. 향후 회원님의 활동 내역과 회의 발전 기여도에 따라 골드, 다이아몬드의 자격을 부여 받으시게 되고 각각의 등급에 따라 좀더 색다른 경험이 가능하시게 됩니다. 지금부터 불러드리는 날짜와 시간, 장소를 메모하시고 약속에 따라 움직이시면 됩니다. 시간 약속을 5분 이상 어길 시에도 역시 회원자격이 박탈됩니다.” 캐비닛 안에 놓여진 작은 철제의자를 손으로 더듬어 보았다. 등받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등을 기대어보니 그제서야 마음이 가라앉고, 주변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캐비닛의 내부는 앞뒤로는 좁은 공간 때문에 무릎이 문에 닿을 지경이었지만 좌우로는 꽤나 넓어서 이런 저런 물건들이 놓여져 있었다. 좌측 아래에 작은 휴지통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우측을 보았다. 우측에는 철제 선반이 놓여져 있고 선반 위에는 티슈 한 통과 물병, 컵이 놓여져 있다. 사내가 말했던 탈출버튼을 찾기 위해 문의 이곳 저곳을 더듬어 보니 바둑알만한 크기의 동그란 버튼이 만져졌다. –찰칵- 그때 바깥쪽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고,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문으로 바짝 얼굴을 갖다 댄 나는 캐비닛에 뚫려 있는 작은 구멍들을 통해 누군가를 훔쳐보기 시작했다. 방은 널찍한 원목으로 짜인 평판이 의자를 대신하여 바닥에 놓여져 있고, 작은 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나무캐비닛들이 맞은 편으로 보였다. ‘어딘가의 탈의실일까?’ 출입구 외에 캐비닛들 옆으로 작은 문이 하나 더 있고 문에는 –샤워실- 이라고 적힌 푯말이 붙어있다. 방으로 들어온 이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한쪽어깨에 스포츠 백을 매고 자주색 트레이닝 복 차림의 그녀는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자 원목 평판위로 스포츠 백을 던져놓고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툭툭 털어내더니 나무캐비닛 중 하나를 골라 안에 걸려있던 옷걸이를 빼내고 운동화와 접어놓은 양말을 차근차근 챙겨 넣었다. 평판에 걸터앉아 스포츠 백에서 검정색 레깅스와 하늘색 하프 트레이닝 복, 회색 탱크 탑, 흰색 루즈삭스, 조깅슈즈를 차례로 끄집어내어 평판 위를 알록달록하게 장식해 놓은 그녀는 팔을 위로 하여 허리를 돌려가며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후 우……” 갖가지 포즈를 취해가며 스트레칭을 계속하던 그녀가 심호흡을 하고는 백에서 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았다. 발목을 돌려가며 손목을 털어대던 그녀가 트레이닝 복 상의의 지퍼를 -자르륵- 끌어내렸다.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상의를 벗어 캐비닛에 접어 넣고 바지를 벗어 상의 위로 챙겨 넣은 그녀가 뒤로 돌아선 채로 보라색의 브래지어를 벗겨내기 위해 hook 부분을 손으로 더듬었다. 여의치 않았던지 어깨 끈을 먼저 빼내 hook 부분을 앞쪽으로 돌려 브래지어를 벗겨낸 그녀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 발꿈치를 들며 어깨를 뒤로 젖혀 근육을 수축 이완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을 때 약간 마른 몸매처럼 보여졌던 그녀의 몸은 토플리스 차림으로 섰을 때 약간 살집이 있는 몸매였다. 등뒤로 둥글게 붙은 살이 어깨의 움직임에 따라 작은 물결을 만들어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탄탄하게 올라있었을 엉덩이, 허벅지 쪽으로 완만하게 내려 그려진 포물선을 따라 밀착되지 못하고 살짝 들떠있는 보라색 팬티가 허전하게 걸려있었다. 그녀의 몸이 평판 쪽으로 돌아섰고 비로소 그녀의 앞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운동에 의한 것인지 등뒤에 붙은 여분의 살과는 달리 비교적 하얀 피부위로 갈비뼈의 모습이 드러나 보인다. 갈비뼈의 곡선과 곡선 사이 손에 가려질 만한 버선코 모양의 유방이 작게 자리하고 있고, 유방의 크기에 비해 유난히 큰 유륜이 초콜릿 색으로 동그랗게 그려져 있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유방에 관심이 많은 모양으로 양손으로 유방을 모아 잡았다가 놓으며 흔들리는 모습을 관찰하였다. 나의 시선을 잡아 끈 것은 그녀의 작은 유두였다. 마치 어린아이의 유두를 연상시키는 톡 튀어나온 작은 유두가 초콜릿색 유륜 속에 앙증맞게 달려있다. ‘설마 출산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닐까?’ 유난히 작은 유두가 색을 밝히는 여자들에게서 많이 관찰된다는 용섭의 말이 떠올랐다. “오시토신, 테스토스테론, 앤돌핀, 도파민 이 네 가지 호르몬의 분비에 의해서 오르가즘이 결정된다 이 말씀이야. 즉 색을 밝히는가 아닌가는 정신적인 부분이 아니라 호르몬의 분비량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지. 한마디로 마약중독과 흡사하기 때문에 절대 고쳐질 수 있거나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거야.” 인간의 감정과 느낌을 호르몬의 종류와 분비량에 따라서 설명하기 좋아하던 녀석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한달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녀석은 거의 절대적인 감정이라고 알려진 모성애조차도 호르몬의 작용 때문이라고 주장하고는 했었다. 녀석이 살아있다면 뇌사와 심박정지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죽음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렸을지도 모른다. “호르몬 분비의 정지현상” 통통하게 살이 오른 허벅지와 부풀어 오른 아랫배 사이에 걸쳐진 보라색 팬티, 꽃무늬의 리버 레이스로 엮인 투명한 망을 통해 거무스름한 음모가 비쳐 보였다. ‘저 속에 손을 넣으면 어떤 느낌일까?’ 밴드를 파고들어 손끝에 만져지는 까실까실한 음모와 클리토리스에 이르러 미끄러지는 손가락의 느낌을 상상하자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페니스가 부풀어 올랐다. 내심 마저 벗겨 내려지는 팬티와 드러나는 음모의 관찰을 바랐지만 그녀는 레깅스와 탱크 탑, 하프트레이닝 복, 루즈삭스, 조깅슈즈를 차례로 입고는 백에 브래지어를 챙겨 넣어 캐비닛 문을 닫고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가 버렸다. “아……” 잔뜩 웅크리고 있던 몸의 긴장감이 스르르 풀리며 짧은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절대로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관리자의 말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는 어두운 공간이었다. 선반에 놓여있던 티슈 몇 장을 뽑아내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뭉쳐있던 흥분 감이 사라지며 몽롱한 상태가 되었다. 더 이상 그 공간 안에서 다른 훔쳐보기를 시도하기에는 몸과 마음이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문을 더듬어 탈출버튼을 누르자 버튼 옆에 달려있던 작은 꼬마전구에 빨간색 불이 들어왔다. “안대를 착용해 주세요. 곧 도착할 안내인의 지시에 따라 귀가하시면 됩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니 머리 위쪽으로 캐비닛의 모서리에 달려있는 동전만한 크기의 스피커가 보였다. ‘어딘가에 마이크도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좀더 샅샅이 캐비닛의 내부를 살펴보기 시작했으나 스피커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었다. –찰칵-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져 허둥지둥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으려니 캐비닛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내 팔을 잡아 끌었다. 집에 돌아온 시간은 저녁 일곱 시가 넘어서였다. 갈 때와 마찬가지로 안대로 눈을 가리고 내린 곳은 낮에 사내와 약속했던 그 장소였다. 택시를 타고 돌아와 소파에 쓰러지듯 누운 나는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에 빠져들었다. 보라색 팬티의 그녀가 나의 몸을 타고 앉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리버 레이스의 실밥이 나의 페니스를 긁어댔다. 무표정한 그녀의 스트레칭, 그녀의 이마에서 시작된 땀방울이 목을 타고 흘러내려 가슴과 배를 적셔대고 내 몸에까지 이르렀다. 그녀의 팬티가 벗겨져 내려가고 나의 페니스가 그녀의 음모를 헤집고 들어가는 상상을 한다. 그러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보라색의 팬티가 내려가는 순간 나의 꿈은 현실이 되고 곧 잠에서 깨어난다는 것을. 순간 뇌를 쿡쿡 찌르는 통증이 엄습해왔다. 얼굴을 들어 보니 내 몸을 타고 앉았던 보라색 팬티의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낯이 설지 않은 사내 하나가 구둣발로 내 하복부를 밟고 서 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에서 뜨듯한 액체가 내 얼굴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눈앞의 사내는 날이 시퍼렇게 선 가위를 들고 한 손에는 선혈이 뚝뚝 흐르는 잘려나간 나의 페니스를 들고 의미 모를 미소로 나를 내려다본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가슴에서 나오지 못하고 막혀있는 소리를 질렀다. “헉 헉.” 탁자 위에 던져놨던 휴대폰의 액정을 확인했다. 새벽 한 시. 몸을 일으키려니 온몸이 뻐근하게 죄어왔다. 얼추 여섯 시간을 소파에서 잠이 들었으니 몸이 아플 만도 했다. 무엇인가 서늘한 느낌이 들어 팬티 속을 더듬어 보았다. ‘몽정’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 거의 20년만의 몽정이었다. 나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 ‘마흔이 다되어가는 나이에 몽정이라니.’ 샤워를 하고 속옷을 갈아입은 나는 벗어놓은 속옷을 어찌할까 망설이다가 쓰레기통에 구겨 넣었다. 속옷에 뭉쳐진 정액이 마치 타인의 것처럼 더럽게 느껴졌다. 방으로 돌아와 pc의 전원을 켜고 블로그를 열었다. 모니터의 불빛에 어둡던 방안이 밝혀졌을 때 뒤쪽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섬뜩한 느낌에 뒤를 돌아 보았을 때 그곳에는 모니터 불빛에 비친 내 그림자가 벽에 걸쳐져 일렁이고 있었다. 나의 두 번째 훔쳐보기는 일주일 후에 이루어졌다. 관리자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장소를 잡은 후 전과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쳐 어딘가의 훔쳐보기 장소로 이동했다. “주의사항은 전과 마찬가지입니다. 잘 아시죠? 오늘은 좀더 개인적인 장소에서 훔쳐보기를 하시게 됩니다. 캐비닛 내에서 어떤 행위를 하시던 그것은 회원님의 자유이지만 절대 소리를 내서는 안되고 문을 열어서도 안됩니다. 주의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시에는 즉시 회원님의 회원자격이 박탈되고 회원님의 안전도 보장해 드리지 못합니다.” 안내원에게 안내되어 눈을 뜬 곳은 전과 마찬가지로 캐비닛 내부였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전과 동일한 캐비닛이었고 동일한 물건들이 놓여져 있었다. 캐비닛의 구멍을 통하여 밖을 내다보았다. 전과는 다른 장소, 아마도 관리자가 말하던 좀더 개인적인 장소인 모양이다. 하얀색 시트가 깔려있는 더블침대, 소파, 탁자, TV, TV 테이블과 일체형으로 구성된 작은 화장대. 전형적인 호텔 또는 모텔 내부의 구성이다. 방의 특성을 이해하자 곧바로 떠오르는 무수한 이미지들, 미친 듯이 흔들리던 그녀들의 가슴과 그들의 엉덩이, 여자들이 내던 고양이 울음소리, 과거 하숙집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며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가 힘들었다. –딸칵- 보이지 않는 구석에 위치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바짝 긴장한 나는 몸을 웅크리고 캐비닛의 구멍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불륜커플이거나 나이 어린 아베크 족을 예상했던 나의 바람과는 달리 들어온 사람은 20대 중 후반으로 보여지는 여성이었다. 어쩌면 30대 초반일 수도 있다. 피부관리기술과 미용기술이 발달한 요즘은 20대로 보이는 30대들이 흔한 세상이니까. ‘무엇인가 이상한데.’ 분홍색 꽃무늬 원피스 차림의 그녀는 여행가방을 들고 있지도 그렇다고 오피스 걸로 보이지도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작은 핸드백이 그녀가 지닌 소지품의 전부였다. 일반적으로 모텔에서는 자살이나 도난, 성폭행 사고의 방지책으로 홀로 들어온 여자투숙객을 받지 않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호텔일까?’ 핸드백을 탁자위로 던져놓은 여자는 백에서 버지니아 슬림과 금장으로 장식된 라이터를 꺼내 놓고 휴대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응. 응.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리라는 거야. 몰라 남편 오기 전에 집에 가야 한다고. 그때서야 와서 뭘 어쩌려고. 응. 응. 두 시간만 있을 거야. 와서 나 없으면 집에 간줄 알아.” 통화를 끝낸 그녀는 휴대폰을 백으로 챙겨 넣고 엄지손가락의 손톱을 물어 뜯으며 방안을 돌아다녔다. 한참을 서성대던 그녀는 원피스를 벗어 침대위로 던져놓고 탁자 앞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길고 가는 담배에 어울리는 흰 손가락이다.’ 손안에 반짝거리는 금장 라이터와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실크로 짜인 은빛슬립이 눈부시게 빛났다. 슬립 아래 감춰진 그녀의 아랫배가 천천히 숨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위 아래로 가볍게 오르내리는 그녀의 아랫배. 그 배에 귀를 대고 그녀의 안에서 내어지는 숨소리와 꾸르륵거리는 장의 움직임을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훔쳐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여자는 TV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 시간 가까이 이곳 저곳의 채널을 돌려대며 TV를 시청하고 세 개비의 담배를 더 피웠다. 그녀의 모습과 TV 프로그램을 버나 가며 훔쳐보고 있으려니 그녀의 취향이 대략 파악되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대체로 뮤직비디오와 연예인 관련 프로그램인 모양으로 이런 저런 연예인들이 총출동하여 시시껄렁한 농지거리로 시간을 때우는 프로그램에 채널을 고정시키고 깔깔대며 웃어대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남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전화 통화로 미루어 보아 남편이 오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고 했으니 기다리고 있는 남자는 애인일 것이다.’ 바쁘게 시간에 쫓기는 남자일 테고, 저 정도의 외모가 되는 여자를 건사하려면 아마 자신도 꽤 괜찮은 외모에 사회적인 능력도 갖추고 있을 남자일 게다. 나는 심플한 보석으로 장식된 스터드와 커프링크스가 잘 어울리는 핸섬한 이미지의 남자를 머릿속에 그려냈다. “병신……” 담배 한 개비를 더 피워 문 그녀의 입에서 들릴락 말락 한 작은 소리로 누군가를 향한 욕이 새어 나왔다. 그 욕이 TV프로그램의 연예인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기다리고 있을 남자를 향한 욕인지 혹은 자신을 훔쳐보고 있는 한 남자에 대한 욕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다른 한 손에 들려진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던 그녀가 피우다 만 담배를 재떨이에 떨어뜨리고 턱을 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녀가 고정시킨 채널은 24시간 에로물을 틀어주는 성인전용의 케이블 방송이었다. 모니터 속의 느끼하게 생긴 젊은 남자가 여자의 유두를 혀끝으로 둥글리자 여자의 허리가 뒤로 활처럼 휘어졌다. 재떨이에서 피어 오른 흰 연기가 아지랑이를 만들어내며 그녀의 은색 슬립에 감겨댔다. 모니터 속의 통정을 훔쳐보던 그녀의 손이 슬립위로 부풀어 오른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동안, 그녀를 훔쳐보던 나는 바지 지퍼를 열고 부풀어 오른 페니스를 꺼냈다. 그녀의 손이 느끼고 있을 매끄러운 실크 슬립의 느낌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그 느낌을 손으로 가져가자 부풀어오를 대로 부풀어오른 돌출부에 통증이 몰려왔다. 가슴을 어루만지는 손을 왼손으로 바꾼 그녀는 허옇게 드러난 허벅지에 오른손을 내려 위 아래로 쓰다듬었다. 모니터 속의 남자가 여자의 하복부에 얼굴을 묻고 거친 숨을 몰아 쉬자 그녀의 오른손이 슬립 밑에 감춰진 검은 삼각지를 파고 들었다. 그녀의 고개가 뒤로 꺾이며 침대위로 던져진 은색 슬립과 허연 허벅지가 꿈틀거리며 욕정의 한숨을 풀어댔다. “아아……” 모니터 속의 남녀가 서로의 몸을 엮어 스며 나온 땀으로 몸을 적셔내자 삼각지의 숲으로 파고든 그녀의 손놀림이 빨라지며 은색 슬립이 벗겨져 나갔다. 처음부터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던 모양으로 살 오른 가자미 모양의 유방이 퍼덕이는 몸짓으로 물방울을 튀겨 올렸다. 탄탄하게 당겨진 그녀의 허리가 활을 쏘아대듯 튕겨진 반동으로 흔들리는 침대에 놓여져 있던 슬립이, 벗어져 남겨진 뱀 허물마냥 흐늘거리며 미끄러져 내렸다. “자기 좋았어?” 모니터 속의 사내가 여자의 얼굴을 핥아댔고, 검은 삼각지에 머물던 그녀의 손이 스르르 툭 떨어졌다. 쪼그라든 나의 페니스, 흩뿌려진 통증이 배를 타고 흘렀다. 젖은 손을 코에 가져가 냄새를 맡은 그녀는 담배 한대를 더 피우고는 샤워 실로 들어갔다. “음음음음……” 샤워 실의 유리문을 통해 그녀의 나신이 수증기 속으로 뿌옇게 비쳐 보여졌다. ‘Respiro 휴식이라는 제목의 깐소네였던가.’ 샤워실의 그녀가 부르는 콧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깊이 없는 어둠이 캐비닛 안으로 번졌다. “이런 더러운 것을 누가 보랬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어린 시절 명절을 맞아 방송사에서 특집으로 해주었던 명작영화 시리즈 중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의 뜨거운 키스가 TV화면 가득 채워졌을 때 TV의 전원이 꺼지며 갑작스런 검정색 모니터에 놀란 우리는 뒤를 돌아 보았다. 돌아가시기 전의 아버지가 한 손에 리모컨을 들고 우리들을 노려보고 서 계셨다. 아직은 아버지께서 살아계시던 때 우리 집에는 봐서도, 해서도 안 되는 몇 가지의 금지사항이 있었다. 도박, 술, 담배, 성욕의 네 가지 항목을 아버지께서는 인간의 4대 죄악이라고 명명하셨고 4대 죄악으로 인하여 인간이 천국으로 가는 길을 잃고 지옥불로 들어간다고 강조하시고는 하셨다. 집에는 그 흔한 화투 한 벌, 선데이서울 한 권이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절대자였던 아버지의 말씀을 그저 새겨듣고 지켜내기만 하면 탈없는 생활이 보장되었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던 나에게는 커다란 의문점이 하나 생겨났다. 우리 집에는 나를 포함한 4남매가 있었다. 중학교에 들어간 직후 반 친구들과 대화를 하던 중 생겨난 의문점을 일기장에 적어 놓았던 것인데 그 일기 한 장이 그리도 크게 확대될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었다. “오늘 학교에서 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던 도중 남자와 여자의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알기로는 남자와 여자가 성욕을 느끼고 성행위를 한다거나 하는 감정과 행위가 모두 죄악일 것인데 남자와 여자의 성행위가 없이는 아이의 탄생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집만 해도 나를 포함하여 4남매의 아이들이 있다. 우리 남매는 모두 죄악의 결과물들일까? 나는 혼란스럽다.” 일주일쯤 후 아버지께서 나를 불러 방에 앉히셨다. 당신 앞에 놓여져 있는 나의 일기장을 보고 어찌된 영문인지를 눈치 챌 수 있었다. 얼마간의 정적이 흐른 후 아버지의 입을 통해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네 일기장을 보았다. 내가 알지 못하였다면 모르겠지만 알게 된 이상 그냥 모른 척 넘어갈 수가 없구나. 너희들 엄마와 나의 관계는 신께서 인도해주신 사랑에 의한 것이었지 단순한 성욕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너희들의 존재는 사랑에 의한 것이지, 죄악에 의한 것이 아니다.” 평소 같았으면 “잘 못했습니다. 아버지” 한마디였으면 끝날 자리였었지만, 그날의 나는 분노에 몸을 떨고 있었다. 나의 일기장을 들켰다는 수치심과 나의 수치심을 들춰낸 당신에 대한 분노. 나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제가 어떤 여자를 만나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성욕을 느낀다면 그 여자를 제게 인도해주신 것도 신이시고 그 느낌들을 주신 것도 신이실 텐데, 미래의 결과를 예상하지 못하는 제 무능력이 죄가 되지는 않을 텐데요. 저에게 죄의 근원을 내려주시고 인간으로써는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의 결과에 따라 죄의 유무를 따지는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요? 마치 아버지께서 제 일기장을 훔쳐보신 죄책감을 은폐하시기 위해 자식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포장으로 자신의 죄를 선의에 의한 행동으로 해석하시듯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아버지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시며 그때까지 듣지 못하였던 크고, 무서운 목소리가 아버지의 입을 통해 터져 나왔다. “이런 사탄의 종놈 같으니. 성욕이나 훔쳐봄보다 더 큰 죄악이 믿음에 대한 의심이라는 것을 내가 너에게 알려주어야 하겠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나는 아버지에게 맞서고 있었고, 그렇게 무섭게 번뜩이는 아버지의 눈을 본 기억이 없었다. 발가벗겨져 광에 갇힌 나는 이틀간에 걸쳐 무지막지한 체벌에 시달려야만 했다. 광 문 앞에서 어머니께서 눈물로 호소하셨지만 아버지의 매질은 멈추지 않았다. “신의 뜻을 제 멋대로 해석하고 믿음을 의심하는 이런 악마의 자식은 때려서라도 고쳐놔야 한다. 누가 너더러 감히 신의 뜻을 이해하라고 하였느냐. 나의 믿음으로써 너를 고쳐놓지 않는다면 나 역시 신 앞에 얼굴을 들고 설 수가 없는 일이다. 이래도 악마의 의심을 풀고 나의 말을 믿지 않겠느냐.” 만신창이가 되어 광에 쌓여 올려진 연탄무더기 사이를 뒹굴던 나는 다시 시작될 체벌의 공포와 굶주림의 고통, 온몸을 쿡쿡 찔러대는 한기에 지쳐가고 있었다. 신의 뜻이던, 아버지의 말씀이던 아무것이라도 좋았다. 인간적인 상식과 이해와 의문을 포기하고 그저 무조건 믿고 따르겠다는 한마디면 이 고통에서 풀려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가고 있었다. 그때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문이 열렸다. “완기야 빨리 나와. 우선 씻고 옷 챙겨놨으니까 옷부터 빨리 입어. 내가 병원 주소하고 버스요금 놓고 가니까 곧바로 와야 해. 다들 병원으로 갔으니까 빨리 와.” 나보다 두 살 위였던 누나는 무엇인가에 쫓기듯 집을 나섰다. 병원에 도착한 나는 무서웠던 아버지를 영정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공포스러웠던 아버지의 얼굴이 사진 속에서 무표정한 눈빛으로 나와 마주한 순간 다리가 풀려버린 나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완기야 정신차려. 완기야.” 얼마나 정신을 놓고 있었을까 나를 일으켜 세우는 누나의 목소리와 함께 멀리서 한탄을 하시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전 스스로 죄짓기 싫으시다고 술 한잔 하시지 않던 양반이셨는데. 자식이 무엇이라고 그렇게도 괴로워서 술을 드시고 사고가 나서 저 세상으로 가실 줄 알았다면 자식이고 무엇이고 아무 소용도 없었을 것인데. 이제 이 몸은 당신 없는 세상에서 어찌 살아야 하오. 저 놈이 당신을 보냈소. 저 놈이.”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나는 부지불식간에 아버지를 저 세상으로 보낸 원인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끝내 아버지께 용서받지 못한 자식이 되었고, 용서받을 기회를 잃어버린 나와 용서하실 기회를 잃으신 아버지는 긴 세월을 두고 가슴속에 앙금으로 남겨졌다. 그리고 좀 더 세월이 흘러 여자를 알게 될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여자를 안을 수 없는 정신적 형벌에 처해졌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떤 여자를 품 안에 품어도 요지부동, 부풀어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나의 페니스로 인해 성관계 자체가 불가능했다. 세 번째의 훔쳐보기는 다시 일주일이 지난 후에 이루어졌다. 두 번째의 훔쳐보기 이후 당분간 훔쳐보기를 시도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였지만 한 통의 메일로 인하여 관리자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클릭- 「회원님께서는 현재 실버 등급 회원이십니다. 골드 회원 승급에 관한 안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회원님과 친분관계가 있으신 분을 한 분 이상 본 회의 회원으로 추천해주시고 관리자를 통한 결과를 기다리시면 됩니다. 골드 등급의 회원님께 드리는 특전은 좀더 다양한 훔쳐보기의 체험과 더불어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새로운 세계의 체험을 도와드립니다. 다음 버튼을 누르시면 회원추천란으로 이동하십니다. 추천 회원 분의 주소, 전화번호, 직업, 성격 등의 상세정보를 기입해주시기 바랍니다.」 -클릭-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새로운 세계의 체험?’ 좀더 다양한 훔쳐보기의 체험이라는 말에서는 별다른 유혹을 느끼지 못했지만 새로운 세계의 체험이라는 구절에 마음이 움직였다. 생각나는 몇 명의 친구들을 떠올렸고 그 중 두 명의 신상명세서를 메일로 보낸 후 관리자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다시 그와 약속장소를 잡은 나는 전과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쳐 어딘가로 옮겨졌다. 이번에도 그의 딱딱한 말투가 수면안대로 가려진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오늘은 실버 회원으로써 마지막 훔쳐보기가 되실 겁니다. 다음에는 골드 회원으로써 회원의 권리와 의무를 실천하시게 됩니다. 오늘은 그 동안의 훔쳐보기 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자극적인 장면을 보시게 됩니다. 전과 마찬가지로 도중에 문을 열고 나오시거나 소리를 내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골드 회원이 되시고 나면 회의 유지를 위하여 자율적인 기부에 참여하셔야 하며 회의 탈퇴여부는 다이아몬드 회원들의 가부결정에 의하여 탈퇴가 허락되니 그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캐비닛 내부는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안대를 끌러내고 캐비닛의 구멍을 통하여 바깥을 내다 보았다. 샛노란 백열전구의 불빛만으로 비춰지는 실내. 캐비닛의 구멍을 통해 습한 공기가 밀려들며 익숙한 냄새가 콧속을 찔러댔다. 곰팡이 냄새? 두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는 벽 쪽으로 버려진 자재들이 쌓여있고, 길게 늘어뜨려진 전깃줄에 매달린 전구 밑으로 접이 식 간이 침대 하나가 눈에 띄었다. ‘여기는 어딘가의 지하창고인 것 같다.’ 벽의 한쪽 면을 훑어보니 과연 한 사람이 겨우 오르내릴만한 좁은 계단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졸음이 밀려들었다. 습한 공기와 곰팡이 냄새, 샛노란 백열전구. 벌거벗겨진 채 광에 갇힌 소년은 누군가를 향한 저주를 쏟아 붓고 있었다. 그것이 신을 향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아버지, 혹은 소년 자신을 향한 것이었는지 마치 홍수에 쓸린 범람한 강물 같은 저주가 소년의 작은 몸을 휩쓸고 있었다. 죽은 듯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소년의 몸이 움찔하더니 울음에 섞인 작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그 역시 누구를 향한 말이었는지 모를 목표 없는 구원의 바람이었다. 어느 순간 소년의 얼굴이 눈물로 뒤덮였다. 한기가 밀려들며 추위에 얼어붙은 몸이 오그라들었다. 그때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문이 열렸다. 엉겁결에 눈이 떠졌다. 오그라든 몸을 떨며 얼굴을 문질러 차가운 것을 닦아냈다. 커다란 부대자루 하나를 어깨에 짊어 매고 계단을 내려오는 건장한 사내가 보였다. 계단을 내려선 사내는 부대자루를 간이침대 위로 던져 놓고 사방을 둘러 보았다. 매섭게 찢어진 사내의 눈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살기가 뿜어져 나와 어둑한 실내의 불빛을 타고 어른거렸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사내가 부대자루의 입구를 봉하고 있던 끈을 풀러 내고 안에 들었던 것을 쏟아냈다. 놀랍게도 부대자루에서 나온 물건은 사람이었다. 청 테이프로 두 손을 뒤로 묶이고 다리 역시 테이프로 꽁꽁 묶인 학생복 차림의 여자는 이제 갓 열 다섯을 겨우 넘어 보이는 소녀였다. 몇 겹의 청 테이프로 밀봉된 그녀의 얼굴에 겨우 드러나 보이는 두 눈이 공포에 질려 커다랗게 떠져있었다. “가만히 있어봐라. 즐겁게 해줄 테니까.” 음산한 웃음과 함께 칼칼한 목소리를 뱉어낸 사내는 간이 침대로 다가섰다. 사내가 손을 뻗어 소녀의 얼굴에 붙어 있던 몇 겹의 청 테이프를 우악스럽게 떼어내자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만 같은 앳된 얼굴이 드러났다. 사내가 그녀의 다리를 감고 있는 청 테이프를 떼어내는 동안 그녀는 재빨리 눈을 굴려 사방을 살폈다. 다리의 테이프를 떼어낸 사내는 그녀의 몸을 돌려 뒤로 묶여진 손의 테이프를 떼어냈다. 그때 기회를 엿보던 소녀가 후다닥 번개 같은 몸놀림으로 사내를 밀쳐내고 계단을 뛰어 올라가 문의 손잡이를 돌려댔다. 하지만 밖으로 잠겼는지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애가 닳은 그녀는 미친 듯이 철문을 두드려댔다. “사람 살려요. 누구 없어요? 살려줘요 제발.” 아마도 그 것이 그녀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였으리라. 그런 그녀를 급할 것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사내가 태연히 계단을 올라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았고, 뒤로 머리가 꺾여 계단을 끌려 내려오는 그녀의 목에서 –끅끅- 숨 넘어가는 소리가 비어져 나왔다. 한 손으로 머리채를 휘어잡은 사내가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뺨을 후려갈기기 시작했고, “악” 하는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금방 앳된 얼굴이 퉁퉁 부어 오르며 입과 코에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사내가 머리채를 쥐어 잡았던 손에 힘을 주어 휘두르자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작은 몸이 바닥으로 나동그라졌고, 얼굴을 감싸 쥐고 엎드려있던 소녀에게 달려든 사내가 옷을 찢기 시작했다. 바닥을 기던 그녀가 안간힘을 다해 자신을 가리고 있던 천 쪼가리들을 지키려 발버둥쳤지만 사내의 흥분감만 고조시킬 뿐인 의미 없는 몸부림에 불과했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그녀가 몸을 웅크리고 구석으로 달아나 쪼그려 앉았다. 갈비뼈의 윤곽이 도드러져 보이는 마른 몸에 채 부풀어 오르지 않은 작은 가슴을 양팔로 가리고 있는 가녀린 그녀의 모습이 작게 축소되어 보였다. 두려움에 떨고 있던 그녀의 커다랗게 떠졌던 눈이 질끈 감겼다. 사내의 손에 들려진 각목이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며 그녀의 마른 몸으로 날아들어 둔탁한 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갔다. 점점 작게 웅크려 드는 그녀의 몸 위로 사내는 표정의 변화도 없이 묵묵히 각목을 휘둘렀다. 물러진 살점이 떨어져 나가며 사방으로 튄 선혈이 그녀가 웅크려 든 뒤쪽 벽을 붉은 점으로 물들였다. “그만해. 그만. 이 개새끼야. 그만 하라고.” 움켜쥔 주먹이 떨려왔고 눈에 핏발이 섰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나는 캐비닛의 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갑자기 튀어나온 한 인물로 인하여 놀란 사내가 째진 눈을 똥그랗게 뜨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옆에 놓여 있던 삽을 집어 든 나는 사내의 머리를 삽 날로 찍어댔다. 사내의 머리에 찍히는 삽 날에서 금속성의 날카로운 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사내는 몸을 축 늘어뜨리고 바닥으로 엎어져 버렸다. 사내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쏟아진 붉은 페인트처럼 발 밑으로 고였다. 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 모든 상황이 내 머릿속에서만 그려진 비겁한 상상이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캐비닛에 쪼그려 앉은 채 숨소리 조차 크게 내지 못하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두려움이 온몸을 짓눌렀고, 땀이 스멀스멀 배어 나왔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피투성이의 그녀가 사내의 발 밑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비벼대며 애원했다. 그제서야 휘두르던 각목을 옆으로 집어 던진 사내가 바지 지퍼를 내리고 검게 부풀어 오른 페니스를 꺼내 들었다. “빨고 싶다고 말해.” 사내의 기계적인 음성이 명령을 내리자 그녀는 죽음 끝에 다다른 애원의 목소리로 말했다. “빨고 싶어요. 제발 빨게 해주세요.” 사내에게 잡혀오기 전까지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에나 어울렸을 분홍색 입술을 뚫고 사내의 페니스가 우악스러운 왕복 운동을 해댔다.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그녀가 주먹을 꼭 쥐고 울음을 터뜨렸지만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에 혈안이 된 사내는 그녀의 작은 머리를 터뜨릴 듯 움켜쥐고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한참을 반복적으로 하복부를 움직여대던 사내가 그녀의 머리를 내팽개쳤고, 벽에 머리를 부딪힌 가녀린 몸이 바닥을 굴렀다. 널브러져있는 작은 몸 위로 달려든 사내가 그녀의 양 무릎을 잡고 다리를 벌리자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한 보송보송한 음모가 드러났다. 화들짝 놀란 그녀가 두 손으로 자신의 하체를 가리며 몸을 뒤틀자 다시 사내의 손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공포에 질린 그녀가 울부짖으며 하체를 가렸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자 부풀대로 부풀어오른 사내의 페니스가 그녀의 몸을 뚫고 들어갔다. “잘못했다고 빌어.” 다시 사내의 입에서 기계적인 명령이 내려지자 그녀의 울음이 지하창고에 울려 퍼졌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거대한 채찍 같은 사내의 몸이 작게 움츠러든 몸 위로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정말 잘못했어?” “네.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용서해줄까? “용서해주세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무엇을 잘못했는데.” “……” 기묘한 대화였다. 사내가 몸을 움직이며 질문을 던지면 그녀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지막 사내의 질문에 얼굴을 가린 그녀가 답을 하지 못하자 사내의 주먹이 선혈이 낭자한 몸을 마구잡이로 갈겨댔다. “무엇을 잘못했냐고 이 쌍년아. 말해! 무엇을 잘못했냐고. 말하란 말이야.” “몰라요.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다 잘못했어요. 아악.” 사내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 번들거리며 핏대가 죽죽 선 두 손이 소녀의 힘없는 목을 짓눌렀다. “더러운 년. 죽어. 죽어.” 허옇게 눈을 까 뒤집으며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던 그녀의 몸이 축 늘어져 버렸다. 몸을 일으킨 사내의 쪼그라진 페니스를 타고 정액과 피가 뒤섞인 액체가 뚝뚝 떨어졌고, 사내는 미쳐 날뛰었다. 사내의 손에 들린 각목이 파열음을 내며 휘둘릴 때마다 창고 안에 놓여져 있던 이런 저런 물건들이 파편을 튀기며 부서졌다. 미쳐 날뛰던 사내가 캐비닛을 두들겨대는 소리가 천둥처럼 내 몸을 울려왔다. 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쪼그려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용서해주세요.’ 나는 누군가를 향해 끊임없이 빌고 또 빌었다. 아랫도리에서 뜨듯한 액체가 줄줄 새어 나왔지만 수치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순간 사방이 조용해졌다. 눈을 뜨니 캐비닛의 이곳 저곳이 찌그러져 있었지만 다행이 문은 열려있지 않았다. ‘사람이 눈앞에서 비참하게 죽었는데 나는 열리지 않은 문을 다행스러워한다.’ 캐비닛의 구멍으로 바깥을 내다보기 위해 조심조심 얼굴을 디밀었다. 구멍을 통해 보이는 누군가의 눈. 눈 하나가 구멍을 통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의 눈과 그의 눈이 마주쳤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나는 하얗게 비워진 머릿속의 미로를 따라 정신을 잃고 말았다. 꿈을 꾸고 있었다. 옆에 앉은 이가 남루한 복장의 스티브 맥퀸임을 알아보고 빠삐용이라는 영화를 기억해냈다. 스티브 맥퀸이 밝은 빛 속에 서성이던 누군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저는 무죄에요. 무죄라고요. 저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요.” 밝은 빛 속에 그림자로 존재하던 판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빠삐용. 유죄. 인생을 낭비한 죄.” -탕 탕 탕- 자유, 평등, 정의를 상징하는 세 번의 의사봉이 내려쳐지고 판사의 결정을 부정하며 자신의 무고함을 재차 외쳐대던 스티브 맥퀸이 기아나 만의 형무소로 끌려간 후 내 변호의 차례였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하지만 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 정말 무죄라고요.” 다시 밝은 빛 속에 그림자로 존재하던 판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니요. 저는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제 잘못이 아니라고요. 제발.” -탕 탕 탕- 다시 세 번의 의사봉이 내려쳐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 전화벨이 울렸고 눈이 떠졌다. 거친 숨을 몰아 쉬는 내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한기가 느껴졌고,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보자 집이었다. ‘내가 어떻게 집에……’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려다 굳어진 근육의 통증으로 인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한참을 울려대던 전화벨이 끊어졌다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고, 더듬더듬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을 집어 들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 속의 목소리는 낯익은 친구의 목소리였다. 순간적으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엊그제 내가 회원으로 추천한 두 명 가운데 한 명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말을 더듬었다. “어……여보세요. 오랜만이네. 웬일이야?” “걱정이 돼서 전화했어. 너도 일단은 골드 회원이 되었겠구나. 축하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녀석은 내가 회원이라는 사실과 골드회원 자격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회칙에 의하면 회원끼리의 정보는 공유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녀석이 나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이 무엇인가 수상하다고 생각되었다. “나에게 회의 추천메일이 왔더라. 내가 골드 회원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추천했던 친구가 너와 용섭이 단 두 명뿐이었거든. 용섭이는 지난 달에 교통사고로 죽었고, 추천 대상자가 점수를 지속적으로 올려주어야 다이아몬드 승급이 가능한데 이번에 내가 다이아몬드 회원으로 승급이 되었고, 필요 없는 추천메일마저 날아왔으니 네가 회원이라는 사실은 금방 알 수 있었지.” 왠지 치부를 들킨 느낌이었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회원끼리 통화는 규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야? 왜 전화를 한 거지?” “용섭이 하나만 잃었으면 되었지, 너까지 잃을 수야 없잖아? 너도 골드 회원이 되었으니 이제 우리 세계의 일원이 된 거야. 이 세계에서 살아 남는 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야. 섣불리 무엇인가를 하려 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테니까. 그저 보고 즐기기만 하면 그만이야. 생각도 하지말고, 이해하려거나 행동하려 하지마 그게 우리 세계의 규칙이야. 언젠가는 다이아몬드 회원이 될 날이 오고, 그때서야 비로소 이 세계의 진실을 깨닫게 될 테니까. 제발 살아남아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꿈에서의 나는 그 죄목으로 유죄를 선고 받았고, 기니아 만의 형무소로 끌려가 무기징역을 살아야 될 처지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자신을 다이아몬드 회원이라고 설명하며 전화를 걸어 온 녀석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며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다이아몬드 회원이 되어서 깨닫게 되는 이 세계의 진실?’ 녀석이 답을 해줄지는 의문이었지만 그 답을 들어야만 머릿속의 혼란이 해소될 듯싶었다. “한가지만 묻자. 골드회원이 되어서는 좀더 새로운 경험이 가능하다고 들었고, 다이아몬드 회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어. 친구로써 설명해줄 수 있어?”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목소리를 작게 했다. “이런 설명 자체가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간단하게 설명할게 잘 들어. 골드회원은 좀더 자극적인 훔쳐보기뿐만 아니라 실버 회원들이 훔쳐볼 performance를 구상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각 performance들은 실버 회원들의 반응도에 따라서 점수를 얻게 되고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골드 회원을 대상으로 다이아몬드 승급이 이루어지게 되는 거야. 나 역시 오랜 기간 동안 골드 회원이었지만, 얼마 전 기획한 여고생 강간, 살해 performance가 높은 점수를 얻어서 다이아몬드 회원이 될 수 있었지.” “뭐라고? 여고생 강간, 살해 performance? 그걸 네가 기획한 거라고?” “왜? 벌써 너도 본거야? 그것을 봤다면 더 확실하게 너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겠다. 나에 대해서 어떤 판단도 내리려 하지마. 네가 보았던 것이 무엇이던 그게 실제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말고. 아무것도 하려 하지마. 용섭이에게 일어났던 교통사고가 그저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가능하다면 네 존재자체를 없다고 여기는 편이 나을 거야. 살아남기 위해서.” 이제 마지막 질문이 하나 남았다. “마지막 답을 해줘. 다이아몬드 회원이 깨닫게 되는 이 세계의 진실에 대해서.” “한가지는 벌써 말을 해줬어. 골드회원들이 기획한 performance에 대한 점수를 매기는 역할을 하게 된다. 두 번째는 훔쳐보는 자들을 훔쳐볼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는 거야. 그리고 훔쳐보는 자들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가지게 된다. 관리자들 역시 다이아몬드 회원들에게 고용된 자들에 지나지 않아. 다이아몬드 회원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 세계를 지배하는 자가 되는 것이지. 그것이 이 세계에 속한 자들이 깨닫게 되는 이 세계의 진실성이다. 물론 다이아몬드 회원들도 조심해야 할 것이 있어. 다이아몬드 회원들을 훔쳐보는 존재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 그만 끊어야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명심해라. 너 자신을 부정하고 살아남아라. 그것이 친구로써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답이다.” 전화가 끊어졌고 나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감싸 쥐고 숨을 몰아 쉬었다. ‘그렇다면 그자는 누구였지?’ 순간 캐비닛의 구멍을 통해 나의 눈과 마주쳤던 눈동자가 떠올랐다. 강간 살해범의 눈동자였던가? 아니다. 만약 그 자였다면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것이고, 이 자리에서 이렇게 내가 숨을 쉬고 살아있을 수 있었을까? 훔쳐보는 자들을 훔쳐보는 자들? 이 세계의 진실을 알고 지배하고 있는 자들? 어쩌면 나는 봐서는 안될 것을 나도 모르게 본 것일지도 모른다. 소리도 내지 말고, 문을 열지도 말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말고, 판단하지도 말아라. 이 세계의 진실을 깨닫고 지배자의 위치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설사 꿈 속에서 판사들의 의사봉이 내려쳐지고 기니아 만의 형무소로 끌려가게 되더라도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답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속하게 된 이 세계에서 내가 가지고 살아가야 할 내게 주어진 최선의 답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섬뜩한 느낌에 뒤를 돌아 보았다. 그곳에는 샛노란 백열전구 불빛에 비춰져 길게 늘어뜨려진 내 그림자가 나를 향해 일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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