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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 작성일 2007-05-20
  • 조회수 304

누군가 나를…
배경열
정말 미칠 것만 같다. 징그러운 곤충들이 내 머리 속에서 꿈틀꿈틀 기어다니며 골수를 갉아먹는 것 같이 머리가 찢어질 듯 아파 왔고, 오장육부가 뒤틀어지듯 속이 메스꺼웠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는가!
이 회개 망측한 현실에 대하여 나는 차분하게 생각해 보기로 마음먹었지만, 심장박동은 여전히 빠르게 내 고막을 울려대고 있었고, 담배를 집는 내 손은 마치 중풍환자의 손처럼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씻어내도 지워지지 않는 피비린내는 내 콧속을 맴돌며 어젯밤 그 일을 다시 생각나게 한다. 정말 꿈이었다면, 아니, 꿈이기를 간절히 바랬던 어젯밤 그 일…….

나는 어젯밤 여느 때와 같은 외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파트의 삭막한 분위기와 달도 별도 없는 도심 속의 밤, 기분 나쁘게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그런 밤이었다. 집으로 들어선 순간, 이전에는 맡아보지 못했던 비릿한 냄새와 함께 내 눈에 비춰진 것은 어둠 속에 묻혀있는 어떤 시커먼 물체였다.
섬뜩한 기분! 내 이마와 등줄길에서는 물방울이 맺혀 이내 주르륵 흘러내렸고, 머리털이 쭈뼛 곤두섰다. 나는 그런 나의 기분을 빨리 씻어내고 싶어 얼른 거실의 형광등 스위치를 눌렀다.
…….!
형광등이 깜박거리며 잠깐 잠깐 내 눈에 들어오는 그 광경은 마치 공포영화의 끔찍한 장면처럼 보여졌고, 불이 완전히 환하게 비춰졌을 때 내 몸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온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또 속으로부터 밀려오는 그것을 참을 수 없었다.
‘끄억, 꺽, 우욱…….’
그 물체는 다름이 아닌 시체였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끔찍한 모습의…….
난 정신 없이 구토를 해대었고, 지금의 이 상황이 꿈인지 아니면 생시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쪽으로 시선을 다시 한번 돌려 그 끔찍한 모습을 다시 확인하며 비로소 이것이 현실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다! 이것은 분명한 현실이고, 난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후다닥 전화기 쪽으로 기어가 재빨리 112를 눌렀다. 몇 번의 신호음…… 단 몇 초밖에 지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이 나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곧 여자 안내원인 듯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왔다.

“예, 112입니다.”
“사… 사… 사람이…….”
흥분으로 인해 입이 떨려서 발음이 잘되지 않았다.
“사… 사람이… 죽어 있…. 습니다.”
“사람이 죽어있다면? 사체 말인가요?”
“그… 그렇… 소.”
안내원은 사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파악했는지 다소 억양이 높아졌다.
“잠시만 수화기를 들고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저희가 발신지를 추적해서 거기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어…서 빨리… 그렇게… 해 주시오…!”
안내원은 그 후 무서움에 떨고 있는 나를 안정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말을 자꾸 시켰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쇠몽둥이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붕 떠 있는 기분이었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정신병자가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순간!
어떤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고, 나는 어색하게 큰소리로 웃으며 안내원에게 말했다.
“하하! 장난 전화다!”
철컥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리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도저히 저 집안에 갇혀서는 이성적으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담배 하나를 얼른 집에 물고 미친 듯으로 빨아댔다.
하나, 둘, 셋 담배꽁초는 내 앞에 쌓여갔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난 다소 냉정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까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던 그 불길한 생각을 좀더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았다.
‘경찰이 이곳으로 오면 누구를 가장 의심하겠는가? 이 집의 열쇠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일 것이다. 방문은 분명 안으로 잠겨 있었으며, 열쇠는 내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난 다른 누구와 같이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집 열쇠를 남에게 빌려주거나 잃어버린 적도 없다. 당연히 열쇠를 가지고 있었던 나를 범인으로 생각할 것이 물 보듯 선하지 않는가. 과연 경찰이 내가 하는 멍청한 헛소리를 아무런 의심도 없이 곧이곧대로 믿어 주겠는가? 그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TV에서 자주 다루어주는 시사고발 프로그램 등에서도 경찰들이 무고한 용의자를 고문하고, 또 허위자백을 받아내어 시간을 빨리 종결시켜 버리는 사례가 다분히 발생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생각이 이런 식으로 내 머리를 파고들면서 난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좀 전에 분별없이 막무가내로 신고를 했던 나의 행동이 오히려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경찰이 내 신고내용에 의문을 품고 이 집의 발신번호를 확인하여 들이닥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이건 정말 큰일이군. 이런 바보같이, 조금만 더 신중히 생각을 해 보았어야 했는데…….’
이제는 아까와는 정반대로 경찰이 들이닥치지나 않을까 난 초조해지고 말았다.

일단은 끔찍한 시체를 되도록 빨리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버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고, 난 잠시라도 지체할 수 없다는 초조함에 집에 있는 가장 큰 가방을 재빨리 찾아 꺼내었다. 그리곤 경직이 시작되었는지 바위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시체를 화장실로 질질 끌어 옮겼다. 일단 이렇게 된 이상 이 시체를 가방에 넣어야 하는데 시체가 굳어서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시체를 구부려 가방에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그 정신나간 짓을 하는 중에 몇 번이고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초조한 마음에 난 쉴 수 없었고, 무조건 빠른 시간 안에 이 끔찍한 작업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만을 되뇌이며 바삐 움직였다.
가방 안에 시체를 다 박아 넣고 난 후 난 황급히 가방의 지퍼를 잠근 후, 그 가방을 화장실의 욕조 안에 넣어 두었다. 그 뒤 피가 흥건히 묻어있던 침대의 시트를 걷어내었고, 방안의 피를 꼼꼼히 닦아내었다. 그 일을 하는 데만 적어도 2시간 정도가 흘렀을 것이다. 운이 좋게도 그 시간까지 경찰은 들이닥쳐주지 않았었다.
난 그 시간까지 경찰이 안 온 것으로 미루어 아마 내 신고가 장난이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하찮게 넘겨버렸을 거라고 확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가슴속 깊이에서 우러나는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뺕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경황을 찾게 되자, 내 몸에 끔찍하게 묻어있는 시체의 피를 보게되었다. 난 그 상태 그대로 큰방의 또 다른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뜨거운 온수를 틀어 온몸을 말끔히 씻었다.
시체를 어느 정도 처리하고 난 후 난 머리가 터질 듯한 고통을 맛보았다. 이젠 모든 것이 끝이다. 절망적이다라는 표현이 이보다 잘 들어맞는 경우가 또 있을 수 있을까? 난 그 후 몸에 누적되었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풀린 탓인지 그대로 정신을 잃어 바닥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깨어있는 것이다.
정확히 10시간 정도가 지났다.
…… …….
누군가 나를 음해하려고 하는 것일까?
누구인가! 누구의 음모가 이렇게 잔인하단 말인가!
난 직장이 없기에 주위에 특별히 만나는 사람들이 거의 없은 편이다. 난 5년 전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고, 그 사고로 인해 한쪽다리를 절게 되었다. 나는 사고보상금으로 인해 굳이 직장을 구할 필요가 없었다. 사고 이후 난 폐쇄적인 인간이 되어버렸기에 사람을 만나는 것을 의도적으로 기피했었다. 아무런 의욕도, 희망도 없이 보상금으로만 살아가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5년여를 살아왔다. 이런 나에게 원한을 살만한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난 다시 한번 이 회개 망측한 음모에 대하여 단서를 찾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진전도 없이 생각도 제자리를 맴돌 뿐이었다. 난 마지막 담배를 입에 물어 라이터로 불을 부쳤다. 손끝이 아직도 파르르 떨리고 말았다. 방안은 그런 대로 정리가 되어 있지만, 거실의 화장실에는 여전히 그 시체가 담긴 가방이 들어있을 것이다. 일단은 저 가방을 되도록 빨리 없애버려야 한다. 가방 안에 돌을 넣어서 호수에 버려야겠다.
난 꼼꼼하게 생각을 좀더 정리해 본 후 담배를 재떨이에 문질러 껐다. 욕실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갑자기 주위가 깜깜해지며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난 잠깐 그 자세로 정신을 가다듬은 뒤 간신히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욕실로 발걸음을 옮겨 욕실문을 열고 가방을 나두었던 자리를 쳐다보았다.
‘헉…!!!’
‘이… 이럴 수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내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난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한번 욕실쪽을 응시해 보았다. 분명히 욕실 안에 놔두었던 가방이 없어진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단 말인가! 그 순간 불길한 생각이 빠르게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아차!’
난 재빨리 현관문을 확인하기 위해 현관문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뒤이어 뒤통수를 세게 후려 맞은 듯한 충격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난 엄청난 실수를 저질러 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젯밤 집으로 들어온 후 문을 잠궈두지 않았다. 너무 큰 충격에 난 문이 잠기지 않았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멍청한 실수를…….!’
난 다시 한번 바보 같은 내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 이런 이젠 정말 끝장이다.’
내가 살인을 자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믿어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시체를 꾸깃꾸깃 억지로 접어 가방에 집어넣은 것이 나였다.
그 가방을 누가 무슨 목적으로 가지고 나갔는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이 나에게 어떤 식으로 악영향을 끼칠지는 안봐도 뻔한 일이었다.
이제 나는 내 결정적인 실수 하나로 인해 짓지도 않은 죄값을 치러내야 되는 판국이 되어버린 것이다.
일이 이런 식으로 꼬이자, 차라리 어제 신고를 번복하지 않았던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만약 그때 신고를 번복하지 않았었다면 어쩌면 난 혐의를 벗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경찰이 여기서 범인의 지문을 채취했거나 흔적을 찾았을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제기랄…….’
난 완전히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그대로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도대체 누가 그 가방을 들고갔단 말인가? 무슨 이유로.
그는 욕실에 아니 이 집에 시체가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 빌어먹을 음모를 꾸민 놈이 틀림없다는 얘기인데, 도무지 모르겠다. 놈의 속셈이 무엇이며, 왜 나에게 이토록 잔인한 짓거리를 하는지 난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난 정신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경찰에 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수화기를 들었다.
아니다, 그러기 전에 한번 더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수화기를 다시 내려놓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난 살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난 집의 키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돌이켜보니 나에겐 특별한 알리바이도 없다. 난 살인을 하지 않았지만 시체를 내 가방에 꾸깃꾸깃 집어넣었다. 살인을 하지 않은 내가 왜 시체를 숨기려고 하였는가? 난 시체를 큰가방에 넣어 욕실안에 두었다. 그 가방은 내가 잠이 들고 난 후 열려있던 문으로 누군가가 들어와 들고 가 버렸다. 집안에 있었으면서 누가 들어오는지도 몰랐단 말인가? 또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현관문을 잠그지도 않고 태연히 골아 떨어질 수 있었는가?
“염병할!…….”
아무리 대책을 골몰해 보아도 도대체가 앞뒤가 안 맞아 들어간다.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가정은 하나도 성립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마친 후 난 절대로 다시 신고를 하면 안되겠다고 결심했다.
틀림없이 난 범인으로 몰릴 것이고, 그대로 교수형을 받을 것이다. 난 신고를 하려다가 수화기를 내려놓은 것에 새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천만다행이군’
내가 어떻게 해야되는가…….
내가 범인을 찾는 것 외에도 도저히 방법이 없다. 그 가방을 들고 간 놈은 틀림없이 살인을 자행한 범인일 것이며, 이 음모의 배후에 있는 놈일 것이다. 최대한 빨리 가방의 행방을 찾아내야 한다. 그 가방은 무슨 수로 찾을지는 막막하나, 난 기필코 가방을 찾아내야만 한다. 지금으로선 그 방법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는 것이다.

난 일단 아파트 경비원에게 어젯밤 이후에 혹시 수상한 사람이 서성이며 들락거리지 않았는지 물어보기로 하였다. 만약 그 사람이 가방을 들고 나갔다는 것을 경비원이 보았다면 난 확실히 지금보다는 범인에게 근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은 후 난 한시라도 빨리 경비를 만나보기 위해 현관문을 박차고 엘리베이터로 서둘러 달려갔다. 예전에는 그토록 편리하던 엘리베이터가 오늘은 왜 이리도 느릿하게 움직이는지…….
내 이마에선 어느새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얼마 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난 재빨리 그 안으로 성큼 들어가 떨리는 손으로 버튼을 눌렀다. 곧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난 완전히 밀폐된 공간에 혼자 남겨지게 되었다. 정말이지 숨이 차 오르고 답답함이 느껴진다. 엘리베이터 안이 이토록 답답한 공간이었는지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난 마치 산소가 다 빠져나가기 전에 숨을 많이 쉬어두겠다는 듯이 숨이 턱에 차 오를 때까지 들이마셔 대었다. 어쩌면 이대로 엘리베이터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이 밑으로 추락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나의 나약한 인간의 허망한 바램일 뿐이었다. 엘리베이터는 잠시 후 언제나처럼 무사히 아파트 1층 복도로 내려앉아 주었다.
복도 왼쪽 벽에 경비실이 보인다.
일단 그에게 그 가방의 행방에 대한 것이나, 아니면 수상한 자가 들락거렸는지에 대하여 물어보아야 한다. 일단 그것만이 이 음모의 배후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내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인 것이다.
경비실 앞으로 다가가는 내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지만 난 필사적으로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태연한 모습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그 앞으로 한발 한발 내딛었다. 내가 경비실 앞에 거의 다다랐을 쯤 경비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내 쪽으로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보였다. 그리곤 나를 쳐다보더니 불현듯 이맛살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기색으로 말했다.
“이봐, 두식이 어젯밤엔 내가 그냥 넘어갔는데 말이지, 앞으로 그런 일은 좀 삼가주게.”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난 영문을 알 수 없어 경비에게 물었다.
“어제 그 꼴이 뭔가? 그게 사람의 행색인가? 얼핏보니 옷에 피까지 묻어있더군.”
난 그가 나에게 하는 말을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피라뇨? 전 어제 밤엔 줄곳 방안에 있었는데……. 어떻게?”
“젊은 양반이 지금 나이든 사람을 가지고 놀고 있나? 그렇담 자네가 무슨 몽유병 환자라는 소리인가? 어젯밤 정신 나간 듯한 낯빛으로 커다란 가방을 들고 나와선 저앞에 버젓이 버려놓고 갔지 않은가? 내가 몇 번을 소리쳐 불렀는데도 대꾸도 없이 다시 계단으로 느릿느릿 올라가 버리더구만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자네 그렇게 안 봤는데…….”
경비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인간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 이건 완전히 눈가리고 아옹이니!”
난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마터면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을 정도로 그 충격은 어머어마한 것이었다. 경비가 여전히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을 했다.
“저 가방은 내가 일부러 건드리지를 않았네. 자네 손으로 직접 분리수거 하게 만들려고 말이야. 저 큰 가방 안에는 틀림없이 온갖 쓰레기들이 가득 채워져 있을 테지. 저렇게 해놓으면 누가 모를 줄 알았나? 우리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면서 살자구. 저게 도대체 뭔가?”
난 그 후 내가 어떻게 그 자리를 빠져나왔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 난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와 있고, 내 옆에는 애절하게 찾던 그 가방이 놓여있을 뿐이다. 이게 무슨 귀신의 조화인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이 가방을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나가 그 곳에 직접 버리고 돌아왔다는 소리가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 것이다. 사고가 일어난 후부터 요 몇 년 사이동안 확실히 내 정신상태가 정상적이지 못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까지 정신나간 미친 짓을 하고 다닐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확신이 서기에 그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몽유병이라…….’
어쩌면 충분히 가능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교통사고 이후 나는 언제나 부정적이었으며, 미친 듯이 혼자 있는 것을 즐기며 사람을 기피했다. 그리고 난 정신에 문제가 있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단 한번도 전문가를 찾아가 제대로 정신감정을 받아보지는 않았었다. 그러니 나도 내 정신상태가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는 사실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 황당한 살인의 범인은 나라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아니, 나도 모르게 내가 아닌 내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나도 모르는 내가 살인을 저질렀다. 이건 정말이지 3류 공포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시나리오가 아닌가.
머리가 복잡하다. 어쨌든 이 가방을 깨끗하게 처리해야겠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지만 전보다는 훨씬 맘이 안정되어진다. 맘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이 가방을 다시 찾게되어 천만다행이다. 이제 이 가방만 제대로 처리하면 된다. 그 누구도 날 의심하지 못하게 그 뿌리를 완전하게 잘라내 없애버려야 한다.
내가 살인을 하였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지금의 상황에선 그 누구도 날 의심하지 못하게 내 손으로 완벽하게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이제는 충분히 내 뜻대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부터라도 좀더 냉정하게 일을 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흥분을 최대한 가라앉히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것이 우선적이 아니라 시체를 깨끗하게 처리해 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을 지금에라도 깨닫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내가 그전처럼 두려워 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렇기에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맘이 한결 홀가분해지는 게 사실이다. 좀더 신중하게 마지막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난 가방을 다시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그 가방 겉으로 랩을 칭칭 감았다. 혹시라도 가방바깥으로 피가 새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장암호로 가기 전 까지지만 신중을 다해야 한다.
난 냉정하게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을 지에 대해 차분히 계산해 보고 대비한 뒤 곧 가방을 들고 현관으로 나가 신발을 신었다.
키로 문을 잠그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복도를 가로 질렀다.
복도를 지나가는 중 담 너머로 아파트 단지내의 공동주차장을 무의식적으로 내려다 보았다.
‘…….’
난 순간 심장이 멎을 뻔했다. 아니 실제로 약 몇 초간 멎었던 것 같다. 그러나 곧 침착해 지려고 마음을 추스렸다. 성급하게 혼자서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밑의 공동 주차장에 경찰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나 때문에 왔다는 아무런 근거도 없지 않은가. 오히려 내가 먼저 겁을 먹어 수상한 행동을 자처하게 된다면 그것이 역효과를 불러 올 뿐인 것이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 라는 말을 실감해야 되는 순간이다.
그들이 나 때문에 여기에 오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사소한 다른 업무때문이라고 난 확신한다. 그게 아니라면 한눈에 떡하니 보이는 그런 곳에 경찰차를 세워놨을 리가 없다. 마음을 추스린 후에 난 예정대로 엘리베티어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무슨 수로? 틀림없다. 내가 필요도 없이 성급하게 겁먹을 이유가 없다.’
난 자신에게 최면이라도 걸겠다는 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곧 엘리베이터의 문이 활짝 열렸고 내 앞으로 예전부터 늘 보아왔었던 아주 낯익은 1층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풍경 속에 평소와 다른 것이 딱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물론 제복차림의 경찰이었다. 난 오히려 마음속의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오자 더 냉정해질 수 있었다. 난 그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바라본 뒤, 그 옆을 유유히 지나갔다. 그도 잠깐 나를 흘깃하더니 이내 개의치 않고 하던 일을 하였다.
그 중년의 남자는 아파트의 경비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를 굳이 엿들으려 한 것은 아니지만 내 귀속으로 분명히 아주 선명하게 들려왔다. 난 되도록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들을 지나치고 있었지만 그들의 소리에 민감하게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경찰이 이 아파트로 찾아온 이유는 아파트에 사는 어떤 여인의 실종신고 때문인 듯했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것이 틀림없었다. 아마 이 가방 안의 시체인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동기 없는 살인사건이다. 경찰이 무슨 수로 범인을 찾아내겠는가? 그들은 틀림없이 여자와 원한관계 내지는 여자주위의 인물들에 한해서 수사를 할 것이며, 그리고 확실히 죽었다는 증거인 시체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내가 이 가방을 처리하면 말이다. 그들의 수사는 어렵다 못해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힘들게 뻔하다.
난 그들의 대화를 어느 정도 파악한 뒤 더욱더 확고부동한 마음으로 그들 옆을 지나서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이제 조금만 더 걸어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장암호수로 가면 모든 것은 깨끗하게 끝나게 될 것이다. 난 아까 전까지의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 이제는 가슴이 벅차 오르는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여전히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지만, 그것이 두려움 때문이 아닌 앞날의 기대와 설레임 때문이라고 난 확신을 하였다.

장암호에 도착했을 즈음 호수너머의 풍경에는 이제 저녁노을이 지고 있었다. 내 마음 속에 남아있던 불안한 생각은 이제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고, 그 빈자리에 여유와 평화로움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이 가방에 무거운 돌을 매단 후 강물 깊숙이 던져버리면 모든 것이 종결된다. 더 이상 이 사건에 대해 고뇌할 필요도 없으며 난 다시 예전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
평범함,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지겹도록 평범함에 묻혀 지냈었던 지난달들… 그러나 이제는 그 속에 갇히고 싶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 평범한 속에 묻혀 살았었던 내 삶을 그대로 이어나가고 싶다.
난 가슴이 벅차 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기분 좋은 설레임이 내 심장이 울리고 있다. 난 잠시 담배를 한 개피 꺼내 입에 물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인 후 가슴속 깊숙히까지 연기를 들여마셨다. 약간의 현기증이 밀려왔다.
담배를 한 모금 빨고 여기를 뱉어내는 순간, 내 뒷통수가 무엇인가가 싸늘한 것이 닿아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그것을 확인해 보려고 하였다.
“머리통 박살나고 싶나보지.”
아주 낯익은 목소리가 내 고막을 울렸다. 지금 내 뒷통수에 닿아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완전히 깨닫게 해주는 짧은 울림이었다. 난 그 자세 그대로 꼼짝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그 낯익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지금 내 뒷통 수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작가가 누구인지…….
내 심장은 또다시 요동을 쳐대기 시작했다. 그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다시 한번 내 뒤에서 들려왔다.
“이런 멍청한 자식, 내 거짓말에 그대로 속아 넘어 가다니…….”
“당, 당신이 왜…….”
“당연히 영문을 모를테지. 좋아, 네놈도 이제 마지막일테니 내가 그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마.”
그가 총부리를 앞으로 겨누며 내 정면으로 돌아와 섰다. 이제 놈의 얼굴이 확연히 보인다. 순간 내 뇌리를 빠르게 스쳐가는 무엇이 있었다. 난 한순간 완전히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난 처절한 눈빛으로 그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해 보았다.
경비가 한쪽 입술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건 바로 두식이 자네가 아무 탈없이 살아있어 주면 내가 너무 피곤해지기 때문이야. 크크…”
그렇다. 이제야 놈의 의도를 알겠다. 어렴풋하기는 하지만 5년전 교통사고가 났었던 그날 그 차에서 내리며 나를 부축했었던 그 놈이다. 난 곧 정신을 잃었지만 그 짧은 순간 내가 보았었던 얼굴은 분명 저놈과 비슷한 안면의 사람이었다. 경비는 여전히 비아냥 거리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나의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자네에게 한두 번도 아닌 평생을 신경써줘야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날 스트레스 받게 만들더군. 확실히 스트레스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거든. 크크크.”
“난 할 수 없이 계획을 세웠지. 아주 치밀하게 말이야. 네놈을 죽이지 않고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 무엇일까? 물론 나에겐 아무런 혐의도 돌아오지 않는 방법으로…….”
경비의 눈에서 심하게 핏기가 돌았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혀를 낼름거리며 입맛을 다지더니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그 사고 이후 4년여를 그런 생각들로만 보내었지. 네 놈을 벼랑끝으로 몰고갈 완벽한 음모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그때문인지 결국 아내도 바람이 나서 내 곁을 떠나 버리더군. 물론 자식들을 모조리 데리고 말이야…….”
경비는 노골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여전히 나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쉽게 끝이나니 사실 약간 아쉬운 마음도 드는군. 좀더 시간을 끌며 재미를 만끽한 후에 끝장을 짓고 싶었는데 아쉽군. 사실 자네에게 가방을 되돌려주며 자네가 가방을 처리해 버릴 줄은 이미 예상했었지만 이렇게 강물에 버려지면 내 야심찬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일이거든. 아쉽지만 부득이하게 내 손으로 여기서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네.”
“잘가게 두식이, 크크.”
이 말을 끝낸 후 그는 총을 치켜들더니 내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난 그 충격으로 인해 뇌속부터 심하게 울리는 통증을 맛보았다. 그리곤 그대로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정신을 잃어버렸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쓰러져 있는 곳 가까이에서 경찰차의 싸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대었다. 누군가가 날 심하게 흔들어 깨웠고, 난 곧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머리가 지끈거렸고 눈에 초점이 안 맞아 들어간다.
난 흐릿한 초점으로 필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당연히 그는 떠나고 없었다. 대신 제복 차림의 순경들과 사복차림의 수사관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중 두 명의 건장한 순경이 날 짐승 대하듯 일으켜 세웠다. 내 손에는 수갑이 채워졌고 양옆에선 두 명의 건장한 경찰이 다가와 내게 팔짱을 꼈다. 난 어지러운 걸음으로 그들에게 떠밀려 질질 끌려가게 되었다. 그들은 날 끌고 가더니 경찰차의 뒷자석에 밀어 넣어 버렸다. 난 뒷 자석에 앉아 내 손에 채워진 차가운 수갑을 잠깐 내려다 보았다.
순간 야릇한 감정이 내 전신을 휘어 감는 듯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내 심장은 또다시 서서히 뛰기 시작했다.
‘이 차가운 수갑을 이제 곧 내 손에서 풀리게 될 것이다.’
사실대로 말해서
가방을 찾던 날
경비가 내게 했었던 말들이 거짓이라는 것을 난 벌써부터 눈치채고 있었었다. 그날 난 분명 몸을 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고 있었었다. 그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으며, 그렇기에 그가 했던 말은 너무나도 엉뚱한 이상한 소리라고 생각되어졌다. 그 순간 그가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 생각은 서서히 확신으로 바뀌었다. 나 이외에 키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은 그놈뿐이니 말이다.
좀 전에 가방을 손에 들고 유유히 그의 옆을 지나쳤던 것 또한 그를 이 곳으로 유인하려던 나의 책략이었다. 물론 경찰에 신고를 할 수도 있었지만 아무런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내 손으로 물증을 만들 필요가 있었고, 그 방법은 이외로 쉽게 내 머리에 떠올라 주었다.
만약 놈이 범인이 아니라면 내가 몽유병으로 범행을 저지렀다는 것이고, 어쨌든 그 가방은 처리를 했어야 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그 계획은 아주 간단한 방법이었으며, 목숨을 담보로 건 모험따위도 아니었다. 그건 지극히 단순한 확인절차일 뿐이었다. 적어도 놈이 범인이라면 놈의 음모에 맞장구를 쳐주며 그것을 역전시키는 일은 너무나도 간단한 일인 것이다.
난 재빨리 계획은 세운 후 가방을 들고나가며 일부러 놈에게 보여주고는 천천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곤 넉넉히 시간을 보낸 후 호수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탔다.
놈이 범인이라면 분명 나를 좇아 왔을 것이고, 만약 오지 않았었더라도 내가 범인이라는 얘기이니, 원래의 의도대로 가방을 강물에 던져 버리면 모든 것이 깨끗하게 종결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난 전혀 밑질게 없었다는 얘기이다.
강에 도착해서 일부러 많은 시간을 앉아 기다려 보았다. 결국 놈은 제발로 찾아와 주었고, 그것은 나로써는 너무나도 반가운 일이었다. 이제 난 모든 혐의를 깨끗하게 벗을 수 있게 된 것이니…….

내 품속의 소형녹음기는 아직도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