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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쥐

  • 작성일 2007-05-22
  • 조회수 374

 

지금이 언제인지는 잊어버렸다....핵전쟁이 일어난지 몇년이 흘렀을거라고만 추측할뿐이다. 방송으로 핵전쟁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정신없이 이곳으로 향했다.
현재 나는 개인 핵 피난소에 있다. 어떤 걱정이 많은 부자가 만들어 놓은건데, 그에게 고용돼서 이 피난소를 만든 만든 나는 핵전쟁이 일어나자 여기로 왔고 그 부자는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들어오지 못해서 현재 내가 사용중이다...
여기에는 모든 물품과 시설이 구비되어있다...공기정화시설과 식수,수경재배시설, 자가발전기...그리고 거대한 냉장고에 각종 식품들이 들어있다...
부자라서 그런지 식품들의 질과 종류가 만족스러웠다...얼마나 더 오랬동안 있어야 할지는 알수 없지만 앞으로도 먹는걸로는 괴로울 일이 없을것 같다...고맙군 부자나리..

 

세상은 공평하다...이렇게 살아남았고 생존에 부족함이 없는 시설이지만, 나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고독...공허함...지루함...결국은 일맥 상통하는 이말들이 나를 저 무저갱의 밑바닥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끌어들이고 있다.
사람이 그립다. 친구가 보고싶다. 가족들이 보고싶다. 전쟁당시 핵전쟁의 공포는 오직 자신의 생존만을 돌아보게 했고 나는 그들을 생각하지 못했다. 죄책감.......과연 그 민간인을 고려하지 않는 그 전쟁통에서 살아있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들을 데려오려 노력했었어야 옳다. 그들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던가. 그들을 위해서는 목숨도 바칠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는데도 나는 오직 나의 생존만을 바라보았다. 오 신이시여 ....어디에 계시나있까....

 

그러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면서 간사한 존재였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가족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무작위의 사람과의 비중이 똑같아져버렸다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나는 누군가 내곁에 있다면 나는 그를 내 가족과 같이 여길것이다. 나에게 욕을 해도 좋다. 나는 그 흥분된 목소리의 높낮음을 음악으로 들을것이다. 어쩌면 나도 흥분해서 내 몸 감각을 주체하지 못해 내 바지에 끈끈하고 더러운 자국을 만들지도 모르겠다.. 오 누군가 내게 말해주오...널 경멸한다고, 또 사랑한다고.....

지옥과도 같은 어느날 나는 말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나는 흥분하지 않았다. 왜? 이전부터 나는 말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환청. 환청속에서는 모든 말소리가 들려왔다. 생사를 알수 없지만 돌아가셨을거라 생각되는 내 부모님의 상냥한 말소리와 내가 짝사랑했던 그러나 나의 존재를 알지 못했을 거라 생각되는 그녀의 야릇한 신음소리, 지금 당장이라도 저 그랜드 캐넌 두께만해 보이는 해치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는 구조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런, 항상 마지막 생각을 하면 환희에 가득차서 조금 흘려버린다.

계속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게.. 여보게.."

나는 침대에 쓰러져 있었는데 머리맡에서 그 소리가 들려오는것 같았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 확인하면 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왜 이 목소리는 내가 이제까지 들었던 어떤 목소리보다 더 생생했기 때문이다.조금더 조금더 이 느낌을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채 대답했다.

"오 신이시여. 당신이 저를 위해 선지자를 내려보냈나이까"

 

그러자 대답이 들려왔다.
"선지자라 그렇지. 선지자라 할 수 있지"

 

내가 또다시 말했다.
" 선지자시여 저에게는 오직 한가지 소원이 있습니다.이 에덴에서 제 갈비뼈를 뽑아 이브를 만들어 주십시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에게는 그런 능력은 없네. 선지자라 일컬음은 내가 내 종족에 있어서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갈 그런 존재기때문에 그렇게 말한거네"

" 그럼 선지자시여, 당신에게는 어떤 능력이 있나요. 이 생생하고도 달콤한 환청속에서 깨어나지 않게 해줄 수 있나요. 나에게는 오직 그 소원 뿐이랍니다."

 

그러자 선지자로부터 대답이 흘러나왔다.
" 그래, 내가 자네에게 해줄수 있는 능력은 그것뿐이지만, 또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지. 왜냐 나는 실제하니까...고개를 들어. 인간"

 

나는 고개를 들까 말까 고민했다. 왜? 이 환청이 깨지지 않길 바라니까. 그러나 환청에 오래 빠져있는건 좋지 않았다. 잠깐의 달콤함은 그만큼의 고통인 허망함으로 돌아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고개를 들어 침대 윗편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작고 귀여운 물체 하

나가 있었다.

 

쥐였다. 아니 말하는 쥐........

 

난 당황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도 않았다. 난 쥐가 말을 했을거란 점을 의심하지 않았다. 왜 내 정신은 이미 반쯤 상상의 세계에 걸쳐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난 항상 상상을 했다. 슈퍼맨도 되고, 100명의 아마조네스들과 섹스파티를 벌이기도 했으며, 이미 상상속에서 머라 말할수 없는 해괴 망측한 물체와 인생에 대해 논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감각을 잊어버렸다는 이야기다.

난 말했다.

" 오 쥐군, 아니지 아니지, 침팬지와 인간을 가로짓는건 언어냐, 그러니 이제 쥐라고 하면 안되지, 근데 난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니 뭐 그런 영어적 학명하고는 안친해서 쥐와 다르지만 쥐라고 부르겠어. 친구, 자넨 쥐와 다른 쥐인거야, 어차피 나혼자니 내가 그 쥐와 이 쥐가 다르다는거만 알고 있으면 되는거 아니겠어."

 

"그래 쥐씨, 우리 무슨 이야기부터 할까? 자네의 관심사는 무언가? 냉장고에 있는 치즈를 어떻게 빼내는가에 대한건가? 자 말해보게"

쥐가 말했다

" 그래 난 쥐야, 뭐 우리끼리 지칭하는 용어는 따로있지만, 자네가 듣기에는 어차피 찍찍이니, 인간의 용어로는 쥐지. 아 물론 자네가 정의한 새로운 쥐라는 용어가 내 자부심을 더욱 드높여 주니, 그 자네와 나만이 구분할수 있는 그 쥐로 하지. "

 

쥐가 허리를 들더니 두발로 서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말을 하게 됐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은가 보군, 하기사 그동안 자네를 봐왔는데 자네 혼자서도 잘 놀더군.
혼자서 이야기하고 혼자 웃고 혼자 울며, 난 자네가 미쳤다는 것을 딱 봐도 알겠어. 그래 내 관심사는 치즈가 아냐. 쥐는 사실 치즈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사실들을 사람들은 잘모르지. 나는 자네와 대화하고 싶어서 이렇게 나타난거야. 쥐가 왠 대화냐구? 크크, 난 새로운 종이야. 고등한 존재지, 그래서 나도 외로움을 느껴. 그동안은 자네가 날 죽일 위험이 있어서 자네를 지켜봐왔지만, 자네의 대화속에 나온 눈이 네개 달리고 꼬리는 여섯개이며 코가 빨간 그 존재하고도 친근한 대화를 할 정도인걸 보니 나와 좋은 대화상대가 될거라고 생각이 들었지"

 

나는 생각했다. 아 그 눈이 네개에 어쩌구 저쩌구...생긴건 이상했지만, 참 좋은 친구였는데..아주 고상한 친구였지, 녹차를 좋아하고 과학적인 이야기들을 좋아했어, 난 그게 옳은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크크 내 상상속에 나온 친구의 생각은 결국 내생각 아닌가? 근데 난 과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데 왜 그럴듯하게 느껴졌을까? 크크!! 뭐 어때..

생각을 마치고 쥐에게 말했다.

" 맞어, 난 자네가 어떻게 말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어. 왜? 이런 생생한 환상은 첨이니까..여기에서 깨어나면 난 무척 슬플거야. 이렇게 논리적이고 정겨운 대화상대는 몇 없거든. 환상의 상대와의 대화는 항상 먼가 논리에서 어긋난 느낌이거든...."

 

난 손뼉을 쳤다
" 그래 이렇게 하자. 자네는 돌연변이 인거야..핵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서 여기로 나보다 먼저 이사온 사람 아니 쥐인거지..그래 그러면 말이돼..뇌 어느부분이 변이가 돼야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뇌 하수체라 하자. 내가 아는 뇌의 조직이라곤 그거 하나뿐이니. 넌 뇌하수체가 이상변이를 일으킨 신종족인 특별한 의미의 쥐인거야.."

 

쥐가 말했다
" 차라리 이계에서 건너온 판타지 쥐라고 하게나. 그나저나 배고프지 않나? 난 항상 자네를 식사하는걸 보면서 불에 구운 고기는 어떤 맛이 날까 궁금했네..그 스테이크의 소스맛도 궁금했고 말야"

 

" 오오!! 그렇지, 친구가 생겼는데 식사대접은 당연한거지, 자네 스테이크를 먹고싶엇나 보군. 나만의 특제소스를 뿌린 스테이크는 정말 맛있지. 내 상상과 자위를 빼곤 유일한 현실적인 낙인 식도락이 없었으면 난 진작 자살했을거야.. 자 식당으로 가세나..내가 식사를 대접하지"

 

우리는 식당으로 이동했다..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피난소를 만든 사람은 부자였다. 그것도 엄청난 부자. 그래서 피난소는 굉장히 넓었다. 식당도 넓고 깔끔하며 원색의 인테리어로 구성되어 있었다...
냉동실에서 고기를 꺼냈다. 그리고 두툼하게 썰었다...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얹었다. 사실 나는 요리를 잘 할줄 몰랐다. 집에서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만을 먹었고 그 외에는 사먹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갇힌 후로는 내가 이렇게 저렇게 직접 맛을 보면서 세상 어디에도 업는 나만의 요리를 만들었다. 못먹게 될 정도로 극악한 맛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 음식을 버리지는 않았다. 사실 어떤맛이든 나에게는 즐거움이었다. 고통을 당할때 사람은 살아있음을 절실히 느끼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맵고 짠요리를 좋아했다.
전형적인 한국식의 입맛이었다. 뭐 암으로 죽을수도 있고 위에 구멍이 날수도 있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생존을 갈구하며 이렇게 살아있지만, 생명을 단축시킬 병을 유발할지도 모르는 그런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했다. 왜? 이 무료한 인생에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씩 치약도 먹었다. 부자의 자식이 사용하려고 가져놓은 딸기맛 이런게 아니라 치약 원형의 맛을 즐겼다. 아주 가끔은 성기에 바르기도 했는데 그 시원한 화끈거림이 좋았다. 치약의 용도가 이렇게 다양할것 발명가는 알았을까? 브라보!!난 그대에게 건배를 들으리라...

난 바닥에 스테이크 접시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물러섰다.

" 먹고 꼭 소감을 말해주게. 난 내 요리에 자부심이 있거든. 남의 평가는 처음이라서 두근두근하군"

 

쥐가 접시에 코를 박고 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아주 정겨운 소리와 함께 스테이크가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스테이크가 다 사라진 것을 보고서 나는 쥐에게 말했다.

"어때? 나의 특제 스테이크의 맛이 특별히 꿀을 넣어서 더 달콤할거야. 자네를 향한 나의 호의지"

 

쥐가 대답했다
"색다른 맛이었어. 이제까지 먹은 음식과는 다르군. 뇌가 변해서 그런가, 내 입맛이 많이 달라진것같아. 이제 생고기는 못먹겠는걸. 아, 하지만 구운 고기는 처음 먹어봐서 이게 맛있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인상적인 맛이야. 자네의 특별한 다른 소스도 먹어보고 싶은걸"

 

나는 기뻐했다. 내 요리솜씨를 남에게 인정받는 다는것이, 아니 내가 언덕에서 외친 소리가 메아리가 되 돌아온다는것이 나를 전율케 했다. 나는 즉시 일어나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에효 에효!!!! 언젠가 들은적이 있었던 유행가 음율을 허밍으로 부르며
박자를 무시한 스텝을 밟으며 식당을 돌기 시작했다. 에효 에효!!!

쥐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나를 따라 같이 돌기 시작했다. 세상이 돌기 시작했다. 빙글 빙글. 내가 돌았고 쥐가 돌았고 세상도 돌았다. 빙글 빙글. 내 가슴에서 어떤 무언가가 북받쳐 오르기 시작했다. 함께 한다는 사실에, 짝이 있다는게, 메아리가 돌아온다는 사실이 나를 이제까지 있었던 어떤 환상보다도 공중으로 둥둥 떠오르게 만들어 춤을 출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돌면 돌수록 내 입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오려 했다. 그러나 정작 내 입밖으로 나온건 거친 울음소리였다. 크흐흑. 크흐흑. 내 기분은 너무 좋았고 즐거웠지만, 왜 웃음이 울음이 되어 나온지는 알수 없었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때까지 계속 춤을 추며 울었다.

그후로 몇달동안 쥐와 나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쥐나 나나 둘다 이 대피소에 갇혀 다른 생물체하고는 접촉할 방법이 없으니 그건 필연이었다. 그리고 둘에게는 지성이 있었다. 쥐는 똑똑했으며, 처음에는 내가 일방적으로 역사, 사회, 과학, 문학등 내가 아는 모든사실들에 대해 떠드는 식이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쥐는 자기나름의 생각을 정리해서
나와 토론을 할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우리는 정다웠으며 서로 싸우지 않았다. 서로의 감정이 틀어져 잠깐이라도 서로를 무시하는 그 순간이 싫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혼자 지낼수 없을 것이다. 왜? 친구라는 금단의 상대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불행의 전주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진이었다. 참고로 이 대피소에 대해 말하자면, 생활공간은 지하 1층, 생존을 위한 모든 물품이 들어있는 창고는 지하 2층에 있었다.

 

우르릉!!우르릉!! 갑자기 커다란 소리와 함께 진동이 대피소를 흔들리게 했다.

 

내가 말했다.
" 무슨일이지, 무슨일이야? 지진인가. 지진이야?"

 

그 거대한 흔들림이 지나간후 나는 쥐를 찾기 시작했다. 온갖 물건들이 다 무너져 내려 쥐가 거기에 압사당하지는 않았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다행이 쥐에게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절망했다. 지진때문에 지하2층으로 가는 곳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나는 몇칠동안 그 돌더미를 파헤쳤지만 거대한 돌덩어리로 막힌 입구는 내 맨손으로 뚫기는 불가능해보였다.

쥐가 찾아온 후 사라진줄 알았던 불안한이 다시 나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돌덩이로 막힌 지하 2층에 식료품과 냉장고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잃어버린 셈이었다.

 

지진이 일어난지 며칠이 지났다. 쥐와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처음에는 대책을 논의했으나, 돌덩이는 너무 크고 무거웠으며 나에게는 그걸 파헤칠 어떤 장비도 없었기 때문에 대책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것을 우리는 깨달았다. 그래서 대책을 서로를 위로하는 말로 바뀌었으나 배고픔이 계속되자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 말을 할 힘도 없어진것이다.

지금 나에게는 한가지 생각만이 가득 차있었다. 나는 원래 먹는것을 좋아했다. 쥐가 오기전에 내 유일한 낙은 음식이였고, 그 뒤로도 음식을 먹는 것은 나의 최대의 행복이었다. 그런데 점점 커지는 배고픔과 그에 비례해 더욱 생각나는 요리의 감칠맛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으며 그것은 나의 둘도없는 친구 쥐가 맜있는 바베큐로 변신해서 내 앞에 어른거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쥐가 오기전의 나의 생활이 어떤했는가. 나의 마음이 얼마나 피폐했던가. 쥐와 이야기를 할때 나의 마음이 얼마나 훈훈했으며, 잠자리에 들었을때 조그맣지만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을 든든하게 했던지 그 사실들을 나는 잊지않았다. 생존에 대한 본능이 우선인지, 아니면 내 영적인 면을 채워주는 친구가 우선인가?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 몇칠은 괜찮았다. 서로 위로해주고 해결책에 대한 논의들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대책은 제자리 걸음만을 계속하고 이야기할 힘도 없어지자 저 가슴속 시커먼곳에 있던 본능이 나에 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쥐로 만들수 있는 모든 요리에 대해, 어떤 소스를 첨가하고 어떤식으로 요리할지. 쥐의 몸뚱이는 조그마하다는 것을 잊어버렸던 것일까. 그 몇키로밖에 안하는 쥐 바베큐와 찜, 구이, 탕등 온갖 산해진미가 되서 내앞의 식탁을 가득 채워주는 환상들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는 고백을 해야할게 있다. 내 친구 쥐. 특별한 나의 영혼의 짝이여...나는 쥐가 실체가 없다고 생각했다. 연기같은 존재. 그렇다 나는 이제껏 쥐를 내 환상속의 일부로 생각한것이었다. 정말 실감나는 환상. 너무나 실감났기에 나는 현실과 환상이 결합된 시간속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요 몇년간 환상은 나를 지배했고 그건 쥐가 나타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쥐라니!!

온갖 상상이 있는데 왜 보잘것 없는 쥐야. 거대한 두더지라면 저 땅속의 돌들을 치워 내 고민들을 해결할수도 있을텐데..아냐 비키니를 입은 글래머 아가씨는 어떨까? 정말 행복하겠지... 그래 그래 꼬맹이도 좋아. 난 그애를 내 자식으로 삼고 그애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늙어 갈거야. 그리곤 행복하게 죽겠지. 먹자. 먹어. 먹고 다른 행복한 상상을 하다 죽는거야. 그런데 왜 이 환상은 안깨지. 이젠 지겨워.

여기에서 탈출할 방법이 없다면 상상속에서라도 탈출해야지. 겨우 쥐새끼일 뿐이잖아. 특별한 쥐가 아니라구. 그냥 고깃덩어리 쥐일뿐이야. 내 친구가 아니지. 동물이 어떻게 친구가 될수 있겠어. 내 음식을 훔쳐먹는 도둑새끼일뿐이야....

나는 결심을 굳혔다.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환상속에서라 우적우적 씹어먹으면 이 욕구가 조금은 가라앉을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일어나서 망치를 들었다. 그리곤 오통통해 보이는 쥐 뒤편으로 갔다. 쥐는 기력이 없어 눈을 감고 숨만을 몰아쉬고 있었을뿐이었다. 해야 돼. 내리쳐. 머 어때. 환상이잖아. 넌 니 친구를 버리는게 아냐. 이건 단지 환상일뿐이라구....

그때 내가 어떤 표정이었는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악마와도 같은 표정과 함께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으리라 추측할뿐이다.

 

쾅쾅!!! 나는 정신없이 쥐를 향해 망치를 내리쳤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듯이 계속 그 행동만을 반복했을뿐이다. 정신없이 내리치기를 한참, 나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내앞에 있어. 고기가, 먹을것이 내 앞에 있어. 나는 다가가 쥐를 손으로 잡아 들어올렸다.
그 순간 쥐의 눈이 떠졌다. 그리고 나를 콱 물었다.

 

"으아악!!!!"

 

 너무 아펐다. 고통은 희열을 주지만 한계를 넘어서면 그리고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고통은 아픔일 뿐이었다. 나는 내 손을 감싸쥐고 바닥을 뒹굴뒹굴 굴렀다.

 

" 아퍼! 아퍼! 아프다구!!!!"

그순간 나는 벼락과도 같은 사실을 깨달았다. 고통이라니, 고통은 환상을 깨게 하는 유일한 조건이었다. 예전에 나 혼자 있을때 고독을 못이겨 거울을 깼을때 나는 환상에서 벗어난적이 있지 않던가... 그러면, 그러면...
쥐는 환상이 아니었구나. 나는 불에 덴듯한 고통을 가슴에 느꼈다. 환상이 아니었어. 내 친구. 내 쾌활하고 조그맣고 귀여우며 외로움을 타는 내 친구를 내손으로 죽였어.

나는 미칠것같은 심정을 느꼈다. 가슴이 터져나갈것 같이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으며, 머리속이 새하애졌다.
그리고 죄책감을 느꼈다. 나는 내 자신에게 총을 쏜거였다. 어차피 죽을텐데. 왜 친구를 죽였을까. 나는 그친구가 없으면 하루도 살수 없었다. 이제 내 머리속에서 냉장고가 지워졌다. 다시 지진이 일어나 식량창고로 가는 일이 생겨나더라도 나는 내려가지 않을것이다.
나의 마음은 죽어버렸다. 저 지옥의 타르타로스처럼 까맣게......

죽자. 죽어! 나는 생이 느껴지지 않는 좀비처럼 일어섰다. 그리고 대피소 문으로 한걸음씩 한걸음씩 걸음을 띠었다. 그리고 저 방사능으로 오염되었을 외부세계를 향해 문을 열었다.........끼 익....

 

 


어두운 방...tv한 대가 있었다. 그 적막속에 한 사람이 등장했다. 그는 의자에 앉더니 tv 전원을 켰다. 그러자 tv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여러분, 이사람을 보십시오. 핵전쟁의 위협이 있었전 몇년전 핵전쟁이 일어날거라고 생각했던 이사람은 개인대피호에 들어가 혼자 고립돼 3년간을 생존했었던 것입니다. 왜 이런일이 발생했을까요. 한편의 코미디와 같은 이 사건은 .......치직 ...치직....이 사람은
매우 초췌해 있었으며 울면서 한마디 말만을 계속 되뇌였다고 하군요. 직접 그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난 모르겠어요... 어떤게 현실이고 환상인지, 지금 이순간도 자신할 수 없어요. 그 쥐는 정말 말하는 쥐였을까요?.........."

 

tv가 꺼졌다. 어둠만이 남아있었다. 마치 영원히 이어질것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