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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 작성일 2008-08-29
  • 조회수 243


 

에스프레소

 

내가 카페에서 일한 지도 달하고도 이틀이 됐다.

<커피 프린스> 유행인 모양이지만 한번도 드라마를 적이 없다.

드라마란 꿈을 파는 . CF 파는 . 상업주의를 퍼뜨리는 . 지갑을 열도록 하는 .

그러니까 망상이니 꿈이니 사랑이니 하는 추상적인 것은 싫다.

감정보다는 현실.

어린 시절부터 힘들게 돈을 벌어야 했던 내게 이런 사고는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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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시네요, 남상미 닮았단 얘기 들으시나요?"

라며 주문을 하던 남자가 내게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내왔다.

". 고맙습니다. 손님"

깍듯하게 말한 나를

그는 안경 너머로 다시 올려다보았다.

커피를 내리려 등을 돌리는 뒤에서 그가 갑자기 불렀다.

"윤아"

 

! 누군데 이름을 아는 거지? 너무나도 은근하고 부드러운..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목소리에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라며 돌아선 순간,

"에스프레소.."라는 낮은 대답...

살짝 미간을 찌푸린 아까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남자가 아니었다. 이름을 부른 남자는.

바로 뒤에 있는,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남자.

살랑거리는 갈색 곱슬 머리가 뒤에서 헐렁하게 묶여 있었다.

"에이~ 너잖아! 장난치지 "

책망에 갈색머리는 자기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배시시 웃었다.

 

"에이. 누나. <에스프레소> 흉내 내봤는데.. 속네.

근데, 누나. 대체 <에스프레소> 누구예요?"

 

"!" 하고는 일을 계속했다.

갈색 머리는 새로 알바생. 도대체 속을 없는 고교 졸업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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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창고에 가는데

뒤에서 짐을 가지고 낑낑거리며 뒤따라 오던 알바생이 다시 말을 걸어 왔다.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글래머 커피 누나는 속이 시꺼먼 에스프레소를 좋아한대요~"

또각 멈춰 섰다.

"장난이었거든 에스프레소 따윈 없거든?"

그러면서 내가 미간을 모으자 그는 갑자기 내게 바싹 다가왔다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카푸치노도 있고 카페라떼도 있는데, 예쁜 누나는 진한 커피가 좋대요~"

"!"

고함을 질렀다.

 

..에스프레소는 내가 사귀고 있는 과묵한 건축학도의 별명이었다. 어쩌다 그의 이야기를 적이 있는데 이름을 밝힐 없어서 "에스프레소" 칭했었다 그의 과묵함과 성실함. 그리고 한결같은 사랑이 마치 진한, 불순물 없는 에스프레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는정색을 했다.

"누나, 조심하시라고요. 에스프레소를 먹으면 배가 아플지도 몰라요.

진한

속을 버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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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일을 마치고 그날 터벅 터벅 집으로 걸어 오다가 <<에스프레소>> 발견했다.

가로등 밑에 고개를 숙이고 없이 있는 모습이 너무 그림자 같아서 깜짝 놀랐다.

이내 고개를 들고 나를 보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그의 얼굴 표정이 천사 같아 보여서 마음이 풀어졌지만...

 

그와 옥탑 정원에서 커피 믹스를 마셨다그는 커피 믹스를 좋아한다. 에스프레소는 너무 진해서 싫단다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기가 <<에스프레소>>라고 불리는  납득이 된다는 현실적이고 평범한 사람.

 

 다음주에 그의 집에 인사를 가기로 해서 긴장이 되었다

내가 긴장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미소지으며 입술에 살짝 키스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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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차리고 그의 집에 갔던 모처럼 그의 동생이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가족들이 서둘러 병원에 가고 없었다. 아무도 만날 없었다.

그와도 헤어졌다.

그는 집에까지 바래다줌을 아쉬워했다.

내가 미인이라 누가 채갈까봐 무섭다며 농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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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진짜로 그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

밤에 자고 있는데 누군가 창문 사이로 보고 있었다. -하며 놀라서 나가 보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낮에 커피 빈에 일하러 언덕길을 내려갈 때면 뒤로 심상치 않은 기척이 느껴졌다.

 

밤에 일하다가 시선이 느껴져 밖을 보면 아는 얼굴이 없었다.

초조해서 나도 모르게 멍하니 허공에 시선을 보내다가 알바생과 눈이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손에서 커피잔이  떨어졌다.

그는 내게 걸어왔다. '언제부터 저기 있었지?'

그는 "에이~ 누나. 정신 차려요."라며 손의 물기를 닦아 찬찬히 닦아 주고 바닥도 치웠다.

그날따라 세심하게 바닥을 닦는 그의 손길이 어쩐지 마음에 섬찟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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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건이 일어난 그날은

늦게야 일이 끝났다.

<<에스프레소>> 걱정할까 혼자 집에 가려는데

문을 나섰다가

아까 창고에 핸드폰을 놔두고 생각이 나서 창고로 되돌아갔다.

어두침침해서 무서웠다.

계단을 하나씩 내려가 철제 문을 열었다.

스위치가 나갔는지 불이 켜지지 않았다.

 

손으로 벽을 더듬는데 누군가 갑자기 끌어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길고 키스. 그리고 초조한 . 화가 옷깃 사이를 밀고 들어오는 손길.

갑자기 그가 말했다. "에스프레소는..." 알바생? 그목소리는?

손길이 너무나 거칠고 탐욕적이고 폭력적이라 마구 반항을 하느라 그의 뒷말은 들을 없었다.

그러자 그는 주머니에서 뭔가 꺼냈다. 번쩍 했다.

뒤에 닿는 서늘한 감촉그건 잘 갈아진, 날이 선 칼이었다.

 

그는 입을 강하게 틀어 막고 칼로 목에 선을 그었다. 찌이이익- 살갗이 갈리는 소리가 어둠 속에 울렸다.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얼음이 되었다. 눈물 콧물 피까지 범벅이 되어 마구 반항을 했다.

그러나 그는 계속 굳게 틀어잡고 있었다.

 

 순간. 갑자기 복도에 불이 들어 왔다.

 

알바생이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내옆에서 끌어 안고 있던  다른 사람이 아닌 <<에스프레소>>였다.

 

"! 그만멈춰! 이젠그만둬!"라고 그는 그렇게 말했다.

 

알바생이 무릎을 살짝 절고 있다는 알았다.

둘은 바닥에서 칼을 사이에 굴렀다.

<에스프레소> 눈엔 동생이고 뭐고 아무것도 보이는 같았다.

키가 크고 목소리도 비슷하고 생김새도 닮았고 싸움 실력도 비슷했다.

 

에스프레소 동생이 다쳤다는 오토바이 사고 생각이 머리를 굴러 다니고

창문 너머로 밤에 쳐다 보던 눈길의 기억이 새롭게 머리 속을 겹쳐서 굴러다니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 스르륵 주저 앉았다.

피가 많이 흘러 셔츠가 빨갛게 젖었다.

그리고 기억이 없었다.

 

누군가 내게 장난치듯 속삭이는 소리를 잠결에 들었다.

"글래머 누나.. 속을 버린다고 했잖아요.

속을 보여주진 않아도 되는데...!"

 

그리고 누군가 -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둔탁한 시멘트 바닥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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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했어... 해보려 했어. 지난번처럼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하지만 네가 여러 남자들을 만나 얘기 하는 것을 보고 이성을 잃었다.

그만두라고 이야기 수도 없고."라고 그는 나중에 냉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멀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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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

뜨끈한 커피를 커피 빈에서 마시고 있다.

 

느긋한 여유로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다.

스토커로 힘들게 했던,

남자 친구의 기억은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앞에 앉은 남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 이 자식..! 힘들게 하면 바로 지난번처럼 병원 신세 지게 해준다!"

그는 묶은 갈색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보냈다.

"에스프레소.. 대신

카페라떼 마실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