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슴과의 롤러코스터
- 작성일 201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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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에 여행 온 지 3일째 되는 날 오후 3시경. 난 밖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모텔로 돌아와 평소 집에서 하던 것처럼 1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재충전을 했으니 다시 밖으로 나가야 할 때였다. 근데 눈을 뜨자 갑자기 거대한 황량함이 느껴졌다. 외지, 불안정한 거처,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좁은 공간, 철저한 혼자, 여행을 하면 항상 찾아오는 삶을 근원적으로 뒤흔드는 끔찍한 느낌이었다. 난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고민했다. 그냥 이 느낌을 무시하고 바로 밖에 나가서 계획대로 움직일 것인지 아님 잠을 좀 더 자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식의 일탈행동으로 마음을 달랠 것인지. 그렇게 아주 잠시 고민을 하던 중 난 이럴 때 항상 그랬듯 매춘이 하고 싶어졌다. 이런 지독한 고독감과 불안감이 뒤엉켜 엄습할 때는 섹스가 명약이라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꼴린다고 바로 매춘을 할 순 없었다. 매춘이 나쁘다는 어떤 윤리적 근거도 스스로에게서 찾을 수 없었고, 작년에 중국 운남에 여행 갔을 때 했던 매춘을 기점으로 이젠 매춘이라는 행위에 정말 많이 익숙해졌지만 어쨌든 매춘은 국내에서 범법행위였다. 법은 단지 한 나라의 제도로써 나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절대 근원적인 기준이 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러한 제도 속에서 사는 사회적 존재인 나는 그 제도적 윤리가 가하는 속박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없었다. 또 난 운이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만난 창녀들이 대부분 상당히 구렸다. 나이가 많거나, 못생겼거나, 몸매가 형편없거나 등. 이 일은 언젠가부터 단순히 짜증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병신이라 병신 같은 년들만 걸리는 것 같은 생각에 날 매우 우울하게 했는데 확률적으로 볼 때 오늘도 그런 좆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높았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여자친구가 없어서 1년에 한두 번 매춘을 하는 게 성생활의 전부였던 나는 어쩌다가 한 번 낯선 여자와 섹스를 해서 그런지 너무 금방 사정을 해버리곤 했었다. 비싼 돈 주고 하는 섹스인데 또 혼자서 자위하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는 개허접한 섹스를 할까봐 두려웠다. 게다가 한국은 지금 쓸데없이 매춘특별법이라는 게 시행되고 있었고 난 여기 어디에 빡촌이 있는지도 몰랐다. 흠… 어떡하지… 좆나 섹스하고 싶은데… 섹스한 지 벌써 1년이나 됐고… 지금 같은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때가 아니면 언제 섹스를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고… 아… 보지에 자지 넣고 싶다….
10분쯤 몸을 뒤척이며 고민한 난 결국 매춘을 하기로 결심했다. 젊은 놈이 1년에 한 번도 섹스를 못한다는 건 정말 불행한 일이었다. 그리고 난 20살 때부터 근 10년간 섹스를 하면서 매춘뿐만이 아니라 모든 섹스를 통틀어서 단 한 번도 밥을 배불리 먹었을 때와 같은 충만감이 드는 섹스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얼마 전부터 들었는데 오늘 그 악순환의 고리를 깨부숴야 할 것 같았다. 거의 평생을 악순환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고통스런 인생을 산 난 악순환이라면 정말 지긋지긋했다. 더군다나 이건 다른 것도 아닌 인생에서 가장 큰 쾌락을 선사하는 섹스에 관한 문제였다.
난 우선 지갑에 돈이 있나 확인을 한 뒤, 114에 전화해서 담양에 있는 아무 다방 전화번호나 물어봤다. 어제 혹시나 해서 버스터미널 근처를 살펴봤는데 빡촌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영화를 보면 이런 시골에선 티켓다방이 매춘의 주요 형태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난 114에서 알려준 용다방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30대쯤의 여자가 말했다.
“저… 거기 티켓 끊나요?”
난 생각보다 별로 떨지 않고 말했다. 이젠 정말 매춘이 많이 익숙해졌나보다.
“아니요.”
여자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이런… 이 동네 티켓을 안 끊나….
“네.”
난 전화를 끊고 다시 114에 전화를 해서 다른 다방 번호를 물어본 뒤 또 전화를 했다. 이번엔 꽃다방이었다.
“여보세요?”
나랑 비슷한 또래인 20대 후반의 여자 같았다.
“티켓 끊어요?”
한 번 말해봤다고 난 벌써 이 말이 자연스러워졌다.
“네?”
여자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왠지 좋은 느낌이 들었다.
“티켓 끊냐고요?”
“…왜 그러시죠?”
여자는 내가 경찰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우 경계하며 말했다.
“아가씨 좀 부르려고요. 아가씨 있어요?”
“네… 아가씨는 있는데….”
“얼마에요?”
“…일단 아가씨 보내드릴 테니 아가씨랑 직접 얘기를 해보세요. 어디시죠?”
여자는 갑자기 평정을 찾더니 또박또박 말했다. 아… 전화상으론 그런 걸 말할 수 없다 이거지? 오케이.
“초원모텔 302호요.”
“차는 뭐로 하시겠어요?”
“커피 말고 뭐 있어요?”
난 커피 마시면 설사를 했다.
“녹차, 둥굴레차, 율무차… 뭐 이런 거요.”
“둥굴레차로 할께요.”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네.”
난 처음으로 매춘을 할 때 부른 콜걸이 아줌마였기 때문에 이번엔 그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 여자가 젊은지, 예쁜지 등의 구체적인 사항도 물어보고 싶었으나 매춘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행위였고, 또 티켓은 처음 끊는 거라 더욱 떨려서 차마 그런 것까지 물을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난 이제 수차례의 실패적인 매춘경험으로 더 이상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었기에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딱 봐서 늙었거나 못생겼으면 바로 퇴짜를 놔버릴 꺼였다. 더 이상의 실패는 없다!
“똑똑.”
10분쯤 지났을 때 엘리베이터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티켓이란 걸 끊어보는 건가.
“네.”
난 침대에 누워 있다가 대답을 하면서 잽싸게 문으로 걸어갔다. 두근두근. 근데 혹시 경찰이면 어떡하지? 저 앞에 경찰서 있던데… 에, 몰라. 난 천천히 문을 열었다. 스으윽. 문이 반쯤 열렸을 때 다행히 한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30대는 안된 것 같고, 키 크고, 좀 통통하고, 가슴 크고, 얼굴은 그저 그랬다. 아쉽긴 해도 나쁜 편은 아니었다.
“들어오세요.”
난 여자에게 차분히 말했다. 여자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보자기꾸러미를 들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난 현관에서 여자를 먼저 안으로 들어가게 한 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문을 잠그고 문고리 위의 짧은 쇠사슬 모양의 자물쇠도 걸었다.
“좁아서 앉을 데가 마땅하지 않으니깐 침대 위에 앉으세요.”
난 현관 앞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여자를 지나쳐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만약 조건이 맞지 않아 매춘을 하지 못하더라도 남자들이 으레 다방여자를 불러놓고 여기저기 더듬는 행위를 해보고 싶었는데 옆으로 나란히 앉으면 시선이 마주치지 않아서 그걸 하기에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여자는 그냥 침대 아래쪽 바닥에 앉았다. 항상 상황을 주도하려는 창녀들의 노련한 움직임, 오케이오케이 그래 한 번 해보자고!
“차는 안 마셔도 돼요.”
난 앉자마자 바로 보자기를 끄르며 차를 타려는 여자에게 침대 가장자리에 옆으로 누우며 말했다. 국화차 외에는 모든 차에 카페인이 들어있었는데 난 카페인을 먹으면 밤에 잠을 못 잤다.
“네? 그래도 가져왔는데 한 잔 하세요.”
“전 괜찮아요. 아가씨만 한 잔 하세요.”
경험상 창녀랑 있을 땐 기싸움이 매우 중요했는데 기싸움은 이런 사소한 것까지 다 포함되기 때문에 난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여자는 눈을 내리 깔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멈칫하더니 한 잔만 차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래, 떨지만 않으면 넌 기싸움에서 이길 수 있어.
그래도 매춘을 10번 정도 해봐서 그런지, 누워서 여자를 아래로 내려봐서 그런지,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서 그런지 난 갑자기 상당히 안정된 느낌이 들었다. 문을 열러 걸어갈 때만 해도 섹스생각에 성급히 꼴라 있던 자지도 어느새 잠잠해져 있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떨려서 창녀의 눈도 잘 못 쳐다봤지만 이번에는 여자의 모습을 자세히 한 번 훑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섹스를 하면서, 특히 매춘을 할 때 항상 충만하지 못한 어설픈 느낌을 받은 이유가 바로 이런 과정이 결여되어 있어서 인지도 몰랐다. 난 용기를 내어 눈을 내리깔고 차를 수저로 젖고 있는 여자를 위에서 아래로 조심스럽게 살펴봤다. 검은 말총머리, 가난하고 못 배우고 세파에 많이 시달린 사람들이 으레 하고 있는 검게 썩은 피부의 조금 못 생긴 얼굴, 하지만 한 성깔하고 자신감도 좀 느껴지는 표정, 왕가슴, 가슴이 많이 파인 브이라인의 흰티, 그 위에 입은 지퍼 달리고 스포티한 느낌의 회색 후드티, 회색의 싼티나는 트레이닝 핫팬츠, 피부결이 고와 보이진 않지만 탄력 있는 두툼한 다리, 전반적으로 후줄근한 싼티가 났다. 난 언제 예쁘고 몸매 좋은 아가씨를 만날 수 있을까. 젠장.
“근데 티켓다방은 어떻게 아세요?”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여자가 갑자기 격양된 목소리로 물었다.
“…티켓다방 남자들 다 알잖아요? 뉴스에도 나오고.”
티켓다방은 한 때 뉴스에도 자주 나오고 그래서 성인남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난 여자의 질문이 매우 황당했다. 그때 전화 벨소리가 울렸고 여자는 평범한 디자인의 갈색 손가방에서 약간 구형의 흰색 휴대전화를 꺼내며 전화를 받았다. 돈을 별로 못 버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치스런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근데 여자의 전화는 금방 끝나지 않았다. 뭔가 설문조사를 하는 스팸전화를 받은 것 같은데 여자의 표정은 꽤 진지했다. 만약 섹스를 못하게 되면 차 마시는 잠깐의 시간 동안만이라도 가슴이나 엉덩이를 더듬으며 찻값을 그냥 날리는 꼴을 면해야 하는데 정말 짜증나는 상황이었다.
“중요한 전환가봐요?”
여자가 전화를 끊었을 때 최대한 짜증을 참으며 차분히 물었다.
“보험 든 게 좀 문제가 있어서요.”
야무진 느낌을 받긴 했지만 다방에서 일하면서 보험 같은 것도 들고… 왠지 생각이 좀 있는 애 같았다. 그건 그렇고, 그럼 지금 바쁘니깐 좀 있다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해야지!… 씨발년.
“한 번 하는데 얼마에요?”
난 이제 매춘할 때 섹스에만 정신 팔리지 않고 여유를 가지며 모든 상황을 좀 즐겨보고 싶어서 여자의 이름과 고향 같은 것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젠 그럴 시간이 없었다.
“여기는 시간제로 해요.”
시간제?
“1시간에 얼만데요?”
“아뇨, 여기는 그렇게 안하고… 기본 3시간에 9만원이에요.”
이건 뭔 개소리야? 기본 3시간? 9만원?
“3시간 동안 하는데… 9만원이라고요?”
“아뇨. 하려면 거기서 추가로 돈을 더 내야 돼요.”
뭐?? 난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럼… 9만원 내면 3시간 동안 뭐하는 거에요?”
“같이 술 마시든지 얘기하든지… 그냥 같이 있는 거에요.”
헉! 얘기하려고 9만원을 써? 이런 미친년!
“하려면 9만원에서 또 돈을 내고요?”
“네.”
내 생애 이런 개같은 장사는 처음 봤다. 그럼 대충 15만원은 든다는 얘긴데….
“그냥 하기만 하면 안 돼요?”
“안 돼요.”
여자는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식으로 똑부러지게 말했다.
“여기만 그렇게 하는 거에요 아님 다른 데도 그렇게 해요?”
“여기는 다 그렇게 해요.”
하… 뭐 이런 동네가 다 있어… 난 갑자기 절망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보통 7만 원 정도면 하는데… 너무 비싸네… 그럼 비싸서 손님 별로 없겠네요?”
“아뇨, 그래도 다 해요.”
시골에서 그 큰돈을 주고 섹스를 하는 남자들이 있다니 쉽게 믿기지 않았다.
“그냥 한 번 하기만 하면 안 돼요?”
이쪽 애들이 까지긴 해도 마음은 여려서 조르면 허락해줄지도 몰랐다. 그리고 아까는 얘랑 섹스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되자 이 년이 좆나 먹고 싶어졌다. 왕가슴, 만지고 말꺼야 씨발!
“안 돼요. 가게방식이 있기 때문에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까보다 꽤 부드러워진 말투긴 했지만 여자는 여전히 완고했다. 절대 구걸 같은 거 안 하는 성격인 내가 2번이나 부탁했는데 거절하다니… 뭉개진 자존심…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멈출 순 없었다.
“그럼 지금 차 마시는 시간 동안 빨리 한 번만 하면 안 돼요?”
“에… 하면 그래도 시간이 걸리는데 어떻게 그렇게 해요?”
오? 뭐야 이건. 할 수도 있다는 얘기? 걸려들었어!
“저 오랜만에 하는 거라 금방 싸요. 그냥 넣고 싸기만 하면 돼요.”
다급해진 난 이젠 정말 싸기만 하면 됐다. 보지에 자지 넣은 지 1년이 넘었다!
“안 돼요.”
씨발. 더 이상 초라해지는 것도, 더 이상 이 년의 완강히 버티는 재수 없는 표정을 보는 것도 싫었다.
“그럼… 하게 되면 아가씨가 직접 하는 거에요?”
난 거의 체념한 채 물었다.
“네. 다른 아가씨 원하면 다른 아가씨 불러드리고요.”
“다른 아가씨는… 나이가 어떻게 돼요?”
젊으냐고 물어보려다가 이 아가씨는 늙었다는 말로 들려 기분이 상할까봐 말을 바꿨다.
“20대 초반이요. 걔가 막낸데 아까 걔 보내려다가… 아직 어려서 설명을 잘 못 할까봐 제가 온 거거든요.”
난 예쁘냐고도 물어보려다가 말았다. 어떡하지…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너무 비싼데… 그 돈이면 2번은 할 돈인데… 그냥 할까? 확 질러? 매춘은 느낌이 딱 왔을 때 해야 좋은 것 같은데? 아냐아냐… 하고 나면 분명 후회할꺼야. 옆에 경찰서도 있는데 이러다 정말 걸리기라도 하면 앞으로 펼쳐질 내 화려한 삶은 바로 끝장이야.
“제가 지금 돈이 별로 없어서 안 될 것 같아요.”
난 돈 없다는 말 하는 걸 끔찍이 싫어했지만 이렇게 얘기하면 여자가 혹시 흔들릴 수도 있을까봐 한 번만 더 초라해지기로 했다.
“이따가 혹시 생각 있으시면 전화주세요. 막내 보내드릴께요.”
돈 없다니깐 이게 귀가 먹었나!
여자는 컵과 보온병을 다시 보자기에 싸기 시작했다. 상황종료.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옆에 앉아서 가슴이라도 한 번 쓰다듬어볼껄… 전화할 때 만졌으면 딱인데! 으메 아까운 내 돈! 그 순간, 난 지금이라도 가슴을 만질까 생각했다. 여자는 가까이 앉아있었기 때문에 이 자세에서 길게 손만 뻗으면 가슴을 만질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가슴을 만질 때 장난기 띤 표정으로 만지면 피식 웃으며 애교로 봐줄지도 몰랐다. 만져? 만질까? 진짜 만져? 그래도 될까? 하.지.만. 내가 그 어리석은 망설임을 하는 동안 여자는 짐을 다 챙기고 이제 일어서려는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회 포착인데… 병신 같은 놈. 짐을 다 챙긴 여자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나도 그녀를 따라 침대에서 내려와 섰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제 찻값을 달라는 걸 그녀의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얼마에요?”
“6천 원이요.”
헉!… 5천 원도 아니고 6천 원이야? 씨발 6천 원을 그냥 내버리다니!
“차도 안 마셨는데 조금 깎아 주면 안 돼요?”
“안 돼요.”
알았다 알았어, 좆같이 냉정한 년. 난 여행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6천 원을 꺼내려다가 혹시 여자가 천 원짜리가 없어 할인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만 원짜리를 꺼내서 줬다.
“잔돈 없으세요?”
여자는 정말로 천 원짜리가 없는지 나에게 물었다.
“네.”
“…내가 천 원 손해 보지 뭐.”
여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속으로는 안타까워하면서 겉으로는 아주 쿨한 척 나에게 5천 원을 건네며 말했다. 병신 같은 년, 왠지 겉으로만 강한 척하고 실제로 하는 짓은 멍충이 같았다. 아싸 천 원 굳었다!
여자는 보자기꾸러미와 핸드백을 들고 현관으로 향했고 난 여자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빈약하고 처진 엉덩이, 촌스러운 운동화, 순간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남아있던 성욕이 쑥 내려가면서 섹스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잊자 잊어. 매춘 생각은 싹 지우고 나가서 이 돈으로 맛있는 거나 많이 사먹자. 파이팅! 근데 여자가 신발을 신으려고 내 쪽을 향해 몸을 구부리려는 순간 난 갑자기 불안한 기운이 확 엄습하는 걸 느꼈다. 몸을 숙이자 브이자로 파인 옷 안으로 훤히 보이는 왕가슴, 순간 사그라졌던 욕정이 다시 고개를 높이 쳐들었다. 후끈! 난 몸을 일으켜 뒤돌아서는 여자에게 평소의 나로서는 절대 하지 못할 말을 내뱉었다.
“가슴 한 번만 만져 봐도 돼요?”
“안 돼요.”
난 여자가 뭐 이런 변태새끼가 다 있어? 하는 표정으로 말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녀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역시 다방여자에게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닌 듯했다. 그 정도의 관용을 지녔다면 한 번 좀 만지게 해주지 야박한 년. 이제 정말 모든 게 끝났고 여자는 문을 열기 위해 문 앞에 가서 섰다. 안녕 티켓녀. 근데 여자가 내게 등을 지고 문 앞에 서는 순간, 난 본능적으로 마지막 기회가 한 번 더 남았다는 걸 느꼈다. 좁은 현관, 앞은 문, 뒤에는 나, 양손엔 각각 보자기꾸러미와 핸드백, 쇠사슬이 걸려 바로 열리지 않는 문, 그녀는 내게 포획된 완벽한 먹잇감이었고 난 나도 모르게 여자 뒤에 바짝 서서 양손을 앞으로 스윽 내밀었다. 물컹, 양손에 크고 둥근 게 만져졌다. 오… 가슴… 이 느낌 좋아좋아… 난 이렇게 가슴이 만지고 싶었다고… 주물럭주물럭… 오… 손 안에 가슴을 쥐어본 게 얼마만이냐… 게다가 허락되지 않은 여자의 가슴을 뒤에서 만지고 있다니 이게 꿈이냐 생시냐! 주물럭주물럭… 내가 위협적이지 않게 살살 만져서 그런지 고맙게도 여자는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았다. 역시 얘네들한테 가슴 좀 쓰다듬는 것까지는 별 일이 아닌 것이었다. 오… 가슴… 좋아좋아… 주물럭주물럭… 3초… 4초… 어? 뭔가 이상했다. 여자가 문을 열 시간이 지났는데 문을 안 열고 있었다. 이상해서 계속 가슴을 주무르며 어깨 너머로 사알짝 앞을 보니 아까 내가 걸어둔 쇠사슬을 못 빼고 있었다. 뭐야, 이것도 못 빼? 좆나 야무지고 센 척하더니 이거 완전히 촌년아냐! 순간 여자의 브래지어가 좀 딱딱한지 옷 위로 가슴을 만지자 별로 물컹한 느낌이 안 들어서 가슴의 느낌을 제대로 못 즐기고 있었는데 이때가 옷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제대로 만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떡하지? 만질까? 왕가슴 좆나 만지고 싶은데! 근데 옷 겉에서 만지는 거 하고 옷 안에 손을 넣어서 속살을 만지는 건 완전히 차원이 다른 건데? 그건 더 이상 애교가 아닌 성추행이고 그 행동 하나로 생각하지 못한 개같은 대가를 치러야 할 지도 몰라! 똑딱똑딱… 아냐! 아냐! 1초가 아쉬운 지금 이런 걸 고민하는 건 병신 같은 짓이야. 이건 신이 내린 황금 같은 기회고 이 기회를 놓치면 분명 후회할꺼야! 내 오른손은 어느새 여자의 오른쪽 어깨 위를 넘고 있었고 가슴 언저리까지 손이 내려왔을 때 숨을 멈추고 모든 걸 하늘에 맡기는 심정으로 손을 왼쪽 브래지어 안으로 스윽 밀어 넣었다. 오!… 물컹물컹… 오… 씨발 왕가슴… 손바닥에 전해지는 가슴의 이 물컹한 느낌 너무 좋아! 아까의 수박 겉핥기와는 차원이 다른 이 생생한 감촉! 오! 할렐루야! 하지만 아쉽게도 아까의 예상대로 이 여자는 피부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기대했던 것만큼 뿅 갈 정도의 전율이 오진 않았다. 예전엔 몰랐는데 성적접촉을 할 때 피부상태는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손을 꽤 넣었는데도 가슴이 망망대해처럼 커서 젖꼭지가 만져지지 않았다. 씨발 왕가슴. 그래도 허락되지 않은 여자의 가슴을 이렇게 옷 속에 손까지 넣어서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거, 이건 정말 미치게 짜릿한 일이었다. 주물럭주물럭… 오….
“왜 이렇게 안 열려….”
내가 위협적인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최대한 부드럽게 만져서 그런지 여자는 이번에도 전혀 반항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과감해지는 나의 손길이 불안했는지 브래지어 안으로 손을 넣은 지 2, 3초가 지났을 때 초조한 음성으로 나지막이 혼잣말을 했다. 분주하게 좌우로 움직이고 있는 쇠사슬 고리… 슥슥슥슥… 당장이라도 빠질 것 같았다.
“알았어, 내가 열어줄게. 잠깐만 잠깐만.”
대놓고 낯선 여자의 옷 속에 손을 넣어 진짜 젖통을 주무르자 난 자지가 쩌릿쩌릿하면서 너무나 기분이 좋았고, 1초라도 더 여자의 가슴을 주무르고 싶어서 마치 아기 달래듯, 그러면서도 아주 간절한 목소리로 여자의 귓가에 속삭였다. 만약 여자가 내 말을 듣고 쇠사슬 고리에서 손을 놓는다면 10초 정도만 더 만지고 문을 열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자의 손놀림은 멈추지 않았다.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는 쇠사슬 고리, 풍선줄을 놓는 순간 하늘 위로 휭 날아가 버리는 풍선처럼 언제 날아가 버릴지 모르는 이 극락의 순간. 안 돼… 안 돼… 제발 날아가지마! 씨발, 이왕 이렇게 된 거 손을 더 깊숙이 넣어 젖꼭지까지 만질까? 가슴을 만졌으면 당연히 젖꼭지를 만져야지. 가슴 윗부분만 만져서 그런지 이거 주무르는 느낌도 뭔가 밋밋해. 하지만 그건 진짜 성추행이야. 지금까지는 짓궂은 장난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그때부터는 진짜 선을 넘는 행위야. 넌 진짜 더러운 놈이 되는 거라고. 하지만 난 처음 가슴을 만질 때부터 이미 선을 넘었고 이 꿈 같은 순간을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결국 난 불끈 용기를 내어 손을 브래지어 안으로 좀 더 깊숙이 찔러 넣었다. 쑤욱. 오… 젖꼭지가 만져졌다. 반쯤 발기된 약간 큰 젖꼭지. 드디어 모든 걸 다 이룬 듯한 기쁨이 느껴졌다. 젖꼭지… 오… 젖꼭지… 이게 얼마만에 만지는 젖꼭지냐… 그리고 역시 젖꼭지를 손바닥 중앙에 놓고 가슴을 제대로 쥐자 방금 전과는 또 차원이 다른 정말 기분 좋은 가슴의 물컹함이 전해졌다. 오… 그래그래 이 느낌이야… 손 안에 묵직하게 착 감기는 이 느낌… 주물럭주물럭… 좋아좋아… 좆나 꼴린다… 아….
“여기서 소리 지르면 둘 다 안 좋아요.”
손을 깊숙이 넣은 지 3초쯤 지났을 때 여자가 애써 불안한 기색을 감추며 꽤 차분히 말했다. 앗!… 난 갑자기 정신이 번뜩 들었다. 정말로 여자가 소리를 지르면 어떡하지? 경찰서에 끌려가게 되는 걸까? 아님 그 전에 내가 놀란 마음에 이성을 잃고 여자를 해치게 되는 건 아닐까? 그만 손을 뺄까? 6천 원에 젖꼭지까지 만졌으면 충분하잖아? 인생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야! 아냐아냐, 얘 방금 전에 차분히 말을 한 거 보면 상당히 노련한 년이야. 소리 지르면 내가 돌변해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둘 다 경찰서에 끌려가서 피 볼 꺼라는 거 잘 알고 있을 꺼야. 게다가 이제 남은 시간은 기껏해야 몇 초일꺼야. 잠깐만잠깐만! 제발 잠깐만 참아줘! 결국 난 촌각에 인생 전부를 거는 대담한 모험을 감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진짜 이 상황을 제대로 즐겨보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윤리적 구속에 의해 악인이 되는 게 두려워 이 상황을 떳떳이 즐기지 못했는데 이제는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 상황을 만끽하기로 했다. 난 욕정에 눈이 먼 더러운 개변태! 이 년은 내게 받쳐진 제물! 이리 오너라!!! 난 꼴란 자지를 여자의 엉덩이에 밀착시키고, 자지러지는 듯한 뜨거운 입김을 여자의 귓가에 내뿜고, 왼손으론 여자의 허리를 꽉 감싸고, 오른손으론 가슴의 물컹함을 좆나 느끼며 주물럭거렸다. 오… 예… 죽인다 죽여… 그래 바로 이 느낌이야… 아무런 죄책감 없이 본능에만 충실한 이 느낌… 오… 씨발 왕가슴… 물컹물컹… 아… 좋아좋아… 평생 이렇게 가슴을 주무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주물럭주물럭… 씨발 소리 지를 것 같은데 멈춰야 하나… 지금이라도 손 뺄까… 어떡하지… 아… 좆나 좋아… 주물럭주물럭….
“탁.”
초절정 흥분을 한 지 5초쯤 지났을 때 쇠사슬 고리가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께임 오버. 순간 둔해졌던 현실감각이 돌아왔고 난 바로, 하지만 차분히 손을 뺐다. 손을 화들짝 놀라며 빼면 여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 왠지 나한테 불리한 상황이 연출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잠긴 문고리도 마저 열더니 바닥에 내려놓은 보자기꾸러미와 핸드백을 차분히 들고 문을 열었다. 문 밖에 혹시 누가 있으면 어떡하나, 여자가 나가자마자 소리를 지르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근처에 사람도 없는 듯했고 여자도 돌변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여자는 문을 반쯤 열고 나가더니 뒤돌아서서 똑바로 나를 바라봤다.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독기가 좀 서려 있는 듯했다. 난 여자에게 잠깐 흥분해서 그런 거니깐 애교로 봐줘, 미안해 라는 뜻을 전하며 이 일로 인해 어떤 뒤탈도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정돈된 자세로 허리를 굽혀 꾸벅 인사를 했다. 허리를 들기 시작할 때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허리를 다 들자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휴… 다행히 이렇게 끝나는 건가? 난 문 밖을 잠깐 내다볼까 하다가 괜히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조용히 문을 닫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쇠사슬 고리도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래도 자꾸만 불안한 마음에 문 앞에 그대로 서서 밖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했다. 두근두근… 이게 뭐하는 짓이야… 역시 사람은 죄 짓고 살지 말아야 해….
잠시 그렇게 있다가 정말로 아무런 뒤탈도 없는 것 같다고 느낀 난 침대에 올라와 누웠다. 방금 전, 사실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겁 많고 소심한 내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 줄이야… 매춘… 매춘을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역시 흡입력은 대단해… 마치 거대한 암흑의 소용돌이와도 같은… 하지만 6천 원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쾌락을 맛본 나의 용기와 기지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래, 넌 매춘을 정복할 수 있어. 언젠간 정복하고 말꺼야! 난 이불을 덮고 잠시 누워서 안정을 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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