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 작성일 201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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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록,콜록, 자매는 귀신을 본 적이 있소? 나에겐 보이는 모든 것이, 콜록, 모오오오든... 콜록,콜록, 모든 것이 귀신스러울 때가 있다오. 자연주의적 심리학자들은 내 손에 들고 있는 유리잔에 비친 빛이 내 후두피질을 통하여 센세이션에서 인지로 번역되었다고 주, 콜록,콜록, 주장할 것이오. 후두피질에에에에에취, 후두피질에 상처가 난 자들이 종종 볼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증거라오. 아주, 재미있는 가설이지만 말뿐이지 전혀 설명이 안되는 설명이라고 믿소. 빛의 입자들이 어떻게 하나의 전체적이면서도, 콜록, 순결한 현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인지. 현미경이 아무리 좋아도 번역과정 그 자체를 볼 수 없는 우리는 그 신비를 영원히 풀지 못할 것이오. 만약에 모든것이 센세이션에서 인지로의 번역이고, 번역가들 말대로, 번역이 반, 콜록, 바아안..콜록, 콜록, 반역 이라면, 뇌과학자들이 보고 있는 뇌가 뇌의 반역이지 않다고 어떻게 증명할 수 있단 말이오.
데카르트는 인지되어진 현실은 진리의 표출일거라고 그냥 믿기로 해버렸소.콜록, 콜록. 그는 인간의 오감을 빚은 신이, 콜록, 콜록, 거짓말쟁이라고 믿을 수 없는 신실한 신학자였기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오. 당대의 무신론자들은 신이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는 데카르트를 비웃었소. 그리고 지금도 비웃고 있소, 콜록, 콜록, 에취. 내가 그들에게 숙제를 내주기로 했소. 뇌가 왜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는지 증명해보아라. 이들이 이 명제를 증명하아, 콜록, 콜록, 증명 할 때 까지, 난 거짓말쟁이가 되기로 했소. 거짓말이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간편한데, 콜록, 간편한데다가 만약 내가 보는 현상이 뇌의 반역이라면, 보이는 것 중에 믿을만한 것이 얼마나 있겠오. 하하하하하하,콜록, 콜록, 코오오오올록, 으윽... 진리를 말하든 거짓을 말하든 그 둘을 나눠서 구분할 잣대가 없지 않소. 이런 관점에서, 콜록, 콜록,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실 난 진리만을 말하는 성... 콜록, 콜록, 성인일 줄 누가 알았겠소! 난 결국 추상적 윤리에서 자유까지 얻게 된 것이오. 히틀러가 유대인을 죽여도, 히틀러도 반역이고 유대인도 반역일 가능성을 누가 부정하겠오? 에취! 에취! 침이 튀겨서 미안하오. 아무튼, 결론적으로 비디오게임을 실시간으로 즐기는 것이 그만 나의 인생이 되버리지 않았겠오! 좀비를 총싸 죽이는 비디오 게임에서 좀비가 내 얼굴을 도끼를 찍은다고 좀비를 부도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 논리란 말이오? 하하하! 에에에---에취! 콜록. 콜록. 난 이 깨달음을 얻고 열반을 얻은 스님처럼 내 영혼의 해방을 선포했오. 이젠 남은 일은 즐기다 가는 일 뿐이었오! 콜록...콜록... 으....콜록... 으... 뇌와 함께 뇌가 창조한 세상에 대한 반란에 참여하는 것이오! 날 뇌게바라라고 스스로 닉네임을 붙였오.
그런데, 이 때 쯤에 난 진짜 귀신들이 보이기 시작했소. 처음엔 이 것들도오오오오오오오오취! 이 것들도, 에취, 에취, 이것들도 현상화된 반역들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놀아주었오. 하지만, 녀석들과 재미만 보기엔 녀석들은 너무도 진지했오. 내에에에에취....에취.... 에취.... 내 혁명 동지들을 절망과 자결로 몰아가는데에 그들은 매우 진지한 사명의식을 가지고 일한 듯 했소. 콜록.콜록. 콜록. 아마 그들은 뇌를 종교적으로 숭배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있다고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오. 뇌에에에에 에취, 뇌는, 콜록, 콜록, 뇌는 곧 반역을 완성시키고 스스로에 대한 반역으로 자멸적 붕괴를 선포할 것만 같았오. 그리고 이 뇌는 – 사실, 이 뇌라는 것이 나의 뇌만 있는 지도 모르기에, 콜록, 콜록, 콜록, 콜록, 콜록, 무슨말 인지 알겠오? 콜록, 콜록, 여기서, 난 나의 뇌를 여기서 말하는 것 이란 말이오 – 에취! - 아무튼, 이 뇌는 다른 인간들의 뇌들을, 콜록, 콜록, 엄밀히 말하자면 나의 뇌가 반역으로 번역해낸 현상에 불과한 그들의 뇌들인, 그 것들이 죽음과 함께 정지되는 것을 나로 하여금 목격하도록 만들었소. 대체, 나에게 무슨 메세지를 보내고 있는지 처음에는 알길이 없었소. 콜록. 콜록. 그런데, 나의 가까운 친구들중 마지막 한명이 목숨을 끊은 지난 해 겨울부터, 난 어떤 의지에 끌려 매일 수면제를 과다섭취하기 시작했오. 나를 죽임으로써 뇌가 마침내 종말하는 우주로서의 소멸을 완성하기 직전이라고 추정하는 수 밖에 없었오..으으으... 에취! 반역이 반역에 대한 반역을 종결할 것 같았단 말이오! 콜록콜록! 자매는 자매가 따르는 목사님이 그렇듯 내가 나의 자유의지를 무시하고 자살을 시도하려는 것을 변명하고 있었다며 나를 혼내려고 할 수도 있겠소. 하지만, 난, 내가 내 손을 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해서 손에 대한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요약되는 자유의지의 논리가 참으로 우스웠소. 콜록! 콜록! 콜록! 자, 봐보시오. 내가 지금 기침을 하고 있는데에에에에에취, 내가 지금 기침하는데에 자유의지가 어딨단 말이오. 콜록!콜록! 게다가! 에취, 콜록, 콜록! 의지를 가지고 손을 통제하는, 콜록, 콜록, 통제하는 것 같은 나의 느낌이 뇌가 나를 속이기 위해 지어낸 현상이 아님을 그 누가 나에게 증명해 줄 수 있었겠소. 그래서 그 어떤 의지에 끌렸다고 말하는 것이오. 콜록, 콜록, 콜록...으으으...으으으....흠흠.
어느 순간에 부턴가, 한 처녀귀신이 내 방에 매우 규칙적으로 찾아오기 시작했소. 생긴것이 어여쁘기도해서 같이 즐겁게 놀기로 했소. 으으으....흠흠. 내 몸무게는 하루가 다르게 즐어들고 있었소. 자꾸 이유도 모르게 배에서 구토가 나와서 말이오. 흐으으으음. 으으으.....흠.
으으으....으으윽...흡. 흡. 흡.
흡.
난 그저 놀다 놀다 가면 그만일 거라고 선언한 뒤, 인내로 마감까지 낙천적이겠다고 다짐했소. 그러나, 죽음은 너무나도 서서히 내 몸에 퍼졌고, 난 내 고통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소. 그렇게 앓고 있던 시절 빛이 내 머리위에 임했소. 사랑으로 임했다오. 성령이 오신 것이오. 성령이 오셨네. 성령이 오셨네. 내 주의 보내신 성령이 오셨네. 우리 인생 가운데 친히 찾아오셔서. 내일이 나의 침례식이오. 다음은 내가 편집한 구원의 간증이오. 내가 어떻게 하나님을 만났는지 생생히 적으려고 심혈을 기울인 것이오. 이 글을 쓰느라 사흘간 하루에 한끼밖에 먹지 않았소. 게다가 잠도 잠깐씩 조는 걸로 대신했소. 안그래도 지금 너무 피곤해서 말을 하다 앞으로 넘어질 것 같은 몸을 억지로 지탱하고 있단 말이오. 그렇소. 자매의 관찰이 맞소. 사실, 쓰러지기 직전이기에 문간을 잡고 자매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단 말이오. 그렇다고 남자만 혼자 사는 방에다가 자매를 들여올 수 없는 것 아니오. 내가 자매를 계속 밖에 서있게 했던 건, 내 나름의 에티켓이었으니 너무 서운해하진 마시오. 자, 어서, 성전으로 돌아가시오. 어서.! 내가 넘어지면 자매쪽으로 쓰러지고, 자매 뒤엔 계단이 있지 않소. 남자다운 모습으로 자매 앞에 서 있기 위에 여태컷 버티고 있는 나를 배려해 주시오. 자, 이젠 떠나야 하오. 시간이 없지 않소. 나는 괜찮으니 떠나란 말이오. 괜찮다고 하진 않았소. 잠깐 푹 자고 나면 다시 기운을 차리리이다. 자 그럼, 내 간증문을 목사님께 전해주시오. 육필로 쓴 원본이오. 만약, 목사님이 나의 지적 괴기함을 관용해서 내가 침례식 때 이것을 간증으로 읽는 것을 허용한다면, 기쁘게 읽으리이다. 자매가 맨 앞자리에 앉아서 내 영광스러운 순간을 관람해 준다면 나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소. 제발 울음을 그치시오. 그만 울고 빨리 성전으로 돌아가란 말이오. 자매의 인생이 힘들고 지친 것을 난 진심으로 위로 한다오. 아니, 위로할 뿐만 아니라 좀더 교만하게 말하자면 내 전심으로 동감하고 있다오. 하지만 힘을 내시오. 그 울음을 그치란 말이오. 곧 예수 그리스도가 돌아와서 그의 말씀으로, 불법의 사람 곧 멸망의 아들을, 태워 버릴 것이오. 그의 뇌를 태워버리고 지옥불에 다른 수많은 뇌들도 함께 타도록 던져 버릴 것이오. 마지막으로 수많은 뇌들의 탈을 쓰고 공중을 지배하던 귀신들의 왕자도 지옥불에 영원히 갇힐 것이오!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화니 이 것을 믿고 그 분을 향한 거룩함과 경외로 성령곁을 걸며 전진하란 말이오! 그리고 자매와 난 영이 되어 공간을 초월하는 새 육체를 가질 것이오! 아버지의 임재함의 빛이로 전등이 필요없는 새 예루살렘을 휙휙 날아다닐 거란 말이오! 그러니 기뻐하시오! 아멘! 아멘!, 하고 맞 대답하는 자매를 보니 기분이 좋소! 자, 이제 여길 떠나 집으로 돌아가 내일을 기다리시오! 아멘! 성부의 모든 약속이 그 안에서 이뤄지는 예수의 다른 이름도 아멘이라오! 아멘! 콜록, 콜록, 콜록, 으으으... 콜록, 콜록, 으으으..... 콜록, 콜록, 콜록, 콜콜콜코콬콬코록콜콜,콜콜,콜록, 으으으...으...윽...
털썩!
괜찮소? 콜록.콜록. 어디, 다친데 없소? 콜록. 콜록. 으으으.... 좋소..으으으......콜록... 어서가서 119를 부르시오.
---------간증: 생각의 강이 흐르면 난 그 강둑 반대편에 앉아서, 흐름을 바라본다. 나는 내 생각도 아니고, 내가 그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내 뇌의 수상돌기들이 그저 습관대로 자신들의 전류들을 가지고 몇 가지 논쟁 게임들을 하고 있을 뿐이다. 난 한 때, 이 논쟁 게임들이 어떤 것들 인지 잘 지켜보아서, 만약 재미가 있으면 거기에 참여도 해 볼까 하였다. 하지만, 보면 볼 수록, 그 저 말장난들 뿐이다. 내가 중학교 때 에는 고구려가 삼국통일을 했으면 한국이 지금쯤 만주를 차고 있을 거라고, 내 뇌의 몇몇 수상돌기들은 우겼고, 다른 수상돌기들은 역사에 있어서 가정은 무의미하다고 우겼다. 그러자, 이 지나치게 상상력이 풍부한 전자들은 후자들에게 너희들이 여러 시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결단코 부정하겠느냐고, 너희들은 참 지성의 폭이 좁은 것들이라고 비웃었고, 후자들은 다시 전자들에게, 너희들은, 생각에서 현실로의 결론을 내리는 데카르트의 오류를 내리고 있다고 비웃었다. 처음엔 나도 후자들의 승리를 인정할 뻔 했지만, 후자들 역시 생각에서 현실로의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을 실패하는 것을 보고, 결국엔 그 누구도 이 끝없는 논쟁들의 승자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지금, 내 머릿속에 내 인지를 지배하는 매트릭스에서나 나올법한 컴퓨터칩이 있을지 누가 알겠느냐? 이건, 완전히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다. 난, 결국, 내 머릿속에 충돌스런 전류들이 계속 흐르도록 내 버려두기로 했다. 닭이든 달걀이든지 먹어서 맛있으면 그만 아닌가. 또, 뭘 먹고 마시든지 그렇게 따져야 하나? 어차피, 소주를 먹고 취하나 양주를 먹고 취하나 마찬가지 아닌가? 게임 오버. 이젠, 다른 유희를 즐길 차례다.
뚝뚝뚝. 오늘 일기 예보를 보고 나서 난 자정이 넘도록 밤비가 방 창문을 때릴 순간을 기다려왔다. 지금 이 순간이다. 뚝뚝뚝. 비로서 내 창문을 언제나 넘나드는 처녀귀신의 노크소리이다. 내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서 오늘도 그녀가 내 방을 침범해 준 것이다. 헬로. 낭자. 처녀귀신은 오늘 창백한 얼굴에 머리가 붉은 아일랜드의 여인으로 내 앞에 다리를 모으고 일본 게이샤처럼 앉아있다. 그녀에게 무슨 옷을 입혀야 할까. 난 도스시절에 즐겼던 프린세스 메이커에 나오는 공주 옷들을 하나씩 하나씩 연상해본다. 빗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전등빛을 빚어 그녀의 얼굴에 미소를 띄운다. 그리고, 하늘색 원피스를 내 머릿속에 상상해본다. 눈을 감았다 뜨자 그녀가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다. 그래. 너의 한이 무엇이냐. 저희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였고, 저희 어머니는 계모였어요. 하지만, 난 계모가 낳은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몸을 팔았죠. 하지만, 어느 날, 한 화가난 남정네가 날 술병으로 때렸고, 난 머리통이 깨져 죽어버렸어요. 당신은 나를 어떻게 위로해 줄 거죠? 이거, 어디서 들은 내용과 꾀나 비슷하다.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어머니는 계모...몸을 판 여자...앗, 생각났다.
이 아이리쉬의 탈을 쓴 러시아의 창녀! 넌 죄와 벌에 나오는 소냐다. 너의 정체를 맞추고 말았다. 독창적이지 못한 년. 처녀귀신은 분명 내가 낮잠을 자고 있던 사이에 내 책장을 다녀갔음에 틀림었다. 그 중에서 도스트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발견했을 것이고, 책 내용을 저 고양이 같은 두 눈으로 흡수한 다음에, 내가 정말 책을 읽었나 안 읽었나 시험을 하기로 맘 먹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내가 쉽게 알아 맞추지 못하게 하려고 술병으로 머리가 맞아서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죄와 벌에서는 적어도 그런 장면은 안나오니까. 대체, 그런 말도 안되는 엔딩은 어디서 가져온 거지? 어디선가 영화를 보고 와서 지어냈는가 보다. 비슷한 내용의 영화가 내 머릿속에서 떠 오르는 것 같기도 하긴 하다. 이 년에게 어떤 엽기적인 벌칙을 주어야 할 까하고 생각하다가...
좋다, 오늘은 너의 장단에 맞추어 주지. 문학청년스레 죄와 벌의 소냐와 라스콜리니코프의 대면 장면을 리메이크하기로 하자. 잠 들어 있는 엄마 방에서 성경책을 빼와서 그녀의 손에 쥐어 준다. 갑자기, 그녀가 몸을 부르르 부르르 떨기 시작한다. 못하겠어요. 그런게 어딨어. 벌칙은 벌칙이라구. 빨리 책을 펴. 당장! 여전히 어떤 두려움에 사로잡힌듯 한 이 귀신의 손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 사슬고리들에 끌린 듯 분명하게 눈에 띄는 반의지적 전율로 서서히 성경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년의 낭독이 끝나면 라스콜리니코프가 그랬던 년의 발에다 입을 맞추고 외치리라. 당신은 거룩한 바보입니다...하하하!
그 때, 갑자기 나와 처녀귀신 말고 또 하나의 임재가 창문사이로 들어와서 보이지 않는 그것의 거대한 날개를 우리 주변에 가벼히 덮은 듯한 느낌이다. 등이 갑자기 뜨겁다. 하지만 웬지 아늑하다. 년도 이 임재를 눈치챈 것 같다. 그녀의 어깨 주변으로 어떤 희미하고 하연 불빛이 잠잠히 하강하고 있다. 불빛이 마침내 어깨에 닿았을 때, 꺄약, 이 년이 실성을 했나!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거야! 갑자기 년이 닭눈물을 뚝뚝뚝 떨구기 시작한다. 그녀가 막 핀 페이지를 보니 요한복음 11장이다. 빨리 끝내고 자자고. 년이 입을 엵고 읽기 시작한다. 생긴 건 이국적인데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모국어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어떤 병자가 있으니 이는 마리아와 그 자매 마르다의 마을 베다니에 사는 나사로라. 이 마리아는 향유를 주께 붓고 머리털로 주의 발을 닦던 자요 병든 나사로는 그의 오라버니더라. 이에 그 누이들이 예수...꺄약! 이 년이 정말 미쳤는가 보다. 우리 엄마 깨갰다! 닥치치 못해! 조용히 처 읽으라구! 평소엔 고분고분 하던 년이 갑자기 실성을 했나,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다시 읽기 시작한다. 이에 그 누이들이 예수께 사람을 보내어 이르되 주여 보시옵소서 사랑하시는 자가 병들었나이다 하니 예수께서 들으시고 이르시되...마르다가 예수께 여짜오되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내 오라버니가 죽지 아니하였겠나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라도 주께서 무엇이든지 하나님께 구하시는 것을 하나님이 주실줄을 아나이다...예수께서 이르시되...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꺄약! 꺄약! 악! 예수여 나와 당신이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원하건데 하나님 앞에 맹새하고 나를 괴롭히지 마소서! 꺄악!!!!
년의 어깨 위에 가라앉아 있던 하얌이 갑자기 붉음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년이 태양에 타듯 타기 시작한다. 이글이글. 귀신도 시체 타는 냄새가 있을 줄이야. 으악. 갑자기 그 곱던 얼굴 형태가 액체처럼 흘러내리다가 또 다른 얼굴을 형성하더니 쭈글쭈글한 노파의 것이 되었다. 노파는 갑자기 나를 향해 음탕한 미소를 짓고 웃다가, 내 앞에 뚜벅뚜벅 걸어온다. 그리고 내 얼굴에 년의 주름보다도 흐물거리는 손을 갖다댄다. 손이 내려와서 내 목덜미를 아이 피부 스다듬듯 스다듬는다. 손이 죽음처럼 차다. 점점 더 내려온다. 팅! 년의 몸이 갑자기 반동하듯 뒤로 튕겨나간다! 어떤, 사슬고리들이 그녀의 전신을 당긴 것만 같다. 악! 년의 얼굴이 다시 녹시작한다. 그런데, 완전히 녹기 전, 잠시 피부가 고아 지더니, 소년의 얼굴이 잠시 어린다. 내 어렸을 때 얼굴같다. 다시 흘러 내린다. 무섭다. 방에서 뛰어나갈려고 하는데 팅! 내 몸도 사슬이 당기고 있다. 꿈을 꾸고 있음에 틀림없다. 지독한 가위가 뇌까지 퍼져서 꿈에서 헤오도 못나오고 있는게 분명하다.
난 거대한 손에 짓눌려 아까 앉았던 자세로 년 앞에 앉는다. 이젠 내 앞에 한 치와와가 짖고 있다. 예전에 여동생이 키우던 캔디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울해하던 어린 여동생에게 엄마는 저 녀석을 선물했다. 너무 짖어서 문제였다. 내 알레르기에도 독약과 같은 녀석 이었다. 녀석의 털 때문에 난 매일 간지럼증을 앓는 느낌이여서 한 잠도 못자고 있었다. 엄마에게 동생 몰래 녀석을 팔아버리고 오겠다고 했다가, 나보고, 매정한 녀석, 하고 계속 떠드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됬다. 근데, 어느 날, 녀석이 내 방문간에 쥐새끼 처럼 오줌을 싸낳다. 물어뜯어 죽여버리고 싶었다. 난 발로 그 개의 몸뚱아리를 짖이기기 시작댔다. 여동생이 울기 시작했다. 개를 살려달라 했다. 내가 치울껀데 왜 그러냐고 땡강 부렸다. 나보고 개새끼라고 했다. 낑낑낑낑. 땡강엉엉. 녀석의 숨통을 더욱 꾹 짓눌렀다. 개가 우는 것 같다. 눈이 꼭 사슴 눈망울 같았다. 연약한 것을 죽여서 더욱 강렬했던 것 같았다. 갑자기, 내 눈에서도 뜨거운 것이 떨어진다. 저 녀석을 끌어 안고가서 오늘 다시 여동생 품에 안겨주어야 겠다. 이리 온. 이리 온. 얼쿠. 아악!
강아지가 뜨거운 액체로 녹기 시작한다. 내 팔 주변으로 흐른다. 화상을 입을 것만 같다. 다 떨어진 액체가 다시 고이더니 거품이 인다. 위로 솟아 오른다. 새로운 창조인가. 잠깐의 순간들이 지난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꽤 흘렀나보다. 밖은 새벽이 됬는 듯 아주 어둡지도, 아주 밝지도 않다. 꾸물꾸물. 액체가 기둥처럼 솟아올랐다가 사방으로 퍼진다. 퍼지면서 방울 하나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빚어지기 시작한다. 다시, 여자의 몸뚱아리이다. 하지만, 처녀 귀신이 아니다. 연미이다. 벌거 벗고 있다. 동네 아저씨가 아는 옆 동네 치매걸린 할머니의 고아 처지인 손녀딸인데, 가난해서 학원도 못다니는게 안타까워서, 나한테 영어나 배우라고. 그렇게라도 하라고. 우리 엄마를 통해 맡긴 것이다. 계집애가 날 꽤나 따르는 것 같았다. 내 방에 있는 책 목록을 적어 가더니 시립도서관에서 빌려다가 자기도 읽었다. 어느 날, 앙드레 지드에 대한 평론을 읽고 와서 대단한 것 마냥 설명하는데, 괜히 심심했던 난, 어디서 그런 허접쓰레기를 주서먹고 와서 나한테 강론하고 지랄이냐고, 다그쳤다. 뭐가 갑자기 분했는지 내 앞에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재수없으니까 나가라고 했다. 안나가서 얼굴에 대놓고 꺼져하고 소리지르려 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우는 모양이 꽤 풋풋했다. 고운 머리칼을 한 번 스다듬으며 살짝 위로 들어보았다. 여드름이 이슬처럼 맺힌 이마 밑으로 두 눈이 맑았다. 아테네의 소녀를 보는 것만 같았다. 바이런처럼 키스만 한번 해주려다가... 범해버리고 말았다. 일이 끝난 후, 년이 옷을 입고 나를 향해 애수로운 웃음을 싱긋 지어보이더니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나중에 찾아왔는데 아이를 뱄다고 했다. 한 이틀 동안, 난 방에 틀어박혀서 과외도 안하고 누워있기만 했다. 년이 또 찾아왔다. 또 내 앞에서 질질 짜기 시작했다. 우는 모습이 혐오스러웠다. 몇 일 밤 사이에 여드름이 이마에서 얼굴로 가득 번져 있어서 꼭 분칠한 광대 마냥 거북스러웠다. 허리를 숙이고 앉아있는 모습이 한 이십년은 갑자기 폭삭 늘어버린 것만 같았다. 기울어지고 있는 기와집 지붕이 나를 향해 무너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할 거냐고 나에게 묻는 얼굴이 역겨워서 싸대기를 한 대 때리고 말았다. 년이 또 울다가 내가 한 삼십분간 아무말이 없자 그 때 처럼 걸어나갔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것으로 물처럼 증발해버렸다.
오랜만에 년을 보니 한없이 서럽다. 그런데, 서럽다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든다. 연약한 것을 너무도 많이 죽여왔다. 이제 내가 죽인 것들과 화해를 할 때. 윤동주 따라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하하하. 이 놈의 문학적 순발력! 눈 앞의 창조에 적응이 되니 갑자기 용기가 생기기 시작한다. 위트가 떠오른 것이 그 증거이다. 그래, 연미야. 오랜 만이다. 고개를 들어보렴. 난 예전에 그랬든 년의 고운 머리칼을 쓰다듬어 올려볼까 한다. 머릿칼이 무지하게 뻣뻣하다. 끈적끈적하다. 손에 땀처럼 붙어서 떨어지지가 않는다. 다른 손으로 하나씩 하나씩 떼어내려해보나 더욱더 내 손에 엉키기만 할 뿐. 머리카락이 메두사의 뱀카락들처럼 흐물거리기 시작한다. 점점 더 길어지더니 내 팔을 비늘같은 촉감으로 묶어 내 몸 전체를 계집을 향해 끌어당긴다. 년의 얼굴이 보인다. 얼굴이 물에 익사한 시체 마냥 퉁퉁 부어있다. 퍼렇게 부푼 입술이 살짝 분개하듯 나를 향해 뒤틀려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박테리아가 파먹어서 속이 텅빈 것 같은 여드름자리들은 휴화산처럼 불만스런 주둥아리들을 삐죽삐죽 내밀고 있다. 눈은 감겨 있다. 난 조심스레 오른 손으로 계집의 눈을 열어보려고 한다. 손이 닿기 전에 두 눈이 열려 나를 향해 쳐다보고 있다. 내가 매우 미운가 보다. 미우면서도 한스럽기도 한 가보다. 분개하며 또 다시 우는 꼴이 나를 향한 정이 완전히 사그라져 버린 것만 같진 않다. 연미야. 연미야. 나다. 오빠다. 어느 강에 빠져 너의 꽃을 떨구었는고! 굿이라도 해서 한이라도 풀어줄까나! 연미야. 연미야. 계집이 귀를 막는다. 내 말이 계집의 귀를 썩게라도 하듯 귀를 막는다. 그것도 모자라 이미 파고들어간 음성들을 다시 빼내려는 듯 귀를 파기 시작한다. 그만 파라. 피 나오겠다. 피 나오잖아. 그만하라니까. 피! 피! 피! 악! 피! 피! 피! 그만. 그만. 베개로 년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는다. 피가 방 바닥에 홍건이 고이기 시작한다. 내 손에도 닿는다. 년의 양손을 꼭 잡아 멈추려 하나, 년의 힘은 괴물같다. 내 팔이 년의 손목에 끌려서 온 몸이 흔들릴 지경이다. 날 용서해 주렴. 날 용서하고 너의 한도 스스로가 용서하자 꾸나. 계집의 입술에 눈물에 젖은 내 입술을 갖다댄다. 년의 얼굴이 붓기가 갑자기 가라 앉더니 예전에 풋풋했던 얼굴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내 앞에 있는 존재가 한 없이 투명해지기만 하다. 내 욕망을 깨끗한 유리잔처럼 또다시 담아내 줄 것만 같다. 아마, 내가 만나오던 처녀귀신은 사실 원래부터 연미의 혼령이었을 께다. 귀신이 대고도 나를 못 잊어 날 총각귀신으로 데려가려고 날 이토록 앓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눈물을 닦고 있는 년의 손들을 걷어내고 곱게 뻗은 목 아래로의 몸매를 감상하고 재치있게 하이쿠를 한 편 짓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그런데... 그런데... 년의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년의 몸이 부르르 부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끄억, 끄억, 끄억. 대체 무슨 영문인지 빤히 쳐다보다가 년의 가랑이가 양쪽으로 열리는 것을 보고, 산통임을 직감했다. 이젠, 정말 나도 모르겠다. 엄마를 깨워야겠다. 아니, 그냥 거실에 가서 집전화기로 일일구를 불러야 겠다. 팅! 문을 열려고 일어나던 내 몸이 다시 사슬의 반동으로 튕긴다! 몸이 강제적으로 꼬이더니 난 다시 내 앞에있는 존재를 향해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다. 계집의 다리들 사이로 매우 자그마한 발 하나가 삐집어 나온다. 머리부터 나와야 정상 출산이라고, 안 그러면 산모가 위험하다고 얼핏 들은 적이 있다. 계집을 지켜만 보고 있을까 하다 살리기로 결심한다. 사실, 헷갈리기도 하다. 처녀귀신이 나에게 또 장난을 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끄억. 끄억. 아아아아악. 진짜다. 조금만 지체하면 계집은 죽을 것이다. 문을 향해 내 몸을 다시 움직여보니 사슬의 당김이 여전이 느껴진다. 팅! 팅! 팅! 티티팅! 으...으...으...내 몸의 반항이 거셀 수록, 사슬의 저항 역시 비례하며 커지기만 한다. 과연 나를 여기서 풀어 줄 존재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 인가? 신이여. 혹시. 신이란 것이 계십니까? 계시다면, 오겡끼 데스까!
만약 계신다면....
계집의 어깨 – 그러니까 처녀귀신의 어깨에 처음부터 있었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 를 감싸고 있던 하얀 불빛이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마치 누군가의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그 것은 서서히 계집의 어깨에서 외투처럼 벗겨진다. 그리고 그 빛 은 두 갈래로 나위어 좌우로 날개처럼 펴진다. 날개다. 하얀 새의 날개다. 새의 거대한 머리통이 날개죽지에서 마치 사람의 얼굴처럼 서서히, 거북이가 목을 주우우욱 내밀듯 나오기 시작한다. 자세히 보니 정말 사람의 얼굴이다. 눈이 너무 부셔서 그의 얼굴을 정확히 보기가 힘들다. 그 얼굴에서 나오는 광채가 형언할 수 없는 신선한 공기로 마셔지는 것 같다. 니코틴에 찌들어 있던 나의 폐를 박하사탕 천개의 으스러짐의 상쾌함으로 채운다. 난 너무 무서워서 그 얼굴로 부터 내 눈을 잠시 가리고 있는다. 다시 용기를 내어 그 얼굴을 마주한다. 얼굴은 영원을 삼켰듯 끔찍하게 나이가 들어보였다가, 살짝 미소를 지어내자, 마치 아기의 얼굴처럼 어려보였다. 그리고 다시 근엄한 표정으로 온 몸을 후들후들 떨고 있는 나를 건장한 장년의 인간으로 응시하고 있다. 그의 머리와 머리카락은 양털 처럼 희다. 눈보다도 희다. 우리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이여! 그것이 소리 친다. 입을 열 때마다 불타오르는 듯한 날카로운 칼이 그의 숨결로 용의 입김같은 형태를 띄었다가, 다시 그 것의 입 천장을 뚫고 들어간다. 우리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이여! 또 다시 외친다. 그 것이, 우리, 부분은 발음했을 때, 난 천개의 강물이 나를 향해 홍수처럼 덮치는 것 같았다. 하나를 보고 있으면서도 여럿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하나인가. 여럿인가. 하나 이면서 여럿인가. 여럿이면서 하나인가. 산모의 피에 젖어 방바닥에 형태없이 퍼진 습기 위로 이제 저 새 같은 혼령은 어미 비둘기가 알을 품기 직전처럼 포근히 앉아 떠다니는 듯 하다. 그 밑의 혼돈을 임재는 완전히 제압하고 있는 듯 하다. 우리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이여! 천개의 강물이 또다시 봇물처럼 쏴아아아. 말소리와 함께 방의 그의 임재를 주변으로 해서 빛과 어둠으로 갈린다. 그는 빛이다. 눈부심에 어지러워서 스러질 것만 같다. 으으으으...으....
잠시 혼절했나보다. 머리가 잠시 쓰라렸더가 그 것의 날개가 내 머리카락을 살짝 스치니 다시 상쾌하다. 꼭 엄마가 내 머리를 스다듬은 것 같다. 난 갑자기 새를 끌어안고 와락 울어버리고 싶다. 저 임재를 나의 형태없는 공허 속 으로 들이켜 버리고 싶다. 호흡하고 싶다. 계집은 이미 숨을 거둔 것 같다. 태아의 배 까지가 계집의 가랑지로 빼쭉했다가, 계집이 뻗어버리면서, 탈출을 관두었다. 피와 오줌이 묻은 태아의 다리가 꼭 거미줄에 걸려서 절규하다가 탈진한 박쥐의 수족같아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계집은 내가 죽인 것일까? 저 태아의 죽음을 슬퍼할 줄 유일한 이가 되기 위하여 난 울어야 하는 건가? 묻고 싶기도 하고 묻고 싶지 않기도 하다. 왜 인생을 사는 것에 대하여 사과하는 가, 하고 외치고 싶다가 관둔다. 그렇게, 외치는 순간, 내 안에 남은 마지막 거룩한 것이 모래로 나와 쉬익 흩어지며 날라가버릴 것 만 같다. 사과하는 것에 대하여 사과할 필요가 없진 않는가?
죽음은 내 앞에 호흡 없음으로 호흡하고 있다. 심연을 쳐다보니 심연이 나를 똑같이 응시한다. 우주의 중력은 나의 몸을 당기고, 나 역시 정면으로 스러져 저 죽음과 심연으로, 무로,무로, 무로흡수 되어 버릴 것만 같구나 같구나 같구나. 그 것으로 자유로운 열반일 것인가? 창문 사이로 별들의 찬 숨결이 유성처럼 내 방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내 주위를 감싸면서 속삭인다. 죽어라. 죽어라. 너에겐 천국도, 지옥도 있지 않으리. 더 이상 지칠 그대가 소멸했으니, 지침도 없으리. 방에 있던 새의 임재가 더욱더 커다란 빛으로 나를 덮는다. 미안. 그대에게 미안.
굿바이.
빙긋.
분명 날개 앞의, 저 사람의 얼굴은 나에게 윙크를 했다. 섬세한 연인의 관찰함처럼 나를 한 번 파고들듯 살펴보더니, 윙크를 했다. 그는 사랑이다. 인격으로 임재하는 저 사랑 아니면 무로서의 소멸. 그 경계에 지금 내가 있다. 별들은 계속 찬 숨결로 속삭인다. 죽어라. 죽어라. 소멸되리라. 빙긋. 임재가 웃자, 그 차가운 언어들은 먼지처럼 창문 밭으로 날라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임재가 또 한번, 빙긋. 소멸하라. 빙긋. 소멸하라. 빙긋. 소멸하라. 빙긋.
그런데... 공기속에 퍼지는 에너지처럼 소멸하면, 소멸의 자유를 느낄 나는 과연 소멸뒤에 있을 것인가? 없을 것 같다. 잠시, 이 것에 대해 깊이 묵상한다. 깊이가 무한한 절벽이 머리에 그려지면서 난 온몸이 오싹해진다. 무면 무일 무도 없지 않나? 헤헤헤. 방긋. 바아아앙긋. 그가 웃는다. 그가 나를 격려한다. 더 이상 그의 미소 – 그의 미소는 이상하게도 소리가 있는 것 같다 - 빼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방에서 마침내 오직 둘 뿐이 되었다. 그 임재의 빛은 내 모든 뼈 마디마디 까지도 관통한다. 나는 여자가 된다. 임재의 머리, 사람의 얼굴이, 나의 여자됨을 눈치챈다. 빙긋. 얼굴이 미소 짓는다. 빙긋. 내 지친 몸은 혼절하듯 임재의 날개위로 몸을 뉘운다. 마치 그의 아내가 된 것처럼.
그리고 난 임재와 함께 어디론가 날아간다. 머리카락으로 닿는 밤공기의 느낌으로 봐서 추운 겨울인 건 확실하나, 내 몸에 닿는 임재는 여전히 너무도 뜨겁다. 부황을 온 몸에 고통없이 뜨고 있는 아늑한 느낌일 뿐이다. 안개와 구름을 걷고 임재가 하강한다. 땅에 닿기 직전, 우린 허공에서 떠 돌고 있는 한 날개를 가진 거대한 요정같은 사람과, 그 뒤의 반딫불처럼 날아다니고 있는 세라핌같은 것들을 본다. 임재의 날개가 공기처럼 그들의 날개를 스치자 그들이 소리친다.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날아있는 자들 밑에는 지팡이를 지고 망태기를 들고 있는 열명 정도의 사내들이 있다. 사내들 주변으로 동자승들처럼 유순해 보이는 양들이 꾸벅꾸벅 소처럼 눈을 껌벅이며 졸고있다.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나는 것들이 그들 위해서 한 번 더 외치자, 그들은 양들을 놔두고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한다. 임재는 나 역시 그들 주변위로 떨군다. 난 임재와의 헤어짐이 아쉬어서 임재를 한번더 껴안고, 임재의 날개품안으로 아이처럼 달려드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의 얼굴이, 날 향해 미소지으며, 그들을 따라잡으라고 한다. 난, 거절하며 부드럽게 고게를 샬레샬레 했지만, 그의 미소는 너무 따스하면서도 분명하여, 날, 순.종.케.한.다. 그럼. 굿.바.이. 다시 창공으로 날아가던 임재의 사람의 얼굴이, 나를 향해, 씨유쑨! 임재가 점으로 공중에서 살아지기 직전, 에메랄드 빛의 불꽃놀이 폭죽이 터진 듯 하늘은 잠시 환해졌다가 어두워진다.
그들은 낯선 내가 따라가는 것이 전혀 아랑곳하지도 않는 가 보다. 그저 환희에 차서, 나를 향해 오랜 친구인양, 힐긋 웃더니, 모두들 앞을 향해 달려간다. 도착한 곳은 나귀소리와 염소 똥 냄새로 어수선한 마굿간 같은 곳 이었다. 푸드득 푸드득. 어떤 이름 모를 새들이 뒤뚱뒤뚱 걷다가 파다닥 거린다. 난생 육안으로는 처음 보는 낙타들도 있다. 무릎을 꿇고 졸고 있다. 종종, 그 커다란 눈들이 꿈벅꿈벅 거리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기도하려는 듯 다시 눈을 감는다. 입구에서 멈춰있는 나를 잠시 기다리던 일행은 곧 제치고 안으로 들어선다. 따라 들어간다. 짐승들의 배설물 냄새 사이로 진한 향냄새가 코를 때린다. 마굿간의 뒷쪽 엔, 한 땀에 젖은 아녀자가 포대기같은 것에 아기를 끌어안고 있다. 아기를 한 번 흘겨본다. 아기는 아직 눈도 못뜨고 있어 보인다. 그 옆에 남편으로 보이는 한 사내가, 부부의 발 밑 앞에서, 배를 깔고 누워 있는 세 남자들을 일으켜 세우려고 안간힘을 세우고 있다. 사내가 애를 써도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세 남자들의 손바닥들은 하늘을 향하고, 그들의 얼굴은 아기를 경외하듯 향해있다. 내가 알아들 수 없는 언어로 계속 불경을 외우듯 중얼중얼 거린다. 그 넷을 지나서 난 아기의 엄마가 있는 곳에 가서 엄마를 향해 점잖이 미소지은 뒤 아기를 보여주라는 신호를 몸으로 보낸다. 엄마가, 잠시 망설이더니, 웃으며 아기를 내쪽으로 들어 보인다.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은 그 얼굴을 보면서 어떤 생각에 잠긴다. 아기의 얼굴이 내 앞에서 수면위의 흐르는 물결처럼 투명해지는 것 같은 환각이 든다. 수면위로 또 하나의 얼굴이 떠오른다. 임재의 얼굴이다.
-------내 기억은 거기까지오. 정신을 차려보니 난 양팔을 좌우로 쫙 펴고,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채, 방 천장을 향해 항복한 인간처럼 누워 있지 않았겠소. 그대로 일어나서 방 주위를 살펴보니, 처녀귀신도, 계집과 그 몸에 걸쳐져 있던 태아의 반쪽 몸퉁아리도, 그렇게 넘쳤던 핏 자국도 보이지 않고, 바닥은 우리 엄마가 아침에 닦아 놓았는 듯 광채가 나고 있지 않겠소. 잠시 어리둥절해서 방바닥과 이불 밑을 살펴보려다가 관두었소. 그 다음 즉시 난 서둘러 옷을 입고 밖을 나선 것이오. 그리고, 매우 당연한 것 처럼, 내 집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자매의 교회를 향해 전진한 것이란 말이오. 그저, 꼭 그래야겠다는 직관이 날 완전히 사로잡았다는 말이오. 만약, 근처에 개신교 교회가 아니라 카톨릭 교회가 있었더라면 거기로도 직진했을 것이오. 아무튼, 그 때, 교회에선 이미 예배가 진행 중이었고,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외투와 청바지 차림으로 자매 옆에 앉지 않았소. 기억이 나시오? 난 사실, 양치도 하지 않고 바로 나오는 바람에 냄새가 날까봐 굉장히 걱정하고 있었소만. 어린 꼬마들이 그 때, 그 유명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노래를 플랫폼 앞에서 앙증스럽게 부르기 시작했지 않소, 그제서야 난 어젯밤이 성탄절 이브였다는 걸 기억했소. 그 어린 것들의 천진한 음성을 듣고 더 아이스럽게 흐느껴서 우는 나에게 그대가 친절히 손수건을 내 밀지 않았소. 그 뒤로 일어난 일들은 내가 자매에게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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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그래...음... 교회에서 내 간증은 공공에서 읽기에 부적절하다고 했단 말이오? 음... 그럴 수 도 있을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소. 사실, 글을 쓰면서도 이런 걸 침례식 간증으로---길이도 무지하게 길지 않소 ---- 아무튼, 간증으로 읽는 것은 내 지적 허영이라고 쓰면서도 생각은 해보았소. 아무래도 상관없소. 실제, 침례식에선 내 알아서 적당한 말들로 대신하리라. 뭐라구. 그것이 사실이오? 침례식 명단에서 내가 제외됬단 말이오? 대체, 어떤 영문으로 나에게 그런 해괴한 반응을 교회에서 작정했단 말이오? 교회에서 나를 몰아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무슨 말이오? 아니, 내가 성령주의적 이단이라니, 그걸 말이나 되는 소리라고 하고 있단 말이오? 뭐, 목사님은 내 간증을 읽어보지도 않았단 말이오? 그럼, 그 걸 누구에게 준 것이요? 목사님, 사모님? 그 무지한 여자가 장로들에게 내가 약간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말했단 말이오? 아무튼, 태초부터 그랬듯, 여자 때문에 일이 꼬이는 군. 아니요. 아니요. 여성차별주의자 여서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오. 그저, 지나치게 지적으로 편협한 여자에게 삼손처럼 잡혀 사는 목사님이 바보 같아서, 아쉬워서 막말을 한 것이오.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하오. 아무튼. 난 결백하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이 결백하오. 내가 쓴 것이 문제를 일으켰다면, 난 거기에 단 하나의 거짓도 적지 않았소. 결국, 내 지적 허영이 문제였다면 문제였겠소. 하지만, 몸이 완전히 회복되는 대로 장로들과 사모님을 만나서 호소하겠소. 도대체가, 고린도 후서에서 사도 바울이 세 번재 천상계에 간 사내에 대해서 간증하는 것을, 그들은 읽어보지도 않았단 말이오? 계시록에서도 요한이 일곱개의 뿔과 일곱개의 눈을 가진, 살해당한 어린양에 대해서 적지 않았소? 대체, 신이 그 임재를 원하는 인간에게 어떤 알맞은 형태를선택해서 드러내는 것이 불가능하단 말이오?
그럼, 자매는 어떻게 생각하오? 자매, 역시 내가 정신분열이라도 겪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시오? 왜, 또 우시오? 왜, 자매는 나만 보면 우는 것이오? 지금,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지 않소. 여기, 자매가 주었던 손수건이오. 내가 눈물을 닦아 드리리이다. 왜 그렇게 멀뚱멀뚱 쳐다보는 것이오. 다른 뜻 없이, 자매가 또 내 앞에서 우는게 안쓰러워서 눈물을 닦고 있는 것 뿐이오. 보냈던 음식은 맛있게 먹었소. 다만, 조미료를 너무 많이 섞은 것 같소. 미안, 백수 주제에 고마운줄 모르고 충고하는 내가 염치가 없소. 자매는 원래 조미료를 그리 많이 넣는 걸 좋아하오, 아니면 재료비가 아까워서 그런거요? 내가 내일 그릇을 싯어가지고 손수 가져다 드리리다. 아니, 지금 그릇을 가져가지 말고 놔두시오. 내가 설거지를 하고 나서 돌려주겠다고 하지 않소.
그럼. 안녕히...아, 기도 제목? 좋소. 내 기도 제목은 편두통이 낳는 것이요. 일년 넘게 극심한 편두통을 겪느라 책 한장도 못 읽고 있소. 뭐, 나름 주님이 주신 육체의 가시라고 여기며 견디고 있긴 하나, 정말 해방되었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요. 그래. 편두통이요. 자매가 말할 기도제목은 안 들어도 뻔하오. 노처녀가 좋은 신랑 만나는게 가장 중요한 기도제목 아니겠소. 과부맘은 홀애비가 잘 안다면, 노총각 맘은 노처녀가 아는 것이 당연치 않소. 하하하. 거 보시오. 웃으오. 웃으니까 한 10년은 어려보이지 않소. 천식은 다 낳았소. 그럼, 잘 가시오. 자--아아알 조심해서 가시오. 굿바이.
무엇을 놔두고 간게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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