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인격
- 작성일 201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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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인격
대개 이중인격자 라고 하면 반응은 거의 냉담하다. 그도 그럴듯이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 보면 악역은 거의 이중인격자 들이다. 아마 그 영향이 가장 크지 싶다. 하지만 나는... 아니, 적어도 '우리' 는 그런 드라마 같은 것을 보면 늘 비웃곤 한다. '우리' 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라고 늘 친구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생각해보라. 어느 누가 자신의 또다른 인격과 대화를 할 수 있으며, 또 성별까지 다르겠는가.
우린 달랐다. 이제서야 소개를 잠깐 하자면, 내 이름은 '마리'. 어디에도 있는 보통의 여고생이다. 성격은 무척이나 밝은데...... 때론 그게 조금 이상한 쪽으로 바뀌어서 (친구들은 이것을 광기라고 부른다) 친구들을 곤란하게 할 때가 많다. 거의 대부분 학교에서 큰 사건이 났다 싶으면 선생님들과 학생들 십중팔구는 다 우리를 범인으로 찍곤 한다. 그리고 내 또다른 인격인 '피터'. 나랑은 달리 성별도 남자에다가 성격또한 정 반대다. 피터는 나랑 달리 모든것에 무심한 성격이다.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다.
그 날은 나 대신 피터가 하룻동안 있던 날이었다. 전날에 그 녀석과 합의(?)를 본 다음 친구들에게 문자를 날리고 학교로 향했다. 친구들은 그 녀석이 무심한가 궁금 했었나보다.
"피터..... 오늘 우리 할머니 돌아가셨어..... 흐흐흑..."
나 같았으면 분명 '진짜???? 괜찮아????' 라고 걱정했었겠지만, 앞서 말했든 피터는 모든것에 무심했다.
"어"
이 한 글자 로만 대답했던 것이다. 말한 친구도 무안해지고 동시에 나까지 무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날 이후 학생들은 피터에게 절대로 자신들 이야기는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의욕적으로 변하게 만드는 요소가 2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나와 관련된 사건과 상처 였다. 이상하게 모든 일에 무심해도 누가 내 욕을 한다는 말이 귀에 들리기만 하면, 갑자기 튀어나와서 한참을 싸우질 않나, 그냥 쌈박질로 끝나면 다행인데 피해자는 최소한 전치 10주... 그 날 난 피터대신 피해자 부모와 선생님들께 사과를 드려야 했다. 싸우고 나서 '뒤를 부탁한다' 라는 말 한마디만 해놓고는 다시 쏙 들어가 버린 그가 그때는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상처는 별 거 아니다. 싸우다가 만약 누가 자신의 피를 내게 만들었다, 그럼 그 순간 피를 보게한 사람은 기본 다리를 못쓰게 아주 말 그대로 분질러버린다. 나 외에는 모든 것에 무심하다보니 다른 사람의 고통을 동조하지 못하는 것이다. 단지 그녀석 눈에는 '엄살부린다' 라고만 보일 뿐. 더 심하게 하면 했지, 약하게 하는 법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또 사건을 저지르고서 나한테 남기는 말 한 마디. '뒤를 부탁해' ....... 얜 그냥 내가 뒷처리반으로 보이나보다.
근데 누가 피터고 누가 마리인지 구분이 안간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도 그럴듯이 목소리까지 우린 정 반대기 때문이다. 나는 고음.. 그러니까 목소리 톤이 살짝 위로 톡톡 튀어오른다고 하면 이해가 쉬우려나? 그런 고음인데 피터는 그냥 중저음이다. 그 톤에서 전혀 벗어난 적이 없다. 화가 나면 살짝 아래로 내려가는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말이다.
언제부터 이중인격이 되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궁금증이 많은 사람들. 내 친구들도 내게 물어왔었다. 그건 조금 밝은 사건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 난 흔히 말하는 '첩의 자식' 이었다. 유명한 CEO아버지와 술집마담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바로 '나'. 자식에게 미안하셨는지, 아니면 엄마에게 미안하셨는지 아버지는 날 당신의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하셨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아주는 CEO이신 아버지는 당연히 본부인이 있으셨다. 그리고 본부인에게는 나보다 5살 위의 아들을 낳으신 분이셨다. 그 순간부터였다. 첩의 자식인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본부인과 그의 아들은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기본이 방에 감금. 그것도 마실 것이라도 주었으면 좋으련만... 단식이었다. 즉, 물도 마시지 못한 채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면 계속 감금되서 발길질에 채이고, 주먹질에 맞기만 하고...... 이름으로 불려지지도 않고서 그 둘은 날 '가축' 이라고 불러댔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순간부터 또다른 인격이 태어났다. 나와는 달리 모든것에 무심한 그녀석이..... 난 그녀석에게 '피터' 라고 이름을 붙혀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와 교대한 날. 사건이 터져버렸다. 우리가 교대한 것을 모르던 본부인과 아들은 평상시처럼 날 패면서 엄마 욕을 하던 중이었다. 유일하게 난 그 다음 순간이 제일 기억된다.
".... 죽었어"
그 말 한마디만 남기고 그 녀석은 재빠르게 손으로 아들의 주먹을 잡았다. 잠시 후 녀석의 손에 잡힌 그 아들의 주먹에서 우드득 하는 뼛소리가 났고 들려오는 비명소리.... 그랬다. 나와 달리 힘까지 셌던 피터가 한 짓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버리자, 본부인은 놀라서 우리를 패던 발과 주먹질을 멈췄다. 그런데도 피터는 주먹을 풀어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점점 주먹을 기점으로 해서 팔쪽을 부러뜨리고 있었다. 점점 더 커지는 비명소리에 무심한 눈동자에는 약간의 미미한 살기마저 감돌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입 다물지 못하면 두 팔 다 부숴주겠어"
그 서슬에 당연히 침묵하는 아들.... 결국 그녀석은 팔 하나를 부수고서야 주먹을 풀었다. 후에 우리는 그 집에서 내쫓겼다. 메스컴에 알리지 않는 대가로 우리 둘만의 원룸을 하나 얻는 것으로 해피앤딩도 아니고 새드앤딩도 아닌 우리의 과거 이야기는 끝을 맺었다.
"........ 고마워"
내가 말했는지, 피터가 말했는지도 모를 목소리가 방을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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