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정말 멀쩡해
- 작성일 200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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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정말 멀쩡해
당신은 컴퓨터를 켜면 무엇을 하는가? 인터넷에 접속하고 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고 최신뉴스를 클릭해서 멍한 표정으로 보다가 그 밑에 달린 웃기는 댓글을 보고 피식 웃으며 페이지를 넘기진 않는가? 가끔은 온라인 게임을 즐기기도 하고 쇼핑과 채팅도 하면서 싱겁게-혹은 알차게- 시간을 보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영화를 다운 받아 보기도 한다. 최신작은 물론이고 비디오 가게에서도 구하기 힘든 희귀 영화를 볼 수도 있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다.
보고 싶은 영화를 찾아 여러 공유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낯 뜨거운 제목의, 인터넷에서만 볼 수 있는 동영상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잠시 후 당신은 다운 받으려는 영화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 어떤 동영상을 다운 받고 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동영상의 제목이 ‘원조교제 몰카’ 일지도 모른다.
원조교제 동영상을 다운 받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 동영상이 실제 원조교제 동영상일 거라는 기대를 하지만 실제로는 원조교제를 설정으로 한 포르노 한 편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전부 설정일 뿐인 것이다. 청소년처럼 보이기 위해 화장을 지운 20대의 여자와 느끼한 아저씨가 등장해서는 20분 동안 당신에게 어설픈 연기를 선보일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실제 원조교제 현장을 목격할 지도 모른다.
동영상의 제목은 ‘여중생 원조교제 몰카’였다. 여관방 안, 싸구려 침대 밑 구석에 카메라가 숨겨져 설치돼 있고 시작 후 몇 초간은 빈방의 모습이 심심하게 비춰진다. 물론 화질은 매우 안 좋다. 잠시 후 방문이 열리고 남자와 여중생이 들어온다. 사복차림의 여고생은 성인처럼 보일 정도로 옷차림이 세련됐고 화장까지 완벽하다. 그녀가 입을 다물지 않고 있으면 분명히 성인처럼 보일 테지만 잠시 후 여학생이 입을 열면 여학생 특유의 명랑함과 백치미를 드러내게 된다. 그녀를 데려온 남자는 대학생처럼 옷을 입었고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분명 방 안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는 것과 그것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 지도 똑똑히 알고 있으리라. 남자는 여학생이 확실히 화면에 들어오도록 애쓰고 있었으나 자신은 되도록이면 뒷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남자는 여중생에게 원조교제 경험이 있느냐고 묻고 여중생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중생은 날라리처럼 보인다. 날라리들은 목소리 톤마저 다르기 때문이다. 허스키하고 쩌렁거리는 목소리에 말투는 거침없고 적나라하다. 여중생이 우선 돈부터 달라고 하자 남자는 조금 당황하며 지갑을 꺼내 돈을 건네준다. 여중생은 화면상 보이지 않는 구석에 있는 자기 외투에 돈을 숨겨 넣은 뒤 남자에게 온다. 그때까지는 그냥 설정일 거라고 생각할 테지만 그 후를 보면 설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섹스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여학생은 남자를 깔보는 말을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쿨하게 굴었고 남자는 소심하게 여학생과 눈도 잘 맞추지 못했지만 여자가 침대에 눕고 남자가 요상한 신음소리를 내면서부터는 어찌됐건 여학생은 15만원의 값을 치러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여학생은 그제서야 그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본격적인 섹스 장면에서 갑자기 “왜 울어”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중생은 손으로 눈물을 닦아낸다. 그리고 상관 말고 빨리 하라고 울먹인다. 나는 그 장면에서 그 동영상이 진짜임을 알게 됐고 갑자기 기분이 불쾌해지면서 죄책감마저 느꼈다. 남자가 흥이 깨졌다며 더 이상 발기를 하지 못하자, 여중생은 샤워를 하러 도망치듯 화장실로 들어간다.
남자는 옷을 챙겨 입은 후 담배 한대를 물며 중얼댄다. “씨발 벌써 조루인가.. ”
그렇게 동영상은 끝났다. 여중생은 남자가 준 돈으로 아마 친구들의 위로를 받으며 술을 사먹고 옷을 한 벌 사고는 그날 밤만은 수치심에 밤잠을 못 이루다가 이윽고 두번째 아저씨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학생은 다시 인터넷 채팅 방을 기웃거리며 새로운 여학생을 물색하겠지. 되도록이면 경험이 있는 애로.
마음만 먹으면 원조교제 현장을 훔쳐볼 수 있는 세상이다. 비교적 손쉽게, 공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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