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옥상의민들레꽃
- 작성일 200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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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의 민들레꽃
나오는 사람들
민수 (어린이/주인공)
어머니 (민수의 어머니)
아버지 (민수의 아버지)
형 (민수의 형)
누나 (민수의 누나)
회장님 (사장님)
젊은 아저씨, 뚱뚱한 아줌마, 아파트 사람 1,2,3,4,5 옆집 아줌마, 노 교수님, 돌아가신 할머니 딸과 며느리 (회의에 참석한 아파트 사람들)
S# 1 궁전아파트 베란다에서 자살
궁전 아파트 7층 베란다에서 할머니가 자살하셨다. 할머니의 며느리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자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다 뛰어 나갔다. 이런 일이 벌써 두 번째이다.
S# 2 그 장면을 목격하는 장면
어머니 : (민수 눈을 가려주며 떨리는 목소리로) 오오, 끔찍한 일이다.
사람들 : (자기 아이의 눈을 가려주며 안으로 들어가며)끔찍한 일이야. 오오, 끔찍한 일이야
내레이션 : 우리 궁전 아파트는 살기가 편하고, 시설이 고급이고, 환경이 아름답기로 이름이 난 아파트이고 우리 나라에서 나는 물건을 물론, 외국에서 들어온 물건까지 없는 것 없이 갖추어서 놓은 슈퍼마켓도 있고, 어린이를 위한 널찍한 놀이터도 있고, 아름다운 공원도 있고, 노인들을 위한 정자도 있고, 사람의 힘으로 만든 푸른 연못도 있지만, 벌써 두 사람이나 살기가 싫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궁전 아파트에 살지 않는 사람들은 궁전 아파트가 항상 행복한 일만 가득하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나보다.
S# 3 아파트 복도
뚱뚱한 아줌마 : 벌써 두 분이나 목숨을 끊으셨어요. 이러다가 우리 아파트 값이 확 내려 가게 생겼다고요 .
아파트 사람 1 : 그러니까 말이에요. 불안해 죽겠어요.
아파트 사람 2 : 더이상 이렇게는 못있겠어요. 사장님께 말씀 드려서 회의 하도록 하죠. 회의를 하면 불안한 마음이 좀 사라질 것 같아요 .
뚱뚱한 아줌마, 사람 1, 옆집 아줌마 : 그래요, 그럽시다.
S# 4 회의
내레이션 : 궁전 아파트 사람들은 불안을 견디다 못해 칠십 평짜리 아파트 두 채를 터서 쓰는 사장님 댁에서 회의를 하기로 했다. 넓은 사장님 댁은 벌써 사람들로 꽉 차 있었지만 아이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엄마도 그제서야 내가 따라간 게 창피한지 나를 등 뒤로 숨기려 했지만 나는 엄마 등 뒤에 숨을 수 있을 만큼 작은 아이가 아니다. 나는 모습을 보이고 싶고 참견도 하고 싶었다. 왜냐 하면, 나는 그 할머니가 왜 살고 싶어하지 않으셨는지 알 고 있기 때문이다. 생전에 그 할머니와 만나 본 적은 없지만 그것만은 자신 있게 알고 있다.
S# 5 회 이름 정하는 장면
회장님 : 에에또, 이렇게 여러 귀빈들을 한 자리에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오늘은 저희 집에서 모신만큼 제가 임시 회장이 돼서 이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아참, 회장이 있으려면 회 이름도 있어야겠군요. 명함에 넣으려면 ‘무슨무슨 회’ 회장이라고 해야지 그냥 회장이라고 할 순 없지 않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아파트 사람들 : 옳습니다.
젊은 아저씨 : ‘서로 돕기회’가 어떻습니까?
아파트 사람 2 : 안 됩니다. 서로 돕다니요? 우리가 뭐가 부족해서 서로 돕습니까? 이웃돕기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끼리 하는 겁니다.
아파트 사람들 : 옳소 옳소
젊은 아저씨 : 그, 그렇지만 우리가 여기 이렇게 모인 건 서로 돕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옆집 아줌마 : 아닙니다. 이번 사고를 수습할 대책을 마련하려고 모인 겁니다.
회장님 : 됐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수습 대책 협의회가 좋겠군요. ‘궁전 아파트 사고 수습 대책 협의회’……. 적당히 어렵고 적당히 길고, 썩 마음에 드는 명칭인데 그걸로 정할까요?
아파트 사람 1 : 안 그렇습니다. 그건 마치 우리 궁전 아파트가 사고만 나는 아파트란 인상을 퍼뜨리는 것과 같습니다. 아파트 값이 뚝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젊은 아저씨 : 여러분, 지금 급한 건 회의 이름 짓기가 아닙니다. 어떻하면 그런 사고가 다시는 안 일어나게 하는가 하는 겁니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입니다. 이 소문이 퍼져 보십시오. 제일 먼저 영향을 받는 건 우리 아파트값일 겁니다. 아마 한 번 만 더 사고가 나면 우리 아파트값은 당장 똥값이 될걸요.
아파트 사람들은 조용해지고 얼굴이 사색이 된다.
S# 6 좋은 의견 내는 장면
젊은 아저씨 : 여러분, 우리 아파트값을 똥값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좋은 의견이 있으신 분은 편한 마음으로 말씀 해 주십시오.
회장님 : (말끝을 빼앗으며) 젊은 사람, 그것은 회장의 권한입니다. 좋은 의견이 있으신 분은 말씀해 주십시오.
민수 : (손을 번쩍 들고서) 저요, 저요.
엄마 : (얼굴이 빨개지며) 아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네가 나서려고 해? 아이 창피해
아파트 사람들 : (수군거리며) 아니, 여기가 어디라고 아이를 끌고 다녀? 쯧쯧.
S# 7 쇠창살을 달자는 의견을 내는 장면
뚱뚱한 아줌마 : (엄숙한 얼굴로) 제가 한 마디 하겠습니다.
나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심각하진 않았습니다. 우리 집엔 노인네가 안 계시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누구 못지않게 심각합니다. 다들 그래야 됩니다. 노인네들 지키는 것은 노인네를 모신 집만의 골칫거리지만 최고의 아파트값을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아시겠어요?
제일 처음 우리가 할 일은 절대로 이번 사고를 입 밖에 내지 않는 겁니다. 소문만 안 나면 그런 일은 없었던 거나 마찬가집니다. 다음은 그런 일이 다시는 안 일어나게 하는 겁니다. 감쪽같이 감추는 것도 한두 번이지, 자주 계속되면 소문이 안 날 수가 없게 됩니다. 왜냐 하면, 이사 가는 사람이 생기거든요. 나부터도 그런 사고가 한 번만 더 나면 아파트값이 뚝떨어지기 전에 제일 먼저 팔고 이사를 갈 테니까요. 이사만 가 보세요. 뭐가 무서워 소문을 안 냅니까? 아시겠죠? 소문을 안 내는 것보단 그런 사고가 또다시 안 일어나게 하는 게 더 중요한 까닭을…….
모두들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뚱뚱한 아줌마 : (의기양양하게) 그래서 제가 연구한 사고 방지책을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아파트 베란다는 너무 허술해요. 노인네가 아니라도 아이들이 장난치다 떨어지지 말란 법도 없잖아요?
엄마 : (민수를 껴안으며) 아유, 끔찍해라
뚱뚱한 아줌마 : 그래서 베란다에다 일제히 쇠창살을 달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바람은 통하되 사람은 빠져 나갈 수 없는 쇠창살 말입니다.
아파트 사람들 : 옳은 말씀이에요. 왜 진작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인제부터 발 뻗고 자게 됐지 뭐예요?
뚱뚱한 아줌마 : 옳은 일은 서두르는 게 좋아요. 우리 애기 아빠가 쇠붙이 회사 사장이니까요. 누구보다 값싸게, 누구보다도 빨리 해 드릴 수가 있어요. 품질은 보증하겠느냐고요? 여부가 있나요.
뚱뚱한 여자는 신이나서 소리친다. 사람들은 서로 먼저 쇠창살 신청을 하려고 밀치고 아우성이다.
S# 8 쇠창살을 달자는 의견 반대하는 장면
젊은 아저씨 : 여러분, 침착하세요. 이럴 때일수록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성을 되찾아 침착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과연 쇠창살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요?
내레이션 : 그 때 나는 내가 다시 나서야 할 것처럼 느꼈다.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베란다에서 떨어져 그만 살고 싶은 마음을 돌이킬 수 있는 건 쇠창살이 아니라 민들레꽃이라는 걸 나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어른들처럼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아니라 겪어서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자신이 있다. 베란다에 있어야 할 것은 쇠창살이 아니라 민들레꽃이라고 높이 외치고 싶어 목구멍이 간진간질하고 가슴이 두근댄다. 오줌을 쌀 것처럼 아랫도리가 뿌듯하기도 하다.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몸부림을 치면서 엄마의 품을 벗어나려고 했다.
엄마 : (민수를 꼭 껴안으며) 얘가 누구 망신을 시키려고 또 이러지?
젊은 아저씨 : 여러분, 우리 아파트가 가장 값이 비싼 것은 내부의 시설과 부대 시설이 잘 된 때문만은 아니란 걸 알아야 합니다. 옛 궁전이나 성을 연상하고 그 속에 들어가 살면 왕족이나 귀족이 될 것 같은 희망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 아파트의 베란다마다 쇠창살을 달면 감옥을 연상하지 않겠습니까?
아파트 사람 4 : 아파트값이 똥값이 되고 말 거예요.
아파트 사람 5 : 나라면 거저 줘도 안 살 거예요.
내레이션 : 이렇게 해서 쇠창살을 달자는 의견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S# 9 할머니의 자살 근거 찾는 장면
노 교수님 : 제 생각으로는 할머니가 두 분씩이나 왜 갑자기 살고 싶지 않아졌나 우리가 그걸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중요한 건 그분들이 목숨을 끊고 싶어 끊었지 베란다가 있기 때문에 끊은 건 아니라는 겁니다. 목숨을 꼭 끊고 싶으면 베란다가 아니라도 끊을 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분이 왜 목숨을 끊고 싶었을지에 대해 아는 대로 대답 해 주십시오.
S# 10 할머니의 딸과 이야기하는 장면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의 따님과 며느님. 무엇을 부족하게 해 드리지 않았습니까?
딸 : 아니요, 그런 일 없었습니다. 저희 어머니의 방 냉장고는 늘 어머니께서 즐기시는 음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옷장엔 사시장철 충분히 갈아입을 수 있는 비단옷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그걸 다 양로원에 기부했는데, 열 사람의 노인네가 돌아가실 때까지 입을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필요하시다면 그분들을 증인으로 부를 수도 있습니다.
S# 11 돌아가신 할머니의 며느리와 이야기하는 장면
노 교수님 : 아, 알겠습니다. 이번엔 며느님에게 변명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며느리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그 분의 방이 그대로 보존돼있습니다만, 부족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 방과 똑같은 크기의 방에, 제 방에 있는 건 그분의 방에도 다 있습니다. 그분이 한 번도 듣지 않는 전축이나 녹음기도 제 방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분 방에도 들여놓았습니다. 그랬건만 그분은 늘 불만이셨습니다.
노 교수님 : 바로 그겁니다. 그걸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며느리 : 그 분은 손자를 업어서 기르고 싶어하셨어요.
노 교수님 : 그건 안 되죠. 안짱다리가 되니까.
며느리 : 그분은 바느질을 좋아해서 뭐든지 깁고 싶어하셨어요. 특히 버선을 깁고 싶어하셨죠.
노 교수님 : 점점 더 어렵군요. 요새 버선이라니? 더군다나 기워서 신는 버선을 어디 가서 구하겠소?
며느리 : 그분은 또 흙에다 뭘 심고, 거름을 주고, 김을 매고 싶어하셨어요. 그분은 시골에서 자란 분이거든요.
노 교수님 : 참으로 어려운 분이셨군요.
젊은 아저씨 :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분은 고향이 그리워서 돌아셨군요.
딸 : 저희 어머니는 이 도시가 고향인데도 베란다에서 떨어지셨어요.
젊은 아저씨 : 고향이 시골이 아니어도 마찬가질 겁니다. 도시에서도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 예전보다 너무 많이 달라졌으니까요. 노인들은 예전의 사람 사는 모습이 그리워서 더 이상 살고 싶지가 않았을 겁니다. 그렇지만 제 아무리 효자라도 세월을 거꾸로 흐르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문명화된 세상에 가지고 안되는 일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건 참으로 통탄한 일입니다.
내레이션 : 나는 이번에야말로 내가 나설 차례라고 생각했다. 다시 목구멍이 간질간질하고 가슴이 울렁거리고 오줌이 마려웠다. 나는 베란다에서 떨어져 목숨을 끊고 싶은 생각을 맨 마지막으로 막아 줄 수 있는 게 쇠창살이 아니라 민들레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할머니가 살고 싶지 않아진 게 세월을 거꾸로 흐르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니란 것도 알고 있다. 둘 다 상상이나 남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겪어서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확실하다. 나는 어른이 되려면 아직 먼 사람인데도 살고 싶지 않았던 적이 있다. 나는 이것을 말하고 싶어서 쇠사슬처럼 단단하게 나를 껴안은 엄마의 팔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그리고 회장석 앞으로 나가려고 했다. 꼭꼭 끼여 앉은 어른들을 헤치려니 어떤 아저씨는 어깨를 짚었다고 눈을 부라리고, 어떤 아줌마는 발가락을 밟았다고 비명을 지른다. 그러건 말건 나는 반장도 모르는 어려운 문제의 답을 나만이 알고 있을 때처럼 의기양양 신이 나서 사람들을 마구 밀치고 드디어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내가 미처 입도 떼기도 전에 회장이 탁자를 탁 치며 호령을 했다.
S# 12 회의 중단-민수와 엄마를 내쫓는 장면
회장님 : 누굽니까? 도대체 누굽니까? 이런 중대한 모임에 어린이를 데리고 온 분이 누굽니까?
엄마 : (민수를 치마폭에 싸면서)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애가 막내라 버릇이 없어서…….
회장님 : 그 아이를 데리고 먼저 퇴장할 것을 회장의 권한으로 허락합니다. 이 회의에서 앞으로 결정된 일은 서면으로 통지할 테니 빨리 그 애를 데리고 돌아가시오.
다른 엄마들 : 저도요, 저도요. 집에 놓고 온 아이가 베란다에서 떨어질까 봐 불안해서 더 이상 회의만 지켜볼 수 없어요.
회장은 그런 엄마들에게도 퇴장을 허락하고 엄마들은 나간다.
S# 13 민수네 집
엄마 : (민수를 때리면서) 엄마가, 나가지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 왜, 왜, 왜, 나가!!!!!
민수 : (울면서) 엄마, 잘못했어요, 으허어어어어엉
내레이션 : 나는 꾸지람을 들은 것보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발표하지 못한 것이 억울하고 슬펐다. 내가 알고 있는 걸 어른들이 귀담아들어 주었더라면 베란다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는 일을 미리 막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S# 14 민수의 옛 일 [어버이날 전 날]
내레이션 : 내가 학교에 가기 전, 그러니까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이다. 내일이 어버이날이라면서 누나와 형이 학교에서 만든 꽃을 한 송이씩 들고 왔다.
누나 : 아빠가 이 선물을 보시면 좋아하시겠지?
형 : 당연하지, 물론 내 선물도!
누나 : 내일 아침에 꽃하고 같이 드리자.
형 : 응, 누나.
민수 : 형~ 누나~ 나도 꽃 만들게 색종이 하나만 ...
누나 : (쓰다가 남은 색종이를 주며) 자.
내레이션 : 그 날 밤, 나도 꽃을 만들었다. 보기에는 누나나 형 것만 훨씬 못해 보였다. 선물은 용돈이 없으니까 못샀다. 그걸로 엄마 아빠가 섭섭해할 리는 없다.
민수 : (가슴이 잔뜩 부풀어있는 표정으로) 누나가 쓰던 색종이를 오려서 만든 꽃이라 못생겼지만 정성들여 만든 것이니까 엄마 아빠가 좋아하실꺼야.
S# 15 민수의 옛 일 [어버이날 당일]
내레이션 : 어버이날 아침이 되었다. 두근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엄마와 아빠가 내 선물을 받으면 뭐라고 하실까?
S# 16 민수의 옛 일 [어버이날 당일 누나가 아빠에게 선물드리는 장면]
누나 : (선물과 꽃을 아빠 앞에 내어 놓으며) 아빠, 어버이날 선물이에요, 마음에 드실진 잘 모르겠어요.
아빠 : (뽀뽀를 해주고 선물을 풀며) 뭐 이런 걸 또 준비했니? 하하, 고맙다.
오우! 넥타이 핀이구나. (넥타이 핀을 넥타이에 꽂으며)나한테 잘 어울리니?
누나, 아빠: 하하하 호호호
S# 17 민수의 옛 일 [어버이날 당일 형이 엄마에게 선물드리는 장면]
형 : (선물과 꽃을 아빠 앞에 내어 놓으며) 엄마, 선물이에요.
엄마 : (선물을 풀고 브로치를 보면서 좋아하는 표정으로) 어머, 이 브로치 내가 가지고 싶
던 브로치인데... 아들아 고마워.
형 : 하하 뭘요-
내레이션 : 다음은 내가 꽃을 드릴 차례이다. 또 두근거린다.
민수 : 엄마 아빠 제가 만든.......
S# 18 민수의 옛 일 [어버이날 당일 누나와 형이 노래부르는 장면]
형, 누나 :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내레이션 : 그렇게 내 꽃을 드릴 차례는 오지 않고 형과 누나는 노래를 불렀다. 나도 따라
부르고 싶었지만 그 노래를 모르기 때문에 따라하지 못했다.
형과 누나의 노래를 들으며 좋아하시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고와 보였다. 나는 엄마 아빠가
오래오래 아름답고 젊기를 마음 속으로 바라며 조용히 나의 꽃을 엄마와 아빠의 사이에 놓
았다.
S# 19 민수의 옛 일 [어버이날- 누나,형은 학교, 아빠는 직장, 민수는 놀이터가는 장면]
누나, 형 :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아빠 : 여보 다녀올게
엄마 : 다녀오세요- 너희들도 잘 갔다 오너라
누나, 형 : 네-
민수 : 갔다올께요.
엄마 : 그래 조심해서 놀다오렴
S# 20 민수의 옛 일 [어버이날 당일 놀이터를 갔다가 오는 장면]
민수 : 에이 재미없어. 배도 고프고 얼른 집에 가서 맛있는거나 먹어야겠다.
S# 21 민수의 옛 일 [어버이날 놀이터에서 집으로 온 장면]
민수 : (문을 열고 들어오며) 갔다왔습니다-
민수 : (냉장고 문을 열다가) 엄마 맛있는거 없어요?
민수는 부엌 구석의 쓰레기통에 있는 과일 껍질과 밥 찌꺼기와 함께 버려져 있는
꽃을 보며 실망하면서 거실로 나온다
S# 22 민수의 옛 일 [거실로 나오면서 엄마를 보는 장면]
엄마는 전화를 하고 있다.
내레이션 : 오래간만에 소식을 알게 된 친구로부터 온 전화인 것 같다. 어?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왜 한숨을 쉬시지?
엄마 : 글쎄 셋이란다. 창피해 죽겠지 뭐니 ? 우리 동창이나 우리 아파트에 사람들을 아무리 살펴봐도 하나 아니면 둘이지 셋씩 낳은 사람은 하나도 없더구나.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단다. 어쩌다 막내를 하나 더 낳아 가지고 이 고생인지, 막내만 아니면 지금쯤 얼마나 홀가분하겠니? 막내만 아니면 남부러울 게 뭐가 있니?
내레이션 : 아.. 아이는 몇이나 되나 친구가 물어본 모양이다. 휴~ 엄마에겐 내가 필요하지 않나보다. 나에게는 가족이 필요한데 나의 가족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구나.. 엄마는 늘 나를 ‘막내, 우리 귀여운 막내’ 하면서 사랑해 주셨기 때문에 엄마가 날 필요하지 않으실 줄은 몰랐어. 나는 진짜로 사랑했는데 엄마는 나를 거짓으로 사랑했던거야.
S# 23 민수의 옛 일 [가출 하는 장면]
내레이션 : 아무도 날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 죽자. 어차피 아무도 날 걱정하지 않겠지.
민수가 옥상에 올라와 자살을 시도하려고 한다.
내레이션 : 분명 낮에 떨어지면 사람들이 알아보게 되고 병원에 데리고 가서 살려 놓을 지도 몰라.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
(밤이 된 뒤) 그래 지금이면 된거야! 이제 여기서 뛰어내리자!
하고 마음을 먹은 순간 시멘트로 빤빤하게 발라놓은 옥상에 한 송이의 민들레꽃을 보게된다.
내레이션 : 어? 여기에 민들레꽃이 왜 있는거지? (민들레꽃을 유심히 살펴보며) 시멘트 바닥이 조금 파인 곳에 한 숟갈도 안 되게 모여있는 흙에 내려앉아 꽃이 핀 이 작은 민들레꽃도 힘들게 살아가잖아. 엄마가 내가 만든 꽃을 버렸다고 이렇게 죽으려고 하는 건 이 작은 민들레 꽃에게 부끄러운 일이야!
민수가 당장 집으로 돌아온다.
S# 24 민수의 옛 일 [집에 다시 돌아오는 장면]
가족들이 민수를 찾아 헤매다 돌아와서 울고 있다.
엄마 : (민수가 돌아온 것을 보고) 아무 일도 없었구나, 막내야. 만일 너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나도 더 살지 않으려고 했다.
내레이션 : 엄마는 내가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반가워서 말없이 집을 나간 잘못에 대해선 꾸지람하지 않았고, 나 역시 엄마의 잘못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고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S# 25 민수가 옛 일을 회상한 뒤 생각하는 장면
내레이션 : 그 일을 통해 난 사람은 언제 살고 싶지 않아지나를 알게 되었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를 없어져 줬으면 할 때 살고 싶지 않아진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가족들도 말이나 눈치로 할머니가 안 계셨으면 하고 바랐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살고 싶지 않아 베란다나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할 때 그것을 막아주는 건 쇠창살이 아니라 민들레꽃이라는 것도 틀림없다. 그러나 어른들은 끝내 나에게 그 말을 할 기회를 안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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