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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응모]"감자"를 읽고

  • 작성일 2005-11-15
  • 조회수 3,694

 

[독후감 응모]

“감자”를 읽고


해남고등학교 1학년 8반 유수아


내가 읽은 책은 김동인의 감자라는 소설이다. 감자라는 제목을 보면서 막연하게 겨울철에 먹는 따뜻하고 맛있는 감자를 생각하며 이 이야기도 따뜻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정반대의 이야기였다. 따뜻한 감자일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특이한 책 제목에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 봤더니, 감자는 가난과 타락을 상징한다고 한다. 따뜻한 정을 나누어 줄 것 같은 감자가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감자의 의미’는 주인공 복녀의 삶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변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은 자라면서 성격, 가치관, 습관 등이 몸에 베어, 그것을 고치기란 매우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의 나쁜 습관이 몸에 굳어지기 전에 바로 잡아주고, 고쳐주려고 노력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며 굳어진 습관을 고치는 일도 힘이 들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사람이 짧은 기간 동안 크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지금껏 사람이 성격이나 가치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가 보다. 하지만 복녀는 한순간에 변해 버린다.

  복녀는 보통 사람들보다는 엄한 규율이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올바른 도덕관을 가지고 착하게 잘 살아왔다. 그러던 복녀가 80원에 팔려가게 된다. 80원에 팔려가는 상황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주었고, 나는 어떤 설명으로도 이 상황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왕서방 부인이 백 원에 팔려온 것도, 남편이라는 사람이 30원에 부인을 팔아버린 것도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의 사랑일 텐데 소설 속에서 돈 몇 푼에 거래되는 대상이 되는 것에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얼마나 돈이 필요했기에, 얼마나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왔기에 그렇게 했을까 하는 불쌍한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버림을 받았지만, 복녀는 빈민굴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정직하게 일했다. 안쓰러울 정도로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복녀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잠시, 복녀는 변해버렸다. 열심히 일했지만 생활이 더 어려워지기만 했던 복녀는 빈민굴에 들어가게 되고, 거지한테까지 애교를 부리며 동냥하기도 하는 엄청난 타락의 길에 빠져든다. 잠깐 사이, 복녀는 이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갑작스럽게 충격을 받고, 힘든 상황에 처하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현실을 헤쳐나가는 의지가 필요한 것인데, 자기를 포기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질이 한 평범한 사람의 삶을 이렇게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복녀의 타락이 절정에 다다른 것은 빈민굴의 한 여인을 따라가 송충이를 잡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그때부터 복녀의 인생이 완전히 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녀는 거지에게 애교부리며 동냥질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지면서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게 스스로 짐승이 하는 짓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한 가지, 두 가지 해가는 사이, 복녀는 성격까지 변하게 된다. 이때의 복녀에게서 처음 복녀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그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복녀의 상황에 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지금 나로서는 소설속의 일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 물론 어렵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앞설 정도로 힘든 상황이겠지만, 이런 때일수록 열심히 살 수는 없었을까? 처음처럼 자신의 인생관을 지키면서 말이다. 복녀가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데에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도, 어쩌면 그녀가 이런 나의 바람을 들어주기에는 너무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복녀는 가장 현실적인 인물일지도 모른다. 복녀가 견디다 견디다 끝내 견디지 못한, 극단적으로 미쳐버린,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한다면, 그녀에 비해 그의 남편 홀아비 영감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처음에 복녀를 조금만 도와주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했다면 영감과 복녀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부터 노력하지 않는 홀아비 영감의 모습에 화가 났다. 가장 싫었던 건 자기 부인이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때리지는 못할망정 도와주는 모습이다. 영감의 그 모습이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었다. 사랑하든 사랑 하지 않든 복녀는 그의 부인이기에, 영감이 한 행동을 용서할 수가 없다. 노력이라도 해보고 포기한 복녀에 비해 홀아비 영감은 한심하고 가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내 눈에 비추어진다. 이런 점에서 보면 복녀의 현실 거부의 몸짓은 차라리 눈물겹도록 감동적이다.

  소설을 읽으며 무엇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왕서방을 죽이려 하는 복녀의 마지막 몸부림이다. 이 장면이 내겐 가장 인상적이었다. 복녀가 미친 건 아닌지 무섭기까지 했다. 복녀는 남편이 있는데도 다른 남자들과 관계를 맺었으니, 왕서방에게 화낼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복녀가 왕서방에게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이상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복녀는 어쩌면 왕서방을 진심으로 사랑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 미친 행동들로 보이는 그녀의 행동이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고 표현하는 몸짓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은 떨리지만 몸에 힘이 쭉 빠져버린 기분이었다. 조금은 슬프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보며 이렇게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고 교훈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이 타락하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고 안쓰럽기도 했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리고 주변에 어려운 이들을 둘러보고, 사람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동안 이상한 나라에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도서명 : 감자

지은이 : 김동인 지음

출판사 : 문학과 지성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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