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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읽고

  • 작성일 2008-06-17
  • 조회수 372

 

  브라질에서는 장난이 심한 아이를 까베친냐(capetinha 작은 악마)라고 부른다. 이 작은 악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골탕을 먹이되 해를 가하지 않는 이를테면 장난꾸러기 제제 같은 존재다. 성장 소설 중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 책은 모든 아동 문학이 그렇듯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또 하나의 세계, 즉 외부(사회)와 부딪치면서 성숙 단계로 접어드는 다섯 살 꼬마 제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제제는 대부분의 아동 문학의 주인공들이 보여주고 있는 착하고 순수하기만 한 존재는 분명 아니다. 자신을 구박하는 누나들에게 욕하며 대들고, 이웃들을 괴롭히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원망의 말을 쏟아내어 상처를 주는 모습은 일반적으로 보아왔던 아동 문학에서의 주인공들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이렇듯 가족들로부터 소외된 주인공 제제는 자기만의 상처 극복 방법으로써 나무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자신만의 상상 세계에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다.

  

 제제는 세상을 단지 자신의 눈을 통해서만 자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소통하고 있는 대상, 즉 라임오렌지 나무인 ‘밍기뉴’를 통해서 세상을 자각하는데 자기중심적 언어는 제제가 혼자서 또는 누군가 다른 사람과 가까이 활동하고 있을 때에 나타나는 독백이라고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로 향하는 언어이고 다른 누군가로부터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제제는 환상에서 현실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지독한 고통의 통과 의례를 경험하는 것이다. 제제와 라임오렌지 나무는 외부로 보기엔 소통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빨강머리 앤 셜리가 그러했듯 스스로의 치유 방법으로 상상속의 친구, 즉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사물에 대한 친밀감이 풍부한 제제가 갖는 다양한 상상에서 나타난다. 제제의 내면 속에 사는 작은 새가 바로 그것이다. 제제의 영혼 속의 수많은 호기심은 즉시 여러 사물들과 연결되고, 상상과 더불어 실제(현실)로 라임오렌지 나무인 ‘밍기뉴’를 통해서 그 존재감을 알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제제는 매를 가하는 가족으로부터 아픔과 상처를 스스로 치유를 하는 것이다.

 

 제제는 장난을 치거나 행동을 함에 있어서 그것이 크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스타킹을 뱀처럼 꾸며 임신한 아줌마를 기겁하게 만들고 거짓말로 촛농을 구해 길바닥에 칠해 사람이 넘어져 다쳐도 그 일의 결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그저 하나의 놀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도 가르쳐준 적 없는데도 글자(문자)를 깨우친 영리함에 비하면 제제가 하는 모든 행동은 다섯 살 꼬마 아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떤 일을 아주 잘 꾸며내는 재주가 없는 대신 상상력은 풍부한 까닭이다. 그것이 바로 제제의 또 다른 분신이라 일컬어지는 작은 새인 것이다.(가족들이 악마라 부르는 또 하나의 매개체) 제제는 새로운 단어를 하나씩 알게 될 때마다 환희와 경이에 찬다. 그것은 또래의 아이들이 느끼는 집단적 호기심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제는 단지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로발두’란 사람에게 반해 쫓아다니며 배운 노래를 아무 뜻도 모르고 아버지 앞에서 흥얼거려 계속해서 매를 맞는다.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지는 특유의 자질인데, 일정한 기간의 습득을 필요로 한다. 즉, 어린이는 언어 습득 과정에 있는 미성숙 된 존재로서, 주어진 언어 환경 안에서 언어발달의 수련을 쌓게 된다. 어린이는 이 언어 환경의 영향을 지배적으로 받게 된다. 혼자 문자를 깨친 제제는 자기중심성이 아직 강한 아이지만 지적 적응이 상상을 통하여 나타난다. 자기 주변의 온갖 것에 시시콜콜 흥미를 가지며 추상적인 사고는 어려우나 생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은 어느 정도 탁월하다. 가족에게서 받는 학대로 인해 정서적인 면에서 기쁨과 슬픔, 사랑과 무서움의 감정 표현을 ‘밍기뉴’를 통해 나누는 대화에서 자주 나타난다. 이러한 가운데 제제가 현실과 상상과의 판별이 가능하며 지적 흥미의 범위가 넓어지고 호기심이 풍부해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뽀루뚜가 아저씨와의 만남을 통해서다.

 

 제제는 무한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 존재이다. 새로운 즐거움은 호기심을 만족시켜주게 마련이다. 전체에 대한 판단 능력이 없는 어린이들은 처음 보거나 처음 느끼는 일일수록 관심과 호기심을 강하게 느낀다.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새로운 일, 모험인 것이다. 위험의 단계를 거치고 나서 얻는, 즉 성장통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는 단계를 너무 일찍 겪게 되는 제제. 그와의 만남으로 인해 감정의 반응이 가능하며 스스로 흥분을 일으키는 경향도 있었지만 아들이 되고 싶을 만큼 그를 따르고 사랑했던 제제에게 뽀르뚜가의 갑작스런 죽음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다. 그것은 곧 어린 시절과의 이별, 즉 인공적 현실(artifacts) 에서 벗어나 성숙 단계로 접어듦을 보여준다. 가족의 매와 멸시,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조차 마련할 수 없는 가난한 집안이란 사회적 현실(sociofacts)앞에서 ‘밍기뉴’만이 유일한 소통(친구)이었으나 새로운 길이 생기면서 그마저 떠나보내게 되는 과정에서 겪는 제제의 정신적 현실(mentifacts)은 결코 상상만으로 치유될 수 없음이다. 결국 인생은 혼자 일어서고,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