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리고 앉다.
- 작성일 200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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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리고 앉다.
어릴 적에 앞 집 할머니뻘 아주머니는 딱 쪼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꼴아 물고 피우시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우찌그리 멋쩌 보이던지 언제가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숙사 지붕 꼭대기에서
봉사자회관 꼭대기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별을 세든 기억이 떠 오른다.
담배를 잡았는지는 모르겠다.
아찔한 흥분의 경험에
금지된 행위에 대한 일탈감같은 자유
아래를 보면서 느끼는 무한한 장악의 느낌 - 이 느낌은 특히 쪼그려 앉아 억압된 다리에 비해 자유스러운 손의 감각때문일까?
굳이 말하자면 위에서 할머니뻘 아주머니가 쪼그리고 앉은 것은 엉덩이를 떼고 앉은 자세이다.
비슷한 자세로 엉덩이를 깔고 앉는 자세는 두 꼭대기위에서 일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걸터앉는 자세도 있다.
내가 엉덩이를 떼고 쪼그리고 앉는 자세를 꿈꿔왔던 이유가 있다.
부담없이 이 자세로 오래간 있을 수 있었는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다리가 쩔여서 오래 있을 수도 없었고,
오래 있었다면 몸 전체에 심각한 휴유증이 오곤했다.
건강해졌다.
엉덩이를 떼고 쪼그리고 앉아 오래 동안 있어도 몸에 무리도 없고 다리가 그닥 지리지도 앉고 ......
이 얼마나 대단한 변화인가.
그래서 얼마전 부터 본격적으로 엉덩이 떼고 쪼그려 앉아 담배 피우기를 시도 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 오랫 동안 근 20년은 어떻게 큰일을 보아 왔을까?
수세식만 이용했을까?
나도 이것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아마도 그렇게 다리가 지리고, 몸이 쩔인 상태로 평상시에도 그 일을 보고 난 뒤에도 그 전에도 그냥 그렇게 지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엉덩이를 떼고 쪼그려 앉으면서,
이런 상태로 오래 있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기도 한다.
절대로 간지나는 자세는 아니다.
주름 잡힌 그리고 구슬픈
이하 패자의 모습 여러가지를 떠올리는 자세이다.
간혹 사색에 잠긴 자세라고도 생각들기도 한데
그러한 심리상태는 화장실에서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간지나는 자세는 아니고, 화장실에서만의 정상적인 자세인지라, 싶게 표현하자면
똥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똥폼과 엉덩이 떼고 쪼그려 앉은 자세하고는 차이가 있다.
똥폼은 아마도 특정 자세라기 보다는 '풍기는 이미지' 이런 것에 붙이는 표현이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 자세로 꽤나 오래 동안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손을 턱 쪽으로 하기도하고 무릎에 붙이기도 하고 팔장을 끼기도 하고 ...... 비교적 허물없고 가식적이지 않은 자세라고도 말 할 수 있다. 특히 엉덩이 떼고 쪼그려 앉은 자세가 그렇다.
엉덩이 붙이고 쪼그려 앉은 자세는 엉덩이 떼고 쪼그려 앉는 자세에 비해 손이 자유스럽지는 못하다. 왠지 상체를 뒤로 기울이고 손은 체중을 받치는 자세 같다. 한 가닥 노래도 나올만하다만
이 자세도 화장실 자세만큼이나 비교되는 자세가 있으니
늙은 창녀가 가랭이 쫘 벌리고 앉아있는 풍경을 보자면
뭐랄까 서글프기도하기도 하고, 온갖 얄꿏은 감정이 올라
결국엔 고개돌리게 만드는 자세 같기도 하다.
야한 자세가 될 수도 있지만
5일장 보자기 위에 밭에서 이것 저것 손수 따온 야채를 깔아 놓고 앉은 할머니를 보고 있으면
숭고한 한국 어머니들의 생활력을 보는 듯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어쨋든 엉덩이 땅에 붙이고 앉는 자세로 우리는 참 많은 일들을 한다.
양반자세로 번갈아 가기도 하고
특히 집에서 벽에 기대어서 발가락을 까닥까닥하기도 하고
볼 품없는 자세를 볼 품없는 글로 적어 보았는데
참 볼품없다.
제재를 볼 품없는 것을 잡으면 이리도 변명꺼리가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엉덩이 떼고 쪼그려 앉는 자세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쉽게 할 수 있다고 하던데
여자들이 하는 일들 중에서는 이런 자세로 하는 일이 많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엉덩이 떼고 쪼그려 앉는 자세도 조금은 격이 올라간 자세 일까
여자들 마저도 같이 데려오기, 챙겨서 주어 갈만한 자세이지도 않은지?
엉덩이 떼고 쪼그려 앉아서 담배 한대 피우면서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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