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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마떼 구다사이

  • 작성일 2010-08-18
  • 조회수 5,422

 

오래 전 호텔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내 나이 10대 말이었으니까 지금으로부터 30년도 더 된 적이다.


당시 내가 근무했던 호텔은 유명한 관광지답게 일본인들도 많이 왔다.

한데 무식한 일본인도 상당수 내한했는데 이같은 주장은 일본어로

표기된 숙박부조차 제대로 쓰지 못 하는 일본인들이 많았다는 게 그 반증이다.


아무튼 하루는 일본인들이 단체로 와 숙박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당시는 내가 ‘호텔 밥’을 처음 먹기 시작한 즈음이어서 일본어를 잘 몰랐다.


그래서 손짓 발짓까지를 동원하며 대충

숙박비가 얼만 지를 알려주고 숙박계를 쓰라고 내 주었다.

그 때는 시절이 꽤 살벌한 박정희 정권이었던지라 경찰이 만날 임검(臨檢)을 나왔다.


그리곤 외국인은 물론이고 내국인들의 숙박계까지를

꼼꼼히 살핀 뒤 미심쩍다 싶으면 객실까지 찾아가 신분증을 요구하곤 하였다.

한데 일본인 중 하나가 “조또마떼 구다사이!” 이러는 거다.


순간 무식 찬란하기 그지없던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나 지금이나 일본인을 좋아하는 한국인이 어디 있던가!


하지만 그는 엄연히 ‘손님’이었으므로 나는 그 불쾌함을 속으로 삭이는 수밖에 없었다.

손님은 자고로 왕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마음은 많이 불편했다.

‘이 놈 ’足바리‘가 지금 뭐라고? 조또라고? 그럼 이건 욕이잖아!’


그들이 객실로 들어가고 난 뒤 지배인 형이 다가왔기에 물었다.

“형, 저 일본인 중 한 놈이 내가 숙박계를

쓰라고 줬더니 나한테 욕을 했어요. 조또라며 말이죠.”


형은 뒤집어졌다.

“우하하하~ 이 녀석아, 그건 욕이 아니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엄연한 일본말이야.“


그 뒤 책을 사다가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비로소

조또마떼 구다사이(ゾトマテグダサイ)는 욕이 아님을 더욱 확연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조또’라는 발음은 한국어에 있어선 분명 욕이다.

그러하기에 지금도 조또마떼 구다사이를 은연 중 내비춤으로써

누군가 불만의 대상에 대한 폄훼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도 있다.


다 아는 상식 중에 자장면이 표준어라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이를 모두 ‘짜장면’이라고 한다.

나도 느끼지만 짜장면이 아닌 ‘자장면’이라고 하면

왠지 그렇게 정이 안 가고 맛 또한 흐리멍덩할 것 같다는 정서 때문이다.


이같은 패러다임엔 국립국어원에선 여전히

주꾸미라고 알려주지만 현실에선 ‘쭈꾸미’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여간 조또마떼 구다사이도 좋고 짜장면과 쭈꾸미라 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다만 바라는 건 앞으론 조또마떼 구다사이 대신에

서민의 삶에도 ‘로또마떼 구다사이’, 즉 로또(복권) 당첨과

같은 풍족한 생활로의 반전이 이뤄졌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