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
- 작성일 201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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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에선 창의적 인재를 찾는다며 하루 종일 떠들어대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한 단어로 요약된다. 토익/토플, SKY, 유학... 모두 합쳐 스펙!스펙!스펙!스펙! 마치 욕같은(?) 이 괘씸한 단어로 우리 시대 인간들을 괴롭히고 있다. 스펙도 안 되면 인맥, 연줄이라도... 그것도 안 되면 자빠져서 잠이나 자야 하는 이 참담한 현실.
나 역시도 이런 세상을 항상 비판해왔다. 아마도 초등시절부터? 세상이 왜 이렇게 못난 꼴로 계속 유지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툴툴거리는데 내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 아 글쎄, 창조적 인재를 영어점수와 학벌 등 스펙으로 우띃게(어떻게) 따지냐고요? 그래서 블라인드 면접이니 뭐니 해서 별 이상한 말 다 만들어내지만 결국 1차 서류 통과는 스펙인데? 네. 그럼요. 우린 현실적이라니깐요.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이란 노래가 나온지 무려 15년이 흘렀다. 그러나 그 15년간 우리의 의식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언제나 우린 유감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기득권은 기득권을 위해 존재할 뿐.
아니 그런데 더 웃긴 건 '나'다.
항상 사회 비판을 밥 먹듯이 하는 나인데 생각해보면 저 사람 내 친구인데 SKY 나왔어. 아주 어렸을 때 친했는데 난 저런 친구들하고 놀았다니깐.
열심히 사회 반항한다며 고등학교 때 열심히 놀아서 지방대 나왔는데 왠지 SKY가 다시 끌리는 이유는 뭘까? 내가 SKY에 나왔다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이잖아? 응 그래 맞아.
나 어릴 땐 공부로는 기득권이었는데 나 사회 비판 했잖아. 성적으로 사람 판단하는 선생님 싫다면서. 그런데 1등이 이런 세상을 비판하면 멋있기라도 하지 꼴등이 사회 비판하면 멋있어? 아니잖아? 응 그래 맞아. 아무 약발 없다니깐. 만날 강조하는 건 어릴 때 공부 잘했었지. 1등. 그래? 좋았겠다. 우와 천재구나? 그런데 현실은 시궁창인데 뭘 그래. 과거는 과거일 뿐이지만 과거조차 자랑하고픈건 1등이란 사실 뿐이잖아. '1등 이라서' 사회 비판해도 멋있으니깐.
밥은 안 먹어도 커피숍에 폼 잡고 앉아 있으면 뭔가 있어 보이잖아.
밥은 못 먹어도 옷은 비싼 거 걸쳐야 폼 나잖아.
근사한 레스토랑 가서 재즈 음악들으면서 스테이크 썰어가며 와인 한 잔 먹어줘야 사람들한테 면목 생기잖아.
폰 나오면 항상 최신폰 바꿔야 하잖아.
예쁜게, 잘 생긴게 최고잖아.
남한테 잘 보이는 게 우선. 잘난 맛에 사는 게 우선.
창조, 창의, 도전정신?
아무리 부르짖어봐야 내가 '속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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