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대한 보고서
- 작성일 201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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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니 어느 시기에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이라는 책을 읽은적, 아니 읽을려고 무지 노력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시작은 그 책을 흔히 말하는 꿈해몽책쯤으로 생각해서가 아니라 저자의 유명세와 더불어 뭔가 오묘한 철학과 지식이 알알이 박혀 있을 것만 같은 지적 허영심에서일것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 허덕이며 책을 꽁지를 쫒다가 얼마 못 가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그 책은 아직도 반짝이는 책표지를 가지고 내 책장에 꽂혀 있다.
꿈 1
아주 기분 나쁘게 아침에 눈을 떴다. 이런 날은 정말 짜증이 물밀듯 일어난다. 이 나이에 왜 아직도 커다란 시험지를 앞에 두고 전혀 모르는 문제를 안고 얼마남지 않은 시험시간을 느끼며 나는 꿈속에서 시험이라는 걸 치고 있는지. 왜 그 꿈속에서 문제 하나라도 더 맞추려고 식은땀을 질질 흘리고 있는지. 지금 당면한 현실의 일들도 가슴 답답하고 심장 떨리는데 그 꿈속에서 나와 전혀 상관 없는 미적분의 문제를 기지고 머리와 가슴을 쥐어뜯고 있는지 모를 일이고 속상한 일이다.
꿈 2
아 또 그꿈이다. 언제인가부터 반복적으로을 꾸는 꿈. 이제는 내가 꾸면서도 꿈속에서 또 이꿈이야라고 한다.
학교에 가는 중. 그런데 분명 일찍 나왔는데 나만 시간이 빨리간다. 버스는 오지 않고 아니면 분명 번호를 확인했는데 다른 버스다. 83번이라고 탔는데 타고 한참가다 보면 93번 뭐이런식이다.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도 모르고 나는 중간에 내린다. 전혀 모르는 곳이다. 아니 항상 그 곳이다. 근데 꿈속에서는 전혀 모르는 곳이다. 그 때부터 나는 학교로 가는 길을 찾기 시작한다. 잠에서 깰 때까지
꿈 3
넓은 길의 끝에 높고 가파른 산이 있다. 아니 거의 경사가 90도쯤 되어 보이는 바위가 있다. 아주 한가롭게 넓은 길을 걷다가 그 바위 앞에 서서 갑자기 어디서 났는지 모를 망치를 들고 그 바위를 기어오른다.
꿈속에서 나는 또하나의 객체가 되어 묻는다. 이건 또 무슨 짓. 한발만 잘못 디디면 죽음인데 잘도 올라간다.
그렇게 잘 올라가면 되는데 꼭 중간에서 걸린다. 내려가기도 올라가기도 어중간한 그 자리에서 오도가도 못한 채 무서워 벌벌 떨고 있다. 밤새도록, 이건 꿈이다. 빨리 깨자면서........
열거해 놓고 보니 현실에서도 내 꿈은 좀 무서운 것 같다. 한 때 내가 정신적인 문제가 있나 하고 생각해 본적도 있다. 흔히 말하듯 현대인들의 불안 초조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기는 정도가 좀 심한 듯 하기도 하고.
갑자기 오늘 내 책장에서 오묘한 빛을 내며 몇 년 째 또아리를 틀고 있는 책에 눈이 간다.
아마도 내가 그리도 못 찾던 학교 가는 길, 내가 그리도 못 풀었던 미적분의 답, 내가 그리도 못 올라 힘들었던 바위산 정상에 오르는 법이 저 반짝이는 책에 있을려나, 옛 선인들이 그러지 않았나 책속에 길이 있다고.
이제 오묘한 빛뿐 아니라 혀를 날름거리며 나를 유혹한다.
짧은 팔을 뻗어 책장 맨 위 구석에 꽂힌 책을 꺼낸다. 아! 이 무직한 철학과 지식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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