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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연서

  • 작성일 2012-07-14
  • 조회수 323

죽은 자의 연서!

025, 열대야처럼 늦은 밤이 더웠다.

작업을 마치고 퇴근하려다 환한 불빛아래서 마지막으로 본 아내의 모습은 피곤하여 눈과 얼굴이 약간 부은 모습이었다.

아내가 말했다.

조금 피곤한데 걷다보면 기분도 상쾌하고 괜찮아지겠지? 어떻게 갈까?”

걸어서 10분 거리지만 택시라도 타고 갈까하는 마음으로 물어 보았다.

평소에 운동량이 무척 적은 아내를 위해 걸어야 산다며 야속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걸어가기를 원했다.

택시를 타면 기사들도 가끔 싫은 소리를 하여 타는 것을 꺼려하는 내 눈치를 본 것 같았다.

셔터를 내리고 고개를 드니 시원한 바람이 불고 택시를 잡으려는데 아내는 이미 걷기로 결정한 듯 그사이에 저만큼 걸어가고 있었다.

뒤따라가 가방을 받아들고 우리는 비바람에 떨어진 가로수 잎을 밟으며 5분쯤 걷다가 신호등 앞에 섰다.

신호등을 건너면 10여 채 되는 홍등가를 지나야 아파트에 들어선다.

얼마 전에 불 이불이라는 영화를 촬영한 술집이 있는 곳이며, 그 앞은 작은 도심 공원을 조성해 골목길이 로터리가 되었으나 우리부부는 공원을 술집 조경 사업을 해놨다고 웃었다.

우리는 늘 이 앞을 지날 때마다 죄인이라도 된 듯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걸었다.

부끄럼도 없는 듯 야한 옷차림으로 주욱 늘어선 3~4~5~60대의 여인들이 오늘은 무더위에 더 지나친 복장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을 그곳을 생각하니 앞이 깜깜해 아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리 돌아갑시다.”

 

집에 와서 나는 수박을 썰고 바로 이어 우리는 샤워를 하고 아내는 컴퓨터를 한다고 하여 네모상자 앞에서 수박을 먹었다.

아내는 시원한 수박을 먹으면서도 몇 번이나 일어나야 한다며 조금만 먹었다.

하지만 나는 오줌보가 커 한 번도 안 일어난다. 크흐흐....”하며 큰 오줌보를 자랑하며 몽땅 먹고 포만감에 썩은 고목 장마 비에 흠뻑 젖어 쓰러지듯 엎어져 나는 죽었다.

늘 생체 시계에 맞춰 눈을 뜨는 시간은 6시 반. 뒤척이다 일어나는 시각은 715분 알람소리.

그 사이시간에 비몽사몽 옆을 보니 아내가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아내가 죽었다?’

밀려오는 슬픔.... 나는 말을 잃고 넉 나간 사람 되어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에게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은 채 앉아있었다.

너무 슬퍼 급기야는 쓰러져 내가 싫다고 뿌리 쳤는데도 자녀들은 강제로 링거 주사기를 꼽았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니 허무가 밀려와 눈물로 말을 대신하고 있었다.

홀로 남겨진 사람들이 잘 사는 것을 보면 너무 밉다.”

평생 연탄 배달만 하며 시커멓게 생긴 저 남자 같은 여자가 립스틱 짙게 바르고 얼마나 독하면 다른 남자와 만나 어울려 그렇게 크게 웃고 떠들고 느리고 빠르게 왕래하며 슬로우 퀵퀵 잘도 살까?”

아내 없이 혼자 산다는 것은 대단한 불행이다.”

나는 죽어야 한다.”

나는 따라 죽었다

내가 죽었으니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다른 사람 말을 계속하자.

어떤 사람은 아내가 죽자 중매상에게 넘겨져 중매결혼을 했다.

어떤 사람은 연애결혼을 하여 연예인이 되었는데도 두 공인이 스캔들 나게 서로 티격태격 싸우며 산다.

왜 싸울까. 서로 죽자 살자 사랑하여 만나 사랑하는 사이에.....”

나는 손가락을 꼽아도 모자라 발가락까지 몇 번이나 손가락 발가락 왔다 갔다 할 만큼 싸워보진 않았지만 내 생각엔 서로 자기 몫을 챙기려고 상대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나오는 소인배생각이라고 이아침에 내가 죽었다가 살아나니 그 사이에 도가 터진 생각이었다.

 

어떤 사람은 아내가 모태 신앙인으로 남편에게 교회를 다니자고 했다.

선녀는 두레박 타고 못 오를 만큼 아이를 많이 낳을 때까지 설득해도 남편은 유일하게 그 부탁은 결코 들어주지 않았다.

거부하는 그 사람은 아내가 행복해 하지 않는데 진정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 무종교도 종교야 부부라고 같은 종교계에 입문해야하나? 서로 사랑만하면 되지? 모두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마음을 품었으니 일심동체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부부라면, 사랑하는 사이라면 한곳을 바라봐야하고 마주봐야 같은 생각을 품는 것이 아닐까

나는 눈물로 그런 말을 하다가 640분쯤 다시 죽었다.

7.

커억소리와 함께 아내 숨이 터지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아내는 쌔근쌔근 숨소리와 함께 잠을 자고 있었다.

아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침, 아내 이마에 키스를 하는 사이에 도의 결정체를 되씹는다.

죽어야 사는 인간.....”

죽어야 다시 사는 인간......”

나는 매일 매일 6시 반에 살아났다가 다시죽고 715분에 살아 있음을 알리는 소리에 다시 산다.

홀로 덩그렇게 남아 공원 의자에 앉아 달랑 지팡이하나에 의지하고 말처럼 무표정한 얼굴과 멈춘 동작으로 남은여생을 보내는 것도 불행 같으니 할 수만 있다면 죽어도 같은 날 같이 죽읍시다.

내가 잘못한일 있으면 거미처럼 달려와 은실로 꽁꽁 묶어 한 구석으로 몰고 가 흔적 없이 먹어 치우는 당신 사랑의 줄에 내 잘못이 꽁꽁 매여 사라지니 내가 사람들 입에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이 행복하여 나는 매일 매일 죽고 싶습니다.

마지막 유언을 숨 쉼표도 없이 달려 왔더니 숨이 찬다.

!”

나는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