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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제 이야기좀 들어보실래요?

  • 작성일 2008-01-09
  • 조회수 2,108

여기는 병원입니다. 제가 왜 여기에 와 있냐면 제가 자살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죠.
내 자살입니다. 화장실에 있던 유한락스를 한 컵이나 마셨거든요. 사실 한 컵은 아니지요.
입에 넣는 순간 역한 맛에 대부분 뱉어 벼렸거든요.
그래도 조금은 뱃속에 들어가서 넘어올려는걸 억지로 참고 방바닥에 누웠지요.
아! 이제 죽는다고 생각하니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아빠 엄마 누나 동생 강아지 미키... 평소엔 날 괴롭히기만 하던 학교 녀석들도 다 떠올랐습니다.
조금 누워 있으니 슬슬 배가 아프더라고요, 이젠 끝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고서 눈물이 나오고 그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누워 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죽기는커녕 점점 더 배가 아파오는겁니다. 처음엔 죽으려고 해서 아픈 건가 해서 가만히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아파오고...결국엔 참지 못하고 일어나서 방안을 서성이다가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119가 올 때쯤에는 배가 너무 아파 울면서 방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119 아저씨는 그냥 갈려다가 제 울음소리에 현관문을 따고 들어와 저를 병원에 데려갔지요.

병원에 도착해서 위세척을 하고 침대에 누워 있으니 엄마가 오셨습니다.
엄마는 저를 보자마자 눈물부터 흘리시더라고요. 잠시 후 아빠가 오셔서 제 뺨을 한 대 때리시곤 저를 집으로 데려가려고 하셨어요. 엄마는 제가 병원에 좀 더 있어야 한다면서 말려서 결국 제가 이렇게 입원해 있는 거지요.
병원에 자살 미수로 실려 와서 누워 있으니 사실 많이 쪽팔립니다. 선생님은 오셔서 제가 배탈이 나서 입원해 있다고 애들에게 말했다는데 분명 학교 애들은 제가 자살미수 란걸 다 알겁니다. 그리고 간호사 누나나 같이 입원해 있는 환자들도 제가 자살미수로 왔다 는걸 아는지 모두들 저를 보는 눈초리가 이상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실 학교에 가는 것 보다는 편하지만요.

제가 왜 자살을 하려고 했는지 말을 하지 않았네요.
저는 중학교 때까지는 평범한 학교생활을 했어요.
사실 친구는 좀 적긴 했어도 왕따같은건 어니였고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니. 중학교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 확 오더군요.
몇몇 애들은 염색도 하고 귀도 뚫은 애들도 있고…….
처음 며칠은 그럭저럭 보냈는데 사건은 그 이후에 일어났습니다.
제가 쉬는 시간에 판타지를 보고 있었는데 최동훈이 와서는 제 책을 빼앗았습니다.
최동훈은 담배도 피우고 얼굴도 무섭게 생긴 애고요…….
“야 넌 맨날 이런 책만 보냐? 이게 재미있어?”
“응...재미있어”
“이거 빌려서 보는 거지? 한권에 얼마냐?”
“800원.”
“너 하루에 몇 권씩 보는데?”
“한 3권쯤 봐”
“그러면...팔삼이 이십사... 야, 이십사에 곱하기 삼십 하면 얼마냐?
“칠백이십”
“와 시발 그럼넌 한 달에 이런 책 읽는데 칠만 이천 원을 쓴단 말이야? 너 참 대단하다”
하더니 제게 책을 다시 돌려 줬어요.
그러곤 자기네 무리에 들어가선 저를 보더니 웃으며 뭐라고 했는데 저는 그걸 무시하고 계속 책을 봤지요.
그 이후에 최동훈과 그 패거리 들은 조금씩 조금씩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자살을 시도하기 전날에 제가 책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와서는 제 책을 빼앗아 들었어요.
“야 시발 너는 맨날 책만 보냐? 책좀 그만좀 봐 세끼야”
“내가 내 책 보는데 왜 그래?”
“너 이거 책방서 빌린 거지?”
“그래”
“내가 이거 찢고 이 책 값 너한테 주면 안볼꺼냐?”
“뭐? 책 손상하면 책값 30배를 물어 줘야 해?”
“이 세끼 뻥치고 있네. 전화 한다”
“해봐”
그러니 최동훈이 그녀석이 책 뒤편의 라벨에 붙은 책방 전화번호에 전화를 하는거에요
전화를 해서 책 잃어버리면 얼마를 물어줘야 하냐고 물어 보더니 전화를 끊자마자 제 책을 찢어 버리는 겁니다.
그걸 본 순간 제 눈이 뒤집혔습니다.
앉아 있던 의자를 들어 최동훈 그놈에게 휘둘렀는데 최동훈 그 녀석은 뒤로 피하더니        의자를 들어 제 의자를 막았습니다.
주위에 있던 최동훈의 패거리들중 하나가 저를 발로 찼고 저는 바닥에 쓰러졌고. 그 후 애들이 달려들어 저를 마구 밟았지요.
린치가 끝나고 저는 가방을 싸고 학교를 나왔습니다. 무단 조퇴를 한 거지요.
집에 가지 않고 시내를 배회 하다가 밤이 11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갔습니다.
집에 가보니 아빠와 엄마가잠도 안자고 안방에 불을 키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빠와 엄마의 추궁에 아무 말도 못했지요.
세상에 어느 천지에 학교에서 애들한테 맞고 학교 땡땡이 치고 지금까지 있다가 집에 왔습니다. 라고 말하겠어요.
아빠는 지금 집에 온 이유를 묻다가 화가 나서 저를 막 때렸습니다.
학교에서 맞은 것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학교를 빼먹은걸 모른다는 겁니다. 만일 그것도 아셨더라면 저는 죽었을 꺼 에요.

아빠 엄마가 출근하고 누나도 학교에 가고 동생도 학교에 가고 저는 집에 남았습니다.
아침에 학교에 간다고 집밖으로 나와서는 옥상에 있다가 가족들이 다 나가는걸 보고 집에 다시 온 거죠 그 이후 일은 위에서 모두 말했고요

병원침대에 누워서 가장 걱정이 든 것이 학교 애들이 저를 병문안 오는것이였습니다.
애들이 병문안 오면 저는 뭐라 말할까요. 그리고 애들도 무슨 생각을 할까요.
하지만 제 우려와는 달리 입원 첫날 선생님이 온 것 빼고는 학교와 관련된 어느 누구도 오지 않았습니다. 다행입니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엄마와 누나와 동생이 자꾸 찾아오는 겁니다.
과자도 사오고 과일도 사오고 누나나 동생은 판타지랑 만화책도 들고 오는데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떳떳한 마음으로 가족을 볼 수 있겠어요. 
그리고 여기서 퇴원을 해도 문제입니다. 학교에 어떻게 갈 것이며 가족들 얼굴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생각하니 밤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운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요.
그리고 여기에 있으니 게임 생각이 많이 나네요.
길드 사람들도 내가 입원해 있다 는걸 모를 테고 한동안 접속을 안하면 길드에서 탈퇴 시키는데 탈퇴를 당했을까봐 걱정이 많이 됩니다.
아무튼 여기에 있으니 여러 가지가 문제 내요.

병원에서는 10에 정기 회진을 돕니다.
회진을 도는 시간에는 앉아 있을 수 있는 환자는 다 침대에 앉아서 의사선생님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제 옆자리에 앉아 있는 형은 이런 것이 군대식 이라고 하는데 그게 뭔지는 잘 모릅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정도로만 생각할 뿐이죠. 어찌 되었던 의사 선생님이 회진을 하다 제 차래가 되니 아픈 곳이 있는지 어디가 아픈지 등등 여러 가질 물어 봤습니다. 그러더니 나보곤 오늘부터는 담당의가 바뀔까라고 말하곤 제 옆자리로 갔습니다. 담당이 바뀐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침대에 누워서 십 분에 백 원씩 하는 티비를 보고 있으니 간호사 누나가 들어왔습니다. 그러더니 저를 보고 검사를 받으러 가자고 하네요.
슬리퍼를 신고 간호사누나를 따라가니 신경정신과병동 이라고 써진 명판이 보였습니다.
아! 저는 순간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간호사 누나가 철창이 처진 문을 열고 그 속에서 저보고 손짓을 할 때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못하는 로봇처럼 철커덩 철커덩 간호사 누나를 따라서 걸을 뿐이였지요.
상담실이라는 곳을 간호사 누나에게 떠밀려 들어가 보니 의사 가운이 아닌 평범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그 사람 손짓대로 자리에 앉자 뭐라 뭐라 말하긴 했는데 그 소리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한없이 어지러울 뿐 이였지요. 다시 간호사 누나의 손에 이끌려 병동에 돌아오고 나서도 계속 해서 그랬습니다.
그러다 밤이 되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참을 울었지요.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엄마가 그것에 대해서 한 마디 라도 한다면 따질 텐데 엄마는 제가 정신병원에 다닌다는 것 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차마 엄마한테 먼저 날 정신병원에 보냈냐 고는 물어보지 못하고 있다가 그날도 간호사 누나의 손에 이끌려 정신과로 갔습니다.
오늘도 갔다 왔고요.
오늘은 그림 같은걸 보여주고 무슨 느낌이 드는지 말하는걸 했는데 오기에 임상심리사 라는 만화책에서 본 것처럼 나쁘게만 말했습니다.
의사는 내 말을 듣고 평소때 처럼 “그럼 나중에 보자”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 진 잘 모르겠네요.
어찌되었던 침대에 누워서 누나가 가져다준 판타지를 보고 있는데 입원실 문이 열리더니 아빠가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재빨리 판타지를 이불속에 넣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인사를 하니 아빠가 가지고 온 오렌지 주스를 주더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는 그냥 예. 아니요. 하며 아빠의 말을 흘려듣고 있는데 아빠가 “어때 상담은 잘 받고 있어?”
라고 한 것입니다. 저는 그 말도 “예”라고 말했지만 속마음은 정말 갈가리 찢어지는 느낌 이였습니다. 이제까지 이런 슬픈 감정은 느껴본적이 없으니까요.
밤이 되고 이불속에서 울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슬리퍼를 신고서 입원실 문을 여니 간간히 불이 켜진 복도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계단으로 가서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도 없습니다.
제가 옥상에 올라온 이유는 죽을려고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걸로 죽는다니 참 어처구니없겠지만 저에겐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만큼 큰일이지요.
슬리퍼를 신은 체 난간에 올라서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저번에 락스를 먹을 때도 눈물이 나왔는데 이번에도 나오네요.

아...여러분.
저는 왜 태어났을까요?
이렇게 죽을것이였으면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왜 태어나서 고통만 받다가 부모님에게도 버림받고 정신병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걸까요?
정말...차라리 제가 처음으로 죽음을 생각했을 때 그때 죽었더라면 이제까지 고통 받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럼 여러분. 이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