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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첫째, 둘째 주 우수작입니다

  • 작성일 2010-05-17
  • 조회수 357

 

안녕하세요. 이달부터 문장 공모마당 장르 게시판의 심사를 맡게 된 김종일입니다.

 

첫 인사 겸 5월 첫째, 둘째 주 심사평을 올립니다.

 

저는 완성된 작가도 아니며 누군가의 글을 심사할 위치에 오른 작가도 아닙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 게시판에 올라오는 소설들을 심사한다는 마음가짐보다는 함께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게시판을 꾸려 가고자 합니다.

 

이전에 심사를 담당하셨던 DJUNA 님께서 워낙 촌철살인 비평을 해주셨기에 후임자인 제가 바통을 제대로 이어받을 수 있을는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만, 모쪼록 DJUNA 님과 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시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5월 첫째 주와 둘째 주까지 올라온 세 편의 소설을 읽고 느낀 점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단두: 목을 자르다

 

소설의 분량으로 보나 이야기의 전개로 보나 중편이나 장편소설의 서두로 보입니다. 제 추측이 맞는지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완결된 소설 전문을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소설이 완결되지 않은 이상, 글의 평가도 유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혹 이 이야기가 완결된 하나의 단편이라면 이야기의 완결성이 심히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고요.

일단 올리신 분량이 완결된 단편이라는 전제하에 느낀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작가가 지나치게 친절해도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불친절해도 문제입니다. 이야기의 전말을 소설에 드러내지 않고 글을 끝내버리면 독자는 의아하고 허탈합니다. 죄인이 태수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했기에 태수가 그렇게 놀랐는지, 태수는 왜 용후에게 단두 집행을 맡기고 떠났는지, 떠났던 태수가 왜 죄인의 자리에 있다가 목이 잘렸는지 그 전말을 전혀 밝히지 않고 이야기가 끝나 버리니 작가가 밝히지 않은 이야기 저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독자는 마냥 궁금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두에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라고 밝히셨는데 그렇다면 작가는 더더욱 소설에 뿌려놓은 단서들을 결말 전에 거두어야만 합니다.

부자연스러운 대사나, 희곡의 지문을 떠올리게 하는 어색한 문장도 앞으로 부단히 다듬어야 할 숙제로 보입니다.

또 하나의 의문. ‘단두(斷頭)’에 이미 ‘목을 자르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굳이 ‘목을 자르다’라는 부제를 붙여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샤방샤방한 나의 스토커

 

낯선 침입자에게 사로잡힌 개그맨이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회상하는 동안 서서히 드러나는 침입자의 정체가 흥미롭습니다. 안정된 문장과 탄탄한 구성, 차분한 서술이 돋보이는 글입니다. ‘성형공화국’이라는 신조어가 낯설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의 폐해를 꼬집는 주제의식도 좋고 작가의 기본기도 탄탄해 보입니다. 그러나 소설 내의 갈등 관계가 약해 긴장감이 떨어지고 전개가 평이하다는 점은 못내 아쉽습니다.

 

 

즉흥환상

 

액자식 구성을 취한 이 소설의 내부 이야기는 인간의 이기주의와 이타주의를 화두로 삼은 진지한 담론으로 보였는데 외부 이야기의 전말은 그와 판이한 SF적인 ‘농담’이어서 놀랐습니다. 진지한 판타지로 보였던 내부의 이야기가 알고 보니 고장 난 안드로이드가 들려주는 ‘투명 용이 울부짖는 소리’였다는 반전은 재기발랄하기는 하지만, 급작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하거든요. 특히나 샤프란의 마지막 독백은 내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에일만이 아니라 내내 이야기를 따라온 독자마저 비웃는 듯한 느낌이 들어 당혹스럽습니다. 차라리 외부의 이야기를 제거하고 내부의 이야기만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었다면 지금보다 낫지 않았을까요.

장황하고 과도한 수식과 ‘~을 위해’, ‘~을 향해’, ‘~에 대해’ 등 자주 눈에 띄는 번역문 투의 표현들도 아쉽습니다. 또 하나, 작가는 작품 끝에 굳이 부연을 달 필요가 없습니다.

 

이번 우수작은 비만호랑이 님의 <샤방샤방한 나의 스토커>로 선정합니다. <샤방샤방한 나의 스토커>는 앞서 열거한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소설이고 세태를 풍자한 주제의식도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끝으로 <마더 나이트>, <타임 퀘이크>, <고양이 요람>, <제 5 도살장> 등의 소설로 잘 알려진 작가 커트 보네거트가 남긴 ‘독창적인 글쓰기 개론(Creative Writing 101)’을 소개합니다. 아래의 문장들이 글쓰기의 필수 조건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글을 쓰며 곱씹어 볼 만한 조언들임은 분명합니다.

 

 

1. 남이 내 글을 읽게 하는 것은 남의 시간을 가져다 쓰는 셈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해야 한다.

Use the time of a total stranger in such a way that he or she will not feel the time was wasted.

 

 

2. 캐릭터들 중 최소한 한 명은 독자가 응원할 수 있게 하라.

Give the reader at least one character he or she can root for.

 

 

3. 모든 캐릭터는 무엇이든 원해야 한다. 심지어 물 한잔이라도.

Every character should want something, even if it is only a glass of water.

 

 

4. 모든 문장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를 해야 한다. 캐릭터를 드러내거나, 사건을 발전시키거나.

Every sentence must do one of two things - reveal character or advance the action.

 

 

5. 시작은 당장 끝날 듯이 써라.

Start as close to the end as possible.

 

 

6. 사디스트가 되어라. 당신의 주인공들이 아무리 사랑스럽다 하더라도 온갖 가혹한 일들이 그들에게 벌어지게 해야 한다. 독자들이 대체 그 주인공들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도록.

Be a sadist. No matter how sweet and innocent your leading characters, make awful things happen to them - in order that the reader may see what they are made of.

 

 

7. 단 한 사람을 위해 써라. 만약 당신이 창을 열고 온 세상에 사랑을 보내기 시작하면, 당신의 이야기는 폐렴에 걸려 버린다.

Write to please just one person. If you open a window and make love to the world, so to speak, your story will get pneumonia.

 

 

8. 최대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독자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줘라. 서스펜스 따위는 내다 버려도 좋다. 독자들은 무슨 일이, 어디서, 왜 벌어졌는지, 설령 바퀴벌레들이 마지막 몇 페이지를 갉아먹어 버렸다고 하더라도, 그들 스스로 그 이야기의 결말을 맺을 수 있을 정도로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

Give your readers as much information as possible as soon as possible. To heck with suspense. Readers should have such complete understanding of what is going on, where and why, that they could finish the story themselves, should cockroaches eat the last few p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