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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무라 겐타, 「고역 열차」 중에서

  • 작성일 2012-04-05




 
니시무라 겐타, 「고역 열차」 중에서 
 
 
 
 
  그 말에 간타는 모집 안내에는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5시까지라고 했는데 왜 이리 빨리 오라 하느냐고 의아해하면서도, 등가죽이 뱃가죽에 붙을 지경이라 다음 날, 에도가와에서 보낸 어린 시절 소년 야구 팀의 일요일 연습 이후로 오랜만에 아침 6시에 일어나 멍한 머리로 야마노테 선 어느 역에서 꽤나 가까운 그 회사로 가보니, 입구 부근에 소형 버스가 몇 대 섰고 그 주변에는 그리 우아해 보이지 않는 늙은이 젊은이가 몇십 명이나 있었다.
 
  (중략)
 
  뭔지 모르지만 도망치려면 지금이 아닐까 하는 불안에 휩싸인 채 지시받은 대로 버스에 타고 보니 차 안에는 벌써 20명 정도가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우물쭈물하는 그에게 ‘구석으로 들어가 보조의자를 내리고 앉아’라는 운전사의 명령이나 다름없는 지시가 옆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5명을 더 태운 다음 출발한 버스가 한 시간이나 달려 도착한 곳은 쇼와 섬의 하네다 해안에 면한 냉동물류창고였다.
  도착하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일을 시작하면서, 7시에 집합하라고 한 것도 이런 이동 시간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간타가 처음으로 체험한 이 육체노동이란 것은 냉동 오징어인지 문어인지 모를 30킬로그램이나 되는 딱딱하고 네모진 덩어리를 나무 팔레트 위에 죽어라 올려놓기만 하는, 오로지 무겁기만 하고 변화라고는 찾을 수 없는 단조로운 작업이었다.
  저녁나절이 되어 간타는 점심 때 지급받은 도시락 값 2백 엔을 뺀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당을 받아들면서 5천 5백 엔이라는 금액이 그런 작업의 대가로 적절한 것인지 완전 후려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천성이 남의 등을 치거나 삥땅치는 체질이었던 그에게도 태어나서 처음 스스로 돈을 벌었다는 따스한 감동의 물결이 솟구쳐올라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기분 좋게 피로감을 즐길 정도로 마음의 여유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그 순간, 그는 먹고살기 위한 노동 따위 별것 아니네 하는 아주 시건방진 생각을 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결정적인 잘못이었다.
  그런, 여러 가지 의미에서 늘어질 대로 늘어진 일용노동 생활의 시스템이 주는 맛을 너무도 빨리 알아버린 것이 그후 그의 생활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원흉이었다.
 
 
 
작가_ 니시무라 겐타 - 1967년 도쿄 출생.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부두 하역 노동, 경비원, 주류판매점 배달 원 등 육체노동으로 밥벌이를 시작함. 2003년 상업잡지에 처음으로 글을 실으며 작품활동 시작. 지은 책으로 『다시는 가지 못할 거리의 지도』, 『동전을 헤아리다』, 『사람도 없는 봄』 등이 있음.
 
낭독_ 구본석 - 배우. 연극 <하얀 자화상>, <가마솥에 누룽지> 등에 출연.
출전_ 『고역 열차』(다산책방)
음악_ Digital Juice - BackTraxx
애니메이션_ 강성진
프로듀서_ 김태형
 
 

 
  중학교 졸업, 성범죄자인 아버지, 부두 하역을 비롯한 일용직 육체 노동으로 근근이 살아온 작가의 이력이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된 듯합니다. 주인공인 간타의 이름에서 짐작되듯 이 소설은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을 글로 옮긴 ‘사소설’입니다. 사소설의 매력이란 것이 작가에 대한 정보를 다 알고 독서를 시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읽고 난 뒤에 그것이 작가의 체험이란 것을 알게 되는 것인지, 잠깐 궁금했을 뿐, 속수무책 간타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말았네요. 열아홉 간타의 이야기에 슬쩍슬쩍 작가인 니시무라 겐타의 얼굴이 겹쳐지는 건 사소설의 특징 때문일 테고, 슬쩍슬쩍 저의 열아홉이 겹쳐지는 건 나라는 다르지만 같은 해 같은 계절에 태어났다는 사소한 이유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의 열아홉, 불안을 통해 잊고 있던 저의 열아홉 불안히 생생하게 되살아났어요. 그가 달리는 선로와는 다르지만 삐걱삐걱 나의 기차도 가까스로 달려가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남과 다른 인생을 살아왔기에 소재가 넘쳐난다”는 니시무라 겐타이니, 그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지는 건 당연하겠지요.
 
문학집배원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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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건

  • 익명

    그게 어느 나라든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은 비슷합니다. 버스에 타느 순간부터 삶은 바닥이 들어나보입니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삶.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 이 남다른 인생이라 불러진 삶에서 건져낼 소재들은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 2012-04-05 23:05:53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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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하성란 님의 편지를 받고 조심스럽게 뜯어보듯 글쓴이의 살아있는 경험으로 함께있는 듯하며,이른 새벽 인력 사무실앞에 서성이는 우리의 새벽풍경,,공친 이들이 찾아가는 24시 국수집들이 그려집니다.앞으로만 달려가는 대한민국의사람들 이젠 옆으로도 둘러보아야 할텐데,,잘받았습니다.이탈리아 영화 일포스트라에서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하던 그 집배원이 생각 남은 왜일까

    • 2012-04-05 13:02:38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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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남과 다른 인생을 살아왔기에 소재가 넘쳐난다” 캬~~

    • 2012-04-05 11:58:1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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