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세목이 사라진 자리
한국소설로 범위를 한정해서 살펴보자면, 냉정한 장인의 솜씨로 부르주아의 욕망을 해부했던 염상섭이나 “리얼리즘의 확대와 심화”라는 상찬을 들었던 박태원과 이상에서부터 “극사실주의”란 평을 받은 하성란이나 사소한 것들에 주목하며 여기에 담긴 풍성한 감성을 세밀 화가처럼 그려낸 천운영과 윤성희까지, 주목할 만한 소설사적 성과를 추동시킨 창조적 힘은 리얼리티에 대한 열정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 스탕달, 『적과 흑』, 김붕구 옮김, 범우사, 1989, 524~525쪽. 2. ‘주의 깊음’과 ‘무심함’ 밀란 쿤데라는 소설가와 독자를 매혹시킨 사소한 것들에 대한 열정을 찬미하며, “오직 소설만이 사소한 것의 거대하고도 신비로운 힘을 발견해 낼 수 있”2)었다고 쓴 적이 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신을 보는 자들은 늘 목마르다
그들이 비판했던 지난 시간의 지배문화가 그랬던 것처럼. 8) 하성란,「심사평」,『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17, 347쪽. 9) 이은지,「사랑이라는 역설」,『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73쪽. 3-2. 억압인가, 부인인가 서효인의 세 번째 시집『여수』를 읽게 된 것은 신앙 간증을 연상시키는 것 같은 제목의 한 신문기사10)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인의 말을 빌리면 “온갖 곳에 염결성과 예민함을 드러내면서 하필 방종했던” 방식으로 자신의 시에 드러나게 된 여성혐오적인 표현을 삭제하거나 수정한 부분이 막상 내가『여수』를 읽을 때는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여수』를 읽으면서 나는 내가 가지 않았던 도시와 가 보았던 장소를 시인의 경험과 겹쳐가면서 읽는 나름의 재미가 꽤 쏠쏠했음을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시집을 읽고 나서 기사에 언급된 수정하기 이전과 이후의 시의 다른 표현을 비교해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