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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순, 「가리봉 양꼬치」 중에서

  • 작성일 2011-08-11




 
박찬순, 「가리봉 양꼬치」 중에서
 
 
 
 
비밀 양념의 레시피는 내 머릿속에만 들어 있었다. 어쩌면 분희도 대충은 짐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닝안의 부추밭 옆에서 함께 자란 그녀와 나는 어릴 때부터 부추꽃 반지를 만들어 나눠 끼며 짝꿍이 되기로 약속한 사이였다.
분희는 가리봉 시장통에 있는 조그마한 지하 다방에서 일했다.
분희는 내가 하는 일에 언제나 자상하게 관심을 보이면서 나를 치켜세우곤 했다. 내가 여러 가지 향료를 바꿔가면서 양고기 양념을 실험할 때마다 양념장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고는, 이번에 샹차이 즙이 들어갔네, 이번엔 월계수 잎을 넣었구먼, 하며 족집게처럼 향료를 집어냈고, 둘이 누우면 팔도 못 뻗는 어두컴컴한 쪽방에서 우리 파야, 이번엔 또 뭘 갖고서 양고기 노린내 없애는 공작 했누, 하고 꼬치꼬치 캐묻곤 했다. 지난 일요일에 마지막으로 양념장을 실험하고 나서 양꼬치를 시식할 때는 고기를 씹으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드디어 우리 파야 덕분에시리 한국 사람들 진짜 양고기 째지게 좋아……”
그러다 사래가 걸린 분희는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고는 아예 노트에다 향료 이름을 받아 적겠다고 나섰다. 그렇지만 나는 마지막으로 들어간 푸른색 향료만은 비밀이라며 순순히 밝히지 않았다.
“파야, 우리 파야, 우리끼리도 비밀이 있누? 파야 혼자만 부자 되려고 그러디?”
분희가 내 가슴을 파고들며 졸라대도 나는 입을 꼭 다물었다. 내가 3년이나 고심해서 개발한 것을 단숨에 쉽게 알려줄 수는 없었다. 물론 분희에게야 털어놓지 못할 비밀이 없었지만 나는 실제 양꼬치 맛으로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 마음을 안다면 분희도 이해할 거리고 나는 믿었다. 그런데도 분희는 못내 섭섭한 모양이었다.
“파야, 우리 파야, 이젠 나도 못 믿는구나. 파야, 마지막 양념만……”
 
 
 
작가_ 박찬순 -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가리봉 양꼬치」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
 
낭독_ 정인겸 - 배우. 연극 〈2009 유리동물원〉, 〈맹목〉 등에 출연.
박신희 - 성우. 〈주말의 명화〉, 〈과학수사대 CSI〉 등에 출연.
출전_ 『발해풍의 정원』(문학과지성사)
음악_ 김권한(COMPANY K)
애니메이션_ 민경
프로듀서_ 김태형
 
 

 
양고기의 노린내를 없애는 비밀 레시피를 두고 알려 달라, 기다려라, 연인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네요. 인용된 이 장면만 읽으신다면 십중팔구 맛집 프로그램이 떠오르실지도 모르겠어요. 며느리도 모른다는 맛집들의 비법 말이죠. 어느 가게 앞에선가 ‘이젠 며느리도 압니다’라고 써붙인 글귀를 보고 한참을 웃었던 적도 있는데요.
분희의 말투에서도 짐작하시겠지만 이들은 벌이를 위해 고향을 떠난 조선족입니다. 연인인 분희가 이름의 끝자인 ‘파’로 자신을 불러줄 때면 마치 소동파라도 된 양 의기양양해지는 남자 주인공의 소원은 돈을 벌어 꿈에 그리던 발해풍의 정원을 만드는 일입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빙그레 웃어넘겼던 이 부분이 다시 떠오릅니다. 서글픈 경계인의 삶을 다룬 소설 속에서 코믹한 이 장면은 마치 따로 잘라 붙인 조각처럼 이질감이 느껴지는데요, 가리봉까지 가지 않더라도 어느 동네에서나 만날 수 있는 ‘羊肉串’이라는 간판이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지듯이요. 양러우촨. 조선족 동네에선 양뀀으로 우리나라에선 양꼬치로 부른답니다.
 
문학집배원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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