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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평.

  • 작성일 2013-04-27
  • 조회수 411

강정의 <키스>

서문에는 시인이 좀 더 가까운데 있다.

‘시 쓰는 행위는 키스를 닮았다. 미각, 촉각 등의 감각이 예민해지고 상상력도 뻗어나가는 그런 느낌. 키스를 설명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나는 그 느낌을 표현할 뿐이다.’ 고 했다.

시인은 또 이렇게 말한다.

‘내가 한 때 몸과 마음을 내주고 그 안에서 행복하고자 했던 것들에 대한 치떨림.

돌이켜서 하나하나 발자국을 지우다 보니 이렇듯 요망한 거짓말의 아우성 밖에 남지 않음. 피와 살의 찌꺼기라고도 부르지 못할 이 허튼 몸부림의 궤적을 으깨어다오. 한 번도 믿어보지 않은 하늘아, 땅아.‘ <처형극장>- 1996년 문지사.

그의 시, <노래>의 첫 부분

- 숨을 뱉다 말고 오래 쉬다보면 몸 안의 푸른 공기가 보여요. 가끔 죽음이 물컹 씹힐 때도 있어요. 술 담배를 끊으려고 마세요. 오염 투성이 삶을 그대로 뱉으면 전깃줄과 대화할 수도 있어요.

그는 삶의 느낌을 소설처럼 쓰지 않고 카메라처럼(시, 키메라 카메라) 포착하려 한다.

수수께끼 같은 시어를 사용하여 자기중심적이고 난해한 시 세계를 펼쳐나간다.

락밴드 보컬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문인으로서 문화비평가로도 활동 중이다.

그간 펴낸 시집으로는 <처형극장><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키스>등이 있다.

시인은 말한다. 언어와 입을 맞출 때 제 삼자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라고. 그럼 현대시에서 대중적인 시들은 미학적 측면이 약한가? 난해하고 어려운 시들은 대중소통 문제는 논의할 가치가 없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키스도 일종의 피부 접촉이다. 20세기 이성의 시대에서 21세기 몸의 시대로 건너오면서 많은 시인들은 작품을 통해 직, 간접적으로 육체의 접촉과 밀착을 더 욕망한다. 시에서 ‘더 가까이, 더욱 가까이’를 꿈꾸는 것은 피부접촉을 통한 언어의 육체성 회복에 있다.

모든 서문에는 시인이 좀 더 가까운데 포진해 있다.

<키스>의 서문은 이렇다.

-터진 입술로 되뇌던 건기의 나날들, 침묵에도 피가 고여 있다.

길지만, 그냥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그의 표제시인 ‘키스' 전문을 인용한다.

너는 문을 닫고 키스한다 문은 작지만 문 안의 세상은 넓다 너의 문으로 들어간 나는 너의 심장을 만지고 내 혀가 닿은 문 안의 세상은 뱀의 노정처럼 굴곡진 그림을 낳는다 내가 인류의 다음 체형에 대해 숙고하는 동안 비는 점점 푸른 빛과 노란 빛을 섞는다 나무들이 숨은 눈을 뜨는 장면은 오래 전에 읽었던 동화가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미래는 시간의 이동에 의한 게 아니라 시간의 소멸에 의한 잠정적 결론, 너의 문 안에서 나는 모든 사랑이 체험하는 종말의 예언을 지적한다 너는 네 형에서 음악과 시의 법칙을 섭취하려든다 나는 네게서 아름다운 유방의 원형과 심리적 근친상간의 전형성을 확인하려든다 그러니까 이 키스는 약물중독과 무관한 고도의 유희와 엄밀성의 접촉이다 너의 문은 나의 키스에 의해 열리고 나의 키스에 영원히 닫힌다 나는 너의 마지막 남자다 그러나 네게 나는 최초의 남자다 너의 문 안에서 궁극은 극단의 임사체험으로 연결된다 흡혈의 미학을 전경화한 너의 덧니엔 관 뚜껑을 닫는 맛, 이라는 시어가 씌어졌다 지워진다 살짝 혀를 빼는 순간, 내 혓바닥에 어느 불우한 가족사가 크로키로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