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우무를 이용한 흔한 다이어트 비법

  • 작성일 2013-06-13
  • 조회수 1,238

nssv

 

옛날 옛날 한 옛날, 호랑이 곰방대로 자치기하던 시절, (그 놈의 옛날 호랑이들은 곰방대로 못하는 게 없어야.) 그 호랑이랑 자치기를 같이 하던 분이 한 분 계셨었는데, 그 분이 바로 제 아버님이셨습니다. 호랑이랑 자치기하시는 정도면, 성질도 호랑이랑 어슷비슷 하다는 것은 모두들 대충 잘 알고 계시겠지요이?

오늘은 제 아버님께서 지금 현실의 지상에 이 많고 많은 뚱보들이 발생할 것을 미연에 감지하시고, 그 옛날 옛적에 그들을 위하여 노심초사,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만들어낸, 기가 막힌 다이어트 법을 소개 올리고자 합니다.    

양심에 손 얹고, 뱃가죽 내지는 옆구리가 접히시는 지상의 모든 분들은, (아닌 사람 거의 없으리라.) 가슴 설레어가며 볼펜에 침 듬뿍 묻혀 단단히 잘 받아 적으시길 바라며,    

----------------------------------------------------------

어느 오살 맞게 더운 여름날, 복숭나무 고목 아래 펴둔 대나무 평상에서 한 잠 그윽하게 주무시다가 점심때쯤 신의 계시를 받은 양 형형한 눈으로 벌떡 일어난 아버님께서는, 잠시 먼 산을 쳐다보시다가 갑자기 산천이 떠르르 떨릴 만한 큰 호랑이 목소리로, 어디라 할 것도 없이 세상에 일갈하셨습니다.    

어이, 봐라ㅡ!    

'어이 봐라'는 제 아호도 아니고 동생들 아호도 아니었으므로, 모두 조용히 아버님을 바라보고 있었고, 부엌에 계시던 가덕댁인 어머님께서 네에~ 하고 대답을 하셨습니다. 이상합니다. 어머님 택호도 아호도 그건 아닌데…….    

아버님께서는 잽싸게 면전에 대령하신 어머님께 중이 지나가는 소한테 하는 말처럼, 내가 아침에 해변 어시장에 갔다가 만들어온 우무 안 있나? 오늘 점심은 거기다 빻은 콩가루 넣고 물에 말아 먹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어이 봐라'씨는 알았다는 듯 고개 끄덕이며 다시 부엌으로 가시고, 이내 큰 대접에 식구 수만큼의 우무 콩국이 평상에 차려졌습니다.    

한 숟가락 떠서 후룩 입으로 마셨을 때였습니다. 아버님께서 상을 툭툭 치시더니, 식사를 잠깐 저지시키셨습니다.    

묵기 전에 애비가 한 마디 하것다. 예전에 애비가 너희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먹거리와 이부자리를 등짐 속에 넣고, 너희 할아버지께서 삼아주신 짚신 10켤레를 등짐에 얹고, 좋은 길은 맨발로, 나쁜 길은 짚신 신고 살살 걸어가며 한양으로 과거시험 보러갈 때였느니라.    

물론 그 때도 9남1녀 집안 형편이란 게 천수답 서마지기 뿐이라, 주먹밥 같은 것은 꿈도 꿔지지 않았고, 가다가 어디 산마루에서 쉬면서 등짐 보따리를 풀어보니 거긴 오직 내가 해변 친구네 가서 만들어 온 우무 썰어서 꼬들꼬들하게 말린 것 한 덩어리와 볶은 콩가루 세 되가, 내가 걸어서 한양 갔다 올 동안 먹을 것의 전부였느니라.    

애비는 우무 만드는 선수였다. 우무는 해초를 보글보글 끓여서 체로 거른 다음 식혀서 만드는 건데, 식힐 때 천 놓고 돌로 눌러 단단하게 식힌 다음, 칼로 썰어서 꼬들꼬들 야무지게 말리는 게 주안점이니라. 이래 뵈도 애비는 근동에서 우무를 제일 단단하고 꼬들지게 잘 만든다고 소문이 자자했었다. 애들이 줄다리기해도 안 떨어질 만큼 질겼느니라. (에이, 설마?)    

근데 애비가 오늘 너희들에게 해 줄 말은 우무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려고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손 시리고 돈 안 되기로 가장 유명하므로, 그것은 봐도 못 본체 해라. 다만 이 우무가 우리에게 얼마나 유용한 음식인가는 너희들도 분명 알아야겠기에, 오늘 애비가 하는 이 이야기를 귀담아 잘 들었다가 훗날 어려운 날이 닥치거든 실천해 보도록 하거라. 어흠~! 알았느냐? 네에~    

보자. 얘기를 어디까지 했더라? 그렇지. 과거시험 보러 갈 때였구나. 자~ 배도 고프니까 지금부터 우무 콩국을 먹어가며 이야기하자. 많이들 먹어라. 후루룩~    

그 때 큰 산을 대 여섯 개 넘었을 때니까 아마 깔딱 고개 근처였던가 보다. 배가 고파 뱃가죽이 등가죽 면회하자고 난리라서, 어쩔 수 없이 등짐을 풀어 우무 한 줌과 콩가루 세 숟가락을 놓고 대접에 냇물을 한 대접 부었는데, 얼매나 목이 마르고 속이 타는지, 씹고 자시고도 없이 단숨에 마셔버렸느니라.    

그러고서 몇 십리나 갔던지 해가 서산 이 쯤에 건듯 걸린 환한 초저녁인데, 갑자기 똥이 마려운 거라. 땀내 등천하는 몸도 씻을 겸 냇가 근처 물이 오붓하게 고인 곳에 똥을 쌌었는데, 산천 괴괴한데 바람소리 물소리가 얼마나 고즈넉한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더니라.    

그러고서 옷을 훌훌 벗고 그 위 어디 조금 깊은 소에 몸을 담그고 온종일 시달린 발과 몸을 식혔는데, 그 기분이 어쨌는지 내가 표현력이 부족해서 덧붙일 말도 없고, 지금 너희들에게 그 모습을 보여준다해도 그 기분을 모를 거다. 곧 날이 어두워져서 넓적 편편하고 옴팍한 바위 위에 너희 할머니가 돌돌 말아준 이부자리를 펴고 한 잠 잠깐 잤었는데, 얼마나 깊이 잤는지 호랑이가 물어가도 모를 정도로 곤히 잤었는데, 깨어보니 바로 새벽이더라.    

세수도 할 겸해서 다시 그 개천으로 내려가다가 엊저녁에 똥 싼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어라? 똥은 송사리가 다 주워 먹었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고 그 질긴 우무만 그 자리에 말끔하니 씻어져 아름다운 개천 물결에 하늘거리고 놓여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못 본 체 그냥 뒤돌아서 가기가 마음 짠해서, 그래서 우무를 물에 말끔히 헹궈 냄새를 맡아보니, 거기엔 똥냄새는커녕 맑은 시냇물 냄새만 그득했더니라.    

우무가 원래 아무 영양분도 없고 소화도 잘 안 되는데다가, 내가 워낙 질기고 야무지게 잘 만들었으니 아마 우무가 그런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었으리라. 그러나 먹을 것 별로 없던 내가 거기서 어쨌을 것 같나? 당장 등짐을 풀고 내용물을 꺼내고 그 우무를 냇물에 살랑살랑 잘 씻어 대접에 담은 다음, 콩가루를 조금 넣어 물에 말아 또 한 대접 후루룩 들이키지 않았겠나? (우욱!!)    

너희가 이해하든 말든 애비는 그렇게 우무 한 덩이를 애비 고향으로부터 한양까지 놓인 모든 개천마다 옮겨 담아가며, 볶은 콩가루 세 되로 한양을 너끈히 다녀온 사람이다. 우무 콩국이 별나게 맛있지? 빨리들 먹고 한 그릇씩 더 먹어라.    

아버님은 그 날 진짜 그 우무 콩국을 한 그릇 더 잡수셨으며, 우리들은 그 날 이후 몇 십 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우무 콩국은커녕, 도토리묵이나 콩국수만 봐도 그 날 하루 종일 입맛을 잃습니다.    

아버님 어머님도 그러셨지만, 내 형제자매들이나 내 아이들도 살찐 사람이 없습니다. 먹는 거 아껴서 얼마나 남을까만, 먹는 것을 아끼지 않으면 세상의 이 아까운 모든 것들을 하나도 아끼지 않고 훈지만지 천방지축 자기 맘대로 사는 사람이라고 힐난하시던, 아버님의 훈계를 아직 몸소 실천하고 살기 때문입니다.    

이상 우무를 이용한 천하제일의 다이어트 비법을 알려드렸으니, 살 때문에 걱정인 분들은 우무 콩국 한 대접을 본인들 앞에 경건하게 놓고, 부디 내 아버님의 행위를 개인별로 상상해 보시면서 맛있게 드셔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