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gly
- 작성일 201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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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딱 한 가지.
소년이 천장을 덮고 잠들 때
그때에 말이다.
높다란 곳 공각이 벛꽃 처럼 떨어지리라
오라 소년이여.
*
오늘 하루를 별 탈 없이 살았다는 것은 심히 괴로운 일이다. 나는 네가 대외적으로 국가 원수 마냥 대단한 인간이길 바랬다. 너의 명성의 부귀를 위해서가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너의 몰락을 위한 고요한 굿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극히 형식적인 공상이다. 죄의식 비스무리한 그 육시럴 것을 떨치고자 억압되어 불어터진 증오에 물꼬를 텄다. 누수. 그것은 못마땅스럽게 찔금찔끔 세어나왔다. 갈망하는 너를 내 혀끝에 세워두고 채근했다. 너는 개자식이다. 귀엽고 올망졸망한 나의 개새끼. 신뢰성 없이 파닥거리는 너의 미사여구가 나를 일그러트렸고. 그리고, 그리고 너를 좋아한다. 뭐? 알유크레이지? 아니 뭐 그럴 지도 모르는데 이건 진짜다! 사랑한다p.
온통 따끔한 세상이 결코 놀랍지 않은것도 네가 만들어낸 불멸의 마굴魔窟이다. 너와 포개어 졌을 때, 그 일이 있기 전, 객관과 주관이 불리된 통감은 정말이지 내가 나일 수 없는 최악의 고역이였다. 호흡이 흐르는 촉수에 주술을 거는 이름 모를 혼이 병을 주고 또 병을 주었다. 아…! 지금은 어떠한가. 드디어 나는 일체감을 느낀다. 고통으로써. 패악으로써. 절망으로써. 자취를 감춘 나의 썩은내 가 드디어 폭발을 하고야 만 것이다. 순정한 문둥이였던 나의 가슴이 이렇게나 악착 같은 대지위로 피어오르는 순간이다. 처음 눈을 떳을때 육신의 이질감보다 앞서 다가왔던 것이 너의 목소리였다. 눈을 떳는데 목소리가 피부로 닿았다는 것은 아무리 합리화로 치장을 한다 해도 답이 하나다. 미친년. 아니 아니 아니지 놈이다 놈. 미친놈. 그런데 사태는 더욱 더 굴절되고 있다. 이건 너무하다 싶은거다. 골고타 언덕을 오르던 악질의 죄인들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 그래, 나는 딱 그만큼의 고통을 하사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유령이 된 나의 남자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열렬히 칫솔질만 하고 있다. 아. 물론 환영이다. 씨이발.
빨갛고 쪼글쪼글한 나를 닦아내느라 진땀을 흘리는 신입 간호사가 내 눈치를 본다. 너를 오랫동안 주시하였더니 숨소리가 거칠어 졌나보다. '아프지않으세요?’나름 신경써서 정돈한 눈썹 사이 미간이 미묘했다. 동정이 망설임을 업고 혐오가 그 모든 것을 품었다. 그녀의 황송한 직업의식에 나는 먹다 버린 바게뜨 빵같은 팔을 들어 올려 그녀의 턱 끝에 갖다 대었다. 단짝 친구 빼곤 뭐든 기겁하는 사춘기 계집아이에게 고추잠자리를 들이미는 꼴이었다. 하얀 렌드로바가 소독약 냄새 진동하는 바닥과 마찰한다. 뒤로 밀리는 소리가 굳이 시선을 떼지 않아도 모든 것을 충분하게 만들었다.‘아..죄송합니다.’ 나는 신박하게 웃었다. 내가 짖굳었다. 그녀를 질책하고 싶지는 않다. 딱히 분노를 보이지 않아도 괴기스러운 나의 미소가 그녀에게는 충분히 지옥같은 씬이 되었을 것이다. 딱히 그녀에게 악감정이 있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나는 힘겹게 들어 올린 입고리를 내동댕이쳤다. ‘피곤해요’ 뭉글러진 발음이 흡사 코미디였다. 크크크. 몸을 돌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부메랑을 맞으며 눈을 감았다.
달아나듯 병실을 빠져나가는 간호사의 마지막 소음이 시발점이었다. 램프요정 지니처럼 부푸는 네가 이 어둠속 지배자다. 재가 되어 그 누군가의 옷가지에 달라 붙었을지도 모를 나의 속눈썹, 그 무존재의 것이 너의 입술을 간지럽혔나 보다. 네가 손등으로 부비적 대며 킥킥거렸다. 매우 격양되어 어깨도 움찔댓다. 나는 섬세한 기쁨에 마냥 설렛지만 웃음을 절제했다. 나는 주제를 파악해야 한다는 하층민의 기본 덕목 하나에 완전히 도가 튼 사람이다. 유충의 혈관보다 가벼운 충격도 너에겐 아니된다. 네가 죽었으면,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건 아니된다. 소리 소문 없이, 나의 인지 없이 그냥 땅으로 가라 앉아버려 제발. 아 그러니까 너만은 모르길. 모순은 겨울 구름을 타고 온 폭풍우 였다. 나는 나를 속일 수 있는 위대한 사람이다. 그리고 안도하였다.
너를 언급하기에 나는 와해된다. 이것이 불행이되느냐 하며는 나는 고개를 젖겠다. 외려 들뜨는 마음이 드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토악질이 난다. 다만 불행이라는 것은 그 살랑거림을 못 견뎌 코 끝에 지문을 묻히고 실체의 유리조각 우박을 맞는 것. 지금. 두시 일지도 세시 일지도 어쩌면 네시일지도 모르는 막막한 현재, 현실 말이다. 그 날의 따가운 잔재 위로 무기력한 병실 공기가 드나드는 두 개의 구멍도 어느 해안의 동굴처럼 투박스러웠다. 만물을 차단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아직은 때가 이르다. 혹여 아직 미련이라는 해충이 내안에 기거하는 지도 모르겠다. 아, 미련이라니. 예전의 나였다면 충분히 훌쩍 거릴 소재로 다분하다만 오늘의 나는 그만 두기로 한다. 자존심? 자존감? 에라이. 그네들은 멍청이들임이 분명하다. 이건 정말 비밀인데 내가 그 불구덩이 속에 눈물샘 두덩이를 훅 던져 놓고 나왔거든. 아 정말이라니까?
너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왜 나로 살아가야 하는것인가. 이러한 물음은 허무맹랑한 것이지만 결국 나의 궁극이기도 했다. 무지랭이 같은 내가 보유하고 하고 있는 너에 대한 단서는 당황스럽도록 몇 없는 궁핍한 것이었다. 그 중 하나는 우리의 처음인데 그 고단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 외의 장면이 퍽 나를 아득하게 한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나는 그날을 섬기는 애틋한 밤을 지새운다. 그것은 사이비 교주에게 다리를 벌리는 꼴이다. 알고 있다. 너무나도 그렇다. 음음음. 콧노래의 음율처럼 막연한것. 나는 너를 본다. 그리고 그만 너도 나를 보고만 것이다.아마 이것이 처음이지 싶다. 그리고 끝이였다. 정말 끝이여서 나는 창창한 영혼에 등이 굽고야 말았다. 그럼 한번 물어볼까. 거기, 당신. 나는 어디로 가야만 하지?
*
나는 돈을 헐뜯고 미워하면서 면전에선 개처럼 기는 보편의 위선자였다. 소박하지만 밥냄새 나던 지붕 아래 우리 가족이 고작 신용드카드 단면으로 절단이 나고 지폐뭉치로 탈탈 내쳐지면서, 우리는 하루아침에 퍼즐조각 신세가 되어버렸다. 나의 분신들을 다시 접착하기 위해선 그 말로만 듣던 땡전 한푼이 급박했다. 돈은 뇌 속을 다림질 하고 이성을 마비시키는 악마의 동아줄 같은 것이었다. 간절했기에 넌더리가 났다. 나는 큰 초하나 작은 초 아홉개를 꽂는 생일 케익을 마지막으로 종이접기 하듯 학업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몆날 며칠을 쭈뼛대고 방황하다가 겨우 잡아낸 일자리가 대학로 근처 삼겹살집이었다. 자취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흡족해 황금 알이라도 낳은 심정이었다. 나는 어리숙하고 의사표현에 서툴렀으나 그만큼의 절실한 의욕이 있었기에 차츰 매사에 적응해 나갔다. 가게 지리상 차고 넘치는 것이 젋음의 열기였다. 비록 은밀하였다고는 하나 나는 얼마나 열렬토록 그것을 탐하였던가. 한가한 오전시간을 틈타 마음이 가는 데로 욕심이 끄는 데로 걷다 보면 교정이 유난히 예쁘던 학교 앞 을 서성거리다 돌아오곤 했다. 그런날은 호박을 썰어 넣고 있던 눈 앞의 된장찌게처럼 유난히 마음이 보글보글 거렸다. 탄산음료 기포가 터지는 것 같기도 했고. 치명과 파장의 풍차, 난 그저 돈키호테가 들추신 장터의 상인1일 뿐인데? 푸훗.
그날도 그런 날 중 하나에 불과했다. 보글보글 뽁뽁. 꽁꽁 덮어둔 꿈의 기포가 터져가는 흔해 빠진 날. 딸랑.아마 기름때에 절어있을 도어 벨이 청량한 소리를 냈다. 메시아는 저런 걸인의 형태로 지상에 내려와 깨끗한 구원을 내릴까. 나는 파무침을 덜며 잠시 그런 허상에 젖었던 것 같다.‘앞접시 두 개만 더 갖다주세요'‘2인분추가요'‘판 좀 갈아주세요’ ‘빨리 좀 갖다 주시지' '여기 불이 약해요' 허상이라니. 나, 참. 팔자가 좋았던 거라고 다시 정정한다.
-되게 예뻐요
혹자가 야유를 던질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의 추파에 아프도록 동 하였다. 이 어처구니없는 전율이 내 몸과 마음을 헌납하여 그에게 편승한데 한몫을 했다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운명이라 여기고픈 그와 나의 첫만남이 진실로 그것이든 아니든지 간에 나에게는 무언의 천둥으로 흉부에 내리 꽂혔다. 철판 위에 곱게 누워있는 선홍빛 고기가 아니라 발갛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한 시선에 담아준 그가 햇볕 부스러기 같았음이 분명하다. 나의 이상 속 화창한 교정을 드나드는 그와 그의 동기들, 기름진 안개, 술, 웅성거림, 눈동자, 그리고 얼마만인지 존재로서 가동하는 나.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진 만두소 처럼 잡다하게 머릿속을 쥐여짯다. 그리고 그 몽환의 굴레 안에서 그는 나를 무엇으로 저락 시켰는가.
-취향을 직격 당해본 적 있어요?
그는 참으로도 직선의 말을 뱉었다. 나는 여러모로 부끄러운 모양새가 되었다. 얼룩진 수 많은 거짓들은 티없이 수더분하고 선한 것이기에 원망조차 불가했던 과거와 현재가 드디어 악다운 악을 질러본다. 무덤과도 같던 반지하 창고안에 열여섯난 동생을 뒤로 했던 이내 발걸음과 부러진 분필로 창을 내던 동생의 그 뒷모습은 우리의 위태로운 초상을 덮는 지푸라기 같은 거짓말이다. 삐뚤빼뚤 그려진 가짜 창문 밖 꽃과 해 우리 모두를 기꺼이 받아 줄 것 같은 웅장한 파라솔, 도통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주던 엄마의 마지막 자장가, 아버지의 막막한 기침소리, 천장위에 다닥다닥 붙은 담배연기, 괜찮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던 나까지. 전부 다. 전부 다 다. 도대체 왜 이 불운의 그물이 우리를 덮쳤는지 미처 헤아리지도 못하고 서로를 위한다는 배려의 통증을 알약 삼키듯 넘겨버려야 했던 나날들… 오,부디…! 내가 그의 팔을 목숨 쥐듯 잡았음은 어쩌면 하나의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내게 나지막히 귓속말을 하던 그가 승천하듯 영예롭게 자리를 빠져 나왔다.
나는 기여코 그를 따라 나섰다. 그가 나의 이름, 나이, 취미, 가치관 등을 묻지 않았다는 것은 자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또한 피차일반이었다. 그의 세상에 모가지를 들이밀던 최초의 밤, 나는 된통으로 웃고 울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원초적인 희락이었다.
그의 이름은 p. 나이는 나와 동년배였고 내가 숱하게 기웃대던 그 화려한 캠퍼스에 재학중인 치기로운 어린애였다. 낮과 밤 구분없이 반짝이는 별의 성전에 그가 머물고 있었다니 내 가슴이 세차게 두근 거렸음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인지 몰라도 성정이 조금 예민한 편이었다. 나는 그가 밥을 빌어먹던 꾸어먹던 아무래도 좋았기에 그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을 애정하게 되었다. 오늘이 하나라면 내일은 둘이되고 모래는 셋 이상이되는 점층적 감정구조에 그가 아닌한 그어떠한 것도 침투할 수 없게 되었다. 그가 드나드는 내 하나뿐인 구멍과 처절히 몰락하는 남성성을 여과없이 현실로 바라보면서도 그저 딴 세상 일인냥 저기 멀리서 구겨져갔다.
그의 자취방 매트리스에 기대어 몸을 옹송구리고 티비를 보는데 한번은 그가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너는 나한테 졌어.
'그게 무슨 말이야?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리고 나에게 아주 기쁜일이 생겼단다. 네가 좋아하는 나를, 나는 너무 사랑하게 됬어. 더 이상 나는 나를 홀대하지않아. 나는어여쁘니까. 네가 말했거든. 나는 이세상 누구보다 빛나. 눈이 부실거야. 나는 나를 경외해.
껴안은 두 덩어리가 부비적대는 음란성 틈으로 그의 목소리가 나비 날갯짓처럼 갸냘펐다.
-거봐 너는 졌다니까.
나는 그의 연약함보다 그 음성의 저의를 읽었어야 했는데 순간 상승하는 감정의 노예가 되어 나른한 그의 날개뼈를 더 힘껏 끌어 안았다. 그리고 나는 서서히 각몽한다. 그날을 기점으로 그를 그려 잡는것이 힘에 부쳤다. 소용돌이 치는 팩트를 딱히 인지하지 않았는데도 머릿속에 떡하니 잠식하고 있는 것이 나를 종종 당황케 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는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견고한 것을 외면하기 위해 부단히 몸을 움직이고 그를 갈구하는데 집중했지만 허울에 불과 했다. 그는 어쩌면 허구일지도 모를 픽션의 나를 선호한다는 것. 그것은 나를 들뜨게 했지만 결국엔 내가 아니라는 것. 예쁘지 않은 나는 그에게 멸시를 당한다는 것. 나는 내쳐지지 않기 위해 거울 앞에 서서 나의 성性을 깍아내리고 있다는 것. 그것이 차츰 혼란스러워 진다는 것. 그 꺼림직한 공황상태 뒤로 아버지와 엄마, 동생의 힐난이 만져진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를 추허도 모른다는것. 아찔한 밀어, 헐떡임, 교성 뭐 이따위 것들 말고는 그와 나를 연결할 사슬이 단 1g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나는 밑도 끝도 없이 천박스러워 진다는 것. 모두가 그림자처럼 보이는 밤유리창에서 마저 선명한 붉은 입술, 그것이 하도 기가막혀 눈을 감고 궁상맞게 가슴을 긁었다는 것.
- 기름냄새 진짜 별로‥ 안나간다.
그의 말대로 그가 나를 포획하여 얻은 성과는 감정의 노곤함이 아니라는 것. 나는 승패를 논하던 그의 장난기 어린 입술을 회득하고 있다는것. 어제나 내일이나 나는 나 일뿐, 다만 그는 나와 교감하려 하지 않고 나는 피복이 벗겨진 채 세상 어느 틈을 나뒹굴고 있었다.
아마 그래서 였나. 나는 나를 헹구듯 씻었다. 그에게 예속된 시간 중에 후회라는 것은 없었으나 단 한차례 돌이키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여지없이 그 날일 것이다. 누전사고였다. 뜯어낼 듯 살갖을 문지르는데 문밖에서 아우성치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쿵쿵쿵. 불이 났다고 시끄럽게 악을 쓰고 문을 두들 기는데 그게 너무 소란스러워서 화가 났다. 정말 간만이었다지. 그런 진노는.
'기름 냄새 진짜 별로'
쿵쿵쿵.
'사장님 여기 숙식 제공 되나요' '요즘 숙식 제공 되는데가 어디있어 있는 직원들도 짜르는 판에'
'저기..여기 월세는 바로 입주 가능 한가요' '바로는 안되고요 한달 정도 기다리셔야 되요'
쿵쿵쿵.
'우리 아들 자장자장… 엄마가 미안하다'
'오빠 양말 신고가 밖에 춥던데'
'아버지, 아버지 저 괜찮아요 다 잘될거예요'
쿵쿵쿵.
'그래도 수시라도 넣어보는게.' '아니요 그냥 자퇴 처리 해주세요'
쿵쿵쿵.
세계는 마굴이다. 나는 어디서 그런 겁을 집어 먹었는지 풍 걸린 노인네 마냥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미세한 문틈 새로 마귀의 검은손이 엉키어 침범했다. 그리고 그때에 나는 누구를 듣고 보고 말하였나.
'너는 나한테 졌어'
p.
'거봐 너는 나한테 졌다니까'
왜.
한 가지 필름처럼 남아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을때 나는 조금 소름이 돋았다. 그때까지도 내가 초월적인 힘으로 목부근을 문대고 있던 발악의 한 컷이다. 베리베리 나이스. 그 이후론 암연이다.
*
부실공사로 인한 화재였으니 메스컴에 자주 오르락 거리는 모양이다. 의사는 메스, 기자는 카메라다. 고로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혼령의 홍채같은 렌즈들이 나를 담고 싶어 안달을 냈지만 내쪽에서 먼저 거절했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 전신 3도 화상의 나는 그날 피부와 함께 희망도 태워버렸다. 이곳 의료진들의 타이르는 목소리만이 중얼중얼 나부낀다. 진급이 목적인 말단 교수의 논문 제재. 시청률이 급급한 피디의 먹이감. 한국의학 발전에 기여하는 인간 마루타. 뭐 이정도의 타이틀. 그저 깨달은것이 있다면 내가 눈을 뜨나 감으나 나는 도구로써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도구로써 다뤄질 것 이라는걸. 흥미로울리 없다, 아니, 사실 관심자체가 없는 것 일지도 모르고.
꼭 네가 아니더라도 나는 꽤나 지쳐있다. 불씨더미의 난리를 하나의 계기라 볼 수 있겠다. 잣대 없이 상황을 떠보면 그것이 꼭 불행과 치욕만은 아니다. 나는 무교였지만 들어 봤을 법한 온갖 신을 모두 호명한다. '너는 어디에 있나요?’ 나는 물었다. 속세의 스피커를 모두 차단하고 오직 신과의 소통에 주력했다. 간혹가다 절단, 이식, 진피층파괴 같은 혐오들이 귓가로 굴어들어 왔지만 애써 모른척하기로 한다.
결국엔 사단이 났다. 부실하게 모자이크 처리된 내가 멀리 멀리 전파를 탄 것이다. 이말은 곧 네가 괴몽怪夢이라 여기는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바라면서도 배척하는 너의 등장은 크림색 붕대가 진물에 젖기를 수십번 했을 때, 아마 그 쯤 이었을 것이다. 가히 굳건했던 병실 문이 끼이익. 맞다, 아주 그렇게 잔인했다. 대관절 인생은 마이너 코드다. 눈물이 굽이쳐 흐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울긋불긋한 안면에서 차마 흡수되지도 못하고 흐르지도 못하고. 꼭 나와 같이. 다… 다 정해져 있던것이다. 그랬던것이다. 너의 망설이는 발자국이 나를 부추겼다. 그래,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흐른다. 흐른다는것은 쉽사리 미끄러져 내리는 것 과는 다르다. 나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아니기에 슬픈 짐승이다. 추락하면 될 뿐 그 이외의 것 들은 그저 발광이다. 나의 자의로. 침전하는 손길로.
세상에서 가장 흉특한 괴물이되어 너에게 악몽이되고 역류하는 환멸이 되어야 하는가. 털어 내어 버린다면 동그랗게 몸을 말고 다닥거리는 보푸라기가 되고 꼬불꼬불한 뇌의 주름이 뜯겨질 만큼, 그 만큼의 두려움으로 너의 기억 속을 영원히 해집는 바퀴벌레가 되어야 할까. 최선일까. 아니, 차선이기는 한가. 장전된 권총처럼, 신녀의 내림굿처럼 내가 너로 인해 하늘로 띄운 눈물의 물음들과 그 깊은 증발의 역사를 양도하고 훌쩍 떠나버리자.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미지의 정점을 향해.
“너…"
준비 같은것 들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나는 가망이 없고 현실을 직시했으며 절절한 용감이 발화점을 찾았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 하겠는가.
“오랜만이야”
웅얼웅얼웅얼. 내말이 들릴까? 지겹고 분노가 치미는것은 바로 나! 나 때문에!!
“너…진짜 너야?”
“응”
“너 왜…”
“눈을 감아 버려. 무서우면 마음이 불편하게되”
“…”
“마음이 불편해지면 나쁜꿈을 꿀거고”
“…”
“나쁜꿈을 꾸면 울고 싶어 질거야”
“…”
"아아 사실 그게 제일 걱정되 나는 당연히 너를 따라가서 마주보려 할텐데 그러면”
“.......”
“네가 얼마나 괴로울까”
“…”
“너무 무섭고 치가 떨리니까”
“…”
“이제 나는 하나도 예쁘지 않고… 쓰다듬으면 울퉁불퉁 소름이 돋고”
“…”
“이해해”
“…”
“너는 그럴 수 밖에 없을거야“
“…”
“나는 말이야”
“…”
“남자로써 이치에 어긋났다 해도 네가 나를 예쁘다 해주면 그게 참 좋더라"
“…”
“그냥… 좋더라"
쾅!
너는 달린다. 나의 고백을 어슷 썬 채 햇살이 반짝이는 타인의 공간속으로. 유한한 자비로 나에게 끝을 주고.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결국 사랑이었으니 이 얼마나 안쓰러운 일인지. 사랑은 집착될 수 없고 방관이 될 수 없고 불도저가 될 수 없다. 애인여기 식의 무모한 순수만이 넘실 댈 뿐이다. 내가 진짜 사랑을 하고 있음에 그는 나의 원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실로 대단한 남자인 것이다. 다만 나는 그렇다. 내 종아리를 더듬으며 너도 남자였냐는 그의 실없는 소리가 나를 밤새 불안에 떨게 했다. 그 무수한 새벽이 겹겹 쌓여 서러울 뿐이고. 내가 나를 토닥이고 질책하는 기계적인 조련마저 이제는 할 수가 없게 되었으니 가슴보다, 마음보다, 정서보다 더 깊은곳이 꿉꿉해져 간다. 나는 안다. 이 텅빈 병실은 그 무엇으로도 다시는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나의 넋을 관망하는 낮선 그네들이 과연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실은 감이 안 선다. 비난일까? 연민일까? 불쾌함일까? 뭐든 마음이 무거운 것은 매한가지다. 그래서 나는 내내 구차했던 나의 비루함을 끊어버리려 한다. 덩달아 부실해진 치아가 못미덥지만 더 이상 막다른 길이 없다.
'되데 예뻐요'
'취향을 직격 당해 본적 있어요?'
아니야. 나는 네것이 아니야. 마지막 실낱 같이 생존한 내 혓바닥도 이렇게 파멸하고 마는 걸. 누런 벽지에 덧그려진 창문, 이제는 그 풍경 밖 바람이 될 시간만이 온거야. 나는 예쁘지 않아. 아름답지 않아. 사랑스럽지 않아.
아, 잠시 나를봐요. p를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하나만 묻죠. 걱정마요. 마지막이 될테니까.
취향을 직격 당해본적 있나요 그렇담 그것은 행운인가요
왜.
*
그리고 딱 한 가지.
소년이 천장을 덮고 잠들 때
그때에 말이다.
높다란 곳 공각이 벛꽃 처럼 떨어지리라
오라 소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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