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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눈물에서 보자

  • 작성일 2013-09-25
  • 조회수 399

2013년 9월 25일. 저녘 10시쯤?

조금 쌀쌀한거 같네. 그거 알아? 오히려 이곳이 더 따뜻하다는거. 내가 지금부터 해주는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너의 이야기이기도 할거야.

여느 부모님이 그러시듯, 자식이 어릴 때 옹알이를 조금이라도 많이하면 천재라며 좋아하시잖아?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셨어. 내가 동화책만 건들여도 독서왕이라며 난리였거든. 그런데 말이야. 그 시절엔 그 행동들이 그저 뿌듯했는데...이젠 다가오기만해도 구역질이 나. 그런 기분 느껴본적 있어? 아마 있을거야.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느껴보는게 당연하거든. 너도 마찬가지일거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이곳에 올라와 앉아있는건 그 구역질을 참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야. 나오지는 않고 속을 한껏 헤집어버리는 이 기분 나쁜 녀석을 난 이기지 못했거든.

내가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건 단순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는게 아니야. 충분히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이겨나갈 수 있을텐데 난 그러지 못했으니까. 분명 후회할거 알면서 지금 이러고 앉아있으니까...너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지금 너에게 전화하면 넌 이곳으로 뛰어와줄까? 나에게 그만두라고 소리치며 손을 뻗어줄까? 그럼 난 그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나 솔직히 자신이 없어. 너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전부 다. 그래서 였을지도 몰라. 그래서 남들이 내 뒷담화를 까도 아무렇지않은척 지나쳤을지도 몰라. 사실은 속으로 많이 울었는데...알고 있었어?

사실, 나도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쳐다보았거든. 내 모습이 어떤지 마지막으로 확인해둘라고. 하하 고 놈 참..잘..생겼더라. 그 있잖아. 요즘 여자얘들이 그렇게 미친다는 훈남!  나 정도면 훈훈하지 않냐? 아...이럴 줄 알았으면 수영이한테 고백 한 번 해볼껄. 그정도 용기는 낼 수 있을거 같은데. 안그러냐? 이러고 있는것도 엄청난 용기인데...왜 난 이 용기를 저 아래에서 내지 못한걸까...와 씨발- 갑자기 축 쳐지네. 이런거 싫은데. 나 엄청 웃고 싶은데...

지금 내 손에 뭐가 있는 줄 알아? 내가 18년만에 처음 만져보는 1등급 성적표다. 나도 참..이제서야 이런걸 만질 수 있다니...너도 못믿겠지? 내가 국어가 3등급이고, 영어랑 수학이 1등급이란다. 몇십년을 열심히 한 결과가 겨우 이거라니. 진짜 병신이였나봐...막 후회되네. 진작에 잘했으면 막 소리칠 구실이라도 있었을텐데...진짜 웃기네. 여기 올라오니까 좋은 방법들이 막 떠올라. 근데 넌 절대 올라오지마라. 길 가다가도 혹시..하는 마음에 올려다보지도마. 넌 분명히 나보다 더 잘할테니까 여기까지 힘들게 올라올 필요가 없어. 넌 내가 봐도 진짜 멋있는 놈이니까.

 

아...맞다. 원랜 이런데다가 부모님한테 쓰잖아. 근데 내가 굳이 너한테 쓰는 이유는...좀 이기적이기도 한데. 너가 나처럼 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너가 날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 진짜 이기적인 놈인거 아는데...가족들만 날 기억하면, 그럼 내가 살아온 18년이 진짜 헛수고가 되는거잖아. 정말 혼자가 되버리는거잖아. 그냥, 내 이름같은건 잊어먹어도 좋으니까 나중에..아주 나중에 그냥 심심하게 창문을 보다가 아니면 비 내리는 날 커피 마시다가 그냥 문득. 아..그런 놈이 있었지..하고 떠올려주면 안될까? 오글거리지만 그 비가 내 눈물이려니 하고 떠올려주라. 부탁할게. 이번이 정말. 정말정말 마지막 부탁. 이젠 억지부리면서 한번만~하고 구걸하는 일도 없을테니까 제발 부탁할게.

그리고...부모님한테 울지마라고 해줄래? 난 당신들을 사랑한다고. 절대 미워서 이러는거 아니라고. 그냥 구역질이 나서 기침하다가 끝난거라고 말해줄 수 있어?

교통사고같은거야. 그냥 무심하게 지나가다가 부딫히고, 시끄럽다가 한순간에 잊혀지는. 그냥 지나가는 일이야.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잖아. 이런 바쁜 사회에서 자기자신을 챙기기도 바쁜 이 사회에서 나같이 모자란 놈 사라진다고 크게 달라지지도 않잖아. 뭐? 대한민국의 미래는 아이들에게 달려있다고? 씨발 지랄하지마라고 해. 그 아이들을 돌보는게 누군데 아이들한테 매달리려고해. 얘들은 그렇다며 수긍하는데, 아직 철이 없는 난 그냥 짜증나드라. 만약 내가 미래가 짱짱한 놈이였으면 그런 생각을 했을까?

지금에서야 느끼느건데...학교에서 쫙 줄인 교복입고 복독에다가 침이나 퉷퉷 뱉으면 모든 다 될 줄 알았던게 너무 우스운거 있지? 만약 내가 정말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그래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러지 않을텐데. 데코레이션 용으로 쓰는 안경말고, 렌즈끼느라 망가진 눈 교정하는 안경쓸 수 있는데. 역겨운 연기 내뿜는 담배대신에 연필을 손에 들 수 있는데...만약 그랬다면 모든게 달라졌을까?

IF.

내가 처음으로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고나서 배운 첫 영어다. 문법이니 뭐니 어려운 소리나 해대서 귀막고 문장을 살펴보는데 저 단어가 눈에 딱! 뛰는거야. 그래서 선생님한테 물어봤지. 크큭. 그때 그 쌤이 당황한 표정 진짜 웃겼는데. 내가 질문하니까 당황했나봐.

만약에.

정말로 그 땐 아무렇지 않게 넘긴 단어였는데. 어쩌면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모든게 정해진게 아닐까? 저 단어는 아무래도 나에게 경고하고 싶었나봐. 이렇게 될거 전부 알고있었나봐. 나쁜 놈. 알고있으면Dangerous같은 단어로 나와주지 왜 하필 IF냐.

아 젠장. 편지지같은건 오글거려서 집에 있는 A4용지 들고 나왔는데. 비가 오나봐 젖었다. 조금 짠 빗물인가봐. 펜으로 안쓰기 잘했다. 펜으로 써으면 번졌을거 아니야.

친구야. 내 사랑하는 친구야.

IF 내가 조금 더 일찍 정신을 차렸다면.

IF 내가 조금 더 일찍 내 길을 찾았다면.

IF 내가 조금 더 내 탓을 했더라면.

IF 내가 조금 더 부모님을 똑바로 직시할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난 지금...뭘 하고 있었을까?

미안해. 더이상 종이가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많이 가져올걸...이젠 이것까지 후회되냐. 그래도 괜찮아. 뭔가 후련하다. 절대 이거 읽으면서 울지말기. 더이상 젖으면 뒷내용 못봐. 종이 찢어지면 내가 니네집에다가 번개 내려꽂을거야. 알겠냐?

안녕, 친구야. 먼저가서 미안.

안녕, 엄마 아빠. 사랑하고 내가 엄마랑 아빠한테 편지안썼다고 미워하기 없기.

 

흐아...비가 점점 많이 온다. 이제 진짜 종이가 없다. 이만 난 끝낸다. 사랑하는 친구님? 님은 여기로 오지마시고, 정말 미안한데 우리 부모님 좀 부탁할게. 사랑한다. 와..겁나 오글거리네.

에라 모르겠다. 2학년 12반 이수영!! 사랑한다 내가 많이!!!

 

안녕, 눈물에서 보자.

 

2013년 9월 25일

추운 옥상에서 하지만 아래보단 따뜻한거 같은 옥상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내가 모두에게.

소년의 편지는 이것이 마지막이였다. 미리 준비한 편지봉투에 곱게 접어 넣어둔 뒤, 벗어놓은 신발 밑에 깔아놓았다. 소년의 편지를 받은 소년의 친구는 소년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울 수 밖에 없었다. [미친놈]을 연발하며 편지를 두 손에 꼭 붙잡은채 놓지를 못했다. 소년의 친구의 말에 의하면 소년은 편지에 써져있는것만큼 막나가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저 또래끼리 몰려다니는 평범한 학생이였다고한다. 방송국PD가 되고싶었단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이 변호사, 판사, 검사. 소년의 부모님이 원하는 커트라인은 결국 소년의 목을 옭아매고 말았다.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너의 이야기이기도 할거야.

소년이 친구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 너는 절대로 이곳에 올라오지 말아라. 소년의 친구는 소년의 부탁 그대로 소년의 부모님에게 소년이 해달라는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말을 전해들은 부모님은 오열을 하며 그 자리에서 무너져내렸지만 이미 늦은 일이였다. 소년의 말대로 교통사고였다. 이미 지나간 차를 잡을 수 없는 뺑소니.

안녕, 눈물에서 보자.

소년이 건낸 마지막 말. 그게 무슨 뜻인지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정확히 뭐라 할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다만, 그 한마디 젖힌 구간이 뭔가로 많이 젖어있단거. 그것은 분명 소년이 말한 짠 비라는것을 모두가 알고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내가 모두에게.

소년이 이젠 그만 행복해지길 바라면 나의 글도 여기서 멈추도록 하겠다. 부디 먼 곳에 가서 영원한 안녕을 취하며 웃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