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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미

  • 작성일 2014-01-28
  • 조회수 345

 

올가미 / 윤극성

 

교활한 거미 한 마리가 있다
지 곁을 날아다니는  팔랑나비를 보며 침을 질질 흘린다
옳거니
저 나비를 잡으려면 가장 높은 곳에
튼튼하고 투명한 원형 거미집을 지어
기다리는 것이다

달마저도 숨은 야속한 밤에
길 잃은 나비는 거미줄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순간 거미의 눈알은 달빛보다 더 음흉하게 번뜩이며
놓칠세라 광속구의 몸으로 잽싸게 발로 낚아챈다
나비의 몸을 킁킁거리며 핥다, 진액을 한 모금씩 한 모금씩 빨아 먹는다
나비는 제 몸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파르르 떨림으로
게거품이 일어난다

거미는 멈춘다
독침을 놓지도 않는다, 거미줄로 칭칭 감아둔다
한풀에 죽이지 않고 서서히 죽일 심보다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는 나비에게 거미는 말한다
나비야 니가 도망가는 방법은 내 발을 다 자르고 가는 것!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다
단단히 걸렸다
회춘하듯 조금씩 나비의 진액을 빨아먹으며
또 다른 거미줄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