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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를 찾아서

  • 작성일 2014-05-25
  • 조회수 324

향기를 찾아서

이곳 봉선동 3층 집으로 이사를 온지 어언 석 달. 눈만 뜨면 아파트와 달리 집안구석 구석을 날마다 살펴보아야했다.

‘비가 세나? 삼면이 담벼락인데 무너질 염려는 없나?’

그렇게 한곳을 고치면 또 한곳 고쳐야 할 곳이 생기는 1, 2, 3층 그리고 화장실이 2개나 있는 옆 골목 뒷골목 등등.......

물이 하수구로 빠지지 않고 고여 있어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바르는 일은 왕 구슬땀이 턱 밑에서 뚝 뚝 떨어지고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이 아팠다.

검정 츄리링 작업복을 입고 천정에 페인트칠을 하고나니 ‘달마 시안’이 되어있었고 2층 25평이 비어있어 세를 놓으려고 청소를 했더니 먼지를 먹고 사는 콧속 털이 허옇게 삐져나왔다. 손등과 바닥은 얇아지고 갈라져 피가 나고 몸무게가 두어 달 만에 무려4킬로나 빠졌다.

그 와중에도 텃밭과 화분에 상추, 치커리, 가지, 고추, 나팔꽃, 풍접초, 조롱박, 여주를 심었는데 뿌리지도 않았는데 덤으로 나온 돈 나물과 머윗대가 큰 입을 벌리고 나와 한낮엔 고놈을 뜯어다 양판에 고추장 넣고 쓱쓱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다만 날마다 먹으니 가끔 입에서 풀 향기가 아닌 풀 냄새가 풀풀 나는듯했지만.

 

눈뜨면 이상하게 6시 40분.

그 시간이면 나를 일어나게 하는 남향집 동창의 유혹, 비몽사몽간에 일어나1층으로 내려가서 우리 샾 청소를 하고 아래로 있는 교회 앞과 횟집, 위로는 치킨 집과 청둥오리 식당, 건너편에 옻닭 집 앞에 쓰레기 집합소등을 청소하는 일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 되어 버렸다.

이곳은 유흥가라 음식물 찌꺼기나 담배꽁초가 너무 많이 널려 있고 내 집 앞을 쓸다보면 이웃집 쓰레기를 보고 그냥 본 척 만 척 한다는 것은 내 양심상 아니라는 생각에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러고 보니 새벽부터 일어나 골목길을 깨끗이 쓸고 물을 뿌려 소나기가 물총 쏘고 달아날 때 나던 흙 향으로 마무리를 하시던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꽁초

당신은 처음부터 그런 인생이 아니었습니다.

길바닥에 버려져 처참하게 짓밟히는 그런 주검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애초에 당신은 20대1의 경쟁에서 간택이 된 귀하신 몸이었습니다.

 

간택된 당신,

당신의 귀한 입술은 키스 세례를 받고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만 했습니다.

그런 어느 싯점에서 당신은 버림받은 여자가 되고

누어야 할 곳 앉아야 할 곳 편히 쉴 곳도 없이 세파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하는

슬픈 여정의 낮 빛 후에 존재도 없이 사라지는 그런 주검이 되었습니다.

 

매일 밤 그곳,

맛 집 골목 그 길에서 한번뿐인 백색순결을 강제로 빼앗긴 뒤에 버려진 당신.

매일 밤 그곳,

유희와 향락의 장에서 술 취한 갈 짓자 사내의 입술과 손끝에서 떨어져 나간 당신.

이제 옷고름 풀어지고 속살 천박하게 드러낸 채 생을 마감하는 인생이 되었으니

이 사각지대의 아침은 버려진 막장인생의 주검만 가득한 처녀들의 지옥입니다.

 

꽁초를 보자 피우지 못하는 담배지만 씁쓸한 맛이 입가에 돌며 ‘사람의 일생이 저런 꽁초의 삶이 되어선 안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며 한편의시를 내 마음에 쓸어 담았으니 치킨 집 앞에 꽁초와 닭 뼈다귀를 치운들 내 집 앞마당인데 어찌 아침 청소도 기쁘지 아니한가.

주~욱 자리 잡은 가게들 턱 밑으로 자라난 잡초들은 뽑아냈지만 손녀 손을 잡고 한 짐 지고 시장에 나와 좌판벌인 백발의 노점상 민들레에게만 특권을 주어서 노후의 삶을 활짝 피게 만들고 한편의 시를 지어 쇼윈도에 부착 시켜 두었더니 오가는 사람들은 한 땀 한 땀 명품으로 만들어 놓은 내 작품에 눈을 맞추다가 시를 읽었고 민들레 구경을 하는 3색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좌판 할머니의 봄

 

초록 치마 펼쳐 입은 아이가

봄볕에 앉아 깜빡 조는 사이에 얼굴 발그레 타고

먼저 나온 노점상 할머니 옥양목 하얀 보따리 풀었다.

넓은 길은 손님에게 내어 주고 옹벽 옴팡진 곳에 앉아

좌판 벌인 민 씨 할머니의 봄.

 

개시 하자마자 마수걸이할 손님이

허리 구부려 흥정하는 사이에

노 랑 노랑 샛 노랑, 하 양 하양 새 하양

짧은 봄볕에 앉아 빛바래버린

하얀 가발 만들어 파시는

옹벽, 터줏 노점상 할머니.

 

손 털고 머리 털털 털고 떨이한 기쁜 얼굴은

차도를 후다닥 건너뛰고 보도블럭 틈 샛길에 들렀다가

78평 어느1층,

문도 열어 주지 않고 웃음도 없는 대문 곁에

서성대다 쪼그려 앉으며 내년 봄엔 내년 봄엔.......

웃음꽃 방판 할란다.

 

이곳에 이사를 와서 나는 날마다 맛있는 향기를 먹으며 산다.

우리 건물에 세입자는 ‘00이 두 마리 치킨’ 집이라 가끔 통닭을 시켜 먹었다.

날마다 부는 바람이 코끝을 자극하여 맛의 대가인 아내가 치킨 맛을 이렇게 평가했다.

아내가 요리를 하면 모두들 맛있다고 했다. 여러 팀이 한가지 씩 음식을 해 와서 먹는 자리에서 한분이 자기 팀 요리사를 칭찬한다고 ‘대 장금’ 이라고 했더니 아내 팀의 한분이 뚜껑이 열리면서 내 아내가 더 잘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이미 요리의 달인 ‘장금’이가 나와 버렸으니 할 말이 없어 결국 이렇게 말을 늘여 빼며 길게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우리 ㅇㅇ님은 대 대 대 대~장금이야~”

평소에 식구들이 감자를 넣어 만든 ‘닭 복음 탕’요리를 좋아하는데 아내는 만들 줄만 알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었다.

손수 만든 볶음탕도 감자가 맛있다고 감자만 먹고, 닭은 퍽퍽한 살 두어 점 만 먹는 편이고, 삶은 닭은 편안하게 나 혼자 거의 먹는 편이고, 튀김 닭도 팍팍한 곳과 날개와 목 3토막 정도를 먹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옆집 닭은 절반이나 먹었으며 지금까지 먹어본 통닭 중에 제일 맛있다고 했는데 아내가 돈에 치우쳐 사람과 맛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꼬박 꼬박 날짜도 틀리지 않고 주는 집세가 나와서 하는 ‘아부 성 발언’도 진정 아닌 맛있는 치킨 이었다.

 

비가 오는 날 오후였다. 아내가 김치전을 큼지막하게 부쳐 가져다드렸더니 치킨이 빈 그릇을 타고 올라와서 우리는 오가는 정 맛은 나누었다. 하지만 우리는 비 내리는 소리와 전 지지는 소리의 주파수가 같아 먹고 싶은 부침개를 만들었고, 우리만 먹기엔 조금 그래서 총각 사장님에겐 어머님께서 부쳐 주시던 ‘기억의 맛’이라도 생각나게 해주고만 싶었지 받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는데 생각의 파동도 같았나 보다. 장사로 이익을 남겨야할 치킨이 올라와서 우리는 너무 미안해서 다음에는 무엇을 가져다줄까 하는 마음이 주춤해 졌다.

 

일요일 저녁, 우리부부는 외식도 할 겸 이웃얼굴을 익히려고 이웃탐방을 하기로 했다.

3층 계단을 내려오며 건너편에 있는 ‘옻닭’ 집으로 갈까 했는데 나는 평소에 꺼림직 한(?)음식을 먹지 못하여 망설였다.

특별히 쇠고기생간, 멍게, 개불 등등 보기나 맛이나 향이 거북살스런 것들도 못 먹지만 세발낙지도 큰 것은 목구멍에 꽉 찬 느낌은 토 할 것 같아 그렇게 먹지 못하고 모든 음식은 수저에 알맞게 떠서 먹는 편이다.

오늘 갈까 한 ‘옻닭 집’은 전문가께서 오랫동안 하셔서 유명한 집이라 안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잘못 두드렸다가 옻닭에 두드러기가 날까 두려워 주춤하다가 그 집 주차장이 넓어 우리 고객 주차를 섭외하러갈까 했지만 그것도 음식 하나 시켜먹고 그런 거래를 하여 사장님을 난처하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다음으로 미루었다.

그리고 윗집 ‘청둥 오리집’으로 갈까 했지만 이제 막 개업을 해서 음식 맛도 잘 모르고 안면도 없고 서먹할 것 같아 날마다 고소한 향이 나는 아랫집‘ㅇ사랑’횟집으로 정했다.

그렇게 날마다 고소하고 맛있는 진한 냄새가 나서 내가 ‘냄새공해’라고 고솟장 이라도 쓰려는데 사장님께서 “그건 내 탓이 아니요 너무 고소한 참기름 때문이니 고소하려면 참기름을 고소하시오~”라고 할까 싶어 고소를 참았다.

어쨌든 샆 뒤편에 있는 환풍기를 통해 내 작업장으로 날아 들어와 매일매일 회를 요동을 시키는 그 집이다.

 

어느 날인가 아내에게 퀴즈 같은 조크를 했다.

“어이, 그 음식을 먹는 손님들은 참 불쌍혀~”

“왜?”

“으응 내가 날마다 그 집 요리냄새를 다~맡아버려 손님들은 비싼 돈을 주고 먹는데 향기도 맛도 없는 음식을 먹으니까 그렇지~”

“헐!”

향기가 이렇게 날마다 진동을 하니 그 향기를 좆아 사는 한 녀석이 생겼다. 아니 나보다 먼저 거주하고 있었다. 어미고양이가 새끼를 이리저리 물고 다니며 포식을 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포착되어 핸드폰에 담기도 했는데 밖으로 난 식당 환기통이 제집이요 낮은 패널 지붕들을 고양이가 우 다다다 뛰어 다니며 노는 운동장이고 또 그놈들이 싼 똥 치우기는 내 몫이다.

 

횟집과의 첫 대면은 이랬다. 어느 날 횟집 사장님께서 담배를 피우러 나오셨다가 나를 보고 인사를 하며 말을 건냈다.

“사장님, 가게 안으로 가끔 물이 들어 올 겁니다. 잘 살펴보세요. 종이나 이물질이 날아와 골목 하수구를 막아서 그런 것 같으니 한번 잘 살펴보세요.”

그렇게 친절한 정보를 주셔서 가게를 물바다로 만든 진원지를 찾아 수리를 했었다.

첫 이웃 탐방인 식당 안으로 들어가 슬쩍 둘러보니 룸이 두세 개(?)가 있고 홀은 등받이만 있는 의자가 20여개가 있음직하였고 우리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나는 아내의 음식 맛에 길들여져 식당에 가 본적이 별로 없고 특별한 요리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메뉴를 보니 과메기는 과거에 먹어 본적도 없고, 참치 회도 참으로 먹어본 적도 없고, 광어나 우럭은 어쩌다 한두 번 먹어 보았을까? 그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래보았자 두 번밖에 먹어 본적이 없는 ‘아귀찜’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래 아귀찜이다 정말 먹고 싶었는데....입 큰 아귀 고기를 한 볼 테기 했다가 미끄덩하고 입안에서 미끄러지면 볼 테기를 찔릴까 조심스럽지만 거기에 들어간 콩나물 맛은 최고다’

그렇게 속말을 하며 아귀찜을 시켜놓고 생각해보니 그 집 앞 음식물 쓰레기통이 전봇대 안쪽에 있어서 사람들이 몇 발짝 더 멀리 돌아야하는 불편함이 있어 불편하지 않게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둘러보다 벽 간판에‘아귀찜의 명가’ 라는 글귀를 본 기억이 떠올라 참 맛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전 음식’이 나왔다. 오징어 튀김, 참치 회, 계란탕, 미역국, 옥수수와 콩을 노랗게 삶았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몇 번 보았던 음식과 서양 우렁이 종류(?) 하여간 식당에 별로 가 본적이 없어 이름도 모르는 것들을 하나씩 맛을 보여 주는데 그릇부터 정갈하고 깔끔한 맛이 구미가 당겼다.

드디어 본 메뉴가 나왔다.

“오 메메.......”사전 음식이 맛있다고 사전에 너무 많이 먹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큰 그릇에 수북이 담겨온 아귀찜은 반절이나 먹으면 도저히 못 먹을 만큼 양이 많았다. 요리와 함께 사장님께서 나오시더니 큰 눈에 밝은 미소로 아내에게 옆집 사장님이라고 소개를 하고 맛있게 드시라며 요리를 하러 주방으로 가셨다.

“이웃이 왔다고 이렇게 많이 주신 것은 아닐까?”

우리는 잠시 식당의 푸짐함을 의심한 나쁜 이웃이 될 뻔했다. 어쨌든 우리는 아귀찜에 들어있는 콩나물만 조금 남기고 아주 맛있게 다 먹었다.

우리는 처음 실시한 이웃탐방을 마쳤고 맛있는 아귀찜에 넉넉한 사람의 향기까지 채우고 나도 맛의 대가인 아내에게 음식 평을 했다.

“어이, 그 동안 환기구를 통해 작업장으로 날아온 음식 향기를 내가 다~ 맡아버려 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 아주 맛있어~”

아내는 내 조크에 풍선처럼 빵빵하게 부른 배를 사그라지게 하려는 한숨 속에 썰렁한 조크라고 비웃는 냉소를 숨겨 뿜었다.

“후우~”

“다음엔 어디로 가서 안면트기를 할까?”

“글쎄~”

아무래도 ‘옻닭’집이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지만 행여 안면에 두드러지게 나타날지도 모르는 두드러기가 두려워 3층 계단을 오르다가 돌아보니 옻닭 집 주차장에 흐드러지게 핀 빨간 장미가 우리부부를 유혹을 했다.

 

오늘 낮, 갑자기 큰길가 식육 식당의 아주머니께서 우리 샾 손님으로 오셔서 오는 정을 듬뿍 주시고 가셨는데 우리가 아무래도 가는 정을 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금전 관계의 물꼬 때문에 급히 턴을 하고 싶은데 이웃 사귐의 순수 향기가 여기서 퇴색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장미가시의 찔림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