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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링은 진짜다

  • 작성일 2014-06-02
  • 조회수 1,176

프로레슬링은 진짜다

 

 

 

 

안녕하세요. 자, 그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할까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제가 먼저 레슬링을 하게 된 계기부터 말해야겠죠? 대부분의 레슬러처럼, 저도 TV에서 레슬링을 보고 나서 저걸 하겠다고 결심을 했지요. 그래요. 저는 그렇게 레슬링을 시작했습니다. 별 거 없죠. 누구나 한 번쯤 TV에서 나오는 걸 따라 하니까요. 뭐, 제가 말하는 레슬링이 쫄쫄이 입고 서로 부둥켜안기는 스포츠가 아니란 건 아실 겁니다. 프로레슬링이 뭐하는 운동인 줄은 아시고 계시죠? 네? 그거 다 가짜 아니냐고요? 음…. 글쎄요. 반 정도는 맞는 말이긴 하죠. 사전에 협의된 기술들만 쓰긴 하지만. 글쎄. 저는 프로레슬링이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빌어먹을 진짜. 아, 당신한테 하는 욕이 아니에요. 진짜입니다. 죄송해요. 그쪽 세계에서는 매일 말을 거칠게 해야 하니까, 일상생활을 하는 중에도 그런 험한 말이 가끔 튀어나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아무튼, 당신이 어떤 계기로 프로레슬링을 가짜라고 생각하게 됐는지 잘 모르겠지만—인터넷에서 보셨다고요? 인터넷이야말로 가짜로 이루어진 바다지요—저는 프로레슬링을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시는군요. 도대체 인터넷에서 어떤 경기를 보셨나요? 크리스챤 케이지와 스캇 스타이너의 경기요? 하긴, 그 경기를 봤다면 그렇게 생각하실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지만 제 얘기를 들으신다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프로레슬링이 가짜가 아니고 진짜라고 믿게 될 것입니다. 뭘 믿고 그리 자신만만하냐고요? 애초에 믿을 건 아무것도 없어요, 홈즈. 자, 그럼. 이제부터 제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댁 같은 사람이 많아요, 홈즈. 아까부터 왜 자꾸 홈즈냐고 부르냐고요? 그냥요. 저는 프로레슬링이 가짜라고 믿는 똑똑한 사람들을 볼 때마다 경멸하려고 그 호칭을 사용하죠. 홈즈. 모든 것을 다 아는 홈즈 나으리! 불쾌하다고요? 음, 그러면 조금 예의 바르게 부르겠습니다. 홈즈 씨. 우리나라는 댁 같은 사람이 많아요. 그러니까, 프로레슬링이 가짜라고 무시하는 사람들 말이죠. 정말 이해가 안 됐던 것이, 프로레슬링이 가짜라는 사실이 그렇게 욕먹어 마땅한 일입니까? 우리나라 사람은 속았다고 생각하면 화부터 내고 보지요. 하긴, 그건 미국 사람도 마찬가지고, 중국 사람도 마찬가지고, 모든 세계의 사람들도 그렇겠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그러니까 프로레슬러들은 결코 당신들을 속인 적이 없다고요. 속인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마술사겠지요. 홈즈 씨. 마술사는 어디에나 있어요. 조심해요. 그들이 비둘기 대신 당신 코를 빼먹을 수 있으니까. 하여튼, 우리나라에서는 레슬링이 미움을 받습니다. 어디 가서 프로레슬링을 한다는 소리도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프로레슬러는 사올라라는 동물의 개체 수보다 훨씬 적지요. 혹시 사올라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그렇죠, 당연히 못 들었겠죠. 우리나라에선 프로레슬러가 그 정도라고요. 다들 자기 직업을 숨기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프로레슬러가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제가 만약 프로레슬러가 직업이라고 말하면, 그들은 내 멱살을 잡으면서 이렇게 소리칠 것입니다.

이 사기꾼!

정말입니다. 이건 빌어먹을 사실이라고요. 그런 인식 덕분에 프로레슬링을 배울 만한 곳이 없어서 친구들끼리 모여서 연습했죠.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고 그냥 TV를 따라하는 수준이었죠. 덕분에 조금 어설픈 감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한 번은 길거리에서 프로레슬링을 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경찰들이 몰려오더니 폭력죄, 불법집회 운운하며 우리를 전부 체포하더라고요. 인근에 살고 있던 사람이 싸움이 일어났다고 신고를 한 거예요. 그들은 우리를 사기꾼 취급하면서 정작 자신들도 싸움과 프로레슬링을 구분 못 한 거예요! 홈즈 씨, 만약 당신이 이런 일을 경험한다면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그렇죠. 역시 당신은 똑똑하군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그렇게 똑똑한 거 같지 않습니다. 당신 말대로 저는 그 나라를 저버리고 기회의 땅인 이 나라로 넘어왔어요. 이 나라로 오기 전에, 프로레슬링을 배울만한 체육관을 구글에서 물색했죠. 조지아 주 애틀란타 시티 근처 소도시인 쉘비빌에서 은퇴한 프로레슬러가 운영하고 있는 체육관을 찾았습니다. 수업료가 제일 적당한 것 같아서 그곳으로 가는 걸 선택했어요. 물론, 그 시절의 저는 애틀란타 시티가 도대체 아메리카 대륙의 어느 엉덩짝에 붙어 있는 도시인지 감도 못 잡았죠. 하지만 결국 저는 그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사실,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요. 늙은 체육관 관장은 그 나잇대 사람들이 그렇듯, 항상 돈에 쪼들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수강생을 가리지 않고 뽑았죠. 그래서 160cm도 안 되는 저 같은 동양인도 흔쾌히 받아들여 줬어요. 조금의 돈과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문제는 우리나라에선 아무도 프로레슬링을 하려고 마음을 먹지 않는다는 것뿐이죠. 저와 함께한 친구들도 공무원 시험이니, 입사 시험이니 하면서 저를 떠나가더군요. 저는 시험보다 프로레슬링이 더 좋아 미국으로 갔죠. 홈즈 씨. 혹시 당신은 프로레슬링의 규칙을 알고 계신가요? 심판을 때리지 않는다, 요? 그런 당연한 건 규칙이 아닙니다,홈즈 씨. 당신은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에 지는 걸 규칙으로 여깁니까? 잘 생각해봐요. 모르시겠나요? 아까 똑똑하다고 했던 말은 취소할게요. 당신은 멍청한 홈즈군요. 규칙이란 모름지기 당신을 속박해야 하죠. 예컨대, ‘프로레슬러들은 무조건 상대방의 팔을 왼쪽으로만 꺾는다’와 같은 것 말이죠! 못 믿겠나요? 지금 당장 유튜브에 들어가서 아무 레슬링 경기나 보세요. 휴대폰을 안 가지고 오셨나요? 제가 직접 보여드리죠. 보세요. 이제 믿나요. 팔은 무조건 왼쪽으로만 꺾어야 해요. 절대 오른쪽으로 꺾으면 안 됩니다. 왜 안 되냐구요? 글쎄, 그건 제가 만든 규칙이 아니어서 모르겠네요. 저희 같은 사람은 그저 규칙에 따르기만 하면 되지 않나요? 이렇게 프로레슬링도 규칙이 있다고요. 현실처럼 말이죠.

로프 반동 할 때에는 이렇게 왼쪽 겨드랑이 밑으로 로프를 넣고 왼쪽 손으로 로프를 살짝 잡은 다음, 엉덩이를 하단 로프에 걸치는 거야. 그리고 나올 때는 튕기듯이 나오는 거야.

이렇게요?

멍청아, 엉덩이가 2단 로프에 걸쳐지지 않았잖아. 그렇게 하면 멋이 없어.

힘겨운 훈련의 나날이었죠, 홈즈 씨. 구르고 맞고 때리고 벌리고 뒤집고 넘기고의 반복이었습니다. 관장님은 특히나 낙법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걸 즐기셨죠.

기술을 시전 하는 상대방에게 온전히 몸을 맡겨라! 그들은 너희를 잡아먹지 않는다고!

글쎄, 그들이 우릴 잡아먹을지 안 잡아먹을지를 어떻게 판단하나요? 관장님은 그런 걸 가르쳐주질 않고 그냥 믿으라고만 말하더군요. 아무튼, 저는 지루하게 링 위를 굴러다녔죠. 솔직히 저는 제가 금방 WWE에 들어가서 링을 호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웬걸, WWE는커녕 제가 머물고 있던 마을의 소형 단체에도 얼굴을 못 내밀었죠. 최소한 6개월은 수련을 해야 데뷔를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6개월 동안 많은 훈련을 했죠. 도장에서 제가 제일 많이 한 훈련이 뭔지 아나요?

이봐, 난쟁이. 이리로 와.

뒤통수까지 근육 덩어리인 녀석이 저를 부르더군요. 난쟁이, 그게 제 호칭이자 별명이었죠. 절대 실명으로 불리지 않았고, 결국 그게 제 링 네임이 됐어요. 당신은 제 본명이 무엇인지 모르죠, 홈즈 씨?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 당신 본명이 뭔지 모른다고요. 요즘 누가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신경 쓸까요. 솔직히 말해, 본명 같은 게 필요한가요? 모두들 자기 이름 숨기기에 급급한데! 아무튼, 그 근육 녀석이 부르니까 갔습니다. 안 그러면 녀석에게 호되게 당할 테니까. 저는 쭈뼛쭈뼛 녀석의 곁으로 다가갔어요. 그러더니 녀석은 다짜고짜 제 목을 잡으면서 묻는 거예요.

너 몸무게가 어떻게 돼?

녀석의 손아귀 힘이 장난이 아니어서 간신히 대답할 수 있었답니다.

180 파운드.

녀석은 콧바람을 크게 내뿜더니 갑자기 저를 들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미치는 줄 알았죠. 제가 직업에 맞지 않게 고소공포증이 있었거든요. 제가 맨날 공중으로 내던져져서 사람들이 ‘저 사람은 허공이 좋은가 봐’라면서 오해하는데, 저는 허공에 뜰 때마다 오줌을 지릴 것 같다구요. 그 녀석은 저를 열다섯 번 정도 들었다 내렸다 하더라고요. 그때 저는 화장실이 간절해졌습니다. 그 무식한 운동을 끝내고, 녀석이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제게 말했어요.

다음부터 운동할 때는 내 옆에 붙어있어.

녀석은 아주 만족했다는 듯, 내 어깨를 툭 치고 케틀 벨을 하러 가더군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녀석의 인간 역기가 된 것입니다. 정말 창녀가 된 기분이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제 몸무게는 170파운드도 안 됐더군요. 파운드가 익숙한 단위가 아니어서 생긴 문제였죠. 결국 녀석은 그때 10파운드만큼 덜 운동한 거였지요. 들리는 와중에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았어요. 저보다 큰 사람이 손해를 본 거 잖아요? 그런데 결국 손해는 제가 보게 됐어요, 홈즈 씨. 체육관 관장이 제가 들어 올려지는 그 장면을 아주 인상 깊게 봤거든요.

라이언 리브스! 대단한 힘입니다! 상대 선수를 그대로 들어 올려서 링 바깥으로 내던집니다!

정말 무시무시하군요! 라이언 선수, 링 바깥으로 내려옵니다.

라이언 선수, 갑자기 한 관중의 멱살을 잡네요.

시비가 붙은 것 같군요. 저런, 관중에게 폭력은 안 됩니다!

아아, 관중을 그대로 들어올려서, 상대 선수에게 내던집니다!

저 관중, 척추가 나간 것 같군요!

체육관 관장, 그러니까 세월에 찌들어 쭈글쭈글해진 불쌍한 늙은 노인은 지역에서 작은 프로레슬링 단체를 운영하고 있었죠. 사실 그 사람의 단체라기보다는, 다섯 명의 전 부인을 위한 단체라고 하는 게 더 옳을 것 같아요. 티켓 값과 광고 수익료는 모조리 다섯 조각으로 찢어져 이혼한 전처들의 통장으로 돌아갔으니까요. 관장이 통장을 내려다보며 인상을 쓰는 그 모습이 어찌나 친숙했는지, 홈즈 씨 당신은 모를 겁니다. 아버지 생각이 다 나더라고요. 많은 이들이 아버지의 월급을 기다렸죠. 통신사, 카드사, 국세청, 집 주인과 같은 사람들 말이죠. 아버지 몫은 별로 없었죠. 관장님은 자신의 주머니에 굴러 들어올 돈을 조금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 레슬러들을 헐값에 굴렀죠. 저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아까 영상에서 봤다시피, 제 역할은 ‘관중석에 앉아 있는 던지는 무기 A'였어요. 링 위에서—엄밀히 말하자면 링 바깥에 있었지만—맡은 제 첫 번째 역할이었죠. 한 번 내던져지는 데 10달러를 받았죠. 생각해보면, 아주 괜찮은 보수 아닌가요, 홈즈 씨? 맞아요, 기분이 좀 나쁘긴 하지만…. 그렇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돈이 어디 있겠나요! 아무튼, 제가 내던져지는 데 점점 익숙해지자, 당연하게 일의 난도가 점점 올라갔죠. 처음에는 그냥 선수에게 날아가기만 하면 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압정이나 가시철조망, 형광등 따위로 날아가곤 했죠. 그렇지만 보수도 올랐으니까 손해는 보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저에게 새로운 별명이 생겼죠! 드디어 난쟁이에서 벗어나게 된 거죠. 저는 난쟁이에서 ’난쟁이 대포알‘이 됐습니다.

세상에! 난쟁이 대포알이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장으로 던져집니다!

저 사람, 괜찮을까요?

가끔 정도가 심한 경우가 있긴 있었지만, 저는 그 단체에 별 유감이 없었어요, 홈즈 씨. 결과적으로는, 제가 데뷔한 곳이었으니까요. 주로 무기 역할이었긴 하지만, 경기도 뛸 수 있었어요. 관장은 저를 좋아했어요. 제가 작은 만큼, 돈도 적게 줄 수 있었으니까요. 이 바닥이 그런 곳이에요. 덩치가 가장 큰 무기죠. WWE 선수들이 아무 이유 없이 스테로이드를 처먹어 가면서 몸집을 키우는 게 아니라고요. 당신도 WWE를 가끔 보셨을 거예요. 그 사람들 몸 크기가 장난이 아니죠? 괴물들이에요, 완전히. 브록 레스너가 괜히 UFC를 정복하고 돌아온 게 아니라니까요. 어딜 가도 꿀리지 않는 운동선수들이 모인 곳이라고요.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커트 앵글도 겨우 들어간 WWE라고요. 그런데 그런 곳에 제가 간 것은 아주 경천동지할 일이었죠. 이름도 모를 소도시의 단체에서 세계구급으로 노는 단체로 이적했으니까요! 거의 5년쯤 걸렸을 겁니다. 음, 당신은 프로레슬링을 몰라서 잘 이해 못 하는 것 같은데, 그냥 쉽게 말해서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다가 디즈니로 스카웃이 된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저도 WWE의 전화를 받았을 때, 조금 얼떨떨했어요. 듣자 하니, WWE의 회장인 빈스 맥마흔—프로레슬링 업계의 파이를 열 배로 부풀린 지상 최고의 마술사죠—이 유튜브에서 제 경기 영상—이라기보다는 그냥 던져지는 영상이겠죠—을 아주 흥미롭게 봤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저는 2011년 3월, WWE에 입단했습니다.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습니다. 일이 너무나도 잘 풀려서 처음에는 의심했었죠.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들이 왜 저를 영입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잭 고웬 아세요? 그는 그렇게 훌륭하지 않은 외다리 프로레슬러였죠. 그런데 놀랍게도 그 다리 한 짝만 있는 선수가 WWE에 짧게나마 입단했어요. 외다리 프로레슬러도 영입할 수 있는데 조그만 동양인도 영입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나요. 말하자면, 잭 고웬이나 저는 멀티플렉스에 상영되고 있는 수준 미달의 독립영화라고도 할 수 있죠. 더 쉽게 말하자면, 과시용 혹은 전시용이라고 할까요? 왜 그렇게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나요, 홈즈 씨? 다른 큰 회사에도 그런 건 있을 텐데? 어쩌면 당신도 저처럼 독립 영화일지도 모르죠. 대학교는 나오셨다고요? 그럼 아쉬운 B급 영화라고 해두죠. 뭐, 우리 같은 것들은 회사 사정이 좋을 때면 밥이나 벌어먹을 수 있지만, 회사가 조금이라도 기울어지면 제일 먼저 내쳐질 것들이죠.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관장은 제가 떠나는 날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이곳에서 내가 가르친 것을 까먹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저는 울면서 그의 손을 꼭 잡았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제가 그 체육관에서 배운 것은 딱히 없었어요. 간단한 기술 몇 개와 낙법을 배웠을 뿐이죠. 저는 던져지기만 했었으니까, 그것만 잘하면 된다고 관장이 말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제 계약금 전부를 가져갔다고 하더군요, 홈즈 씨. 화가 나서 그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내놓으라고 소리쳤지만, 그 돈은 이미 다섯 조각으로 찢어져 전 부인들의 주머니로 굴러 들어간 후였어요. 그러니까 제가 딱히 할 말은 없었죠.

새보다 빠르다! 총알처럼 빠르다! 인간 미사일, 리틀 톰! 그가 드디어 WWE에 데뷔한다!

사람들은 저를 볼 때마다, 그 우스꽝스러운 데뷔 테이프에 대해 말하곤 하죠, 홈즈 씨. 대역 없이 찍었냐, 정말로 대포에서 날아간 거냐 둥 여러 가지 질문이 쏟아지곤 했어요. 사실, 저의 데뷔 테이프를 찍을 때는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WWE도 별것 없더라고요. 그저 푸르뎅뎅한 촬영장에 새와 권총, 그리고 대포만 있었거든요. 우리가 보는 화려한 장면은 전부 편집의 힘이죠. 새도 독수리처럼 큰 새가 아니었어요. 어디서 그런 참새를 주워왔는지 모르겠어요, 홈즈 씨. 감독은 주워 온 참새가 아니라 연기하는 참새라고 내게 설명해줬는데,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솔직히 세상에 연기하는 참새가 어딨습니까? 촬영 감독은 아주 시큰둥한 태도로 제게 말했어요.

우선 참새를 날려 보낼 겁니다. 그다음은 저 사람이 총을 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이 대포에서 튀어 나가는 장면을 찍을 겁니다.

거짓 없이 말하자면, 아마 참새가 촬영 시간을 저보다 많이 잡아먹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건 제 추측이지만 그 새대가리는 저보다 더 많은 출연료를 받았어요. 그동안 저는 대포 안에서 기다리고만 있었죠. 깜깜한 대포 안에 들어가 보신 적 있나요? 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 시간이 멈춘 것만 같더라고요! 엉겁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참새가 날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가 총을 쐈고, 대포의 심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쾅! 저는 순식간에 한 5m쯤 날아갔어요. 난 내가 그렇게 빨리 튀어 나갈 줄은 몰랐어요. 그러니까 저는 대역 없이, 그리고 진짜로 대포에서 날아간 거였습니다. 여기 보세요. 이 팔꿈치. 그때 바닥에 뒹굴면서 쓸려나간 부분이 흉터가 됐죠. 세상에. 어떻게 바닥에다가 매트를 깔 생각을 안 한 걸까요? 나중에 촬영 감독에게 물어보니, 그는 현실적으로 찍기 위해서 그랬노라고 답했어요. 나는 그에게 현실적인 주먹맛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제가 질 것 같아서—그 감독은 웬만한 프로레슬러보다 더 컸어요—그만뒀죠.

이것 보세요, 난쟁이 미사일이군요!

JR, 난쟁이 미사일이 아니라 리틀 톰이라고요.

5피트 4인치의 미사일이 빅 프랭클린와 함께 링으로 입장합니다.

빅 프랭클린의 사이즈를 보십시오! 누가 이 정계에서 온 거물을 상대할 수 있을까요!

모든 곳이 그렇듯이, WWE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홈즈 씨. 직장이 바뀌면서 변한 것은 연봉—여섯 자리였었죠, 이것 말고 자랑할 게 없네요—이랑, 제 역할이었죠. 저는 대포알에서 미사일로 바뀌었답니다. 사람들은 뭔가를 판명하고, 규명된 것을 참 좋아해요. 그렇지 않아요, 홈즈 씨? WWE 수뇌부들은 제가 내던져지는 미사일 역할에 얼마나 적합한 인물인지 판명하려고 했죠. 저의 데뷔전 상대는 그렇게 유명한 레슬러가 아니어서 말씀드려도 모르실 겁니다. 모든 데뷔전이 그렇듯이 무난하게 끝났죠. 딱 할 만큼만 하고 끝났어요. 사실 그건 저의 데뷔전이라기보다 ‘빅 프랭클린’의 데뷔전이라는 게 맞았죠, 그가 난입해서 저를 상대 선수에게 던지는 걸로 경기가 끝났으니까요. 홈즈 씨. 녀석에 관해 몇 가지 더 떠오르기 하지만, 이야기하진 않을 겁니다. 이건 제 이야기니까. 당신도 엄마가 공부 잘하는 친구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면 괜히 비교 당하는 거 같아 기분 나쁘잖아요? 어쨌든 제 마지막 기술은 옌바끄 츠즈끼였어요. 일어로 말하니까 뭔가 고급스러워 보이겠지만, 번역하면 그냥 몸통박치기였죠. 아주 간단한 기술이었어요. 빅 프랭클린이 저를 상대선수에게 집어 던지는 기술이었죠. 하지만 반응은 좋았습니다. 조그만 제가 상대선수에게 던져지는 걸 보니까 관중들이 아주 자지러지더군요. 분명히 빈스 맥마흔도 배꼽이 떨어져라 웃었을 거예요. 그때 제 복장은 인간의 복장이라기보다는 미사일의 복장에 가까웠죠. 새까만 헬멧과 가면, 그리고 검은색 전신타이즈가 전부였습니다. 정말 원자폭탄 ‘리틀 톰’에 맞는 옷이었죠. 따지고 보면, 저는 레슬러보다 프랭클린의 도구에 가까웠죠. 그런데 이 기술 이름과 링 네임 때문에 일본 사람들이 많이 불편해했죠, 홈즈 씨. 미국인과 일본인이라면 리틀 톰이 뭔지는 알 것입니다. 게다가 저의 ‘진짜’ 국적이 문제가 되기도 했죠. 일본과 우리나라는 그렇게 좋은 사이가 아니거든요. 우리나라의 국적을 가진 선수가 원자폭탄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거예요. 저도 수뇌부에게 따지긴 따졌어요. 난 국적이 미국인이 아닌데, 왜 미국 원자폭탄 캐릭터를 연기 하냐고. 그들은 피식 웃으며 내게 답했어요, 홈즈 씨.

그런 건 별 상관없어. 네 진짜 국적은 아무도 신경 안 써. 링 위에서의 국적이 중요한 거지.

뭐, 그렇게 해서 저는 계속 사람이 아닌 원자폭탄의 이름을 달고 다녔죠. 언제나 프랭클린의 옆에서, 그가 제 목을 잡고 던지는 것만을 기다렸답니다. 그것이 제 역할이었으니까요.

안녕하십니까, WWE 슈퍼스타 존 시나입니다. 팬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WWE 슈퍼스타들은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은 선수들입니다. 기술을 안전하게 구사하기 위해, 같은 동작을 몇 년 동안 연습하죠. 팬 여러분은 집이나, 직장, 학교에서 프로레슬링을 따라 하면 안 됩니다. 안전이 최고입니다. 제발 따라 하지 마세요.

저는 WWE에 들어가면 훈련을 안 할 줄 알았죠. 세상에서 제일 프로레슬링을 잘하는 사람이 모인 곳인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왜 훈련을 하겠나요? 하지만 제 생각이 틀렸죠. 그 괴물들은 계속해서 훈련하더라고요. 있는 놈들이 더 하고, 잘하는 놈들이 더 잘하고, 못하는 놈들이 더 못하게 된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었어요. 이미 뒤처진 저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훈련을 했죠. 훈련보다 더 가관인 것은 근력 운동이었어요. 모두들 경쟁에 눈이 멀어서, 바벨을 남들보다 하나씩 더 추가하면서 들었죠. 저도 그 경쟁 대열에 낀 상태였죠. 한 3주가 지나고 나서야, 다른 선수들이 뭔가에 미쳤다는 걸 깨달았죠. 이따금 사람들이 우리 프로레슬러가 약물 중독자라고 비판하던데, 프로레슬러들은 약물 중독자가 아니에요. 우리는 돈에 중독된 거죠.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일을 왜 하겠어요? 저는 프로레슬러들이 뇌까지 근육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들은 똑똑했어요. 더 무거운 걸 들면, 더 많은 돈이 자기 주머니에 굴러들어온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었죠. 저는 많은 돈을 들만큼 힘이 세지 않았어요. 그래도 기술 훈련은 꾸준히 받았답니다. 그 결과 고난도의 공중 기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됐죠. 홈즈 씨, 전공이 뭐예요? 철학이요? 그것참 대단하네요. 제 3회전 공중 기술만큼이나 말이죠. 믿거나 말거나, 전 공중에서 3바퀴 정도 회전할 수 있답니다. 하지만 빈스 맥마흔은 그런 걸 원하지 않았어요. 그는 제가 공중에서 얼마나 회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답니다. 그저 프랭클린이 헬멧을 쓴 저를 상대방에게 집어 던지는 걸 보길 원했죠.

관중들은 널 보러 온 거야. 헬멧에 자긍심을 가져.

언젠가 그가 걸걸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어요. 제가 그에게 목 디스크 증상이 생겼다고 호소할 때 그가 답한 것이죠. 나는 그가 내 헬멧을 자랑스러워하는지, 나를 자랑스러워하는지, 혹은 다른 것을 자랑스러워하는지 분간을 하지 못했어요. 프랭클린 녀석은 빈스보다 더 자비심이 없었죠. 놈은 언제나 저를 세게 던졌고, 도구였던 저는 별수 없이 세게 부딪혔죠. 거의 머리로 부딪혀졌어요. 결국 단단한 헬멧이 제 목에 이상이 생기게 만들었죠. 그렇게 결국 저는 탑 로프 위에서 3회전을 하는 공중 기술을 영영 쓰지 못했죠.

어이쿠, 저걸 보십시오! 프랭클린이 리틀 톰을 존 시나에게 집어던집니다!

존 시나, 간발의 차이로 피합니다! 리틀 톰이 아무도 없는 테이블에 몸통박치기를 하는군요!

리틀 톰이 테이블에 온 몸으로 부딪힙니다! 테이블이 박살 나는군요!

존 시나, 피하긴 했지만, 충격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의료진은 도대체 어딨나요?

앞서 말했듯이, 저는 목 디스크에 시달리기 시작했어요. WWE의 주치의인 영블러드 박사는 더이상 단단한 헬멧을 쓰고 박치기를 하지 말라고 권유했죠. 하지만 그건 제 맘대로 할 수 없는 것이었죠. 던지는 것은 프랭클린이었으니까요. 저는 그가 던지는 대로 날아갔죠. 어깨로 부딪히는지, 등으로 부딪히는지, 머리로 부딪히는지는 제가 정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지금 디스크가 돌출돼서 신경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그는 다른 의사들처럼 저를 겁줬어요, 홈즈 씨. 아주 무서웠어요. 의사가 당신한테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더 악화되면 당신은 엄지발가락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농담 아닙니다.

엄지발가락조차 못 움직이다니. 그거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닌가요! 자기 몸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아주 무서운 일일 거예요. 그런데 프로레슬러들은 자기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죠, 링 위에서는 제한된 동작만 할 수 있고, 링 밖에서는 머저리처럼 실실 웃다가, 가끔 사인이나 사진을 찍어줘야죠. 저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요, 저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나요? 홈즈 씨. 어이구, 그 딱한 표정은 뭡니까? 지금 저를 동정하시는 건가요? 제 생각에는 당신도 딱히 저를 동정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이봐요. 당신은 출근 시간이랑 퇴근 시간을 어긴 적 있나요? 아니면 사장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은 적 있나요? 그렇죠. 당연히 없겠죠. 홈즈 씨, 당신도 저와 같은 사람이라고요.

저것 보세요! 프랭클린이 리틀 톰을 빈스 맥마흔에게 던집니다!

제정신인가요?

오, 세상에! 빈스 맥마흔의 복부에 원폭이 꽂힙니다!

오해할까 봐 말하는 거지만, 저는 빈스를 그렇게 많이 싫어하진 않아요. 따지고 보면, 그는 아주 훌륭한 경영자죠. 회사 차원에서는 정말로 최고죠. 언제나 그는 이윤을 많이 만들고, 손실을 최대한 줄이죠. 그 덕분에 제가 입에다 풀칠할 수 있는 것이고요. 그는 지상 최대의 마술사예요, 홈즈 씨. 예전에 자신의 ‘가짜’ 죽음으로 수익을 올렸던 사내라고요. 세상에 어느 장사꾼이 그럴 수가 있을까요! 그는 거짓으로 진짜를 만들고, 진짜로 거짓을 만드는 마술사나 다름없어요. 그의 손 앞에서는 모든 게 돈이 돼버리죠. 아마도 이 동영상을 빈스가 본다면, 그는 화를 내기보다는 아주 흥미로워하면서 이 동영상을 팔아먹을 생각을 할 거라고요. 돈 앞에서는 그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없을 거예요. 만약 제가 그의 말을 고분고분히 따른다면, 전 매일 따뜻한 밥을 배부르게 먹을 겁니다. 물론, 몸이 조금은 아프겠지만 말이죠. 아직도 빈스가 제게 한 말이 기억에 남네요.

그까짓 목뼈 좀 튀어나온 것 갖고 엄살 부리는 거야?

그때 저는 목이 아파서 그런데 일주일쯤 쉬어도 되냐고 물었던 것뿐이었어요. 하지만 빈스 회장은 제가 고작 일주일 쉬는 게 못마땅해했어요. 홈즈 씨. 그는 레슬러들이 앓는 소리를 낼 때마다 자신의 자랑스러운 아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죠.

내 아들 쉐인은 척추가 너덜너덜하다네!

맞아요.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에요, 홈즈 씨. 빈스의 아들 쉐인은 아주 전무후무한 경영인으로 기억될 거라고요. 솔선수범해서 40피트 위에서 뛰어내린 경영인으로 말이죠. 그 사람 덕분에, 우리는 더 강렬한 경기를 만들어야만 했죠. 전문 레슬러가 아닌 사람이 40피트 위에서 한 번 뛰어내렸으니까, 프로레슬러들은 적어도 세 번은 뛰어내려야 했죠. 쉐인. 그는 아버지 뺨치는 경영인이—어쩌면 아버지 등쌀에 못 이겨 뛰어낸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참 끔찍한 가족일 겁니다—분명할 거예요. 고작 두 번 뛰어내린 걸로, 프로레슬러들이 달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게 만들었으니까. 저도 세 번쯤인가, 뛰어내렸을 거예요, 아마.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전 고소공포증이 있답니다.

리틀 톰! 사다리 위에서 던져집니다!

아주 끔찍한 다이빙 헤드벗이군요!

오, 제기랄! 테이블이 박살 났습니다!

당신은 어떤 회사에 다니시나요, 홈즈 씨? 영상 제조 회사요? 무슨 일을 하는지 대충 감이 오네요. 아, 죄송합니다. 당신이 저지른 실수를 저도 똑같이 저질렀네요, 홈즈 씨.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보신 소감은 어떤가요. 아직도 프로레슬링이 진짜인 이유를 모르겠다고요…. 제 생각에 당신은 철학적인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인 거 같군요. 전공 지식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왜 그렇게 진짜를 좋아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좋습니다. 그렇게 진짜를 좋아하시니, 제가 진짜로 일어났던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홈즈 씨. 불과 몇 개월 전 일이었어요. 웬 희멀건 녀석이 라커룸에 들어오더라고요. 인사도 하지 않고 말이죠. 뭐,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분이 터지게도, 녀석은 의자에 있던 제 짐을 바닥으로 밀어서 떨어뜨리더니, 그곳에 자기 짐을 올리더군요. 화가 난 저는 녀석에게 소리쳤죠.

야!

그러자 그 우유같이 생긴 놈이 제게 뚜벅뚜벅 다가오더군요. 녀석은 징그럽게도 크더라고요. 거의 190cm 정도 되는 것 같았어요, 홈즈 씨. 그에 반해, 저는 160cm도 안 되는 왜소한 난쟁이였죠. 녀석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어요. 아주 다행스럽게도 말이죠. 만약 녀석이 타고난 진짜 싸움꾼이었다면, 방심하지 않고 다가와 긴 팔을 이용해 저를 마음껏 두들겨 팼겠죠. 그렇게 됐다면 저는 아주 너덜너덜해졌을 거예요. 녀석은 저보다 키도 크고, 근육도 훨씬 많았으니까! 하지만 녀석은 싸움꾼이 아니라 프로레슬러였죠. 다행히 녀석은 제 머리를 툭툭 치면서 비웃는 것을 택했죠. 아주 어리석은 선택이었지요. 녀석의 턱은 바로 제 정수리 근처에 있었으니까요. 영블러드 박사님이 경고를 했지만, 저는 눈을 꾹 감고 박치기를 했습니다. 제 정수리와 녀석의 턱이 캐스터네츠처럼 소리를 내더군요. 그 흰색 거인은 웃기는 소리를 내면서 뒤로 넘어갔어요. 아, 홈즈 당신이 그 장면을 봤어야 했는데…. 그렇게 진짜 싸움이 일어났죠. 그래요, 제가 진짜로 녀석을 아주 혼쭐을 내줬어요. WWE에서 제 의지로 한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였죠. 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아세요? 제가 징계를 받은 거예요! 그러니까 제 맘대로 박치기를 쓰면 안 됐었다는 거죠. 박치기 한 번 했다고 90일이나 출장을 못 하게 됐죠. 뭐,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데, 그보다 더 심한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가끔가다가 이 회사는 알 수 없는 결정을 내리곤 했었죠.

드디어, 이 주목할만한 신인이 데뷔하군요. 쉐이머스!

켈틱 전사인 쉐이머스는 198cm의 120kg이라는 무시무시한 사이즈를 가지고 있죠!

리틀 톰이 아주 작게 보이는군요.

경기가 시작됩니다! 이럴 수가, 경기가 순식간에 끝나는군요. 쉐이머스의 가벼운 승리입니다.

경기가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쉐이머스는 리틀 톰을 계속 짓밟습니다.

저건 좀 끔찍하군요. 쉐이머스, 리틀 톰을 철제 계단에 처박습니다!

그게 제가 처음으로 혼자서 뛴 경기였습니다. 프랭클린의 난입 없이 말이죠. 알고 보니 그 쉐이머스인지 뭔지 하는 녀석은 대단한 아첨꾼이더군요. 그 우유 같은 녀석은 수뇌부가 눈여겨 보고 있던 녀석이었어요. 놈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게다가 링 위에서 저를 두들겨 팼습니다. 그건 경기가 아니었어요, 홈즈 씨. 일방적인 구타였지. 제 프로레슬링 인생 역사상 제일 끔찍한 경험이었어요. 녀석은 내 머리채를 사납게 붙잡고 그대로 철제 계단으로 저를 밀었죠. 덕분에 디스크가 도졌습니다. 녀석은 제가 나뒹구는 걸 보면서 대놓고 깔깔대더군요. 그게 프로 정신인가요? 그 경기 이후 두 번 다시 링 위에 서고 싶지 않았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탄저균 같은 녀석은 회장의 사위가 점찍은 놈이더군요. 다시 말해, 녀석은 아주 튼튼한 동아줄에 타고 있는 것이었죠.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고요? 그 대단한 동아줄인 사위가 제게 직접 경고를 하러 왔죠.

폭력 사태는 안 되네.

소름 돋지 않나요? 먼저 저를 친 것은 그 희멀건 녀석인데! 쉐이머스 녀석은 줄을 잘 타더군요. 데뷔한 지 100일만에 WWE챔피언이 된 걸 보면 말이죠. 반면에 아무런 줄 도 없던 저는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죠. 이봐요, 홈즈 씨. 이게 바로 제가 프로레슬링이 진짜라고 했던 이유예요. 당신은 아까 프로레슬링이 가짜가 아니냐고 말했죠. 도대체 뭐가 가짜인 건가요? 말해주시죠, 홈즈 씨. 그게 바로 이 재미없는 영상을 찍는 이유니까요. 그러니 어서 빨리 말을 해보라고요. 프로레슬링이 가짜라고 말해보세요, 홈즈 씨! 프로레슬링은 가짜다! 라고 빨리 당신의 그 똑똑한 머리로 증명해보세요, 홈즈 씨!

프랭클린이 전하길, 리틀 톰이 폐기 처분을 당했답니다.

대세는 대포동이죠!

그 두 개의 멘트와 동시에 저는 링에서 퇴장했죠. 프랭클린은 어느새 자신에게 난쟁이 미사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까먹더군요. 그게 각본인지 진짜인지, 아직도 헷갈립니다. 저를 신나게 집어던지던 그 녀석은 그 후로 연락도 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고맙다고 하는 게 예의 아닌가요? 누구 때문에 뜬 건데. 얼마 후 녀석은 진짜로 대포동 미사일을 들고 다니더군요. 불쌍한 대포동. 신나게 집어던져지겠지. 그래요. 지금까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홈즈 씨. 당신의 생각이 바뀌었나요? 그러니까 프로레슬링이 아주 소름끼치도록 현실적인 진짜라는 걸 알 수 있었나요? 아,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어쩌면 프로레슬링이 당신 말대로 쇼일지도 모를 것 같네요. 여기까지만 할 게요. 음. 다시 프로레슬링을 할 거냐고요? 이제 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에 누가 평생직장을 생각하고 일하나요? 저는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뭐, 잘 안 되면 어디 애틀란타 시티 근처에 있는 시골로 가서 체육관이나 할 생각이에요, 건투를 빈다고요? 고맙습니다. 저도 건투를 빌겠습니다. 힘내세요, 홈즈 씨.

WWE DVD “어느 프로레슬러의 고백 - 프로레슬링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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