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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벨몬테, 「노란 우비」중에서

  • 작성일 2014-07-28
  • 조회수 1,094



“누가 그 무엇을 준다고 해도 나의 노트북과는 바꿀 수 없다.”

- 애널리 뉴위츠 「노트북」중에서 -



매튜 벨몬테, 「노란 우비」중에서






나를 감싸고 덮어준 우비는 내 의지를 꺾고 그것을 입힌 어머니의 승리를 의미했다. 우비는 내가 어머니에게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끝없이 상기시켜주었다. 우비는 의식적으로는 자각할 수 없는 본질적인 방식으로 어머니를 상징하게 되었고, 내가 어머니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했듯이, 나는 우비 또한 사랑하고 미워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숨 막히는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저절로 부모에게서 멀어진다. 그러나 삶에 대한 두려움, 무관심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다시금 부모의 보호를 갈구한다. 우비에는 이러한 죽음과 삶의 모순이 있었다. 우비 덕분에 나는 바깥세상의 공격으로부터 무사했지만, 그로 인해 진정한 나 자신이 될 수 없었다.
나는 홀로 있는 편을 택해 이 딜레마를 빠져나갔다. 혼자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 때문에 위협을 당할 일도 없었고, 부모님의 결정에 따라야 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노란 우비는 내 의지의 패배를 의미했지만, 내가 자발적으로 우비를 입는다면 승리로 뒤바뀔 수도 있었다. 세차게 쏟아지는 빗속을 홀로 걸으면서 나는 외부 세계에서 몰아쳐 오는 홍수 속에서 몹시 허우적거리면서도, 동시에 그로부터 격리되어 있었다. 쏟아지는 비의 압력을 느끼는 한편 빗방울들이 몸에서 굴러 떨어져 내려 몸을 적시지 않는 모습에 짜릿함을 느꼈다. 마치 어떤 외계세계를 발견하고 놀라워하면서, 우주복이 그 치명적인 환경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리라는 사실을 아는 것과 같았다. 빗속에 홀로 있었던 나는 내 행동과 주변 환경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었다.




▶ 작가_ 매튜 벨몬테 - 교수.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자폐증의 신경생물학을 연구함. 현재 코넬대학교의 인간발달학과에 재직 중.


▶ 낭독_ 이상은 - 배우.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식구를 찾아서』, 연극 『돌고 돌아 투인 멕베스』 ,『시간극장』 등에 출연.



배달하며

혹시 각별히 좋아하는 사물 같은 게 있으신가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코끼리 모양의 작은 조각이나 모형을 모으기도 하고요, 검정색 몰스킨 노트, 연필 같은 필기도구는 항상 가방에 갖고 다니곤 하지요. 좀 더 범위를 넓힌다면 사과나 맥주, 오래된 빨간색 트렁크 같은 것들도 무척이나 좋아하고요.
어떤 ‘사물’은 단순히 실용적인 물건이거나 필수품 정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나 혹은 누군가를 처음 만난 자리라면 일단 상대방이 좋아하는 사물들에 관해 넌지시 물어 보시겠어요. 그런 이야기를, 얼굴을 찌푸리면서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답니다. 누구에게든 자신만의 ‘의미 있는 사물’은 한 가지쯤 갖고 있게 마련이니까요.



문학집배원 조경란


▶ 출전_『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셰리 터클 엮음, 예담)

▶ 음악_ The Film Edge / Thema Concepts 중에서

▶ 애니메이션_ 민경

▶ 프로듀서_ 양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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