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주(7.21 - 7.27) 우수작입니다.
- 작성일 201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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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주(7.21 - 7.27) 우수작입니다.
안녕하세요?
소설보다도 더 소설 같은 뉴스에 몸서리치는 나날입니다. 거실 한 가운데 책무더기 봉투들이 더운 숨 쉬고 있군요. 근래에 보내온 문학잡지 및 책들에게 미안하고, 저자들에게 송구스럽습니다. 언제쯤 뜯어볼까요.
먼저, ‘모조리’님의 “드라이브”를 읽습니다. 아프군요. 경쾌한 낭만으로 아픈 현실에 어퍼컷을 날리지만, 다시 옥탑 방에 쓰러지겠죠. 컵라면과 소주의 쓰린 속이 보이는군요. 근데 시보다는 산문에 가깝고, 산문 중에서는 일기에 가깝군요. 언덕을 보여주고 싶다면, 언덕아래 낭떠러지를! 산마루라면 골골 계곡의 서늘함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아요. 시이니까요.
다음은 ‘아를르캥’의 “건물단상”을 잘 보았습니다. 님께는 여러 번 말씀을 드린 것 같아, 두 가지만 지적할 게요. 행갈이가 너무 짧아서 의미의 단절감을 줍니다. 또 하나는 용두사미가 되었군요. 뒷심이 약한 것은 시를 전적으로 시상에 기대어 쓰기 때문이죠. 한걸음 남았을 때 갈증이 가장 심하죠. 턱밑까지 다다른 가쁜 숨을 크게 들이마십시오. 서둘러 내뿜지 않으시길.
“그림자 특종2”는 좋은 시입니다. “겨울암벽-(빙벽)-거울”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리고 “특종”이란 시어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시란 결국 “특종”과 ‘발견’을 낯설게 보여주는 ‘놀라운 천지개벽’이기 때문이죠.
‘야호와 나’님의 “토마토 딸 시집보내기”도 잘 읽었어요. 어떤 시는 화자의 삶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서 흠이 덮이죠. 역시 삶이 먼저군요. 시는 그 삶의 처마에 매달린 풍경쯤 될까요? 팽선생 마루 옆에 저도 앉아서 수다를 떨고 싶군요. 칠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요? 매실주는 다 떨어졌나요?
그 외에도 ‘통통너굴’님의 “고래에게 가는 길”도 잘 읽었어요. 포즈가 승한 부분은 잘 퇴고하세요. 시인이 시를 너무 일찍 놓아버렸어요. 애매한 부분을 눈에 잡힐 듯 구체적으로, 일단 2행부터...
‘시골길’님의 “굴러들어온 돌”은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시집을 내는 것보다 시집을 보내는 것이 어렵죠. “시집을 공짜로 나눠주면 벌을 주는 법”이라도 있으면 싶죠. 진솔한 이야기 한 토막 듣는 듯했어요.
7월 4주(7.21 - 7.27) 우수작은 “그림자 특종2”와 “토마토 딸 시집보내기”입니다. 시집 선물은 백무산시인의 『그 모든 가장자리』입니다. 세월, 잘 지납시다.
그림자 특종 2
Posted by 아를르캥 on 2014-07-27 13:53:11 in 시 | 0 댓글
시를 쓴다는 것은
거울 암벽타기
깎아 지른다는 표현에 수긍이 가.
높이마다 판화가 숨 쉬는 틈새로
사유의 날을 세운다.
성큼 다가온 구름의 느낌,
피뢰침에 내려치는 벼락,
때때로 시가 다가오는 방식은
모난 내 마음의 모서리만큼이나
따갑기도 하고
반죽되는 생각처럼 뭉글뭉글하기도 해.
그러나
칼날을 들이대야 할 곳은 거울,
거울은 항상 말이 없지.
숨 가쁜 침묵을 타고
부비적 부비적
지문으로 세수를 해본다.
촉감은 저곳에서 느낄 수 없다.
그래 삶을 깎아야 할 곳은 여기라는
그림자를
내려다본다.
그늘의 거울
빛이 어둠을 깎은 판화
특종이다. 언제나 낮은 곳에 너라는 빈틈이 있다는 것.
토마토 딸 시집보내기
Posted by 야호와 나 on 2014-07-27 22:44:32 in 시 | 0 댓글
칠년 전 귀농 첫 해에 내가 기른 토마토 삼킬로그램을 팔러 팽선생 집에 갔다 매실주 한잔 얻어먹고
먹는 내내 돈을 주면 받아야 하나 어쩌나 고심하다가
팽선생이 내미는 일만 원을 안 받겠다고 뒷걸음질 치다
그 집 앞 다리에서 떨어졌다 다리 밑 개골창에 처박혀서 나는 부끄러워 실실 웃었다
나중에 남편 말이 퍽 수박 깨지는 소리가 나서 아, 저게 죽었구나 생각했다고
남편 어깨에 들쳐 업혀 나와서도 머리에 피 철철 흘리면서 괜찮아요, 괜찮아요 했다는데
이제와 하는 말이 토마토, 네가 부끄러워서가 아니었다
이 년 묵은 오리 똥 얻어다 잔뜩 붓고 제초제 하나 안 뿌리고
매일 아침 벌레 잡고 곁순 따주며 정성으로 길러서 그야말로 분이 폭폭 나는
너는 세계 제일의 토마토였다
휘적휘적 앞서 걸어 나가는 남편 등 그림자를 밟느라,
남의 집 토방에 두고 온 너의 붉은 눈망울이 눈에 밟혀서
다리 그늘을 보지 못한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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