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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목(老木) 속에 사는 사람들

  • 작성일 2015-01-03
  • 조회수 198

노목(老木) 속에 사는 사람들 / 흑 비

 

파손된 삶을 주어 담아 고향을 찾아갔다.

매듭진 인연들이 포승처럼 가슴을 조여와

당분간 뒤돌아보지 않겠노라 다짐하면서,

흙냄새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작은 방에서

가지고간 몇 권의 책을 들추고 있는데

어느새 문 틈 사이로 어둠이 스민다.

칠흑같이 어두운 산골의 밤

날 찾아올 이 없으련만

밤하늘에 떠있는 달님만은

날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하여

기대감 실은 손이 슬며시 봉창 여는데

적요에 묻혀가는 산골 어둠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팽나무 한 그루

이제 세월이 버거운지 등을 구부리고

가쁜 숨 몰아쉬며 길 떠날 채비 한다.

밤이 점점 깊어지자

늙은 팽나무 움푹 파인 가슴속에서

낯익은 사람들이 하나 둘 걸어 나온다.

영칠할배, 순희할매 , 순돌이도 나온다.

저들이 걸어가는 발자국이

함께했던 추억들을 인화하고 있다.

하나 둘 추억을 읽어가고 있는데

하나뿐인 성냥개비 타들어가듯

팽나무 속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까운 그리움 되어 서서히 사라져간다.

난로 깨진 눈보라 속으로 걸어 갈 때

서로 껴안고 추위를 녹여주던 그 情이

그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내 영혼의

텃밭, 한 귀퉁이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늙은 팽나무 속에 사는 사람들이

파괴된 나의 삶을 치유하고 있나보다

포승줄 같았던 인연이 따사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