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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주무세요

  • 작성일 2015-06-15
  • 조회수 192

아빠가 집의 목덜미를 밟아요.
신발장 전등부터 화들짝 놀라기 시작해서
저 끝 내 방 침대 그림자까지 부르르 떨어요.
새로운 것이 몸에 닿는 소름 때문이죠.

오로지 쇼파만이 아빠를 기억해요.
축 늘어지는 걸 좋아하는
유일한 놈이라 그런 것 같아요.
심지어는 아빠 뒷모습까지 간직하고 있어요.
누구를 반기는 강아지 꼬리의 잔상 같은거죠.
그런 댓가로 쇼파는 귀여움을 독차지해서
지금 거실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니까요.

다행히 티비 소리는 매일매일 달라요.
그래서 티비는 아빠랑 어색할 겨를이 없어요.
어차피 매일매일 모르는 사이니까요.
어, 다시 생각해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아마 티비는 아빠를 잘 모를건데, 아빠는 티비를 잘 아나봐요.
자꾸 아는 척을 해요.

아빠는 티비만 앞에 있으면
자꾸 종이에 시를 써서 날려요.
나한테로 정확히 날아오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주워담아요.
종이엔 한 바닥만큼의 정보가 담겨있어요.
근데 그래봤자 옆구리가 찢어진 종이예요.
대충 요점만 읊어주고 말아요.

종이들의 비명소리가 자꾸 들리면
난 땅바닥을 밀어내요.
엄청 무겁지만요.

인사를 하고 훽 뒤로 돌아요.
-내일 이맘때쯤 봐요-

학다리처럼 코작코작 걸어요.
잠옷이 휘파람처럼 뽀송해서
콧노래가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