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을 보고
- 작성일 201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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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을 보고.
광복 70주년 임시공휴일에 신문을 읽다가 안옥윤과 같은 여성 독립운동가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7월 말에 보았던 영화 ‘암살’이 떠올랐다. 이 영화를 계기로 역사 속에 잊혀져가는 독립군들이 재조명되고 대중의 이목을 끌게 되었다니 반갑고 기쁜 일이다.
영화는 ‘타짜’, ‘도둑들’을 만들었던 최동훈 감독 작품이다. 영화 ‘도둑들’에서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주었던 그답게 이번 영화에서도 배우들의 열연과 다채로운 볼거리로 영화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암살’은 독립군 저격수인 여성 주연(안옥윤)을 내세워 1933년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의 친일파 암살 작전을 다루고 있다.
감독이 1930년대를 주목한 이유가 뭘까? 궁금해 영화 포스터에 있는 그의 말을 읽어보았다. 감독은 이 영화로 “그곳에 그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과서에 독립투사로 소개된 이들 외에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독립군들을 영상에 담아 많은 이들이 알아봐 줄 수 있기를 바란 감독의 의도는 적중했다.
‘암살’은 1933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3명의 독립군을 암살 작전에 지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 폭탄전문가 황덕삼이 그들이다. 김구의 신임을 받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은 이들을 찾아 나선다.
암살단의 타깃은 카와구치 마모루 사령관과 친일파 강인국이다. 강인국은 슬하에 두 딸이 있었는데 쌍둥이 언니는 어릴 적 간신히 살아남아 유모의 손에 키워진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강인국의 딸이 독립군의 여전사인 안옥윤이란 설정은 놀랍다.
임시정부의 의심을 받던 염석진이 독립군의 이중 첩자로 친일파 강인국에게 손을 내밀고,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아 독립군 암살단의 뒤를 쫓던 하와이 피스톨과 영감이 결국은 안옥윤을 도와주게 되면서 영화는 급물살을 탄다.
친일파 암살 작전은 끝을 향해 치닫고, 강인국의 딸 결혼식에서 강인국과 일본 사령관을 제거한 안옥윤은 혼자 살아남게 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노년의 염석진이 친일을 죄목으로 재판을 받게 되고, 그가 어이없게도 무죄로 선고되자 기다렸다는 듯 안옥윤은 그를 총살하여 마지막 임무를 완수한다.
영화중반 술집을 운영하며 독립군을 지원해오던 여 마담(김해숙)이 염석진에게 정체가 들통 나 끌려가기 전 그녀 자신이 먼저 의로운 죽음을 택하게 되는 데 마지막까지 전화로 독립군의 안부를 걱정하던 그녀의 모습이 인상에 강하게 남았다.
암살 작전에 투입된 독립군들의 개성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도 좋았고,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1930년대를 재현해 낸 다채로운 볼거리에 지루하진 않았으나 등장인물들이 많아 후반부가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상하이의 무법자 하와이 피스톨과 그를 따르는 영감에게 할애된 부분이 많아 독립군들의 얘기가 묻히는 느낌이 들었다. 여 주인공 안옥윤외에 생계형 독립군 속사포와 행동파이자 폭파전문가인 황덕삼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어도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조국이 사라진 시대를 운명으로 알고 살아가야 했던 인물들 중, 어릴 적 엄마와 생이별한 뒤 독립군 저격수로 살았던 안옥윤이 친일파인 자신의 생부 강인국에게 마지막으로 총을 겨누며 괴로워하던 모습은 내내 잊혀 지지 않았다.
영화 끝에 어색하게 총자루를 든 채 사진을 찍으며 웃어보이던 독립군 세 명의 사진이 마지막 화면에 비춰지자 갑자기 울컥, 코끝이 찡해졌다.
영화 ‘암살’은 여자 독립군 안옥윤이란 인상 깊은 캐릭터를 내세워 암살 작전을 몰고 가며 독립군과 이중첩자, 그 독립군을 돕는 익명의 인물들을 투입해 박진감 넘치는 액션코드로 잘 버무린 영화였다.
여하튼 이 영화를 계기로 역사 속에 파묻혀 잊혀져간 독립군들과 안옥윤과 같은 여자 독립투사들이 대중들에게 새롭게 인식되어 신문지상에 실리게 된 일은 참으로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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